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47화 (147/189)

147. 새로운 도전(1)

“아이고, 우리 정진이 형 왔어?”

나정석 피디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정진을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런 나정석과 달리 이정진은 신발을 벗는 와중에도 나정석을 향해 투덜거렸다.

“야, 그냥 각자 집에서 보면 되지, 뭐 하러 귀찮게 계속 오라고 연락하냐?”

항상 좋으면서 겉으론 투덜대는 형인지라 나정석은 그런 이정진의 투정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은 채 신발을 벗은 그를 와락 포옹했다.

함께한 세월이 긴 만큼 개인적으로 많이 친한 두 사람이었다.

나정석은 이정진의 팔을 잡고 소파로 끌고 오며 이렇게 항변했다.

“이리 와 어서 앉아. 그리고 우리 형 혼자 쓸쓸하게 집에 있는 거 아는데 동생인 내가 알아서 챙겨야 맞는 거 아냐? 형 나 아니면 놀아 줄 사람도 없잖아.”

나정석의 말을 들은 이정진은 순간 발끈하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너 말은 똑바로 해. 내가 주로 혼자 있는 이유는 내가 사람들을 피해서 그런 거야. 귀찮은 게 너무 싫은 이유 때문에… 그리고 예전에는 나도 친한 사람이 많았어. 오죽했으면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나랑 데이트할 시간이 너무 적단 이유로 헤어지자고 했을까?”

이정진이 자신의 과거 연애사까지 끌고 와서 나정진의 말에 항변하던 그때, 화장실에 있던 정영미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때마침 이정진이 한 말을 들었는지 매우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 후 이정진에게 캐물었다.

“오빠 왔어요? 근데 방금 말한 전 여자친구가 누구예요? 혹시…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그분이 맞나요?”

만약 남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발끈하며 화를 냈을 이정진이었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아끼는 여자 후배인 정영미이었기에 화를 내지 못하고 참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마침내 말을 돌리는 그였다.

“…됐어. 옛날이야기는 해서 뭐 해? 영미도 여기 앉아. 곧 시작하겠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참으며 소파에 앉았다.

나정석의 작업실을 오랜만에 찾은 이정진과 정영미.

이들이 이렇게 오늘 이곳에 오랜만에 모인 이유는 오늘이 바로 ‘윤레스토랑’ 미국편을 처음으로 방영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편집 작업을 하던 나정진은 이번 촬영분이 대박이 날 거라 예상하며 출연진이었던 두 사람을 자신의 작업실로 초대해 함께 본방을 사수할 생각이었다.

웃으며 맥주와 안주를 나르는 나정석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그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 이유는 당연히 오늘 방영을 시작할 미국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감으로 판단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촬영본을 편집하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었다.

이정진은 먹을 것을 챙기느라 바쁜 나정석의 등에 대고 이렇게 물었다.

“근데 넌 명색이 피디인데… 지금 회사에 있어야 정상 아니야? 오늘 첫 방송이 제대로 방영되는지 피디인 네가 직접 챙겨야 할 거 아니야?”

나정석은 그런 이정진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아니, 형. 형은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나 나정석이야. 우리 방송국에서 최고 피디가 누굴까? 바로 나라고. 그런 내가 막내 피디가 할 일까지 하면 되겠어? 아무리 같은 직급인 피디라도 각자 해야 할 일은 다 다른 법이야.”

“하긴….”

나정석 피디 정도 되는 사람이 허드렛일은 하지 않는 게 방송국 안의 통념이란 사실을 그제야 머릿속에 떠올린 이정진은 무안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가 보너스로 엄청난 금액을 받았다는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정진은 다시 급발진하고 말았다.

“야, 근데 그 기사 사실이야? 너 보너스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는 기사 말이야….”

하필 돈 이야기라 쉽게 말하기가 어려웠지만, 워낙 가까운 사이인 이정진이 물어보는 거라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끄덕끄덕.

그래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하는 나정석의 모습에 이정진은 화를 내며 따졌다.

“야, 그런 사람이 준비한 음식이 이게 뭐야? 겨우 치킨이잖아. 보너스 받은 걸 생각하면 더 비싼 음식으로 준비해야 정상인 거 아니야?”

이정진의 주장에 나정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반박했다.

“아니 지금 치느님 무시해? 그리고 비싸다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야. 한국 사람에겐 지금처럼 무언가를 보면서 술 한잔할 때는 치느님보다 대단한 분은 없단 말이야. 형, 생각해 봐. 지금 이 테이블에 치느님 대신 비싼 캐비어가 있다고 생각해 봐. 과연 그게 어울리는 그림일까?”

나정석의 대답을 들은 이정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여튼 입만 살아 가지고….”

그때 두 사람의 장난과 농담에 참여하지 않고 TV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정영미가 시끄러운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자, 잡담 그만하시고 이제 자리에 앉아 화면에 집중해 주세요. 이 광고만 끝나면 우리의 윤레스토랑 1편이 곧바로 시작합니다.”

정영미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조금 무안해하는 표정으로 황급히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윤레스토랑’ 미국편 1화.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이서준의 납치 장면부터였다.

이서준의 여동생과 관련된 스캔들 해명 영상은 이미 예고편처럼 방영이 된 후였기에 본방송의 시작은 영문도 모른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는 이서준의 당황한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정영미는 반가운 얼굴인 이서준의 등장에 화색을 띠며 이렇게 외쳤다.

