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38화 (138/189)

138. 예능 출연(3)

좋은 생각이 떠오른 나정석은 곧바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김유정에게 말했다.

“김 작가, 만약에 말이야… 이서준이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어떨 거 같아?”

김유정은 나정석의 물음에 당연한 걸 왜 묻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답이 너무 뻔한 질문이잖아? 무조건 좋지. 안 그래도 이번 시즌 미국 편 출연진 중 새로운 얼굴이 없어 아쉬웠잖아. 그리고 솔직히 이서준 정도면 어딜 갖다 놔도 그림이 나오는 최고의 카드잖아? 그런 슈퍼 조커 카드를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치고 누가 거절하겠어? 출연해 주면 그냥 머리 숙이고 ‘감사합니다.’ 인사해야지.”

자신 역시 김유정과 같은 생각이었기에 곧바로 조금 전 생각난 좋은 아이디어를 그녀에게 말해 보았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무슨 생각?”

“이서준을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방법이 떠올랐어.”

이서준을 출연시킨다는 말에 김유정 작가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이서준을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시킨다고? 그게 가능해? 지금은 출연하길 힘들 거라고 봤잖아. 굳이 이서준이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할 이유도 없고. 근데 어떻게 출연시켜?”

그녀의 물음에 나정석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지금 이서준은 많이 억울할 거 아니야. 여동생하고 같이 있는 모습이 순식간에 열애 중인 여자 친구와 함께 있는 사진으로 탈바꿈했고, 아니라고 거듭 설명했는데 사람들은 믿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도와주자고.”

“우리가? 어떻게 도와?”

“촬영하는 거지. 여동생이 맞다는 걸 우리가 검증해 주는 거야. 그리고 그 보답으로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자고 권하는 거고.”

“…그게 될까?”

“밑져야 본전 아니야? 그러니 제의나 한번 해 보자. 안 되면 말고.”

김유정의 나정석의 갑작스러운 아이디어 제시에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로서 과연 지금 이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확인하는 중이었다.

잠시 후 나름의 긍정적인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출되었기에 김유정은 나정석을 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해 보자, 나 피디. 가능할 수도 있을 거 같아.”

* * *

요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연예인이란 유명인이 되고 처음 겪는 상황이다 보니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촬영으로 더 이상 동생과의 사진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안녕하세요? 나정석 피디입니다.”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이서준입니다.”

대한민국 방송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디라고 할 수 있는 나정석 피디를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만나는 장소도 절대 평범하지 않게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자, 위치 잡아요. 바로 촬영 들어갈 거니까.”

오늘 우리 집에서 촬영이 있었다.

그래서 담당 책임 피디인 나정석 피디가 우리 집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촬영 스태프는 그의 지시에 따라 촬영 준비에 서두르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무슨 촬영을 하냐고?

이번에 나정석 피디님의 주도하에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 이름은 ‘소문을 잡아라’이다.

약간 촌스러운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나정석 피디님이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인데, 영광스럽게도 내가 1회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었다.

방송계에 떠도는 소문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중요 포맷인 프로그램인데, 요즘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내 동생의 사진에 관해 내가 밝힌 바대로 진짜 여동생인지를 확인하는 게 오늘의 중요 촬영 내용이었다.

나로서는 인터넷상을 떠도는 말도 안 되는 괴담을 없애고자 하는 마음에 출연했다.

사실 처음에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우리 동생의 신상을 공개했으면 일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급적 동생의 얼굴을 대중에게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동생이란 이유도 동생이 불편한 일을 겪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수정이가 내 동생인 걸 모르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었기에 동생의 신상을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오늘 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이유도 제작진 쪽에서 여동생의 신상을 노출하지 않는 수준에서 검증을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정석 피디님이 검증을 해 주는 거니까 이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게 되면 더 이상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를 비롯한 내 가족, 그리고 내 회사분들을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자, 오늘 저희 프로그램에서 진상을 밝힐 소문은 바로 최근 온라인상의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이서준 씨의 열애설입니다.”

촬영이 시작되고 프로그램 진행자인 이정진 선배님이 등장하고 멘트를 쳤다.

연기자인 이정진 선배님은 나정석 피디님과 여러 프로그램을 촬영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진행자 역할까지 도전하시는 모양이었다.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등장했고, 다음으로 집을 공개하는 장면도 촬영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도 등장했다.

“아, 안녕하세요? 사진 속의 모습 그대로네요. 반갑습니다.”

“반, 반갑습니다.”

수줍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내 동생 이수정.

수정이는 일부러 사진에 찍힐 때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등장했다.

혹시 이 방송을 보고 이번에는 사진 속 인물과 내 동생이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사람이 있을까 봐 그럴 여지를 원천봉쇄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직접 수정이에게 주문했다.

카메라 앞에 수줍은 모습으로 등장한 수정이는 이정진 선배님의 요청으로 마스크를 벗고 얼굴까지 공개했다.

