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48화 (148/189)

148. 새로운 도전(2)

미국에 오자마자 이서준은 아주 열성적인 모습으로 음반 작업에 임했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가수의 앨범을 프로듀싱 한다는 것 자체가 꿈을 실제로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가 불타오르는 모습으로 일에 매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 미국 생활.

미국에서의 앨범 작업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원래 프로듀서로서의 이서준은 이해심 많고 자상한 스타일이었다.

물론 가수가 자신이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 두었던 수준까지 자신의 능력을 끌어내지 못할 때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억척같이 만들어 내는 프로듀서로서의 엄격한 모습도 보여 준 적이 분명 있었지만, 평소의 이서준은 자신과 작업 중인 가수의 생각과 뜻을 존중해서 함께 좋은 시너지 효과로 작업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작업에 임하는 모습은 한국에서의 그러했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살아 있는 레전드이자 개인적 우상인 애슐리 브룩과 함께하는 작업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작업이 진행될 거라고 모두가 예상했었는데, 사람들의 그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작업 시작 첫날부터 싸우기 시작한 두 사람. 원래부터 곡 작업을 할 때 많이 예민하게 굴었던 애슐리 브룩이었기에 그녀가 첫날부터 다툼을 일으키는 것은 평소대로의 까칠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그녀와 팽팽히 맞서 싸우는 이서준의 모습은 정말 의외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작업할 때와는 다르게 사사건건 애슐리 브룩의 의견, 아니 고집에 끌려가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참 많이도 싸우는 중이었다.

그러나 매일같이 싸우는 두 사람 사이에는 신기한 점도 무척 많았다.

특히 신기한 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매일 싸우는데도 두 사람의 사이가 전혀 나빠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실제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심하게 싸우는 두 사람이었지만, 티격태격 중에 좋은 의견이나 합의점이 도출되면 언제 싸웠냐는 듯이 다시 사이좋은 평소 관계로 돌아가 버렸다.

그래서 그런 두 사람을 쭉 바라봤던 주변 사람들은 이제 두 사람이 싸워도 면역이 생겨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천재들만이 가지고 있는 괴팍하고 특이한 부분들 때문에 남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그냥 투닥거리는 것으로 자체적 결론이 내려진 상태였다.

애슐리는 악보의 한 부분을 연필로 툭툭 찌르며 화를 냈다.

“여기서 첼로 소리가 들어가 줘야 해. 도대체 넌 프로듀서면서 내 의견을 끝까지 반대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말투만 들어서는 엄청나게 화가 난 듯한 애슐리.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강한 의사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인 이서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니 이 부분의 사운드는 이미 충분하다고 몇 번이나 말해요? 여기에 첼로 소리가 들어가면 애슐리의 보컬이 첼로 소리에 묻히게 된다고요. 그러니 사운드를 더 채우자고 하는 소리를 프로듀서인 제가 어떻게 들어줍니까?”

역시 애슐리 의견에 조목조목 이유를 대며 강하게 반박하는 이서준.

애슐리는 그런 이서준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네가 나한테 분명히 말했잖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이야. 근데 왜 지금은 네가 전에 나에게 했던 말과 다르게 행동해? 이건 정말 악기 하나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나 이서준 역시 이번 다툼 주제에 관해서는 조금도 양보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예요? 제가 지금껏 애슐리의 의견을 대부분 다 들어줬잖아요. 그러나 악기 구성 같은 디테일한 부분은 본인의 고집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프로듀서인 제 말을 제발 좀 따라요. 그게 제일 베스트예요. 그리고 요즘은 악기 수를 적게 가져가는 게 트렌드라고 제가 몇 번이나 설명을 드렸어요.”

“창작에 트렌드가 어딨어? 그리고 나 애슐리 브룩이야. 내가 걷는 길이 곧 트렌드가 되는 음악계의 슈퍼스타가 바로 나란 말이야.”

“……휴.”

양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인상을 잔뜩 쓴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애슐리 브룩의 모습을 본 이서준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오늘도 그녀와의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그녀와 입씨름을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과감하게 작전을 바꾸었다.

옆에 놓인 피아노 앞에 털썩 앉아 버린 것이다.

“좋아요. 일단 제가 당신의 의견을 일부 수용할게요. 대신 악기 추가 말고 피아노 연주의 구성을 바꿔 볼게요. 그러니 지금은 일단 제 피아노 소리를 들어 보세요.”

“…….”

이서준의 말에 일단은 입을 다물고 쳐다보는 그녀.

그리고 이서준은 그런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구상 중인 머릿속의 음표들을 정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조금 뒤 이서준은 곧바로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이전과 많이 달라진 연주.

이서준은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운 편곡 버전을 애슐리 브룩에게 바로 들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언쟁 중인 부분의 편곡 연주를 끝낸 이서준은 곧바로 애슐리 브룩을 바라보며 추가 설명을 이어 갔다.

