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04화 (104/189)

104. 최고 인기 스타의 자리에 오르다(3)

술이 약간 취한 김제영은, 약간 붉게 변한 얼굴로 박지훈 피디를 보며 말했다.

“이게 다 이서준 때문이야. 인기 많은 서준이가 빠지니까 우리 프로그램 시청률도 곧바로 빠지는 거잖아.”

‘토크 버스킹’의 진행자 김제영은, 자신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시청률 하락 원인을 이서준의 공백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지훈 피디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그러면 형 말은 지금까지 서준이 덕분에 우리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게 나왔다는 거예요?”

“그렇지. 솔직히 그건 맞잖아. 사실 지금까지 우리 프로그램에는 거품이 끼어 있었어. 이서준이란 아주 커다란 거품 말이야. 툭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 프로그램의 포맷을 보면 지금까지 이런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약간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우리가 원래 프로그램 기획하고 있을 때 시청률 얼마 예상했냐? 너 잘 생각해 봐. 기억나지?”

과거의 일을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박지훈 피디는 잠시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보아야 했다.

“…한 3%대만 나와 줘도 정말 대박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우리끼리 소주 마시면서 그 정도 시청률을 목표로 삼았던 거 맞죠?”

“응, 맞아. 딱 그 정도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었지. 근데 우리가 프로그램을 녹화하다 보니 어느새 시청률이 10%를 넘어간 거야. 이게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

거듭된 질문에 박지훈 피디 역시 그의 생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요. 서준이 덕분이었죠. 그 녀석 덕분에 우리 프로그램이 금방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또 그 녀석 팬들도 우리 프로그램을 많이 봐 주셔서 시청률도 올라간 거 맞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서준이가 없는 게 지금 우리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하락하는 게 정상인 거야. 안 그래? 내 말이 틀리냐고?”

“네, 형님 말이 다 맞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서준이 덕을 많이 보고 살았네요.”

‘토크 버스킹’이란 프로그램이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데는 누가 뭐래도 이서준의 공이 가장 큰 것은 맞았다.

그의 멋진 연주와 노래에 감동해서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생각 외로 진행을 잘하는 그의 진행 능력 덕분에 프로그램도 보다 재밌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이서준이 드라마 촬영 일정상 잠시 프로그램을 떠나 있었으니, 전과 비교하여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고 프로그램 제작진도 이서준의 공백에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매우 높아진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뮤지션들을 계속해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하였지만, 그들이 아무리 좋은 노래와 연주를 들려주더라도 이서준이 빠진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제영은 이서준 없이 녹화를 거듭할수록 그의 공백의 여파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이런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다.

비어 있던 서로의 잔에 술을 따라 주고 곧바로 함께 잔을 비웠다.

소주의 쓴맛을 입 안에서 느끼며 빈 잔을 내려놓은 김제영은, 안주를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박지훈 피디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근데 과연 서준이가 우리 프로그램에 다시 출연해 줄까?”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그의 질문에 박지훈 피디는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세요? 혹시 서준이가 앞으로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래, 맞아. 난 앞으로 서준이가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그럼 너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 톱스타가 된 서준이가 드라마 끝났다고 다시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할 거라고 예상해?”

“네, 당연하죠. 서준이가 직접 자기 입으로 드라마 끝나면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우리 모두에게 말했었잖아요. 그러니 드라마 끝나면 당연히 출연하겠죠.”

김제영은 너무나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는 박지훈 피디를 보며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넌 다른 데도 아니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피디라는 양반이 그런 순진한 소리를 해 대니? 언제부터 우리가 일하는 방송국이 그렇게 약속한 대로 흘러갔어?”

“형이야말로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거예요? 갑자기 저보고 순진하다고 하시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이 말입니다.”

“그거야 네가 너무 순진하게 서준이가 꼭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렇지. 이 바닥 생리를 알 만한 사람이 모르는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걸 보면 너 뭐라고 표현할래? 그런 걸 보고 순진하다고 표현하는 게 틀린 거야?”

그제야 김제영이 이서준의 복귀에 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형이 보시기에는 서준이가 드라마가 끝나도 우리 프로그램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그의 질문에 김제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내가 보기엔 이제 서준이가 돌아오기 힘들어. 왜냐고? 다른 곳에서 그 녀석을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니까.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거의 최고 인기를 얻게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돈을 바리바리 싸 들고 이서준을 섭외하려고 할 거야. 그리고 서준이 쪽 입장에도 돈도 안 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계속 나올 이유가 없겠지. 네가 만약 JYK의 김진영이라면 어떻게 할 거 같냐?”

“…….”

듣다 보니 다 맞는 이야기라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이 만약 이서준을 데리고 있는 소속사 대표 김진영이라면, 자신 역시 ‘토크 버스킹’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더 이상 그를 출연시키지 않을 거 같았다.

‘물 들어올 때 최대한 노 저어라.’라는 이 바닥 최고의 격언처럼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쓸어 담아야 하는 게 연예계의 특성이었다.

