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45화 (145/189)

145. 레전드를 만나다(2)

혼자서 윤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금발의 여성.

완숙미가 느껴지는 40대의 백인 여성이었다.

식당에 들어선 그녀를 처음으로 맞아 주는 사람은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주방이 아닌 홀에서 근무 중인 정영미였다.

“반갑습니다, 손님. 자리 안내해 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정영미를 따라 비어 있던 테이블로 향하는 금발의 그녀는, 이상하게도 가게 안을 계속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

손님에게 테이블을 안내하고 메뉴판을 가지러 온 정영미.

그녀는 음료를 만들고 있는 이정진 근처에 자리한 메뉴판을 집으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정영미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낀 이정진은, 그 이유가 궁금한 나머지 바로 물었다.

“영미야, 갑자기 왜 그래? 뭐 모르는 게 생겼어? 아까부터 고개를 계속 갸웃거리고 있네.”

정영미는 그런 이정진의 물음에 고민하던 내용을 곧바로 그에게 설명했다.

“방금 제가 안내한 손님 있잖아요. 저분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드는데… 도통 어디서 본 건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제가 도대체 저분을 어디서 봤을까요?”

정영미의 말을 들은 이정진의 얼굴에는 어이가 없는 말로 인한 실소가 떠올랐다.

“아니 네가 미국에서 살거나 활동했던 사람도 아닌데 미국인을 어디서 봤겠어? 그냥 흔한 백인 얼굴이라 네가 본 사람처럼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러나 정영미는 이정진의 말에 바로 반박했다.

“절대 흔한 얼굴이 아니란 말이에요. 엄청나게 예뻐요. 나이는 조금 있어 보이긴 하는데… 분명 평범한 사람의 얼굴은 절대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고?”

그제야 손님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이정진.

정영미가 도대체 누구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직접 자신의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한 행동이었다.

고개를 돌리며 문제의 그녀를 찾던 이정진의 시야에 드디어 들어온 그녀.

얼굴을 본 후 단번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챈 이정진은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뱉으며 놀라고 말았다.

“헉!”

정영미는 그런 이정진의 반응에 덩달아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오빠, 갑자기 왜 그래요? 나도 놀랐잖아요.”

이정진은 너무 놀란 표정 그대로 정영미를 바라보며 자신이 놀란 이유를 설명했다.

“저 여자 애슐리 브룩이야, 애슐리 브룩.”

“애슐리 브룩? 애슐리 브룩이 누군데요?”

이정진은 애슐리 브룩이란 이름을 듣고도 그녀가 누군지 못 알아보는 정영미가 매우 답답했다.

그래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그녀를 검색한 후 정영미에게 보여 줬다.

“직접 봐 봐. 누군지 설명하기도 힘든 사람이야. 수식할 말이 너무 많아서 다 이야기가 힘들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어서 말이야.”

정영미는 이정진의 말대로 그의 스마트폰을 통해 애슐리 브룩의 검색 결과를 직접 확인하였다.

“애슐리 브룩, 나이 45세. 2010년 그래미 어워드 최고 R&B상 수상. 헉! 나 이 사람 누군지 이제야 알겠어요.”

정영미가 그제야 식당에 들어온 월드 스타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무렵, 식당 안에서 식사하던 미국 손님들 역시 애슐리 브룩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서서히 눈치채고 있었다.

“저, 저 여자 애슐리 브룩 아니야?”

“뭐? 애슐리 브룩이 여기 왜 와? 너 미쳤어?”

“아니 저길 보고 얘기해. 그럼 내가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네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같이 온 일행의 말에 그녀가 고갯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는 여자.

그리고 그녀도 곧바로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어머! 진짜 애슐리 브룩이잖아. 도대체 여긴 왜 온 거야?”

“식당에 왜 왔겠어? 당연히 밥 먹으러 왔겠지. 근데 보디가드나 매니저도 없이 이렇게 혼자서 돌아다니는 거 실화야?”

‘윤레스토랑’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카메라로 담고 있던 촬영 스태프 사이에서도 서서히 애슐리 브룩의 등장을 알아챈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장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팝 마니아로 유명한 막내 작가였다.

“조, 조감독님. 저분 팝가수 애슐리 브룩 같아요.”

“애슐리 브룩? 내가 알고 모두가 아는 그 애슐리 브룩?”

“네, 맞아요. 저기 앉아 있어요.”

막내 작가가 손으로 가리키는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돌린 조감독은, 그 역시 다른 사람처럼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 주고 말았다.

“헉, 진짜 애슐리 브룩이다!”

그녀의 등장을 깨달은 조감독은 지금 식당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는 곧바로 설거지 때문에 자리를 비운 메인 피디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잠시 후 프로그램의 메인 피디인 나정석은, 헐레벌떡 홀로 뛰어와 세계적인 스타와 직접 대면하게 되었다.

그는 애슐리 브룩에게 일단 촬영 중인 사실부터 알렸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촬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피디입니다. 혹시 촬영 중인 걸 모르고 식당에 들어오신 거라면 먼저 죄송하다는 양해의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네요.”

나정석의 말을 들은 그녀는 웃는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촬영 중이란 사실은 저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죄송한 기분이네요. 괜히 촬영 잘하고 있는 곳에 제가 찾아와서 방해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사실 때문에요.”

“아, 절대 아닙니다. 애슐리 브룩 당신을 이렇게 저희 카메라에 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진짜 영광이죠. 근데 저희가 여기서 촬영 중인 걸 알고 계셨다면서 왜 찾아오셨나요?”

