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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91화 (91/189)

91. 결과가 나왔다(1)

기운이 없어 보이는 내 모습에 은비 역시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이잉, 나 오늘 오빠한테 즐거운 소식 전해 주려고 했는데… 오빠 기운 없는 모습 보니까 말도 못 꺼내겠어요.”

찬식이는 은비가 전하려고 했다는 즐거운 소식이 무엇인지 궁금했는지 곧바로 그녀에게 물었다.

“즐거운 소식이 뭔데 그래?”

찬식의 물음에 반가운 표정을 짓는 은비.

아마 자신이 알아낸 소식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입이 근질근질했을 거다.

그런 찰나에 알아서 물어봐 주는 찬식이가 얼마나 반가울까?

“지금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오빠가 맡은 이명우 이야기로 도배가 됐어요.”

“서준이 형이 맡은 배역 이야기?”

“네, 너무 멋있었잖아요. 드라마 보고 오빠 팬 됐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사람들이 드라마 속의 내 모습을 보고 많이 좋아해 주신다는 반가운 이야기였다.

찬식이도 은비의 이야기를 듣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으며 자랑하듯 말했다.

“크크, 우리 서준이 형이 멋있긴 멋있었지. 남자인 내가 봐도 크윽…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누가 반하지 않겠어?”

“맞아요. 저도 보면서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그랬어요. 그러고 보면 오빠 진짜 연기 잘하는 거 같아요. 항상 보는 오빠가 드라마 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더라니까요.”

두 사람은 당사자인 나를 가운데 두고 신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가장 기뻐해야 할 이야기였지만, 나는 여러모로 많이 다운된 상황이라 그저 미소 지은 얼굴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때, 조상구 실장님이 내 작업실로 들어왔다.

“모두 여기 있었네?”

어떻게 보면 내 전담 스텝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실장님도 작업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보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광고 제안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

아무리 기분이 안 좋고 기운이 없어도 귀가 번쩍 뜨일 정도의 좋은 소식이었다.

자고로 큰돈을 버는 광고 출연 이야기를 듣고 기쁘지 않을 연예인은 없을 것이다.

“광고요?”

“응, 전자 제품부터 의류, 그리고 식품류에 의약품까지… 온갖 광고가 지금 다 들어오고 있어.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서 네게 광고를 제안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야.”

실장님의 설명대로라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광고 제의였다.

예전에도 광고가 제법 들어왔었고, 내가 찍은 스마트폰 광고는 지금도 TV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식품이나 의약품 같은 종류의 광고가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랬는데 이젠 이런 광고 출연 제의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역시 이게 바로 드라마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은비가 환하게 웃으며 만세를 불렀다.

“하하, 만세! 우리 서준 오빠가 광고 엄청나게 찍으면 우리도 보너스를 기대해도 되겠죠? 마침 사고 싶은 게 있었는데… 너무 잘 되었다. 히히.”

보너스를 줄 회사에서는 아직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을 먼저 사발 채 들이키는 화끈한 은비였다.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은비가 원하는 대로 보너스가 두둑하게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보너스가 지급이 안 되면 내가 대신 그녀가 갖고 싶다는 물건을 사 줘야겠지?

나에게 고개를 돌린 실장님은 조금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몸은 괜찮아? 기분은 좀 어때?”

실장님은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이미 알고 계셨기에 현재는 어떤지 확인 차 물으셨다.

“뭐 똑같아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이상하게 계속 처지네요.”

“그래? 괜찮으니 마음 편하게 가져.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질 거야.”

“네.”

내 상태를 체크한 후 다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실장님.

“빠르게 광고 촬영 일정이 잡히면 할 수 있겠어?”

광고 제의 때문에 이런 것도 물으시나 보다.

아무리 컨디션이 안 좋아도 광고는 무조건 해야지.

“네, 할 수 있어요.”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시간이 좀 지나도 광고 제안은 계속 들어올 거니 서두를 필요 전혀 없어.”

“아니에요. 차라리 억지로 일하는 것도 떨어진 텐션 올리는 데 나쁘지 않은 방법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열심히 찍어야 우리 은비가 원하는 대로 보너스 두둑하게 주죠. 일단 들어온 광고 가능하면 다 찍죠. 옛말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잖아요. 광고 들어올 때 제대로 한몫 벌어 보죠.”

억지로 웃으며 기운을 내려는 내가 짠해 보였는지 실장님은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자상한 말투로 내게 다시 말했다.

“다 찍을 필요는 없어. 네가 너무 많은 광고에 나오면 나중을 생각해도 오히려 해가 될 때도 있으니까. 과한 이미지 소모는 피해야지. 들어온 광고 제안은 내가 알아서 잘 추릴게. 일단 광고료 협상을 높여서 해 볼 생각이야. 요즘 같은 네 인기라면 자금력 있는 회사는 광고료가 비싸도 널 쓰려고 할 거야.”

역시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 주시는 실장님이었다.

덕분에 나는 그저 실장님이 이끌어 주는 대로 잘 따라가면 되었기에 너무 편했다.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그래, 알겠어.”

광고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작업실에 있는 세 사람에게 부탁했다.