“와, 우리 동생 이서준이다. 근데 서준이는 실물도 잘생겼는데 화면발은 더 잘 나온다. 그죠?”

그녀의 말에 이정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네. 진짜 실물과 화면발이 별로 차이가 없는 스타일이야. 그리고 진짜 주인공 상이다. 얼굴 자체가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채는 힘이 있잖아. 저런 얼굴을 주인공 상이라고 하지. 배우 중에서도 몇 없는 귀한 상이야.”

남에 관한 평가를 잘 하지 않는 이정진의 평소 성격을 생각했을 때 매우 이례적인 칭찬이라 볼 수 있었다.

“하하하, 아, 웃겨.”

정영미는 보는 내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자신의 집에서 믿었던 자기 스태프들의 배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작진에게 끌려가는 불쌍한 이서준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윤서정과 정영미와의 어색한 만남, 비행기 내에서 급하게 친해지는 모습 등 재미가 없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즐거운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던 이정진은, 문득 생각이 났는지 자신의 손목시계로 현재 시각을 확인한 후 깜짝 놀란 얼굴로 맞은편에 앉은 나정석에게 물었다.

“와, 벌써 1화 절반이나 지났어? 시간 정말 잘 가네. 근데 진짜 놀라운 사실은 아직 미국 땅도 못 밟은 상태잖아. 진도가 너무 느린 거 아냐?”

그의 물음에 나정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맞아, 형. 내가 편집해 보니까 재밌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덜어낼 수가 없었어. 그래서 고민 끝에 예정보다 2화를 더 내보내기로 결정했어. 그래서 이번 편은 총 15부작으로 방영될 거야.”

“그래? 나야 좋지. 출연료를 더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 회사도 좋지. 광고를 더 붙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영미는 문득 한 사람이 부재중이란 사실이 생각이 났는지 두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다.

“근데 지금 서준이는 한국에 없죠?”

그녀의 물음에 나정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없어. 지금 미국에 있잖아. 그래서 더 아쉽네. 따지고 보면 이번 시리즈 주인공이 지금 한국에 없는 거잖아. 만약 미국에 안 남고 한국에 있었다면 오늘 서준이도 불러서 함께 맥주 마시면서 본방 사수 하는 건데… 많이 아쉽네.”

이정진 역시 나정석과 같은 마음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갔다.

“나도 그 점이 제일 아쉽다. 서준이가 여긴 있었으면 지금처럼 분위기가 이렇게 칙칙하지 않았을 거 아니야.”

이 말은 들은 정영미가 발끈하며 따졌다.

“어머, 지금 그 말은 저랑 함께 있는 게 칙칙하다는 뜻이에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정진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변명했다.

“아, 아니 그건 아니지. 내가 칙칙하다고 한 건 당연히 나정석 때문이야. 저 녀석 얼굴을 봐. 네가 봐도 칙칙하지 않니? 그나마 네가 함께 있으니까 칙칙하다 못해 새까매질 방 안이 이 정도라도 밝아 보이는 거야.”

가만있다가 외모 공격을 당한 나정석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뭐? 형 지금 내 외모 공격한 거야? 배우라고 너무하는 거 아니야? 잘생긴 형이나 영미랑 있어서 그렇지 나도 어디 가서 외모가 빠지는 사람은 아냐. 근데 지금 형 말은 내가 완전 못생긴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잖아. 사과해.”

“그래 미안하다. 사과할게. 너 진짜 못생겼는데, 내가 네 생각에 그동안 진심을 털어놓지 못했어. 그래서 지금에야 솔직히 고백하는 거 정말 미안하다. 너 진짜 못생겼어.”

“형, 정말 이러기야?”

다시 투닥거리는 두 사람.

아이처럼 싸우는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정영미는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이서준이 보고 싶었다.

이번에 프로그램 때문에 만난 이서준은 친절하고 싹싹하며 매너도 좋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스러운 면이 많아 동생이지만 오히려 든든한 마음이 생기게 하는 사람이었다.

이서준보다 나이가 훨씬 위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장난을 치는 두 사람 때문에 상반되는 이미지의 이서준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린 정영미는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밖을 바라본 이유는 당연히 멀리에서 혼자 지내고 있을 이서준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서준이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밥은 챙겨 먹고 있겠지? 얼른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같이 봤으면 좋겠네. 잘 지내, 서준아.’

멀리 타국에서 고생할 동생에게 마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정영미.

당연히 그녀의 생각은 이서준에게 닿지는 못하였다.

* * *

“싫어!”

다시 삐친 애슐리 브룩을 보며 이서준도 참지 않았다.

“아니 왜 또 고집을 부리는 겁니까? 지금 여기에 악기를 추가하면 너무 헤비하다고 몇 번이나 말해요?”

“아니 언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맞다며? 근데 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걸 막는 건데. 너 완전 앞뒤가 다른 사람이구나.”

“아니 제가 전에 한 말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애슐리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지지해 드리고 있잖아요. 하지만 프로듀서로서 디테일한 부분을 지적하면 그건 제 말을 따라 주셔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닙니까?”

오늘도 역시 의견 대립을 시작한 두 사람.

작업을 시작하고 매일 겪는 일이라 그런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두 사람의 말다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 현재 이서준은 미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은 당연히 애슐리 브룩이라는 레전드 가수의 새 앨범 총괄 프로듀서이자 편곡자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