출연료가 얼마 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돈을 많이 주는 스케줄 위주로 활동하는 게 백번 천번 나은 판단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뭐?”

“…아, 아니에요. 속상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냥 술이나 마십시다. 우리 오랜만에 회식하는 거잖아요.”

“…그래, 마시자.”

두 사람은 이내 이서준의 재출연에 대해 나눴던 대화를 잊고 다시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실 박지훈 피디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아는 이서준이라면 돈만 보고 움직이지 않을 거 같았기에 그래도 혹시 출연할 수 있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다.

그러나 연예계만큼 뒤통수 맞는 일이 많이 생기는 동네도 없었기에 그의 그런 생각은 결국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했다.

괜히 실없는 소리나 내뱉는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다시 속으로 삼키며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그는 그저 이서준이 다른 사람과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 * *

사람들의 기대를 크게 받지 못한 ‘미라클’은, 화를 거듭할수록 엄청난 시청률 상승을 보여 주고 있었다.

단 3화 만에 시청률 20%대의 벽을 돌파한 이 드라마는, 화를 거듭할수록 계속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었다.

7화 때는 무려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처음으로 기록하면서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의 메가 히트작의 발자취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미라클’의 히트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견이 오갔다.

이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궁금해진 것이다.

사실 ‘미라클’이라는 드라마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토록 큰 인기를 얻을 만한 요인이 생각보다 적었다.

예를 들어 드라마의 필승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한 로맨스가 담긴 장면이 단 1분도 나오지 않았고, 스토리 자체는 너무 복잡해서 중간부터 보려고 하는 사람은 이해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도 큰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미라클’의 성공 요인에 관해 분석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고, TV 프로그램 중 연예계 소식을 주로 알리는 ‘연예가 소식’이란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저는 연예가 소식의 리포터 김성민입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압구정동에 나온 이유는요, 요즘 최고로 사랑받는 드라마 ‘미라클’이 왜 그토록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분들과 직접 인터뷰를 해서, 그 원인을 한번 낱낱이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리포터 김성민은 곧바로 지나가는 30대 남자 한 명을 붙잡아 인터뷰를 시도했다.

“안녕하세요, 연예가 소식입니다. 혹시 드라마 ‘미라클’ 보시나요?”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남자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네, 봅니다. 너무 재밌는 드라마라 유일하게 본방 사수 해요.”

“그러시군요. 왜 그 드라마가 재밌다고 느껴지셨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리포터 김성민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액션에 관해 언급했다.

“제가 평소에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미라클’은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더 멋진 액션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이서준 씨의 액션 연기가 정말 멋있어요. 그래서 주말마다 기다렸다가 보는 거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김성민은, 30대 남자 다음으로 20대 여자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방금 인터뷰를 마친 남자와 같은 질문을 받은 여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이 ‘미라클’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일단 스토리가 너무 재밌고요, 그리고 이서준이 너무 멋있어요.”

“주연 배우 이서준 씨요?”

“네, 맞아요. 서준 오빠 너무 잘생겼고요, 목소리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나쁜 놈들하고 싸우는 장면도 너무 멋있어요. 한마디로 대박이에요.”

“그럼 이서준 씨 때문에 그 드라마를 보신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네, 맞아요. 저는 서준 오빠 때문에 봅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될까요?”

“네, 하세요.”

김성민에게 허락을 얻은 여성 팬은 앞에 놓인 카메라를 보며 하트를 그리며 말했다.

“서준 오빠 너무 사랑해요. 오빠 짱 멋있어요.”

이렇게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해 본 김성민은, 다음과 같이 ‘미라클’의 인기 요인을 정리했다.

“남자분들은 멋진 액션에 반했다는 이야기가 제법 많았고요, 여자분들의 경우에는 주로 주인공 역을 맡은 이서준 씨의 매력 때문에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의견도 많았는데요… 어떤 분들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다, 그리고 출연 배우들 전부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의견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결국, 저희가 알아본 ‘미라클’의 인기 요인은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멋진 액션 신과 주연과 조연 배우들 모두의 멋진 연기,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미라클’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주된 요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 드라마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사랑을 받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인터뷰 현장이었습니다. 이상 리포터 김성민이었습니다.”

* * *

이제 마지막 촬영만 남은 상태였다.

이번 신만 찍으면 이준혁과 헤어지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치 마음 한구석에 큰 구멍이 난 것처럼 허무함이 느껴졌다.

내 표정만 보고도 무엇을 느끼셨을까?

오늘 내내 내 옆을 지키고 있던 실장님이 나에게 따뜻한 차를 내주었다.

“마셔. 국화차야. 마시면 속이 따뜻해질 거야.”

“…….”

실장님을 말없이 잠시 쳐다본 나는, 따뜻한 차가 담긴 잔을 들었다.

그렇게 천천히 차를 마시니 신기하게도 실장님 말씀처럼 속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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