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2집 발매(3)
오빠의 높은 인기에 새삼스럽게 다시 놀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럴 때는 솔직히 오빠 이서준이 같은 집에서 함께 먹고 자고 했던 자신의 오빠 이서준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아직 착한 오빠와 스타가 된 오빠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약간 멍한 표정을 짓던 그때,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친구 역시 이수정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는지 해맑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이수정에게로 걸어와 그녀가 앉아 있는 자리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미안해, 수정아. 내가 늦어서 많이 기다렸지?”
“아냐, 여기 카페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어. 그리고 네가 늦은 것도 엄밀히 따지면 갑자기 내가 보자고 해서 생긴 일이잖아. 그러니 사과할 필요 없어.”
“그래? 히히, 늦은 거 이해해 줘서 고맙다, 친구야.”
오랜만에 보는 거라 살갑게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이수정의 고교 동창이자 베스트 프렌드인 미연은, 목이 말랐던지 이수정이 먹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빼앗아 마시고는 곧바로 이서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미연은 자신의 오빠인 이서준을 직접 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근데, 네 오빠 인기 요즘 장난 아니더라. 정확히 어디에서 본 건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연예인 인기 순위 같은 거였는데, 네 오빠가 1위더라. 거기 적힌 설명에 따르면 3주 연속 1등이라고 하더라고. 이렇게 오랫동안 1위를 한 연예인이 몇 명 안 된다고 하던데… 넌 혹시 그거 본 적 있어?”
원래 미연은 약간 눈치가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편이었는데, 오늘도 역시 만나자마자 눈치 없이 오빠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의 모습에 이수정은 순간 당황했다.
그래서 얼른 친구의 입부터 막았다.
“야, 너 지금 여기서 우, 우리 오… 잠시만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잠깐만!”
여기서 미연이 오빠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 있는 오빠 팬이 자신이 이서준의 동생인 것을 알아챌까 봐 걱정되었다.
자신이 이서준의 동생인 걸 알게 된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나, 매우 낯 뜨거운 상황이 연출될 거 같아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눈치 없는 자신의 친구는 그런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입을 막고 있는 손을 억지로 떼 내며 투정을 부렸다.
“아니 너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입은 왜 막는 거야? 나보고 지금 닥치라는 뜻이야? 이야, 우리 이수정 많이 변했네. 자기 오빠가 요즘 최고 인기 스타 이서준이라서 불알친구인 날 괴롭히는 모양인데,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 읍……”
이수정은 자신이 말을 막으려고 하자 더욱 거세게 날뛰는 미연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강한 물리력을 사용했다.
황급히 달려들어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입이 이수정의 손에 의해 막힌 미연은, 강하게 몸부림치며 이수정의 강압적인 구속에 저항하려 하였지만, 너무나 크게 차이 나는 힘의 불균형 덕분에 입이 막힌 채 속절없이 카페 밖으로 끌려 나가야 했다.
카페 안의 사람들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갑자기 왜 저러냐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이수정 바로 옆에서 수다를 떨던 두 명의 이서준 팬은 방금 들은 미연의 말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명 중 한 명이 놀란 표정 그대로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너도 혹시 들었어? 나 방금 나간 여자 두 명이 이서준이라고 말하는 걸 분명 들은 거 같은데…….”
“어, 나도 그래. 나도 분명히 들은 거 같아. 그리고 네 오빠라고 말하는 걸 들은 거 같기도 하고… 만약 내가 들은 게 사실이라면… 아까 우리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우리 서준 오빠의 여동생… 에이, 아닐 거야. 서준 오빠의 여동생을 여기서 만난다는 게 말이 돼? 안 되잖아. 우리가 잘못 들은 게 분명해.”
“맞아, 그건 아닐 거야.”
그러나 그렇게 대답한 여자의 진짜 속마음은 대답과 달랐다.
아닐 거야 하며 말하는 그 순간에 떠오른 이서준의 얼굴과 방금까지 옆에 있던 여자의 얼굴을 매치해 보니 생각도 못 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묘하게 두 사람이 많이 닮았다는 결론이 나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서준의 얼굴을 검색해 직접 보면서 비교해 보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닮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믿을 수 없는 결론을 얻은 그녀는 이수정이 나간 카페 문을 바라보며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렇게 여러 번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 * *
큰 규모와 세련되고 멋진 시설을 자랑하는 JYK 본사 건물에 들어선 네 사람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걸으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는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JYK 회사 내부를 소개했던 적이 많아 처음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그렇게 내부를 구경하며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가니 조금 뒤 제법 큰 사무실이 눈에 보였다.
내부 구조를 보니 아마 회의실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안내를 맡았던 직원은 네 사람을 테이블에 앉혔다.
