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23화 (123/189)

123. 연말 시상식(1)

‘전국 7개 도시에서 열린 이서준 전국 투어 콘서트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가수이자 배우인 이서준은, 처음으로 콘서트를 여는 신인 가수답지 않게 뛰어난 가창력과 훌륭한 연주 실력, 그리고 화려한 무대 연출과 재밌는 공연 구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얼마 전까지 인기 드라마 미라클의 주인공 역할을 맡으며 훌륭한 연기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그가, 자신의 본업인 가수로 돌아가 이렇게 멋진 공연까지 보여 주었기에 올 한 해는 이서준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미국 등 해외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BTC와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가요 대상을 놓고 크게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이서준은, 과연 받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신인상과 더불어 올해의 가수상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예 소식, 김유리 기자―

잠시 쉬는 시간에 나영은 최근 생긴 습관대로 이서준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고 있었다.

그런 그녀 곁으로 같은 팀 멤버이자 리더인 지호가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언니 뭐 봐?”

지호는 연말 가요제 특별 무대를 장식할 안무를 연습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언니 나영이 뭘 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다가온 그녀의 물음에 나영은 황급히 자신이 보고 있던 기사를 얼른 지우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어. 목마르지? 음료수 줄까?”

표정을 숨긴 채 괜히 음료수를 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지호는, 약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언니 나 다 봤어. 서준 오빠 기사 보고 있었지? 요즘 부쩍 서준 오빠 소식 챙겨 본다. 도대체 언니가 이러는 이유가 뭘까?”

“…….”

무언가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지호를 본 나영은,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숨긴다고 노력해 보았는데 허무하게 들켰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영은, 완전히 힘 빠진 모습으로 닫혔던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부인을 할 작정이었다.

“야, 그냥 봤어. 우리랑 서준 오빠가 보통 사이냐? 워낙 가까운 사이잖아. 그래서 착한 동생으로서 서준 오빠 기사 챙겨 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변명을 해 보았지만, 지호는 그런 어설픈 변명이 통할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기대와 다르게 나영의 말을 들은 지호는,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영에게 다시 말했다.

“언니. 나랑 언니가 몇 년 알고 지낸 사이인 줄 알지? 그러니 어설픈 연기하지 말고 우리 솔직해지자. 알겠지, 언니?”

나영은 지호의 표정을 보자 더 이상 숨기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티 났어?”

“응, 숙소에서도 계속 서준 오빠 노래만 듣고 쉴 때마다 서준 오빠 소식 찾아보고 하는데 어떻게 모르냐? 아마 우리 멤버들 모두 다 나처럼 언니가 이상하다 느꼈을걸.”

“…이런 제길…….”

“하하하.”

평소에 잘 안 하던 거친 말까지 서슴없이 쏟아 내는 맏언니의 생소하지만 귀여운 모습에 지호는 다시 한번 크게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웃음이 겨우 진정된 지호가 다시 나영에게 물었다.

“언제부터야?”

지호의 질문을 들은 나영은, 잠시 골똘히 고민한 후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음… 호감은 첫 만남에서부터 느꼈던 거 같고… 설레는 마음을 강하게 느끼기 시작한 건 최근 오빠 콘서트장에 갔을 때부터야. 오빠 마지막 노래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더라고. 그리고 대기실에서 오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하더라. 같은 가수라서 그런지 오빠 무대가 내 눈에는 더 멋있게 보였나 봐.”

나영의 대답을 들은 지호도 그녀가 말한 심쿵 포인트가 어느 순간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최근 이서준의 콘서트 직캠 영상이 정말로 큰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서준은 그의 콘서트 마지막 앵콜 곡 직캠 영상 덕분에 다시 한번 크게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이서준은 콘서트의 앵콜 곡으로 이번에 발매한 정규 2집 앨범 타이틀곡인 ‘life’를 부르며 그날의 콘서트를 마무리하곤 했었는데, 핀 조명 아래에서 그저 담담하게 ‘life’를 부르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멋진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특별한 악기 없이 그저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구성한 무대였지만, 그의 목소리가 가진 힘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런 멋진 무대였다.

그리고 여기에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다운 외모를 가진 이서준이 우수에 찬 눈빛으로 노래를 불렀으니, 그의 그런 모습을 본 팬들은 다시금 그의 매력에 ‘풍덩’하고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서준의 공연 직캠 영상은 최근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일명 ‘짤’이 되었고, 그 모습을 현장에서 본 나영 역시 멋진 이서준의 모습에 반한 모양이었다.

잠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나영을 쳐다보던 지호는,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지금 오빠랑 사귀고 있는 거야?”

지호의 돌려 말함 없는 직설적인 물음에 나영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 아냐. 우리 그런 사이 아냐.”

“…그럼 언니 혼자 마음이야?”

“…….”

붉어진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영의 모습에 지호는 다시 한번 크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휴, 같은 회사라 연애 상대로는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한데… 근데 오빠가 쉬운 상대는 아니다, 그지?”

