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00화 (100/189)

100. 미라클 촬영 시작(1)

렌즈를 착용한 순간 브레드 리가 된다는 뜻은 쉽게 설명해서 그가 액션 배우로서 경험했던 모든 기억과 그의 액션 배우로서의 눈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었다.

처음 렌즈를 꼈을 때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기 전까지의 경험이 그대로 내 머릿속에 순서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액션 배우로서 처음으로 촬영에 나섰던 때부터 죽기 바로 직전 촬영했던 영화까지 그의 모든 촬영 경험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연기 자체도 아직 초보에 가까운 나인데, 액션 연기로 범위를 좁혀서 보면 난 더 새파란 초짜에 불과했다.

그것은 연기자 입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내가 액션 연기를 연습하는 데 큰 애로 사항을 겪고 있는 이유도 액션 연기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렌즈를 착용하기만 하면 이런 치명적인 약점이 단번에 사라지게 되고 일순간 노련한 액션 배우가 될 수 있었다.

오늘 도깨비 상점에서 구한 렌즈를 착용하고 처음으로 연습에 나섰다.

묘한 기대감을 가슴에 품고 연습을 시작했고, 나는 곧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액션 연기의 노하우가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습하면서 늘 애먹던 동작도 어떻게 움직이면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어떻게 움직여야 화면에 멋있게 나오는지도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이템 하나를 착용한 것뿐인데, 단숨에 베테랑 액션 배우가 되어 버린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전과 다르게 연기했고, 그 결과 동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살랑.

시원한 바람이 다시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고,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잠시 후 시작될 연습이 너무나 기다려졌기 때문이다.

음료수를 다 마신 나는 다시 힘찬 걸음으로 대강당 안으로 걸어갔다.

* * *

드라마의 제목은 처음 지었던 이름 그대로 ‘미라클’로 정해졌다.

이 드라마의 기본 이야기 구조는 의외로 간단했다.

대한민국 정부 산하 조직인 국정원 내에는 비밀 스파이 조직 ‘사신단’이 있었고, ‘사신단’ 소속 요원 중 최고 요원이 바로 내가 연기할 이준혁이란 인물이었다.

어느 날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던 생물학자 제임스 와그너 박사가 국제 테러 조직인 ‘나악크’의 추적을 피해 대한민국으로 밀입국하게 된다.

제임스 와그너 박사를 놓칠 수 없던 ‘나악크’는 조직원들을 대한민국으로 파견해 도망친 와그너 박사를 잡으려고 했다.

그로 인해 큰 위험에 처한 와그너 박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대한민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정부는 비밀 요원 중 최고인 이준혁에게 그 일을 맡기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중요 인물을 보호하는 임무인 줄 알았던 그는, 자신과 와그너 박사를 둘러싼 알 수 없는 일들 때문에 배신자란 억울한 오명을 쓴 채 도망을 다녀야 했고, 자신에게 쓰여진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이번 사건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음모의 정체를 알게 된다.

숨겨진 음모가 조국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준혁은, 숨겨진 음모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고 그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은 다시 안전을 확보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촬영이 시작되었다.

첫날 촬영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왔던 액션 신이었다.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1화의 시작 장면이 가장 중요했기에, 이진섭 감독과 최은희 작가는 첫 장면부터 엄청난 스케일의 액션 장면을 배치했다.

나는 첫 촬영을 기다리며 계속 몸을 풀었다.

그때 그런 내 곁으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정주홍 무술 감독님이었다.

감독님은 나보다 더 많이 긴장했는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내게 물었다.

“서준아, 컨디션 어때? 괜찮아?”

컨디션은 최상이었기에 나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네, 좋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도 아무런 문제 없어요.”

내 대답을 들은 감독님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계셨다.

“근데 너 안 떨리냐?”

“떨리냐고요? 아니요, 별로 안 떨리는데요.”

“진짜? 어떻게 그래? 오늘 첫 촬영이잖아. 직접 출연 안 하는 나도 이렇게 떨릴 정돈데, 어떻게 주인공인 네가 안 떨릴 수 있어?”

아, 감독님은 떨지 않는 내가 신기하신 모양이었다.

“하하, 의외로 제가 긴장을 안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항상 실전에 강한 타입이기도 하지요.”

“그래? 그럼 다행이긴 한데… 어쨌든 정말 컨디션이 괜찮은 거는 맞지?”

“네, 감독님.”

“오케이, 그럼 너는 준비가 끝났다고 내가 감독님께 말할게. 오늘 잘하자, 서준아.”

“네. 오늘 열심히 해서 드라마 역사상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의 멋진 장면을 한번 뽑아 보겠습니다.”

“하하, 정말 네 말대로 됐으면 내가 소원이 없겠다.”

내 컨디션을 직접 점검하러 오셨던 정주홍 감독님은 그렇게 내 대기실 밖으로 나가셨고 잠시 후 촬영 시작을 알리는 스텝의 목소리에 나는 촬영 장소로 서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첫 촬영만큼 떨리는 순간이 또 있을까?

촬영 현장을 총지휘하는 이진섭 감독 역시 첫 촬영 시작에 앞두고 긴장으로 인해 심장의 두근거림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감독인 자신이 떠는 모습을 보면 같은 팀원들 역시 긴장하게 될까 봐 최선을 다해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혹시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 나올까 봐 작게 심호흡까지 한 후 옆에 서 있던 조연출에게 말했다.

