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31화 (131/189)

131. 경수의 사랑(1)

이서준과 통화를 마친 호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전화기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러나 자신들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통화 내용에 두 친구는 많이 놀란 표정으로 호진에게 물었다.

“설마 이서준이 지금 여기로 온다고 한 거야?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응, 온다고 하네.”

“맙소사, 이서준이 도대체 여길 왜 와?”

“나도 몰라. 너희도 나랑 같이 들었잖아. 나한테 줄 게 있어서 잠시 왔다 간다고.”

“…….”

너무도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호진의 모습에 두 친구는 끝내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본 호진은 웃으며 부연 설명 했다.

“너희가 왜 이렇게 놀라는지 이해가 가. 근데 내가 조금 전에 분명히 말했지. 서준이는 너희가 아는 그런 거만한 톱스타와 분명 다르다고. 이제 조금 있으면 진짜 여기에 모습을 드러낼 거 같으니까 내 말이 맞는지 너희 눈으로 직접 확인해. 서준이가 진짜 어떤 녀석인지 말이야.”

호진의 이어진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전히 이서준이 지금 이 가게로 온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진짜 이서준이 그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삼겹살집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이서준을 기다리고 있던 그들의 입장에서는 진짜 깜짝 놀랄 만한 큰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마스크를 쓴 채 모자까지 푹 눌러쓴 모습으로 나타난 이서준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호진을 보며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와, 진짜 이서준이다. 그리고 진짜 잘생겼네.’

걸어오는 이서준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본 이서준의 외모는 정말 잘생겼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출중했다.

어느새 호진의 곁으로 다가온 이서준은 호진과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서준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가 호진이 형한테 줄 게 있어서 잠시 방해될 걸 알면서도 이렇게 왔습니다. 그래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네요. 정말 죄송해요.”

이서준의 예의 바른 인사를 받은 두 사람은, 그의 과분한 인사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모습으로 마주 인사했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직접 뵙게 돼서 영광이죠. 괜찮으시다면 여기 편하게 앉으세요.”

그렇게 함께 동석한 이서준을 향해 호진이 물었다.

“근데, 나한테 줄 게 있다던데… 그게 뭐야?”

그의 물음에 이서준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 제가 우리 조카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거든요. 대단한 건 아니고 옷하고 신발이에요. 너무 예뻐서 산 건데… 형수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예쁘게 포장해서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네는 이서준.

그리고 그것을 건네받는 호진의 표정은 편해 보였던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르게 놀람 그 자체였다.

“아니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었을 텐데… 근데 그걸 기억했다가 내 딸 선물까지 챙겨 주는 거야? 너 진짜… 완전 감동이다.”

이서준의 자상함에 감동한 호진은 말을 흐렸고, 감동한 그의 반응을 본 이서준은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 갔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형이랑 많이 친해졌잖아요. 그래서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예쁜 조카에게 선물이라도 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촬영 때문에 시간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오늘 촬영이 쉬는 날이었으니 곧바로 아기용품점에 바로 뛰어가서 샀죠.”

이서준의 설명을 들은 호진은 더욱 감격한 표정이었다.

이서준이 어떤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했는지 그 마음이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병수는 아주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이서준에게 물었다.

“저…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술 한잔 드려도 될까요?”

그의 말을 들은 이서준은 화들짝 놀라며 앞에 놓여 있던 빈 잔을 들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 편하게 하십시오. 저 아직 서른도 안 됐습니다. 호진이 형하고 친구 사이이시니 다 저보다 형님들이실 테니까요.”

“네, 저희 모두 동갑입니다.”

“그럼 저보다 7살 많으시겠네요. 형님들, 오늘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예의도 바른 데다가 싹싹하기까지 한 이서준의 모습에 두 사람 역시 진심으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친목을 다지며 술잔을 나누던 중 현재 시각을 확인한 이서준은 세 사람에게 양해를 구했다.

“형님들, 죄송하지만 여동생하고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거 같습니다. 저도 평소에 바쁜 나머지 여동생을 너무 못 챙겼거든요.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함께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아, 그래? 그럼 가야지. 오늘 서준이랑 이렇게 알게 되어서 너무 기뻤어.”

“나도 너무 좋았어.”

“하하, 그럼 다음에 또 함께해 주세요. 제가 진짜 연예계에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오늘처럼 이렇게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거 저도 너무 좋아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함께하고 싶네요.”

