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95화 (95/189)

95. 액션스쿨(1)

내가 강한 자신감을 표시하며 어필한 탓일까?

두 사람은 잠시 그냥 말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나를 쳐다보던 진영이 형님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셨는지 다시 천천히 입을 떼셨다.

“…정말 드라마가 하고 싶어?”

진중한 말투로 물어보는 형님의 질문에, 나는 이번에도 확실하게 대답했다.

“네, 하고 싶어요.”

내 대답을 듣고 이번에도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던 형님은, 이윽고 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그럼 한번 해 봐라. 네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니 회사도 그냥 네가 하자는 대로 따르도록 할게. 회사도 네 드라마 출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테니 너도 열심히 하고.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잘하면 좋겠지. 내 말 알겠지?”

“네, 형님.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내 회사 대표님의 허락까지 얻은 나는, 이제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 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 * *

이서준과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오랜만에 점심을 함께하기 위해 작업실 밖으로 나왔다.

친구와 편하게 식사를 하고 싶던 김진영은, 즐거운 마음으로 조상구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오른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회사 근처의 수제 피자집이었는데, 두 사람이 이 가게를 점심 장소로 정한 이유는 조상구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다르게 피자나 스파게티 등의 양식을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김진영의 차 조수석에 앉은 조상구.

그는 문득 생각이 났는지 옆에서 운전 중인 김진영을 보며 물었다.

“서준이 작업실에서 나오면 곧바로 물어보려고 했던 질문인데… 너 너무 쉽게 허락한 거 아니야?”

“뭐를?”

“드라마를 하겠다는 서준이의 요청을 말이야. 내가 아는 너는 소속 연예인이 원한다고 그렇게 쉽게 허락할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네가 그냥 바로 하라고 허락하니까 옆에서 서준이를 설득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내가 다 허무했어. 도대체 왜 그런 거야?”

김진영은 조상구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금방 알아챘다.

조상구의 말처럼 자신은 소속 연예인들이 자기 마음대로 작품과 곡을 선택하게 놔두는 편은 아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참견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건 본인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성격 탓이었다.

마음대로 하게 놔두면 문제가 될 것들이 너무 많은 나쁜 선택을 하는데 소속사 대표로서 어떻게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 김진영의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오늘 이서준에게 보인 그의 모습은 분명 보통 때와 너무 달랐다.

조상구의 질문을 들은 김진영은 빙긋 미소지은 채 대답했다.

“네 말도 맞아. 평소 내 스타일대로 하면 오늘 서준이랑 한참 동안 씨름을 하고 있어야 정상이겠지.”

“내가 아는 김진영이라면 그게 맞지. 근데 오늘은 왜 그랬어?”

조상구의 거듭된 물음에 김진영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서준이가 실패를 한번 겪어도 괜찮을 거 같았거든.”

“뭐? 실패?”

완전히 그의 예상을 깨는 김진영의 대답에, 질문한 조상구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친구의 반응에 김진영은 다시 설명을 이어 가야 했다.

“서준이가 데뷔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어. 그건 너도 알지?”

“그건 나도 물론 알고 있지.”

“그럼 넌 그게 과연 서준이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단박에 알아챈 조상구.

김진영이 한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던 조상구 역시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네 말대로 서준이가 조금 위험한 상태구나. 처음부터 잘돼도 너무 잘됐어.”

“내 생각에도 그래. 솔직히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서준이의 재능은 우리나라 음악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런 서준이가 혹시 모를 사고 때문에 음악을 갑자기 그만둬 버린다면 그건 우리나라 음악계를 생각해서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야.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근데 시작부터 계속 성공만 했으니까 사고나 실패를 겪고 나면 의외로 단번에 재기 불능이 될 수도 있지.”

“맞아. 내가 걱정하는 것도 그 부분이야. 그렇게 봤을 때는 한 번쯤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 되는 경험도 녀석에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건 그렇지. 실패 없이 성공만 하는 경우는 이 바닥에서 오래 못 가는 건 흔히 겪는 사실이니까.”

한번 바람을 타기 시작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돈과 명예를 얻는 게 연예계의 특징이었다.

그런 곳에서 데뷔 때부터 큰 성공을 겪게 되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다시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된다.

시작부터 성공한 연예인의 경우 초반에 반짝하고 그 후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 설명한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가는 여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재기가 안 되어 사라진 경우였다.

“그러니 성공하면 그것 나름대로 좋고, 혹시 실패한다고 해도 나쁜 건 없다… 뭐 이런 생각으로 허락했다는 말이지.”

“바로 그거지.”

김진영의 속마음을 알게 된 조상구는 ‘역시 김진영이다.’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최고 회사의 대표답게 생각하는 게 남다르다는 걸 느꼈다.

이런 든든한 사람이 이서준을 지켜 주고 있단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했다.

* * *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주밖에 없었다.

편성이 구멍 난 자리에 들어가는 땜빵용 드라마였기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일단 맡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일단 그냥 딱 봐도 스파이라는 느낌이 나도록 외모를 변신해야 해. 일단 근육부터 좀 만들자. 지금의 서준이의 모습은 너무 부드럽거든. 그리고 수염 같은 것도 한번 길러 보고. 저번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자는 말이야.”

