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03화 (103/189)

103. 최고 인기 스타의 자리에 오르다(2)

‘미라클’ 1회를 조용히 감상하려던 원래의 계획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내 연기를 혼자서 조용히 모니터하려고 했는데, 원래의 계획과 다르게 여러 사람이 모여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1화를 보게 된 셈이다.

그냥 이대로 드라마를 보기엔 내가 손님 대접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처럼 보였기에, 나는 졸지에 손님이 되어 버린 워너비 걸즈를 향해 물었다.

“드라마 볼 때 뭐 먹어야 하는 거 아냐? 치킨 같은 것 좀 시킬까?”

내 말을 들은 예빈이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지금 시키면 드라마 끝나 갈 때 올 거예요. 그리고 저희 지금 체중 관리 중이니까 치킨은 안 먹는 게 더 나아요.”

“그래?”

예빈이의 말을 들은 나는 치킨 주문을 곧바로 포기했다.

그래도 테이블에 아무것도 없는 건 좀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어 냉장고에 있던 음료수를 꺼내 애들 앞에 놓아두었다.

“이거라도 먹어.”

“네, 고마워요.”

어느새 광고가 끝나 가고 있었다.

그걸 본 연아가 잔뜩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광고 끝났어. 이제 시작하려나 봐. 오빠, 본인이 나오는 드라마가 이제 곧 시작하려고 합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드라마가 곧 시작된다는 소리에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기에, 나는 손을 가슴 언저리에 대며 말했다.

“갑자기 너무 긴장돼. 심장도 마구 뛰고 있고… 목소리 때는 안 그랬는데, 이번에는 많이 긴장되네.”

내 말을 들은 연아는 짓궂은 장난을 치려는 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맡은 배역이 저번처럼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라 그런 거 아니야?”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히히, 오빠 배역 비중에 따라 심장이 뛰나 보네. 웃기다. 아, 시작한다.”

연아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드디어 드라마가 시작하는 순간이 되었기에, 우리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TV 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려야 했다.

드라마의 시작은 내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쫓기는 장면부터였다.

임무를 끝나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해 쫓아오는 테러리스트들의 격렬한 추격전이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서로의 원하는 바가 상충하였기에 싸울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액션 신은, 마치 헐리우드의 유명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첫 장면부터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었다.

몰입의 여파는 내 작업실에도 곧바로 나타났다.

“와… 대박. 너무 멋있어…….”

액션 신에 감탄한 채원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처럼, ‘미라클’을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비슷한 감탄을 터뜨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볼 정도의 멋진 장면이 연속해서 나왔다.

드라마 속 장면은 어느새 어느 허름한 건물의 내부로 옮겨졌다.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부터 나올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알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한 탓이었다.

지금부터 나올 장면은 도망치다 막다른 통로에 몰린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뒤따라오던 적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격투 장면이었다.

내가 이 장면 때문에 유독 더 긴장한 이유는,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제대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박혀야 드라마 초반부터 제대로 된 주인공의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 줄 수 있다.

그리고 연기자 및 스태프에게 엄청난 번뇌와 고민, 그리고 고생을 안겨 준 장면이기도 했다.

그런 사연을 품은 이번 장면이 실제 드라마에서 어떤 모습으로 TV에 나올지 너무나 궁금했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편집 과정을 본 조감독님에게 제법 괜찮게 나왔다는 이야기를 살짝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지금이기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모양이었다.

이제 그동안 간직해 왔던 큰 궁금증 하나를 풀게 될 것이다.

드디어 시작되는 롱테이크 액션 신.

화면 속 내 모습은 나름 괜찮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레아는 진심으로 멋있었는지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감탄했다.

“깍, 오빠, 화면 속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어쩌다 보니 급하게 몸을 만들었지만, 제법 괜찮은 몸이 만들어졌기에 화면 속에 나오는 내 모습이 나 스스로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촬영 감독님이 유독 예쁘게 찍어 준 덕도 좀 있는 거 같고…….

내일 촬영장에 갈 때 스태프 줄 피로회복제 여러 개를 챙기고, 고마운 카메라 감독님께는 특별히 더 비싼 놈으로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해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격투 신.

무려 5분 가까이 진행되는 액션 신은, 중간에 편집점 없이 한 번에 진행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인 격투 신이었다.

그 신을 보는 내내 함께 고생했던 액션 배우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이 있었기에 저런 멋진 장면이 탄생한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장면이 멋질수록 고생한 액션 배우들과 전 스태프에게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길었던 액션 신이 끝나자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던 다섯 여자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향했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나는, 황급히 그녀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드라마 잘 보다가 갑자기 왜 나를 쳐다봐?”

놀라서 묻는 내 물음에 유정이가 나서서 대답했다.

“여기 나오는 사람이 정말 오빠가 맞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봤어요.”

“그래? 나 맞아.”