“……그렇지.”

회사 내에서 이서준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

회사 내 여자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직원들까지도 이서준을 바라볼 때면 눈이 하트 모양으로 바뀌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긴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 바로 이서준이었으니, 그가 회사 내에서 이런 큰 주목을 끄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화제의 중심이 된 이서준은, 조심스럽게 그의 성 정체성(?)에 관해 살짝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스캔들이 없었다.

보통은 팬덤이 중요한 아이돌들도 조용히 뒤에서 연애 활동을 하곤 하는데, 이서준은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조용했다.

그런 피 끓는 청춘답지 않은 모습에 혹시 하는 마음으로 잠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서준 곁을 지키는 최측근들의 따끈따끈한 증언에 따르면 그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하는 믿을 만한 답변에 있었기에 이상한 의심의 눈초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럼 도대체 이서준은 왜 연애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

이 역시 최측근 중 한 명인 이서준 전속 스타일리스트 이은비 양의 증언에 따르면, 관심은 분명 가지고 있는데 지극 정성을 보이는 팬들을 위해 열심히 참는 중이라는 신뢰성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원래 이서준의 개인적 연애 스타일 자체가 짝을 찾아다니는 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인연을 기다리는 스타일이었기에 스캔들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는 숨겨진 사실도 밝혀졌다.

그리고 최근에 그의 스케줄이 무척 바빴던 관계로 연애 사업을 시작할 시간적 여유가 도저히 생기지 않았던 것도 그가 삭막한 연애 노선을 걷고 있는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호였기에 언니 나영이 더 걱정되었다.

“…괜찮아?”

혹시 사랑하는 언니가 혼자서 마음 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담긴 물음이었다.

그런 지호의 마음을 읽은 나영이기에 일부러 더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진짜 리얼 진심으로 하는 소린데… 나 정말로 괜찮아. 이렇게 옆에서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게 의외로 좋더라고. 순수했던 첫사랑 같은 느낌도 들어서 더 설레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얼굴 풀도록 해.”

“…….”

언니가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건 금방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두 사람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혼자만의 바람도 마음속으로 그려 보았다.

그냥 머릿속으로 두 사람이 함께 웃는 모습을 떠올려 보니 제법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 한 가지 궁금증이 따라서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런 이유로 나영에게 물었다.

“근데… 서준 오빠는 지금 뭐 하고 있어? 언니 혹시 알아?”

지호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잠시 이서준의 행방에 관해 고민해 본 나영은, 조심스럽게 지금 이서준이 어디에 있을지 추측해 보았다.

“혹시 오빠도 우리처럼 가요제 특별 무대 연습하고 있지 않을까? 콘서트는 다 끝나서 이것 외에는 큰 스케줄이 없잖아.”

“…하긴 그렇겠다.”

그렇게 두 사람은 관심 대상인 이서준의 행방에 관해 잠시 궁금증을 가지고 추측해 보았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두 사람 다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 * *

나는 오랜만에 떨린다는 어색한 감정을 느끼며 낯선 연습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연습실 소파 옆에는 지금 내가 잠시 방문한 회사의 이름인 ‘빅챈스’라고 적힌 글자 간판이 보였다.

갑자기 목이 탄다는 생각에 들고 있던 생수통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후회했다.

‘괜히 혼자 가겠다고 우겼나? 이럴 줄 알았으면 실장님 말씀대로 같이 움직이는 건데.’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실장님을 번거롭게 만들기 싫어 괜한 고집을 부린 과거가 후회되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냥 머리를 흔들며 털어 버렸다.

그렇게 혼자서 잔뜩 긴장한 채 앉아 있는데, 마침내 기다리던 연습실 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문으로 남자 6명이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연습실에 들어온 6명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중 가장 선두에 선 중년 남자를 본 나는, 황급히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신인가수 이서준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서준 모르는 사람이 있나? 하하, 반가워요, 서준 씨. 박시혁입니다.”

인사하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답해 주시는 분은 바로 빅챈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박시혁 사장님이었다.

세계적 스타인 BTC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했고 지금 내가 있는 회사의 대표이기도 했다.

그리고 박시혁 대표님과의 인사를 마친 나는 곧바로 그를 따라 연습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분명 나이는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정식 데뷔가 나보다 무척 빠른 선배님들이었기에 그들을 향한 내 인사는 이번에도 기합이 ‘팍’ 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이서준입니다. 드디어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진짜 팬이거든요.”

그렇게 인사를 건네는 나를 향해 다시금 환한 미소를 띤 다섯 남자가 동시에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BTC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저희보다 많은 걸로 잘 알고 있으니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전 리더인 문혁입니다.”

지금 내게 대표로 말을 건네는 남자는 세계적인 스타 보이 그룹 BTC의 리더인 최문혁이었다.

오늘 나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BTC를 만나기 위해 빅챈스 본사를 찾아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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