이처럼 감독님은 외모 변신을 요구하셨다.

물론 준비 기간이 2주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절대 쉽지 않은 요구였다.

그러나 출연을 결정한 이상 감독님의 요구에 최대한 따르는 것 또한 내가 해내야 할 일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내가 드라마 때문에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아신 조 실장님은, 그 즉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개인 트레이너에게 나를 데려갔다.

“이야, 이게 누굽니까?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이서준 씨 아닙니까?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하하하.”

나를 보자마자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엄청난 친화력을 보이는 이 사람은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양차승 관장님이었다.

재밌는 말투와 개성 넘치는 외모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분답게 매우 유쾌한 분이기도 했다.

나 역시 잘 아는 분이었다.

왜냐하면, 이분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을 나도 TV를 통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일단 나를 반기던 관장님은 갑자기 표정이 돌변하며 내 옷을 벗기려 하였다.

“자, 그럼 우선 옷부터 벗어 볼까요? 오늘은 간단하게 상의만 탈의합시다.”

“네? 상의 탈의요?”

만나자마자 옷부터 벗으라는 관장님의 요구에 난 깜짝 놀랐다.

그러나 관장님은 오히려 놀라는 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니, 왜 놀래요? 여기 몸 만들러 온 거 아니에요?”

“…그건 맞는데요…….”

“그럼 몸이 어떤지 내가 봐야죠. 내 말 맞죠?”

“그렇긴 그런데…….”

“뭐가 그렇긴 그런데야? 잔말 말고 벗어요. 나도 많이 바쁜 사람이니 허투루 낭비할 시간 없어요.”

양차승 관장님의 성화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상의를 벗어야만 했다.

옷을 벗은 관계로 매우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서 있는 나를 보며 관장님은 감탄했다.

“이야, 생각보다 괜찮네. 회사에서는 따로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혹시 회사 몰래 트레이닝 받고 있었어요?”

“아, 아닙니다. 사실 헬스이란 장소에 직접 와 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에요.”

“정말? 이야… 우리 서준 씨의 말대로라면 이거 완전 대박인데…….”

옆에서 지켜보던 조 실장님이 방금 관장님이 했던 말의 의미가 궁금했던지 직접 물었다.

“뭐가 대박이란 말씀인가요?”

실장님의 질문을 들은 관장님은 손가락으로 내 몸을 실제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운동을 조금만 해도 몸이 제대로 만들어질 몸이에요. 보세요. 일단 뼈대가 제대로잖아요. 어깨도 넓고 비율도 좋아요. 그리고 별도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지금 현재로도 제법 괜찮은 근육들이 이미 몸에 붙어 있어요. 이런 상태라면 바로 근육 운동에 들어가도 되니 원하는 몸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거죠.”

관장님의 설명을 들은 실장님은 반색했다.

안 그래도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한 거 같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걱정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트레이너가 직접 해 주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저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측에서 사정은 미리 설명해 주셨지만, 남들은 몇 달을 걸쳐서 만들어야 할 것을 2주 만에 만들어 달라고 해서 저 역시 속으론 많이 난감했었거든요. 근데, 우리 서준 씨 몸을 보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네요.”

실장님과 관장님이 나를 가운데 놓고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거울을 통해 내 몸을 살피고 있었다.

변한 내 몸을 거울을 통해 확인하니 속으로 나도 많이 놀랐다.

사실 샤워할 때라든지 옷을 갈아입을 때 나 역시 내 몸을 여러 번 보았다.

그리고 운동을 하지 않아 몸에 근육이 거의 없던 내 몸이, 갑자기 조금 변했다는 사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기에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실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전문 트레이너의 의견을 듣고 거울을 통해 내 몸을 자세히 살펴보니, 내 눈에도 확실하게 변화된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깨가 많이 넓어졌네. 그리고 뱃살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건 복근 맞지? 예전에는 확실히 이런 몸이 아니었는데… 이것 역시 도깨비님 덕분이겠지?’

내 몸이 이렇게 변한 것은 역시 도깨비님을 만난 덕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았다.

나는 양차승 관장님을 처음 만난 날부터 운동을 바로 시작했다.

내 몸을 보고 트레이너로서의 피가 끓어오르셨는지 관장님은 곧바로 운동에 들어가길 원하셨고, 나는 마지못해 관장님의 요구에 응해야 했다.

“자, 10개 더. 할 수 있어? 가자!”

“으악! 너무 힘들어요!”

“운동하면 힘들지. 편하겠어? 잔말 말고 다시 해! 자세 바로 하고… 좋다. 바로 그거야! 기분이다, 10개 추가!”

“차라리 절 죽이세요!”

신이 난 관장님은 열성적으로 나를 운동이란 합법적인 이름으로 학대하기 시작했고, 나는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그렇게 운동이 끝났다고 내가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전 운동이 끝나고 식사를 한 후 내가 향한 곳은 액션 연기를 배울 액션스쿨이었다.

액션스쿨을 방문하니 제일 먼저 나를 반겨 주는 사람은 우리나라 액션 감독님 중 가장 유명한 정주홍 감독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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