“하하하, 넌 생긴 게 와인만 마실 거 같은데 소주파구나. 우리 꼭 다시 만나서 소주 한잔하자. 알겠지?”

“네, 형님.”

그렇게 마지막 인사까지 건넨 이서준은 삼겹살집을 빠져나가게 되었고, 남은 세 사람은 사라진 이서준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 갔다.

“너 도대체 서준이한테 얼마나 잘해 줬기에 이렇게 너를 깍듯이 대하냐? 그게 아니면 혹시 목숨이라도 구한 거야?”

톱스타인 이서준이 자신의 친구인 호진에게 이렇게 살갑게 대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던 병수의 질문이었다.

정말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당사자가 앞에 있어 이제야 묻게 되었다.

그런 친구의 질문에 호진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서준이한테 뭐를 해 줬냐고? 하하, 사실 그런 거 없어. 저 녀석은 이번에 함께 촬영하는 모두에게 저렇게 잘해. 그냥 저 녀석의 평소 모습인 거지.”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두 사람은 다시 놀랐다.

“진짜?”

“응. 조연 배우는 물론이고 엑스트라까지 챙겨. 먹을 거 있으면 항상 엑스트라 몫까지 사 오더라고. 그리고 저번에는 춥다고 함께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비싼 외투까지 선물하더라. 근데 돈을 정말 많이 벌긴 했는지 챙기는 범위가 장난 아니야. 배우는 물론이고 스태프 전원을 다 챙겼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외투가 바로 그거야.”

“와, 진짜? 이거 비싸 보이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놀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럼 원래 저런 성격이란 거야?”

“그렇지. 천성이 워낙 착한 친구야. 다정하기까지 하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만 챙기는 건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지.”

“그렇구나.”

그제야 납득이 갔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이었다.

사실 이서준의 평판은 연예계에서 무척 좋았다.

워낙 이서준이 행동을 바르게 한 탓도 컸지만,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서준의 평판을 워낙 좋게 해 준 탓도 컸다.

그렇게 이서준은 인기가 올라갔는데도 더욱 겸손하게 행동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동종 업계 사람들은 점점 늘어만 갔고 연기자로서의 그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져 갔다.

* * *

미국의 거대 음반 회사 워너즈 뮤직.

워너즈 뮤직의 신임 대표 이사 마이클 본은 모두가 퇴근한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에 남아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어떤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때, 조용하던 그의 사무실에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똑똑.

다행히 노크 소리를 들은 마이클 본은 문밖에 들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네, 들어오세요.”

이윽고 열리는 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그의 오래된 음악적 파트너인 가수 애슐리 브록이었다.

“마이클, 뭐 하고 있어?”

“오, 이게 누구야? 나의 영원한 디바 애슐리잖아. 반가워, 애슐리.”

두 사람은 반갑게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예전부터 가수와 프로듀서로서 함께 여러 번 작업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편한 관계인 두 사람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내 사무실까지 오셨어?”

마이클 본의 물음에 애슐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회사 근처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마이클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한걸음에 회사로 달려왔지. 마이클은 나 보고 싶지 않았어?”

그녀의 말을 들은 마이클은 무언가를 알아낸 표정으로 그녀에게 답했다.

“하하, 날 보고 싶어서 왔다는 말은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다는 뜻이군. 넌 예전부터 말하기 곤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나타나곤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때마다 내게 이렇게 말했지. 내 얼굴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이야. 안 그래, 애슐리?”

속마음을 들킨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마이클의 물음에 대답했다.

“세상에 마이클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러니 그냥 솔직히 말할게. 들어줄 거지?”

“그럼 당연하지. 난 언제나 애슐리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

“고마워 마이클.”

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애슐리는 말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부터 작곡가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들은 내 음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가능하면 나의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새로운 팀을 꾸려 줬으면 좋겠어.”

미국의 살아 있는 레전드 가수인 애슐리는 오랜 공백을 깨고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워너즈 뮤직은 최고의 스태프를 준비해서 그녀의 컴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회사에서 준비해 준 스태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마이클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애슐리, 솔직히 지금 너와 함께하고 있는 팀이 세 번째 팀이라는 건 알지?”

마이클의 말에 애슐리도 조금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물론 알고 있어. 근데 중요한 건 컴백에 성공하는 거잖아. 근데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들하고는 전혀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 너도 사장이 되었으니 보고를 받아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안 그래?”

솔직히 마이클도 애슐리의 팀에 문제가 있단 사실은 보고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앨범 작업을 할 때 불협화음이 안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 정도로 알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