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14화 (114/189)

114. 2집 발매(2)

다만 조금 쑥스러운 마음에 낯을 붉히자 그 모습을 본 실장님이 센스 넘치게 무안한 순간을 일 이야기로 넘겨 버렸다.

“서준아, 미안한데… 아직 의논할 게 산더미처럼 남았어. 계속해도 될까?”

“아, 네.”

“일단 이번에 네 전용 너튜브 채널을 정식으로 오픈할 계획이었잖아. 근데 그 채널에 네 평소 생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바로 올리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내 평소 모습?

그런 건 찍어 놓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올리겠다는 생각이시지?

궁금증이 생긴 나는 실장님께 바로 물었다.

“제 평소 모습이요? 찍어 놓은 게 없는데 어떻게 올려요? 아, 내일부터라도 찍어서 올리겠다는 말씀이세요?”

“지금부터 제대로 찍어야지. 근데, 예전부터 찍어 놓은 영상도 있어. 물론 너 몰래. 흐흐. 내가 은비한테 평소에 괜찮은 장면이 있으면 너 몰래 찍어 놓으라고 부탁했었거든. 나중에 네 홍보용 자료를 쓸 생각으로 말이야.”

은비가 나 몰래 내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는 말에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고개를 뒷자리로 돌렸다.

그랬더니 은비가 나를 보며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실장님의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은비가 찍어서 모아 둔 영상을 내가 중간 점검 삼아 살펴봤는데, 제법 괜찮은 영상이 많더라고. 생각 외로 은비가 촬영도 훌륭하게 해 두었고… 내가 파일 정리해서 보여 줄 테니 네가 시간 날 때 직접 확인해 봐. 그래도 네 마음에 안 드는 영상을 올릴 수는 없으니까.”

“네, 그렇게 할게요.”

“아, 그리고 너한테 물어볼 게 또 있네. 이번 2집 홍보 때 진짜 개인 인터넷 방송 형식의 랜선 팬 미팅을 진행할 생각이야?”

“네, 가능하면 꼭 하고 싶어요.”

랜선 팬 미팅은 내가 직접 제안한 홍보 활동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1인 미디어 시대로 변해 가는 우리의 방송 환경을 고려했을 때 팬 미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많은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과 직접 만나는 뜻깊은 자리 또한 반드시 만들 계획이었지만, 직접 대면하는 팬 미팅의 경우는 여러 가지 사정상 한정적인 인원만 참석할 수 있는 팬미팅 현장이었기에, 좀 더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는 팬 미팅도 하고 싶었다.

랜선 팬 미팅은 서버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팬 미팅 방식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도전해 볼 생각을 했다.

“그럼 전에 네가 부탁한 대로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방송인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할까? 네가 기왕이면 인터넷 방송 잘하는 노하우를 배워서 팬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했잖아.”

“어, 그게 가능해요? 만약 진짜 된다면 저야 무조건 감사한 일이죠. 그분들만 가능하다면 전 꼭 만나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배울 거니까요.”

“그래 알겠어. 너튜브 쪽에서 인기 있는 스트리머도 연락해서 함께 만날 수 있도록 해 볼게. 그리고 기왕이면 그 사람 영상에 네가 출연하는 것도 내 생각에는 나쁜 생각이 아닐 거 같아. 요즘 인기 너튜버의 영상 중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은 100만 뷰가 넘어가는 경우도 꽤 많더라고. 그건 웬만한 예능프로그램 출연하는 것보다 더 좋은 홍보 효과가 생긴다는 뜻이잖아.”

“어, 그것도 재밌겠다. 스케줄만 잡아 주시면 제대로 해 볼 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의논할 게 있는데…….”

어느새 집에 거의 도착하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실장님의 브리핑은 도무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문득 한 가지 걱정이 머릿속에 살며시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설마, 집에 가서도 회의를 이어서 하지는 않겠지?’

급히 의논해야 할 일 이야기라면 당연히 해야겠지만, 지금은 눈만 잠시 감고 있어도 바로 잘 거 같은 상황이라 가능하다면 회의를 조금 미루고 싶은 게 지금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 * *

오랜만에 시내에 나온 이수정.

그녀는 오랜만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함께 서울로 올라왔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기 위해 시내로 나왔다.

갑자기 오후 강의 하나가 휴강이 되면서 시간이 생겼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도 때마침 시간이 되어 급하게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이수정은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좀 일찍 서두른 덕분에 약속 시각보다 35분이나 일찍 도착한 것을 확인한 그녀는 곧바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는 중인데 조금 늦겠다는 친구의 답신에 이수정은 근처를 둘러봤다.

약 20m 떨어진 거리에 보이는 대형 카페 하나.

이수정은 곧바로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친구가 도착하기까지 약 4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기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은 이수정.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오빠 2집이 언제 발매되지?’

