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33화 (133/189)

133. 영화 시사회에서(1)

‘오빠, 혹시 통화 돼요? 팬들이 오빠랑 통화했다니까 안 믿어서요.’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난 뒤 금희는 순간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자신의 개인 방송 때문에 이서준에게 연락을 취한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실수로 메시지를 잘못 보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려 작성하고 있는 찰나, 갑자기 이서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통화 버튼을 누른 금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금희야. 팬들이 나랑 통화했다는 사실을 안 믿는다며. 그래서 네 팬에게 내가 이서준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려고 영상 통화로 전화했어.]

이서준의 말을 들은 금희는 화들짝 놀라서 전화기를 들어 다시 확인하니 분명 지금 통화는 영상 통화가 맞았다.

“나 나오는 화면을 팬들에게 보여 줘. 내가 직접 인사할게. 우리 금희 곤란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말이야.”

마치 친오빠가 자신을 괴롭히는 나쁜 놈들을 혼내 주러 온 상황과 비슷했다.

기쁘고 든든한 마음이 든 금희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자신의 전화기를 캠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서준 오빠한테 제 팬들이 오빠랑 통화한 걸 믿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더니 이렇게 바로 영상 통화를 해 주셨어요. 이것만 봐도 저랑 서준 오빠가 얼마나 친한지 아시겠죠? 지금까지 제 말 믿지 않으셨던 분들 모두 직접 본인들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금희의 말을 들은 팬들은 깜짝 놀라며 금희의 스마트폰을 자세히 쳐다봤다.

그리고 스마트폰 화면에 등장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경악했다.

―헉. 이서준이 맞아.

―아니 진짜였어?

―내가 뭐랬어. 우리 금희는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내가 분명히 말했지?

―네가 언제 그랬어?

그리고 그 와중에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믿지 않는 희한한 사람도 있었다.

―저거 가짜야. 비슷하게 생긴 사람 데리고 와서 사기 치는 거라고. 몰래카메라야, 몰래카메라.

그러나 그런 댓글은 곧바로 다른 팬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말았다.

―에라이, 이서준하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구하냐? 가능하면 네가 한번 구해 봐. 네 목 위에 있는 건 그냥 아무 기능 없는 장식품이지?

―……젠장… 그러고 보니 그렇네. ㅜㅜ

아무튼, 영상 통화를 건 사람이 이서준이 확실하다는 걸 팬들도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이서준은 어쩌다 보니 인사드리게 된 금희의 팬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반갑습니다, 금희 팬 여러분. 가수 활동도 하고 최근에는 연기한다고 바쁜 이서준입니다. 금희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가 온라인 팬미팅을 할 때 저를 많이 도와준 고마운 동생이고요. 그 뒤로 계속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친구가 많이 없는 불쌍한 사람인데, 우리 착한 금희가 고맙게도 계속 연락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 주고 있네요. 오늘 제가 금희에게 연락한 이유는 이번에 촬영한 영화가 가까운 시일에 시사회를 열게 되어 금희를 초대하려고 전화를 한 거였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금희 말 믿어 주세요. 그리고 우리 금희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이 사랑해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마지막으로 이서준과의 영상 통화는 끝이 났고, 억울한 마음이 컸던 금희는 이제는 조금 전과 다르게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완전히 으스대는 표정으로 팬들을 바라봤다.

‘자, 이래도 안 믿을 거야?’라고 묻는 듯한 그녀의 거만한 표정을 본 팬 중 한 명이 이런 글을 댓글창에 남겼다.

―와, 우리 금희 진정한 월드클래스였구나…… 넘사네, 넘사.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금희였다.

* * *

영화 시사회는 힘들게 촬영한 영화를 대중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이때 시사회장을 찾아온 기자들, 그리고 특별 참가자들이 영화를 본 첫 반응이 중요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영화의 성공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잣대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해 봤을 때 영화 시사회는 영화를 정식으로 개봉하기 전 치르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고 볼 수 있었다.

이서준이 주연으로 참여한 ‘경수의 사랑’도 성대하게 영화 시사회를 열었다.

많은 기자들이 시사회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또 다른 스타들도 많이 나타났다.

시사회장 입구를 가득 메운 기자들의 관심사는 단연코 시사회를 찾아 준 연예인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거였다.

시사회에 어떤 스타가 찾아오는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숨겨진 연예인들 간의 친목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떤 연예인의 경우는 일부러 실제로 친하지 않은 관계의 연예인을 일부러 섭외해서 친한 척 연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인 관계로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싶은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촌극이라고 볼 수 있는 해프닝과 같은 일이었다.

“나영 씨, 여기 봐 주세요.”

쓰리 타임즈의 나영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에서 곧바로 영화 시사회장을 찾았다.

그 모습을 본 외부 사람들은 JYK에서 이서준의 체면을 살려 주기 위해 나영을 억지로 부른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였다.

회사에서는 이서준에게 일부러 많은 사람을 불러 준다고 했지만, 이서준이 완강히 반대했다.

회사 소속 연예인들이 얼마나 바쁘게 지내는지 잘 알았기에 굳이 억지로 부르기 싫었다.

