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13화 (113/189)

113. 2집 발매(1)

그 역시 이서준의 음악은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준이가 만든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 마치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외국 사람이 작곡한 곡처럼 신선한 느낌이 있더라고. 그리고 나중에 서준이에게 직접 물어보니 왜 그 녀석 음악에서 그런 느낌이 나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

“그 이유가 뭔데요?”

“서준이가 어려서부터 가요보다는 외국 팝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외국곡보다는 가요를 듣는 게 대세잖아. 그래서 서준이 나이 대의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가요를 많이 들으며 자라는 게 보통일 텐데, 서준이는 많이 달랐던 거지. 본인 이야기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왠지 모르게 팝 음악에 많이 끌렸다고 하더라.”

김진영의 이야기를 들은 박시혁은 이서준 음악에서 왜 팝 느낌이 강한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거 같았다.

아무래도 어릴 때 들으면서 자란 음악이 작곡가들의 음악적 베이스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서준은 팝과 록 음악이 그 베이스가 된 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가 만드는 음악에는 팝과 록 음악의 색깔이 묻어났을 것이다.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은 박시혁은,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진영에게 말했다.

“대한민국 1등 엔터테인먼트 회사 JYK의 김진영 대표님께 정식으로 부탁하겠습니다. 작곡가 이서준 씨에게 우리 BTC가 부를 만한 곡을 한 곡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립니다. 가능할까요?”

박시혁의 요청을 들은 김진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전 세계에 팬을 가지고 있는 BTC가 이서준이 작곡한 곡을 부른다면, 이서준의 작곡가로서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음원 수익 또한 이전에 했던 어떤 작업보다 클 것이 분명했기에 가능하다면 무조건 하겠다고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서준 또한 얼마 후 2집 발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유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지금 계획해 놓은 스케줄이 남아 있는데, 그걸 모두 미루고 BTC의 곡 작업에 임할 수는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김진영은,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박시혁을 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우선 서준이랑 의논을 해 봐야 할 거 같아. 요즘 2집 발매 때문에 정신이 없거든. 하는 건 좋은데 시간이 있어야 가능하지.”

“아, 그건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럼 좋은 답변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형이 연락 주세요.”

이 말을 끝으로 찾아온 용건을 모두 마무리한 박시혁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김진영이 급히 물었다.

“그냥 가게? 오랜만에 봤는데 같이 저녁이라도 먹어야지.”

“하하, 형님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항상 오케이지만, 오늘은 죄송하게도 제가 선약이 있네요. 대신 형님 편하신 날 술이나 한잔하시죠. 오랜만에 형님이랑 편하게 마시는 술자리가 너무나 그리워서요.”

“그래? 그럼 일정 확인하고 톡 보낼게. 그때 약속 잡자.”

“저야 좋죠, 형님.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일 때문에 무척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두 사람인지라 아주 간단히 용건만 주고받고는 그대로 헤어지게 되었다.

* * *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뮤직비디오 촬영이 모두 끝났다.

그래서 나는 수고한 모든 스태프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내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이 2곡이었고, 그랬기에 뮤직비디오도 2편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이번에도 뮤직비디오 촬영 일정은 무척 빠듯하게 짰다.

그래서 무려 4일에 걸친 강행군 후에야 뮤직비디오 촬영을 모두 끝낼 수가 있었다.

보통 촬영이 끝나면 무사히 마쳤다는 홀가분한 마음 때문에 자연스럽게 회식 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려 4일간 쪽잠을 자며 촬영을 마쳤기에 아무도 회식하자는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스태프에게 인사를 건넨 나는 곧바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차로 향했다.

차에 도착하니 언제나처럼 밝게 웃으며 반겨 주는 내 식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고생했어.”

“고생했어요, 오빠.”

“형, 고생했어요.”

실장님, 찬식이, 그리고 은비까지 모두 차 밖에 서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들을 얼굴을 본 나는 곧바로 웃음이 터졌다.

“하하, 모두 판다 곰이 됐네. 얼굴에 다크서클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내려앉았어. 하하, 대박은 실장님이다. 지금 실장님은 얼굴의 반이 다크서클이예요.”

“어, 진짜?”

내 말을 들은 실장님은 놀란 얼굴로 찬식이를 바라봤다.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자기의 얼굴에 진짜 심하게 다크서클이 보이는지를 찬식이에게 묻는 듯했고, 질문을 받은 찬식이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가 촬영 중간에 할 일도 없으니 집에 들어가서 편하게 자고 오라고 여러 번 권했지만, 고생하는 내가 눈에 밟혔는지 끝까지 나와 함께 있겠다며 고집을 부렸고, 그 결과 얼굴에 고생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나는 촬영이 끝났으니 우리 식구들을 얼른 쉬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차에 올라탔다.

내가 숙소에 도착해서 편하게 쉬는 모습을 보아야 이 사람들도 편하게 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빨리 숙소로 갈 생각이었다.

먼저 차에 탄 나는, 아직 차에 타지 않은 세 사람을 재촉했다.