“악기를 추가하는 것 대신 피아노 소리가 더 풍성하게 들리게 곡을 바꿔 봤어요. 어때요?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이서준의 진지한 물음에 애슐리 브룩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밝게 웃는 얼굴로 이서준을 껴안으며 대답했다.

“하하, 좋았어. 이렇게 곡을 전개하면 나도 전혀 불만 없어. 근데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런 좋은 생각을 떠올린 거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너 정말 대단해. 최고라고.”

애슐리 브룩의 긍정적인 반응을 본 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서준.

다행히 오늘도 힘겹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한숨을 쉬었다고 그녀와의 작업이 힘들고 괴로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실상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애슐리 브룩과의 작업은 정말 최고였다.

남들이 겉에서 보기에는 매일 싸우며 엉망진창인 분위기에서 힘겹게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오해였다.

이서준은 지금 애슐리 브룩과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며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녀와의 작업이 다른 작업과 분명하게 다른 점은 애슐리 브룩은 음악에서만큼은 굉장히 직설적이고 꾸밈없게 의견을 피력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살아 있는 레전드답게 지적하는 점들이나 강조점들 모두가 정말 예리한 부분들이었다.

그래서 이서준은 그런 중요한 부분에 관해 그녀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정리하면 그녀와의 작업은 이서준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위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오늘 역시 열정적인 의사소통을 나눈 덕분에 피곤함을 많이 느끼던 찰나, 옆에 놓아둔 자신의 스마트폰이 맹렬히 울리기 시작했다.

의아한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적힌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그리운 엄마가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서준은 반가운 얼굴로 황급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여보세요?”

[아들, 잘 지내고 있어?]

언제 들어도 반가운 엄마의 목소리.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조금 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피곤함이 한 번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야 그냥 열심히 작업하며 지내고 있죠. 근데 지금 한국 시각은 잠자리에 들 시간 아니세요? 왜 안 주무시고 전화하셨어요?”

[호호, 우리 아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지. 그리고 방금 네가 나온 ‘윤레스토랑’ 보고 있었거든. 엄마가 요즘은 이거 보는 낙으로 살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윤레스토랑’ 미국편이 방영하는 요일이란 사실이 다시 기억났다.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윤레스토랑’ 미국편이 케이블 방송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던데, 이런 기쁜 소식을 한창 바쁜 음반 작업 덕분에 어느새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시장에선 네 칭찬이 자자해. 어떻게 그렇게 싹싹하냐고 하면서 말이야. 어릴 때부터 네가 커 오던 모습을 모두 보신 분들도 놀라서 물어. 너 언제 그렇게 요리를 배웠냐면서 말이야. 근데 엄마도 그 점은 신기해. 네가 요리를 그 정도로 잘하진 못했잖아. 엄마 모르게 요리를 따로 배웠던 거야?]

자신의 엄마가 방송 중에 나온 자신의 능숙한 요리 장면을 보고 하는 질문이었기에 이서준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로 대답하게 되었다.

“…혹시 예능 프로그램에서 쓸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틈틈이 배워 뒀어요. 근데 아버지는 잘 지내고 계시죠?”

[아버지야 항상 똑같지. 금요일은 너 때문에 항상 술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전과 비교해서 조금 달라진 부분이구나. 친한 분들하고 함께 술 한잔하면서 네가 나오는 걸 보시거든.]

“…너무 많이 드시지는 못하게 하세요.”

자신이 나오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 친구분들과 함께 술잔을 들어 올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해서 쑥스러운 마음 때문에 황급히 아버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말을 꺼내는 이서준이었다.

[일단 네 말을 아버지께 전달은 해 보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친한 분들과 술 한잔하는 거야 아빠의 유일한 낙이잖니. 그리고 너도 우리 걱정하지 말고 미국에선 건강하게 잘 지내. 타국에서 일할 때일수록 건강에 더 유념해서 일해야 하는 법이야.]

“네, 엄마. 건강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보고 싶은 엄마와의 통화가 드디어 끝이 나자 옆에서 조용히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애슐리 브룩이 이서준의 팔을 ‘툭’하고 치며 물었다.

“엄마?”

“네.”

“아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하셨대?”

엄마와의 통화 내용을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조금 전 통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애슐리는 그런 이서준의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그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오, 네 인기는 한국에서도 뜨겁고 미국에서도 뜨겁네. 정리하면 네 인기는 언제나 식을 줄 모르고 뜨거운 상태군. 이거 조만간 나처럼 슈퍼스타가 될 수도 있겠어. 하하하.”

듣고 있으면 민망한 마음에 온몸이 오그라들 것 같은 말들도 참 뻔뻔하게 잘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이서준은 오늘도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근데 방금 애슐리가 말한 내용은 무슨 뜻일까?

그녀는 분명 지금 이서준에게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말을 했었다.

미국에서는 그 어떤 공식적인 활동도 한 적이 없는 이서준을 향해 그녀는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우선 그 이유부터 설명하면, 최근 미국 내에서 크게 유행한 15분짜리 동영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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