그리고 이서준의 성격상 그런 보이는 측면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거절의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실제로 친한 사람만 불렀는데, 나영의 일정을 알고 있던 이서준은 그녀에게 안 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석하고 싶었던 본인이 참석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참석한 경우였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출연하는 영화이다 보니 알고도 안 올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기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자세를 취해 준 나영은 밝게 웃는 모습으로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 안으로 입장했다.

그리고 곧바로 발견한 반가운 얼굴.

나영은 좌석에 앉아 있는 이세린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그녀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미 함께 앉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우리 나영이 오느라고 고생했다. 너 귀국하고 바로 여기로 왔지?”

“흐흐, 응. 우리 오라버니가 영화를 찍었다는데 내가 빠질 수야 없잖아. 그리고 라이벌인 언니가 참석한다고 하는데 더더욱 내가 빠질 수야 있나? 나 없을 때 언니가 서준 오빠한테 선수라도 치면 안 되잖아.”

“흐흐, 그래서 많이 아쉽네. 안 그래도 너 없을 때 서준이한테 점수를 좀 따려고 했는데 말이야.”

“에이, 그럼 안 되지, 언니. 내가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가 가만히 둘 수는 없지. 안 그래, 언니? 히히.”

이서준에 대한 속내를 서로서로 알고 있는 관계이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보다 가까워진 그녀들이었다.

일종의 그들만의 비밀을 통해 돈독해진 경우였다.

물론 이서준이 혹시 두 사람 중 한 명과 더욱 가까워진다면 지금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조금 걱정이 되는 관계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와 함께 수다까지 떤 두 사람은, 이윽고 시사회장을 조심스럽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들도 오늘 이서준의 영화 시사회장에 누가 찾아왔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어, 박수인 씨도 왔네. 누구 때문에 온 걸까요?”

나영의 물음에 이세린은 박수인을 의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 내가 알기론 저 언니와 친한 사람이 딱히 없기는 한데… 설마 서준이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

“…아닐 거예요. 나이도 서준 오빠보다 훨씬 많잖아요.”

“근데, 불안한 건 어느 프로그램에서 서준이가 자기 이상형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어.”

“그래요?”

두 사람은 자신들 외에 다른 라이벌이 등장하는 건 정말 싫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경우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으로 두 사람의 레이더망에 걸린 사람은 유명 인터넷 방송인 겸 너튜브 크리에이터 금희였다.

금희는 최근 이서준과 함께하는 사연으로 크게 기사가 났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쟤 금희 맞지?”

“응, 맞아요.”

“쟤랑 서준이 사이에 뭐가 있는 건 아니겠지?”

최근 금희의 개인 방송에 이서준이 영상 통화로 출연한 일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금희가 방송하는 중에 우연히 이서준에게 전화가 왔고, 금희의 개인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이서준한테 전화가 왔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아 이서준이 다시 전화해 확인시켜 준 일이었다.

그 일이 크게 화제가 된 이유는 그 일로 이서준의 좋은 인성이 다시 한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금희의 사연에 톱스타인 이서준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줬다는 것 자체가 그가 얼마나 겸손하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고, 그것을 안 기자가 기사로 작성하는 바람에 더욱 화제가 된 것이다.

오늘 금희는 임종철 같은 유명 너튜버들과 함께 시사회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이서준과 연관되어 크게 화제가 된 기사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나영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세린은 즐겁게 옆 사람과 이야기 중인 금희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쟨 절대 아니야.”

“뭐?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할 건 아니잖아.”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절대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나영은 단호한 말투로 단정적으로 말하는 이세린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세린은 여전히 단호한 표정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쟨 너무 글래머야. 예전에 서준이가 저런 글래머 스타일의 여자는 솔직히 너무 부담스럽다고 한 적 있어.”

“진짜?”

“응. 우리처럼 평범한 체형이 좋다고 했어.”

“…다행이네.”

말은 다행이라고 하고 있으면서, 왠지 모를 현실 자각 타임이 온 나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시사회가 시작되었다.

* * *

영화 시사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떨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감독님이 웃으며 어깨를 치며 놀렸다.

“설마 우리 이서준 씨 떠는 거야?”

“하하, 네. 솔직히 떨리네요.”

“후후, 처음이라 그런 거 같지? 나도 그래. 많이 떨리네.”

“감독님도 떨리세요?”

“응. 내가 만든 영화가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너무 걱정되네. 윽,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어졌어.”

내가 떠는 모습을 격려하던 감독님은 웃기게도 말하다가 자기가 떨린다며 화장실로 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 웃었더니 신기하게도 긴장감이 조금 줄어든 기분이 들었다.

“자, 들어가시죠.”

행사 요원의 안내로 시사회장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까아아악.

응모를 통해 시사회장 입장권을 받은 분들 중에 내 팬이 있었는지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소리를 지르신다.

연예인이 되어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았더니 희한하게도 이런 장면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하하, 이서준 너 연예인 다 됐어.

극장 스크린 밑에 서니 그제야 시사회장을 찾은 연예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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