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37화 (137/189)

137. 예능 출연(2)

이서준의 열애설 덕분에 각종 미디어에서 난리가 난 지금 이 순간, 의외로 이서준의 회사인 ‘SJ 뮤직’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기사가 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재 최고 인기 스타인 이서준이기 때문에 김진영 대표가 레이블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긴급 상황은 맞았지만, 회사 내 분위기 자체는 평소 때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회사 사람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이 아닌 거짓 기사에 그다지 휘둘릴 필요가 없었다.

“어떤 기자가 좋을까? 혹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사람 있어?”

조상구는 김진영의 물음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문자 메시지로 이야기 중인 기자와의 톡 내용을 보여 줬다.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조상구와 기자와의 대화 내용을 확인한 김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더했다.

“좋네. 그 사람 괜찮지. 근데 한 명 가지고 되겠어? 나하고 친한 기자도 동원하자.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오래 화제가 되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잖아.”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하시죠.”

“그래. 바로 연락할게.”

지금 이들은 열애설 기사에 관한 이서준의 공식 입장을 외부에 발표하기 위해서 김진영과 조상구, 그리고 김윤정 과장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있던 김윤정도 한 가지 의견을 더했다.

“서준 씨도 팬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게 사태를 빨리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서준 씨의 메시지를 본 팬들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설 거예요.”

그녀의 의견을 들은 조상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것도 필요하죠. 작업 중인 서준이한테는 제가 직접 전달할게요. 아마 해 달라고 하면 바로 할 겁니다.”

“네.”

계획이 어느 정도 수립되자 세 사람은 회의를 마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젠 계획대로 움직일 차례였다.

조상구는 작업 중인 이서준의 작업실로 가 자신의 팬들에게 사진 속 주인공이 사귀는 사람이 아니라 여동생이라는 글을 작성해 팬 사이트에 올려 주기를 부탁했다.

마침 이서준도 편곡 작업을 마치고 조금 쉬려던 중이라서 조상구 대표의 말대로 곧바로 팬 사이트에 들어가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중에 문득 지금 상황이 약간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 이서준이 옆에 앉아 있는 조상구를 보며 한탄했다.

“여동생과 함께 찍힌 사진 때문에 해명이란 걸 해야 되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웃기네요. 제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해명이란 걸 해야 하지요?”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진 이서준을 보며 조상구는 어이없어하는 그를 다독였다.

“네가 이해해라. 원래 이 바닥이 그런 곳이야. 일단 일이 벌어지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수습에 나서야 쓸데없는 피해가 생기지 않는 곳이 바로 이곳이야. 괜히 잘못된 기사라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큰 고생을 치른 사람이 한둘인지 알아? 그러니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야. 그리고 그 파파라치 녀석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회사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모두 다 취할 생각이야. 그러니 속상해하지 말고 마음 풀어.”

“…네.”

조상구의 말을 들은 이서준은 화가 나는 마음을 추스르며 적던 글을 계속 이어 나갔다.

* * *

이서준의 열애설 기사에 관한 공식 입장이 대대적으로 매스컴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이서준 측의 공식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사람은 이서준의 여동생이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외출했는데, 그때 파파라치가 숨어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뭐 이런 상황 설명이 담긴 내용을 외부에 전달하였다.

이서준 본인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진 않았다.

그는 자신의 팬 사이트에 기사에 관해 설명한 글을 손수 작성해 올렸다.

물론 그의 이야기 역시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같이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고 자신과 함께 사진에 찍힌 여자는 자신의 여동생이 맞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글이었다.

이서준 측에서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서준의 열애설은 이제 조만간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최초로 열애설을 보도한 언론사에서 새로운 사진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사그라들던 불길은 꺼지지 않고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사진이 첨부된 기사 댓글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사귀는 거 맞네.

―세상에 열애설 터진 연예인이 거짓말로 변명하는 모습은 여러 번 봤지만, 여동생 방패를 이용해서 빠져나가려고 드립 치는 경우는 정말 처음 봤네. 신선하긴 하지만 이서준한테 정말 실망이야.

이런 식의 댓글이 달리면서 여론은 점점 이서준이 열애설을 부정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가지고 있던 사진을 추가로 대중에게 공개한 김만복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기사에 붙은 댓글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여론이 점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기에 그는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아니 어디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실까? 회사 언론 담당이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변명을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 하고는… 그리고 뭐, 사과와 함께 정정 기사를 내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내 기사를 힘으로 찍어 누르시겠다는 생각인 거야? 아주 내가 만만하게 보였나 봐.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이 내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걸 제대로 알려 줄 수밖에 없잖아. 어차피 지금 내 상황이 물이냐 불이냐 천천히 확인하면서 뛰어들 처지가 아니라서 말이야…….”

JYK 쪽에서 날아온 답변은 그가 기대했던 답변과 너무도 달랐다.