“자, 이제 얼른 집에 갑시다. 더 이러고 있다간 연예인 한 명과 그의 스태프 전원이 과로로 인해 쓰러졌다는 부끄러운 기사가 내일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할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호들갑을 떨며 재촉하자, 세 사람 모두 웃으며 차에 올랐다.

어느덧 집으로 달리고 있는 밴 안.

거의 잠을 못 잔 상황이라 몸이 너무 피곤하였지만, 일에 관해 마무리할 이야기가 남아 있어 잠에 빠져들 수는 없었다.

일단 실장님은 이사 관련 이야기부터 꺼냈다.

“내가 얼마 전에 보여 준 그 빌라는 어떠니? 연예인들이 많이 산다고 했던 빌라 말이야. 아무래도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 지금 사는 곳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실장님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전에 봤던 고급 빌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연예인이 사는 빌라여서 기억이 선명한 빌라였다.

“그때 실장님도 보여 주셔서 저도 지금까지 쭉 생각해 봤는데… 실장님 말씀대로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해요. 월세가 너무 비싸서 그렇죠.”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고 집은 월세로 계약하는 게 더 나을 거야. 어차피 세금을 많이 내야 하니까 비용 처리 측면에선 월세가 더 나아.”

“네.”

나는 최근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최근 내 인기가 너무 많이 올라가면서 지금 사는 아파트에 계속 사는 것이 많이 불편해졌다.

찾아오는 팬들도 너무 많이 늘었고, 나로 인해 주변에서 사시는 분들도 피해를 입는 것 같아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으니 실장님이 먼저 나서서 내가 살 곳을 알아봐 주고 계셨다.

“근데, 오빠라면 그냥 그 빌라 사는 게 더 낫지 않아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은비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대꾸했다.

“야, 거기 가격이 얼마인 줄 알아? 정말 비싸.”

“저도 그건 들어서 대충 알아요. 근데 오빠 능력이면 솔직히 사는 것도 조금 무리하면 가능하잖아요.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 중인 그 집의 가격은 정말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비싼 집이었다.

그런 집을 나보고 사라니…….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그 집을 산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냐면 솔직히 내 대답은 ‘네’였다.

최근에 벌어들인 수입과 앞으로 들어올 예정인 돈까지 합치면 대출을 조금 낀다는 가정하에 구매는 가능했다.

하지만 돈은 있어도, 나 스스로 내가 그 정도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산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거 같았다.

그때,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실장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는 건 신중해야지. 지금은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거 같아. 돈은 다른 식으로 재테크하는 게 더 나아. 필요하다면 내가 자산관리사를 소개해 주고.”

실장님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돈은 잠시 생각을 안 할래요. 지금은 재테크 방법에 대해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까요. 대신에 기부를 좀 하고 싶어요.”

“기부?”

“네, 옛날부터 고아원 같은 보육 시설에 기부하고 싶었거든요. 봉사 활동 할 때 인연이 되어 한 2년 정도 다녔는데, 그때 그렇게 다짐을 했었어요.”

“그래? 나쁜 생각은 아니네. 절세도 할 수 있고 이미지도 좋아지니까. 굳이 알리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지?”

“하하, 네. 돈 많이 쓰는데 사람들한테 칭찬 좀 받아야지요. 헤헤.”

“그래, 잘 생각했어. 기부는 내가 알아볼게.”

이사 문제에서 기부에 관한 일까지 의논했지만, 아직 의논할 일은 더 남았다.

실장님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메모한 것을 꺼내 나와 계속 의논했다.

“아, 그리고 대표님이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이 있어.”

“그래요? 뭔데요?”

“BTC에서 너보고 곡을 하나 줬으면 한다고 하던데… 생각 있어?”

“네? 누구요?”

나는 생각지도 못한 가수 이름을 듣고 크게 놀랐다.

BTC라니…….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BTC가 나에게 곡을 의뢰한다니,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놀라고 있는 나를 보며 실장님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왜 놀라고 그래? 그 대단하다는 BTC가 너에게 곡 의뢰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아?”

“네, 듣고도 믿지 못하겠어요. 혹시 지금 너무 피곤해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요.”

내 대답을 들은 실장님은 약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난 다른 생각이 들어.”

“무슨 생각이요?”

“천하의 BTC도 우리 서준이에게 곡을 달라는구나 하는 생각. 빌보드에서 1위를 찍는 월드 스타가 곡을 달라고 하는 작곡가라… 나와 함께 하는 이서준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는 장면이잖아. 그러니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말이 그렇게 되나요?”

“그럼, 그렇지.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결정해. 우리 일도 바쁜데 무턱대고 한다고 하지 말고 부담되면 그냥 까 버려. 넌 그렇게 해도 돼. 내가 보기엔 이서준이 최고야.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실장님의 낯간지러운 말이 끝나니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은비도 갑자기 한마디 거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른 건 제가 모르지만 외모는 오빠가 짱이에요. 코디로서 드리는 말씀이니 공신력이 충분히 있다고 보셔도 돼요.”

은비의 말이 끝나니 운전하던 찬식이도 한마디 거들었다.

“성격도 형이 짱이에요. 한집에 사는 동거남의 보증이니 어디 가서 내 성격 좋다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나를 기분 좋게 해 주는 식구들의 칭찬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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