“그렇죠. 얼굴이나 몸을 보면 오빠가 분명하네요. 근데 어쩜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요? 드라마에선 평소 오빠의 이미지와 다르게 완전 상남자예요.”

유정이의 말에 채원도 동조했다.

“맞아요. 진짜 이런 일을 하는 무서운 사람처럼 보여요. 한 마리의 맹수 같은 무서운 스파이 있잖아요. 딱 그 모습이에요.”

채원의 말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연기한 사람 입장에는 너무나 듣기 좋은 말이었다.

연기한 사람의 모습이 실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내가 연기를 잘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열심히 연기한 보람이 있네. 나 준비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급하게 준비하긴 했지만, 그 시간 동안만은 정말 열심히 했거든. 네 말은 그런 내 노력들이 빛을 발한다는 뜻이잖아.”

“그렇죠. 지금 보면 오빠 진짜 열심히 연습한 거 같아요. 우리 오빠, 너무 멋지십니다. 최고의 배우예요.”

채원이의 거한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한편으로 약간 멋쩍은 기분도 들었기에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 TV 화면에 집중했다.

때마침 이야기 전개상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우리 모두는 다시 드라마의 세계로 퐁당 빠졌다.

그렇게 70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은 쏜 화살과 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주인공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1화가 끝나게 되었는데, 보고 있던 다섯 여인은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내쉬며 드라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제법 몰입하며 드라마를 본 모양이었다.

“우와… 진짜 뭐야? 너무 재미있잖아. 오빠, 다음 이야기 뭐예요? 주인공 이준혁 어떻게 돼요?”

레아는 정말 드라마를 재밌게 본 모양인지 이어질 이야기를 내게 물었다.

다른 친구들 역시 다음 화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기분이 좋아졌다.

1화가 무척 재미있었으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 테지?

그렇다고 금기를 어길 수야 없었다.

“주연 배우가 먼저 스포를 할 수는 없잖아. 너희가 이렇게 궁금해하는데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못하는 이 오빠의 마음을 너희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내 말은 들은 레아는 진심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잉, 너무 궁금한데… 나한테만 살짝 말해 주지. 어서 시간이 빨리 흘러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2화 보게 말이야.”

레아의 아쉬움이 담긴 말에 예빈이도 웃으며 거들었다.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드라마 볼 수 있게.”

“나도 딱 그런 심정이야. 너무 궁금해서 내일 하루 내내 생각날 거 같아.”

레아의 마지막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사람 모두 그 말에 동의했다.

드라마가 끝났기에 나는 워너비 걸즈와 작별 인사를 했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손을 흔들며 그녀들은 떠나갔고, 나는 곧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일단 작업실 소파에 다시 앉았다.

갑자기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내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함께 출연 중인 배우들이 속해 있는 단톡방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아마 모두 드라마를 보고 나와 비슷한 마음일 테니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 같았다.

어느새 피곤까지 잊은 나는 즐거운 표정으로 단톡방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 *

내 두 번째 드라마인 ‘미라클’은 첫 회부터 바로 터졌다.

1화 평균 시청률이 무려 18%나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드라마 시작 전까지 걱정이 많았다.

계속 언론에서 이번 드라마는 걱정이 된다는 식의 기사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누가 먼저 시작한 이야기인지 모르겠는데, 드라마 방영 전까지 일부 언론의 보도 방향은 대부분 비슷했다.

아니 모두 다 내가 이번 드라마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선택이라는 걱정이 담긴 기사들이었다.

그 기사들이 제시한 근거들은 비슷했다.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 중 하나는 내가 주연을 맡기엔 이르다는 점이었다.

분명 ‘목소리3’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지만, 단 한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곧바로 주연을 맡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이었다.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이야기는 드라마의 장르였다.

액션 연기와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지금 와 생각하면 가장 일리 있는 근거이기도 했다.

실제 ‘브레드 리의 눈’이란 아이템을 얻기 전의 내 액션 연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유 외에도 이진섭 감독님과 최은희 작가님이 전작과 너무 다른 작품에 도전하는 것이 과욕이 낳은 선택 미스라고 평가절하한 기사도 있었고, 땜빵 편성이란 이유로 잘 안 될 거라는 뉘앙스를 담아 내보낸 기사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1화가 방영된 후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걱정이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 드라마에 서서히 열광하기 시작했고, 다음 날 2화가 방영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화는 단숨에 시청률 20%를 넘겨 버렸고, 기존에 보지 못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나왔다는 찬사가 담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인기의 가장 중심에는 주인공인 내가 있었다.

* * *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토크 버스킹’의 회식 자리.

오랜만에 하는 회식이라 메인 진행자인 김제영은 이미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술잔을 들어 다시 한번 원샷을 선보인 그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메인 피디 박지훈에게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프로 시청률 이번에도 떨어졌지?”

그의 물음에 박지훈 피디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형. 저번에 10%였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한 자리 대인 9%가 되었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