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02화 (102/189)

102. 최고 인기 스타의 자리에 오르다(1)

♩♪♪♩

강렬한 비트가 내 귀를 때리고 있다.

그리고 내 고개는 그 비트에 맞춰 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비트 밑에 깔린 리드미컬한 드럼 라인 역시 나를 점점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 음악에 새로운 리듬과 소리를 더해야겠다는 욕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차오를 때쯤 내 손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둥 두두두 둥둥 뚜두 둥♪

내 손은 베이스 줄 위를 미친 듯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만들어 낸 펑키한 베이스 소리가 녹음실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그려 보던 음표들이 녹음 부스 안을 떠다니고 있었고, 그 음표들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화려한 색깔을 뽐내며 멋지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참 동안 연주에 푹 빠졌다.

마침내 끝난 연주.

몇 분 동안 연주했을 뿐인데 얼마나 몰입했는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지친 몸을 추스르려고 할 때, 녹음 부스 안에 설치된 스피커로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너무 듣기 좋았는데… 넌 어땠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갈까?]

녹음을 도와줄 엔지니어로 와 있던 동갑내기 회사 친구인 이원석의 물음이었다.

난 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방금 만든 프레이즈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래서 더 안 해도 될 거 같아. 대신 곧바로 기타로 넘어가자. 지금 느낌 올 때 바로 이어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내 말을 들은 원석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지쳐 보이는데 괜찮겠어? 내일도 촬영 있다며. 몸 생각해서 그만두는 게 어때?]

친구가 걱정해 주는 건 고마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을 놓치긴 싫었다.

“괜찮아. 조금만 더 하면 돼. 애들한테 약속한 것도 있으니 서둘러야 해. 자, 바로 가자.”

[…그래, 알겠어. 그럼 바로 간다.]

“응.”

나는 들고 있던 베이스를 세워 두고 옆에 놓여 있던 기타를 들었다.

그리고 원석이의 신호에 맞춰 곧바로 녹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참을 연주했다.

오랜만에 하는 음악 작업이라 그런지 흠뻑 빠진 상태로 연주할 수 있었다.

기타 연주까지 끝낸 나는, 다시 한번 곡을 다듬고 난 후 1차 녹음 마지막 순서인 가이드 녹음을 시작했다.

물론 가이드 녹음을 할 가수는 바로 나 본인이었다.

가사를 아직 만들지 않은 관계로 말도 안 되는 영어 가사로 노래를 불러야 했지만, 이렇게 녹음실에서 노래하는 것도 오랜만이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마침내 가이드 녹음까지 끝낸 나는 드디어 그동안 미뤄 왔던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소리를 질렀다.

“다 됐다!”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계속 차일피일 미루던 일을 드디어 해치웠다는 생각에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른 것이다.

[오빠, 고생하셨어요.]

갑자기 녹음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여자들의 목소리.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녹음 부스 밖을 쳐다보니, 어느새 나타난 워너비 걸즈가 나를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들을 오랜만에 보는 거라서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날 듯이 부스 밖으로 뛰어나갔다.

“지금 왔어?”

“네, 방금 왔어요. 우리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죠?”

“아마 그럴 거야. 거의 두 달 만에 얼굴 본 건가?”

“그 정도 된 거 같아요.”

워너비 걸즈 멤버 중 맏언니인 레아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막내 연아가 입을 삐죽이며 끼어들었다.

“레아 언니만 따로 본 지 두 달이 되겠죠. 전 오빠 본 지 세 달이 넘었어요. 오빤 레아 언니만 예뻐하는 거 같아요.”

그녀의 투정에 채원 역시 거들고 나섰다.

“맞아요. 오빤 레아 언니만 이뻐해.”

“아, 아니야. 난 워너비 걸즈 전부를 좋아해.”

“피, 거짓말이죠?”

“거짓말 아니야. 내 마음을 뭘로 증명하지? 혹시 멋진 식당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 주면 증명이 되려나?”

“히히, 그럼 바로 증명됩니다. 그럼 말 나온 김에 바로 약속 시간 잡을까요?”

“그럴까요? 하하하.”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바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바로 이 녀석들이었다.

화장을 전혀 안 한 얼굴인데도 너무 예쁜 유정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방금 녹음하신 거 혹시 우리 노래에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래서 너희한테 회사에 있으면 내 작업실에 잠시 들러 달라고 연락한 거고.”

내 대답을 들은 유정이는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부탁했다.

“진짜요? 방금 잠깐 밖에서 들었는데도 너무 좋았어요… 오빠, 혹시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들을 수 있어요?”

“그거야 당연히 가능하지. 그럴 생각으로 너희에게 연락한 거니까. 그럼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마무리 작업하고 바로 들려줄게.”

나는 서둘러 가이드 녹음을 이전 악기 연주를 작업한 파일에 합쳤다.

마지막으로 내 목소리로 된 가이드까지 더했으니 이제야 제대로 된 데모곡이 나온 셈이었다.

작업을 마친 나는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워너비 걸즈를 향해 물었다.

“그럼 들어 볼래?”

“네, 좋아요!”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동시에 대답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나 역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곧이어 작업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노래.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워너비 걸즈 전원이 몸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듣자마자 귀에 바로 꽂히는 인상적인 비트를 들으며 그녀들 모두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들처럼 춤을 제대로 추는 가수들이 이런 신선하고 세련된 비트에 반응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는 드럼 소리.