기사가 나면 추가 보도나 이런 것들이 두려우니까 당연히 제대로 된 협상 제안이 그쪽에서 바로 올 거라 예상했는데, JYK에서는 자신의 예상과 정반대로 법적 조치를 들먹이는 강경한 입장이 담긴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에 화가 난 김만복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사진을 다시 대중에게 추가로 공개해 버린 것이다.

이서준의 뒤를 밟은 지는 꽤 됐고, 결정적인 한 방을 위해 아껴 두고 있었는데, 지금 그의 상황이 더 참고 기다릴 여유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기호지세라고 했던가.

김만복은 이미 물러설 곳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칠 생각으로 이서준을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 * *

모 케이블 방송국 내에 자리한 예능국 회의실.

지금 이곳에선 나정석 피디와 그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제작진들이 모여 열심히 회의에 임하고 있었다.

이들이 지금 촬영 준비에 힘쓰고 있는 이유는 얼마 뒤 촬영을 시작할 ‘윤식당’ 미국 편 때문이었다.

실제 촬영 기간은 10일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촬영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기간은 무척 길었다.

처음 아이디어 회의부터 지금까지의 준비 기간을 다 합하면 무려 몇 달이 넘어갈 정도로 프로그램 촬영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은 정말 많았다.

실제 촬영 기간의 몇 배의 시간 동안 준비를 해야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오늘의 회의 주제는 촬영 직전 마지막 점검이었다.

“출연진 상태 다 체크했어?”

“네, 했습니다.”

“문제없지?”

“네, 없습니다.”

조연출에게 출연진 상태를 물은 나정석은 이어서 다른 조연출을 보며 지시했다.

“경호야, 촬영 허가는 외국이니까 한 번 더 꼼꼼히 확인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이곳은 방송국 내 어떤 회의실의 공기보다 뜨거웠다.

지금 현재 이 케이블 방송국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더 열띤 분위기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어 그런 차이가 생겼다.

대충 회의할 내용이 다 마무리가 되었기에 모인 사람들의 대표인 나정석 피디가 나서서 모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모두 고생했어요. 오늘은 이만 회의를 마치고 퇴근하도록 해요. 며칠 뒤면 외국에서 개고생해야 하니까 몸 관리들 잘해 주시고요. 술이나 클럽 절대 안 됩니다.”

“네.”

회의에 참석한 모두는 나 피디의 회의 종료 선언을 듣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가 떠난 텅 빈 회의실.

조금 전까지 여러 명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회의하던 이곳은 언제나처럼 나정석 피디와 김유정 작가만이 남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부족한 카페인을 보충하고 있었다.

“이서준 이야기 들었어?”

커피를 마시던 나정석 피디는 김유정 작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기사로 봤어. 이서준이 사진 속 여자가 이서준의 여동생이라고 설명했잖아.”

“그래 그랬지. 근데 재밌는 거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열애설을 덮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맞아. 정말 황당한 상황이야.”

나정석의 말을 들은 김유정 작가는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정석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나 피디는 뭐가 진실일 거 같아?”

김유정의 물음에 나 피디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이 생각났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 근데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만약 여동생이 아니라는 해명이 거짓말인 게 밝혀지면 그땐 정말 수습하기 힘들잖아. 그런 것까지 생각해 봤을 때는 이서준 측의 말이 맞는 거 같긴 한데… 정확한 사실까지는 나도 모르고.”

김유정은 이서준에 관해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말 나온 김에 나정석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나 얼마 전에 최은희 언니랑 밥 먹은 거 알지?”

“아, 미라클의 최 작가님? 그러고 보니 밥 먹으러 간다고 한 거 들은 거 같네.”

“잊어버리고 있었나 보네. 지금이라도 기억해 주니 고맙다. 근데 그 언니가 이서준 이야기를 해 주더라고.”

듣고 있던 나정석도 그제야 흥미가 동하는지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물었다.

“뭐라고 그러시던데?”

“언니도 정확한 상황까지는 모르는데, 자기가 아는 이서준은 절대 그런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더라. 인성 바닥인 기레기 때문에 착한 서준이 고생한다며.”

“에이, 뭐야? 그 말은 본인도 정확한 사실관계는 모른다는 뜻이잖아.”

“하하, 안 그래도 나도 언니 말 듣고 그렇게 대답했거든. 근데 내 말을 들은 언니가 거의 날 앞으로 안 볼 사람처럼 화를 내더라. 자기는 확신한다고. 만약 서준이가 거짓말을 한 거면 자신의 전 재산을 나한테 주겠데. 그 정도로 말하니까 나도 더 이상 아무 말 못 하겠는 거 있지?”

웃으며 최은희 작가와의 에피소드를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정석은 기억나는 사실이 있었다.

‘하긴 이서준과 함께 작업한 사람 모두가 칭찬이 자자했지. 사람 정말 좋다고 말이야. 그렇게 좋은 사람이니 거짓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겠지. 어? 잠깐!’

갑자기 나정석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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