“자, 그럼, 죄송하지만 작업실에서 좀 비켜 주시겠어요? 2집 작업 좀 하게요.”

여전히 걱정하는 표정의 실장님이 내게 물었다.

“지금은 그냥 쉬는 게 어때? 일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실장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은 그냥 작업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지금의 감정을 곡 작업하면서 다 토해 놓을 생각이에요. 그럼 감정도 비워지고 덕분에 좋은 결과물도 나올 수 있으니까요. 뭐 안 나와도 상관은 없지만요. 저에게 음악을 일이 아니고 노는 거예요.”

“…그래, 알겠다. 자, 그럼 우리는 나갈까?”

“네.”

내 부탁에 실장님은 은비와 찬식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실장님은 작업실을 나가면서도 걱정되었는지 한마디를 덧붙이는 걸 잊지 않으셨다.

“우리 다 회사에 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그리고 저녁은 내가 맛있는 음식점에 데리고 갈 테니까 꼭 우리랑 같이 먹고. 알겠지?”

“흐흐, 네, 실장님.”

날 살갑게 챙겨 주는 실장님의 자상함에 고마운 마음이 담긴 웃음이 지어졌다.

실장님 같은 분과 일하게 된 사실을 생각해 보면 내가 의외로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 * *

‘목소리3’의 시청률이 무려 25%를 넘겨 버리면서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워 버렸다.

‘목소리3’이란 드라마의 장르가 많은 시청자가 선호하지 않는 서스펜스 추리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시청률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 2회가 더 남은 시점에서 ‘목소리3’이 자기가 세운 최고 시청률을 스스로 다시 갱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 보지만, ‘목소리3’이란 드라마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는 이서준이 스토리상 이미 죽었기에 그러기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많았다.

방영 초기 ‘목소리3’과 동시에 시작하고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어 화제가 된 ‘연애할까요?’는 ‘목소리3’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어느새 두 자리 시청률도 무너져 최근 방영된 마지막 회차에는 약 7%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시청률 하락이 일어나는 와중에 자중지란까지 일어나고 있었으니…….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의 연예계 소식을 모아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해 드리는 연예 세상입니다. 오늘 저희 연예 세상에서 처음으로 전해 드릴 소식은 최근 화제가 된 ‘연애할까요?’에 관한 소식입니다. 제작진, 그리고 촬영 스텝, 주연 배우들 간의 다툼이 외부에 알려져 화제가 되었던 ‘연애할까요?’는, 최근 여자 주인공인 민지연 씨가 촬영을 보이콧하면서 촬영이 일제히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만약 촬영 중단이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이번 주 주말에는 ‘연애할까요?’가 정상적으로 방영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은데요…….”

모 연예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대로 지금 ‘연애할까요?’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재미있게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큰 다툼까지 생긴 것이다.

먼저 논란이 된 것은 사고뭉치 이민규였다.

주연 배우인 그가 성추행 스캔들에 휩쓸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이민규와 민지연, 즉 두 남녀 주연 배우의 다툼이었다.

민지연이 자신의 개인 SNS에 올린 글이 다툼의 원인이 되었다는 말이 많았지만, 드라마 관계자 모두가 이 사태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기에 정확한 사실관계는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화룡점정은 감독과 민지연의 다툼이었다.

감독이 그녀의 연기에 대해 지적하자 민지연도 그런 감독의 지적에 감정적으로 맞선 것이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서둘러 나서서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의도와는 다르게 촬영 스텝과 민지연, 그리고 그녀의 소속사와의 싸움으로까지 번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민지연의 보이콧 선언.

화가 난 민지연이 촬영을 안 하겠다며 자신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캐나다로 출국해 버렸다.

주연 배우인 그녀의 이런 돌발 행동 때문에 촬영은 그대로 올스톱 해 버리고 말았다.

* * *

콰아앙.

“도대체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드라마 국장의 호통에 권선동 사장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간에 촬영이 끝나지 않았는데 캐나다로 가 버린 민지연의 행동은 뭐라 변명할 말이 없었다.

묵묵부답하며 고개만 숙이고 있는 권성동 사장을 바라보는 드라마 국장의 눈은 여전히 노여움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가만히 고개를 숙이던 권선동은 잠시 후 드라마 국장을 바라보며 부탁했다.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민지연이 촬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름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한 부탁이었지만, 화가 난 국장의 마음을 풀 수는 없었다.

“그럼 이번 주 방송은 어떻게 합니까? 당신이 책임질 거요?”

“…일단 이번 주는 특집 방송으로 메우고 다음 주부터는 정상적으로 방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콰아앙.

“이게 지금 무슨 개소리야! 너 지금 뚫린 입이라고 말 함부로 할래? 엉?”

드디어 폭발한 드라마 국장은 소파 테이블 위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화가 폭발한 국장의 막말을 들으며 묵묵히 참고 있는 권선동 사장의 속도 말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국장이 막말을 퍼붓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기분을 느꼈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일단 지금은 무조건 참는 수밖에 없었다.

국장의 막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권선동 사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제발 그 망할 년을 데리고 와라, 제발…….’

사고치고 날라 버린 민지연을 데리러 캐나다로 간 부사장 이재선이, 어서 빨리 민지연의 손을 끌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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