그리고 각자 마실 음료까지 테이블에 세팅해 준 후 그들을 보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시면 조상구 실장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 네.”
인사를 한 직원이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그들만 덩그러니 남아 실장이란 사람을 기다리게 된 네 사람.
이들은 서로 간에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던 그들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이 인상적인 30대 초반의 남자였다.
“아까 제대로 인사를 못 나눈 거 같은데, 다시 인사하죠. 모두 잘 지내셨죠? 오늘 여기서 보게 되니 더 반갑네요.”
웃으며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남자는 유명 인터넷 방송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남자 BJ 기용이었다.
그는 헬스로 다져진 멋진 몸매와 잘생긴 외모로 개인 방송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 BJ였다.
저번 달에 인터넷 방송으로만 월 2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는 기사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그는, 너튜브 구독자 수가 120만에 달할 정도의 유명 인플루언서였다.
“기용 씨랑 저는 저번 주에 우연히 지나가며 봤잖아요. 다른 분들도 몇 달 전에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클럽에서 봤나요? 아무튼, 저도 오랜만에 여러분을 보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그리고 JYK가 정말 대단하긴 하네요. 이렇게 바쁜 4명을 동시에 모으다니 말이에요.”
BJ 기용의 인사말에 이어 입을 연 여자는 기용과 같은 인터넷 방송국에서 활약하는 여자 BJ 금희였다.
모델을 연상시키는 멋진 몸매와 청순하고 예쁜 외모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 여성 BJ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BJ였다.
특히 너튜브 때문에 많이 유명해졌는데, 현재 그녀의 채널 구독자 수가 무려 200만을 넘기면서 큰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었다.
다른 두 사람 역시 1인 미디어 세계에서는 독보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또 한 명의 남성은 유명 너튜버이자 크리에이터인 임종철이었는데, 철 TV 채널로 유명해진 사람이었다.
특히 10대, 20대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로서 게임 콘텐츠가 대박 나면서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마지막 여성은 전직 걸그룹 출신으로 외국계 인터넷 방송에서 주로 활동하는 여자 BJ 나르미였다.
그녀 역시 인터넷 방송과 너튜브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인물 중 하나였는데, 앞서 소개한 3명에 비해서는 아직 유명세가 조금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1인 미디어에서 활동한 기간이 3년 정도로 가장 짧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중 가장 단기간에 크게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라 할 수 있었다.
이런 기세로 계속 성장한다면 시간이 흐른 후 이들 중 가장 큰 인기를 끌 만한 1인 미디어의 미래를 선도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금희는 큰 기대감이 서린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이서준 씨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살짝 떨리는 거 같아요. 여러분은 안 그러세요?”
그녀의 물음에 임종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저도 떨리네요. 요즘 최고 스타잖아요. 그런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떨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다른 두 분도 저처럼 떨리시죠?”
그의 물음에 나르미 역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독 기용은 자신은 떨리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 안 떨려요. 솔직히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지만 연예인은 많이 만나 봤잖아요. 연예인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이서준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전 그냥 JYK 본사 내부 보는 게 더 떨려요. 이런 곳은 정말 쉽게 와 볼 수 없는 곳이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속마음은 이서준에게 지기 싫다는 묘한 경쟁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그도 방송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보이 그룹 멤버가 되기 위해 연습생 생활을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데뷔에는 실패했다.
회사 연습생끼리의 내부 경쟁에서 밀려 데뷔조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로 인해 방황하다가 우연히 시작한 게 인터넷 방송이었다.
연습생 중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가 이쪽으로 오니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활동 환경이 바뀐 덕분에 외모라는 무기를 쥐게 된 그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노력한 후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단지 경제적인 면만 따지면 진짜 톱급 연예인이 아닌 이상 자신을 넘어서는 연예인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자신이 원래부터 서길 원했던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이서준에게 약간의 반감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물이 정말 잘생겼다고 하던데… 예전에 함께 일하던 분이 이서준 씨를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지게 생겼을지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미라클 보면서 완전 팬이 되었거든요.”
나르미의 말을 들은 임종철은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르미의 말에 대꾸했다.
“나르미 씨,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솔직히 우리는 알잖아요. 화면과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를요. 화면에서 그 정도 나올 정도면 실제로는 키도 별로 안 크고 체구도 작을 수 있어요. 그리고 얼굴도 보정을 했을 수 있으니 우리 기용 씨가 더 잘생겨 보일 수도 있어요.”
임종철의 말을 들은 기용은 절대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이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어떻게 이서준 씨 얼굴과 비교합니까? 행여나 누가 들을까 두렵네요.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기용이었다.
인터넷 방송에서 성공한 후 엄청난 돈을 들여 가며 성형과 시술을 꾸준히 받고 있는 그였기에 솔직히 외모로는 자신이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을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