“자, 준비 다 된 거 같으니 촬영 시작하자고.”

이진섭 감독의 말을 들은 조연출은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몸을 돌려 현장 곳곳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외쳤다.

“자, 바로 촬영 들어갑니다. 모두 스탠 바이 해 주세요.”

조연출의 외침을 들은 배우들과 스텝들은 서둘러 자기 자리에 서서 촬영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그 모습을 확인한 이진섭 감독은 메가폰을 입에 대고 크게 외쳤다.

“레뒤~ 액션!”

자신의 외침과 동시에 시작되는 배우들의 움직임.

그는 자신 앞에 놓인 모니터 화면을 통해 배우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체크하기 시작했다.

첫 촬영 장면은 주인공 이준혁이 자신을 쫓아오는 테러 집단 조직원들과 총격전과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임무를 완수한 후 탈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 이준혁 역을 맡은 이서준은, 격렬하게 움직여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뒤쫓아 오는 적들에게 역습을 가하기 위해 숨어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며 수풀에 숨어 있는 늑대의 눈빛을 보이는 이서준을 보며 이진섭 감독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 바로 이거야!’

그가 이서준에게 반한 가장 큰 이유가 지금 보이는 저 눈빛 때문이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눈빛.

그것은 분명 배우의 눈빛이었다.

그때의 강렬했던 기억으로 인해 이진섭 감독은 배우로서 이서준을 캐스팅하길 원했고, 그의 열렬한 캐스팅 제의 덕분에 이서준은 멋지게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는 두 번째로 임하는 이번 드라마의 첫 촬영에서부터 이진섭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사내다운 눈빛을 마구마구 발산하고 있었다.

테러 집단 조직원으로 분장한 액션 배우들이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서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신체의 약점을 노리며 공격하는 이서준.

뒤따라오던 3명 중 한 명은 먹잇감의 숨통을 물기 위해 달려드는 늑대처럼 나타난 이서준의 강한 공격으로 인해 단숨에 바닥에 쓰러졌다.

역습을 가한 이서준에게 반격을 시작하는 2명의 조직원.

이서준은 그들의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피해 내며 반격을 시작했다.

‘오케이, 좋아.’

촬영 시작부터 보여 주는 배우들의 액션은 그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좋았다.

더군다나 그가 바라던 액션의 색깔 역시 제대로 표현해 주고 있었기에 감독으로서 무척 기뻤다.

원래부터 그가 원했던 드라마 속의 액션은 실제 특수 요원들의 움직임처럼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 일격필살을 노리는 리얼 액션이었다.

흔히 보는 영화나 드라마 속의 액션 신처럼 주인공의 화려한 발차기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적의 급소를 단숨에 공격해 적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실제 특수부대 요원들의 움직임을 닮은 액션을 요구한 것이다.

순식간에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배우들.

촬영장에는 어느새 마치 실제로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살벌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흉기를 든 손으로 이서준의 복부를 노리는 테러리스트.

이서준은 그의 손목을 자신의 팔로 치고 동시에 다른 손으로 적의 목젖을 공격했다.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이서준의 모습은 실제라고 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리얼했다.

다시 한 명이 쓰러지고 이제 남은 적은 단 한 명이었다.

그 역시 흉기를 들고 이서준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이서준의 움직임에 그의 공격은 실패한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 낸 이서준은, 상체를 숙이며 적의 공격을 피한 후 재빨리 상대의 팔을 잡고 관절을 꺾어 버렸다.

그리고 이서준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뒤편으로 이동한 후 초크공격을 시도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연속 공격에 한 명 남은 적의 고개도 마침내 힘없이 아래로 떨구어졌다.

이 장면을 모니터 화면을 통해 보고 있던 이진섭 감독은 기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커트! 아주 좋았어!”

감독의 ‘커트’ 소리와 동시에 쓰러져 있던 배우들이 눈을 뜬 후 서서히 일어섰다.

연기를 끝낸 이진은 평소의 서글서글한 모습으로 돌아와 상대 배우들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혹시 다친 곳이 없는지 물었다.

“광석이 형, 괜찮아요? 혹시 어디 맞은 데는 없어요?”

방금 깊게 몰입한 상태로 연기했기에 혹시 모를 실수를 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하, 괜찮아. 연습한 대로 정확하게 움직였는데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해. 너 방금 진짜 잘했어.”

“형이 진짜 잘했어요. 형의 리얼한 액션 연기 덕분에 저도 감정 잡기가 수월했고요.”

“그렇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잘한 셈이네.”

“하하, 그렇죠.”

격렬한 액션 연기를 연습하면서 많이 가까워진 그들이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편, 정주홍 감독은 이진섭 감독의 ‘커트’ 소리를 듣자마자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약간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어때? 괜찮아?”

그의 물음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이진섭.

그만큼 방금 찍은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었다.

“하하,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정주홍 감독님이 액션을 맡아 주시니까 이렇게 다르네요. 말 그대로 명불허전입니다. 하하하.”

이진섭 감독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자 걱정하던 정주홍 감독 역시 그제야 밝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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