킥과 스네어가 흘러나오던 비트 소리와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순간적으로 ‘업’해 주었다.

거기에 자연스럽게 베이스와 기타 소리까지 더해지니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오는 가이드 보컬.

마지막으로 내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이젠 완벽한 하나가 되어 듣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있었다.

제대로 된 감상을 위해 터져 나오는 흥을 억지로 누르며 참고 있던 그녀들도, 더 이상은 참기 힘들었는지 꾹 참고 있던 탄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와우, 진심 미쳤다 이 곡.”

“오우, 너무 좋아. 진짜 최고야 최고.”

이젠 아예 본격적으로 흘러나오는 리듬에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 주는 그녀들.

마치 클럽에 놀러 온 사람처럼 즐겁게 몸을 흔들며 음악을 듣다 보니 어느새 4분이라는 시간이 흘러 노래도 끝이 났다.

리더 예빈이가 가장 먼저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자신의 소감을 전했다.

“오빠, 리듬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듣지 못한 신성함도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예빈이 다음으로 유정이가 자신의 감상을 전했다.

“전 개인적으로 훅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진짜 귀속에서 아직까지 맴돌고 있어요.”

워너비 걸즈 모두가 마음에 들어 했기에 나는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흐흐, 모두 좋았다니 정말 다행이네. 사실 나도 너희가 이 노래를 들으면 좋아할 줄 알았어.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는 말이지. 내가 이 곡을 직접 만들면서도 ‘정말 좋은 곡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거든.”

평소 때라면 갑자기 잘난 척한다고 나를 보며 놀렸을 게 분명한 아이들이지만, 본인들도 노래를 직접 들어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두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문득 생각이 났는지 예빈이가 물었다.

“요즘 드라마 촬영한다고 바쁘셨을 텐데 도대체 언제 만드셨어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이 노래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던 때는 회상하며 대답했다.

“촬영장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빡’ 하고 머릿속에 그려지더라. 그래서 당장 스마트폰 들고 녹음했지. 오늘 오후에 시간이 난 김에 곧바로 회사로 와서 녹음한 거고.”

“그러시구나… 이럴 때 보면 오빠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요.”

“평소에는 아니고?”

“평소에는 약간 맹해 보이는 동네 오빠 같아요.”

“그래? 원체 맹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반박은 못 하겠다.”

“그죠? 저만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죠? 그러니까 평소에도 지금처럼 천재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 주세요. 그래야 사람들의 진정한 오빠의 정체를 알죠.”

“노력할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좋은 노래는 단 몇 분 만에 만들었다는 가요계의 히트곡 생성 전설처럼, 나는 이 노래를 진짜 단숨에 만들었다.

그냥 머릿속에 바로 이 노래가 떠올랐다고 볼 수 있었고, 머릿속에 있던 노래를 오늘 제대로 뽑아냈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닌 거 같았다.

오늘 워너비 걸즈와의 만남은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아하는 노래의 주인들을 보니 신이 났다.

그래서 신이 난 김에 노래에 관한 부연 설명과 함께 꺼내려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 노래는 내가 진짜 정식 데뷔 후 처음으로 전자음을 대놓고 사용한 곡이야.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은 초반부에 나오는 멜로디 라인과 중독성 강한 훅이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난 이 노래의 가사를 너희가 함께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나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들은 그녀들 모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고, 리더인 예빈이가 대표로 나서서 나에게 다시 물었다.

“저희가요?”

“응, 너희 모두가 함께 의논해서 만들어. 대충 이런 가사였으면 좋겠다는 내 의견을 덧붙이면… 지금 네 눈에 내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일지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 내 눈치 보지 말고 그냥 내게 가까이 다가와 고백해. 뭐 이런 자신감 넘치는 여자의 마음을 담은 내용의 가사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왕이면 라임이 제대로 살아나게 해 주고.”

난데없는 숙제의 등장에 워너비 걸즈 전원이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부를 노래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은 가수로서 항상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자기 노래를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가수의 꿈이었으니까.

중요한 거는 능력이 되냐 안 되냐의 문제인데, 이 정도 부연 설명까지 덧붙였으니 이 친구들이 빠른 시간 내에 좋은 결과물을 내게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다.

오늘 회사에 나온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그래서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레아가 물었다.

“오빠는 이제 집으로 갈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여기서 드라마 보고 들어갈 거야. 시간상 지금 집으로 움직이면 드라마 앞부분 못 보게 될 거 같거든.”

내 이야기를 들은 워너비 걸즈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을 확인한 레아가 놀란 표정으로 내게 다시 말했다.

“그러고 보니 5분 뒤면 오빠가 이번에 들어가신 드라마 첫 회 방영되지 않아요?”

“맞아. 정확히 4분 뒤에 시작하겠네.”

“그럼 저도 여기서 오빠랑 같이 볼래요.”

레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친구들도 차례로 드라마 보기에 동참할 뜻을 표명했다.

“저도요.”

“저돕니다.”

“나도 참가요.”

그렇게 어쩌다 보니 ‘미라클’ 1회는 회사에서 워너비 걸즈와 함께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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