“이유가 있었어요.”

그녀의 대답을 들은 나정석의 머릿속에 큰 물음표가 생겼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월드 스타인 그녀가 한국의 한 케이블 방송국 프로그램 녹화장에 찾아올 이유가 도저히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그런 그를 향해 애슐리 브룩은 친절히 자신의 방문 이유를 곧바로 소상히 밝혔다.

“사실은 이서준 씨를 만나기 위해서 왔어요. 개인적인 이유로 그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그의 소속사에서 그가 지금 미국에서 촬영하고 있단 사실을 알려 주더군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곳에 오게 된 겁니다.”

“아, 이서준 씨를 만나러 오신 거군요.”

그제야 그녀의 방문 목적을 알게 된 나정석은, 곧바로 주방에서 요리 중인 이서준에게로 뛰어가야 했다.

물론 주방에서 요리 중인 그에게 월드 스타의 방문 목적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안 그래도 애슐리 브룩의 팬인 이서준은 그녀가 왔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홀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주문이 들어온 요리 중 아직 완성이 안 된 요리가 있었기에 먼저 마무리하고 나가 보려는 마음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정석에게 그녀의 방문 목적이 자기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그래서 요리하는 그의 손은 더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대스타가 우리 촬영장을 방문해 주셨다며?”

이서준이 바쁘게 요리하는 와중에 숙소에서 쉬고 있던 윤서정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를 발견한 나정석과 이서준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쉬시지 않고 왜 나오셨어요?”

나정석 피디의 물음에 윤서정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이유를 설명했다.

“아까 누가 해 준 야채죽이 효과가 있었어. 배를 든든히 채운 후 한숨 푹 자고 났더니 몸이 지금은 날아갈 거 같이 가벼워. 그래서 혼자 있기 심심한 참에 촬영장으로 나왔지. 서준이 너는 하던 거 마무리하고 얼른 홀로 나가 봐. 지금부터는 나랑 영미가 다시 주방을 맡을게. 문 닫을 때까지 시간 얼마 안 남아서 괜찮아.”

절묘한 타이밍에 촬영장으로 복귀한 윤서정을 보고 나정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래.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은 일단 서준이가 홀로 나가자. 일단 애슐리 브룩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부터 좀 만들어 줘. 아까 물어보니 촬영한 걸 내보내도 된다고 했으니까 지금부터 찍는 장면은 아마 내 예상에 역대급 시청률이 나올 만한 명장면이 될 거야.”

애슐리 브룩을 어떤 노력 없이 섭외하는 데 성공한 나정석의 머리는 벌써부터 장밋빛으로 변한 상태였다.

하긴 그녀가 대한민국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사실부터 엄청난 화제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시즌은 무조건 대박이라고 예상해도 절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정석의 말을 들은 이서준은 그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피디님, 저 진짜 애슐리의 팬이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제가 직접 요리한 음식도 대접하고 싶어요. 그래도 될까요?”

“오, 가능하지. 금방 될까?”

“네, 재료는 아까 다 준비해 두었으니 금방 될 거에요.”

“그래? 그럼 네 말대로 하자. 그 그림도 제법 괜찮을 거 같아.”

“네.”

대답을 마친 이서준의 몸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그런 이서준을 윤서정이 웃으며 돕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대면한 두 사람.

묘한 시선으로 이서준을 바라보는 애슐리 브룩 앞에는 이서준이 요리한 닭갈비가 놓여 있었다.

이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어릴 때 당신의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행복했고요. 그래서 직접 뵙게 되는 지금 제가 만든 요리라도 맛있게 드시게 해 드리고 싶었어요. 평소에 매운 멕시코 음식을 좋아하신다는 기사를 본 사실이 기억이 나서 한국식 매운 닭요리를 준비해 봤어요. 너무 맵게 하진 않았으니 충분히 드실 수 있을 거예요.”

만나자마자 자신이 요리한 음식부터 내놓는 잘생긴 20대 청년의 모습에 애슐리 브룩의 눈에는 이채가 서렸다.

어떻게 보면 그가 자신의 노래를 멋지게 편곡한 사실 하나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걸음을 걷게 되었는데, 만나자마자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는 일단 이서준이 자신을 위해 요리해 준 음식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음~~~”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감탄사가 저절로 닫힌 입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그녀.

그녀의 포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닭갈비가 담겨 있던 접시는 깨끗이 비워진 상태였다.

채소까지 남기지 않고 다 먹은 것을 보니 그녀의 입맛에 딱 맞았던 모양이었다.

이서준이 알아서 챙겨 준 음료까지 마신 후 애슐리는 입을 닦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이서준을 향해 감사의 인사부터 건넸다.

“고마워요. 정말 맛있었어요. 사실 내가 여길 온 이유는 당신의 요리를 맛볼 생각으로 온 건 아니었는데… 최근 먹어 본 음식 중에 최고네요. 음식을 먹는 동안 너무 행복한 기분을 느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하고요.”

“맛있게 드셨다니 저도 행복하네요. 저는 당신의 음악 덕분에 많이 행복했었거든요. 조금이라고 보답을 한 셈이잖아요.”

한국에서 대스타라는 설명을 이미 들었는데, 직접 만난 이서준은 소탈하고 순수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대화를 주고받은 후 애슐리는 드디어 이서준에게 자신이 방문한 목적인 어떤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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