어차피 방송에 나갈 때는 모자이크 처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야, 정말 미인이시네요. 동생도 서준 씨처럼 연예인을 직업으로 하셔도 될 만큼 예쁘세요.”

“가, 감사합니다.”

이정진 선배님의 외모 칭찬에 다시 수줍은 모습으로 대답하는 수정이.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위로 향하였다.

동생이 예쁘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동생은 부산에서 나보다 더 유명했다.

물론 외모 때문이었다.

지금은 도깨비 버프를 받은 내가 외모로 유명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동생은 예쁜 연예인들 사이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로 예뻤다.

동생과 나의 어린 시절 사진도 이정진 선배님과 함께 살펴봤고, 가족관계증명서와 동생의 주민등록증까지 철저하게 검증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정진 선배님은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선언했다.

“자, 제가 다 확인한 결과 이분은 이서준 씨의 여동생이 확실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 두 분이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있더라도 절대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왜냐구요? 두 사람은 진짜 남매니까요.”

진행자인 이정진 선배님의 마무리 멘트까지 끝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나는 촬영 스태프를 향해 인사했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 인사하며 돌아다니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나정석 피디님을 나를 보며 ‘씨익’ 하고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아니 왜 인사해?”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 약간 당황한 채 대답했다.

“촬영 다 끝난 거 아닌가요?”

“끝난 거 아니야.”

촬영이 완전히 끝난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다.

근데 도대체 무슨 촬영이 남았다는 거지?

“자, 서준 씨. 이제 출발합시다.”

출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출발요? 어디 가나요?”

“네, 가죠. 서둘러야 해요. 비행기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네?”

깜짝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당황해서 실수한 것을 깨달은 나는 곧바로 나정석 피디님께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한 후 주변을 살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랐기에 도움을 요청할 내 스태프를 찾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었다.

항상 주변에서 나를 살피고 있었던 조상구 대표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찬식이와 은비도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정석 피디님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음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매니저 찾죠? 없어요. 왜냐고요? 도망갔으니까요.”

그제야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하나.

나는 당황한 목소리를 나 피디님을 향해 물었다.

“혹시… 저도 모르게 끌려가는 건가요?”

내 말을 들은 나정석 피디님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아니, 어떻게 알았어요? 역시 알아주는 재원답게 똑똑하네요. 네, 맞습니다. 이서준 씨는 지금 바로 저희와 함께 미국으로 갑니다.”

“미국이요?”

“네, 미국으로 갑니다. 왜냐하면, 윤레스토랑 미국 편 촬영에 극적으로 합류하게 되었거든요.”

“헉?”

왜 노랫말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

결국, 나는 그 모습 그대로 나정석 피디에게 끌려가게 되었다.

* * *

나도 분명 방송으로 본 적이 있었다.

‘꽃보다 청춘이야’ 편이었던가?

그때 출연진들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시각에 비행기를 타고 촬영에 임해야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내 처지는 그분들보다 더 못했다.

그분들은 자신이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그런 사실도 전혀 몰랐다.

그저 끌려가면서 나 피디님의 설명을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이상하게도 나정석이란 사람이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굴로 자세히 보니 조금 심술궂게 생긴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총 일주일의 촬영이 마무리되어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온다면, 오늘 도망을 선택한 조상구 대표님과 진지한 대화를 해야겠다고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 * *

사무실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조상구.

그런 조상구의 모습을 보고 김진영은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상구야, 왜 그래? 너 이런 모습 정말 처음 본다. 하하하.”

자신을 보고 웃는 김진영을 보고 조상구는 속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

“하하, 이유야 알지. 근데 너무 걱정하는 거 아냐? 촬영 마치고 오면 그냥 달래면 돼. 그러니 걱정하지 마.”

“……시끄러.”

조상구는 성격상 김진영처럼 편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때라면 절대 이서준도 모르는 스케줄을 잡을 사람이 아니었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거듭 부탁을 해 왔기에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이유가 있어 그랬다고는 하지만 마음은 절대 편해지지 않았다.

김진영은 안절부절못하며 이서준이 날아간 방향의 하늘만 쳐다보는 친구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말했다.

“가자. 가서 맥주나 한잔해. 서준이 돌아오면 나도 최선을 다해 네 옆에 노력할게. 그러니 지금은 잠시 잊어.”

“……약속했다?”

“당연히 약속하지.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두 사람은 맥주 냉장고가 비치되어 있는 김진영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김진영을 급히 찾아온 홍보실 직원이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맥주를 마시러 가다 들은 생각지도 못한 보고에 김진영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미국요?”

“네, 미국 워너즈 뮤직의 대표인 마이클 본이라는 분이 연락을 해 왔네요.”

“아, 마이클 본….”

마이클 본이라면 저번에 통화를 한 사람이었다.

이서준에게 곡을 의뢰하는 일 때문에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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