2집 앨범 활동 준비로 매우 바쁘게 지내는 오빠 모습을 보니, 오빠의 컴백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대충 짐작이 되었지만, 정확히 언제 컴백하는지 그 날짜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오빠에게 무심해서 모르는 건 아니었다.

평소 이서준이 동생에겐 일에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빠가 연예인인 걸 의식하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 이서준의 마음 씀씀이 때문이었다.

그 대신 자신은 동생의 일과에 관심이 많았다.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매일 2번 정도는 카톡을 보내 이수정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마 집에서 실제로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근에 생긴 걱정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봐서는 곧 다른 집으로 이사할 것 같았는데, 오빠가 톡으로 보내 준 집의 크기를 생각하면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왜냐하면, 집 청소는 자신의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이수정은 엄마를 대신해 청소, 빨래, 요리 등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지금 집도 넓어 청소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사는 집보다 훨씬 큰 집으로 이사할 거라고 하니 벌써 청소할 생각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사하는 것에 반대할 마음은 없었다.

그녀 역시 최근 자신의 오빠가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불편한 일이 많이 생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웃에 사는 분들께 더 큰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자신들이 이사를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커피를 마시고 있던 그때, 그녀의 옆에 앉은 두 명의 여성이 나누는 대화가 그녀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서준 오빠 채널에 올라온 새 영상 봤어?”

“응, 봤어. 오빠가 배고파서 먹을 것 찾는 영상 맞지? 배가 고파서 냉장고 자꾸 열어 보는 오빠 모습 너무 귀엽더라. 그냥 매니저 보고 사 달라고 하면 될 것을 그 말을 못 해 냉장고만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크크.”

“크크, 맞아. 귀여운 강아지 같았어. 너무나 사랑스러운.”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자기 오빠의 이름이 들리니 이수정의 귀가 쫑긋하며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의 표정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지만, 그녀의 신경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화 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근데 영상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여자분은 누굴까? 아마 코디겠지? 그리고 남자는 매니저고.”

“아마 그럴걸? 근데 진짜 그 세 사람 티키타카가 예술 아니야? 너무 웃겨. 넌 어떤 영상이 제일 재밌었어?”

“나는 우리 오빠가 요리해서 배고픈 두 사람 식사 챙겨 주는 영상이 너무 훈훈해서 좋더라. 오빠도 촬영이 늦게 끝나서 무척 힘들었을 텐데 그냥 아무 말 없이 먹을 거 준비해서 식탁 위에 놓아 두는 장면 거의 예술 아니야? 너무나 다정하잖아.”

“아, 나도 그 영상 봤어. 네 말대로 너무 스윗하더라. 우리 오빤 얼굴도 잘생겼는데, 마음까지 잘생겼어. 완전 무결점 남자야.”

“맞아, 그래서 걱정이다. 이렇게 오빠만 보다가 내 주변에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되면 눈이 높아져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 만약 그렇게 되면 앞으로 분발해야 할 내 연애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길 거야. 나 계속 남친 안 생기면 어떡해?”

“무슨 그딴 걱정을 해? 나는 그냥 다른 남자 안 사귀고 오빠만 바라볼 거야. 그게 더 행복할 거 같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이수정은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빠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단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 오빠 동생도 봤어? 걔는 얼마나 좋을까? 태어나 보니 오빠가 이서준인 거잖아.”

티를 안 내려고 태연한 척하고 있던 이수정은,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바람에 두 사람과 눈을 마주 본 이수정은 다시 놀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속으로 소리쳤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오빠 너튜브 채널에 내 모습이 나왔다는 거 아니야?’

당황하던 이수정은 곧바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너튜브에서 오빠의 이름을 검색했다.

이윽고 발견한 오빠의 채널.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12개 정도의 영상이 올려져 있었다.

그중 집에서 촬영한 듯한 영상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수정은 이 영상이 자신이 나온 영상임을 직감하고 바로 재생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바라보는 하나의 영상.

그 영상 속에는 두 사람이 나누었던 대화처럼 자신이 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수정.

자신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노출이 안 되고 있음을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휴~ 다행이다.”

작게 중얼거린 이수정은, 편해진 마음으로 오빠의 너튜브 채널을 다시 바라봤다.

그리고 발견한 놀라운 사실 하나.

오빠의 채널 구독자 수는 무려 320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헉!”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곤 그제야 실수를 깨닫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자신이 한 실수에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수정은 방금 자신이 본 구독자 수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정확히 지금 오빠 채널의 구독자 수는 320만이 조금 넘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자신이 알기론 대한민국 가요계의 최고 여가수라고 할 수 있는 이세린 채널의 구독자 수가 470만이 조금 넘는다고 알고 있다.

오빠는 이세린과 비교해서 150만 명 정도 적지만, 이세린의 경우 채널을 운영한 지 몇 년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신의 오빠는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300만이 넘은 것이다.

이건 정말 자신의 오빠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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