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50화 (150/189)

150. 새로운 도전(4)

과한 스트레스를 받은 덕분인지 마이클 본 사장은 문득 커피 생각이 간절해졌다.

카페인이라도 섭취하면 그래도 머리가 아픈 증상이 조금은 완화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즉시 의자에서 일어나 커피를 가지러 움직였다.

이윽고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식도를 타고 몸 안으로 들어오자 거짓말같이 기분이 조금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얼굴에 떠올랐을 그때 조용하던 인터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애슐리 브룩 씨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네, 들여보내 주세요.”

조금 전 만나기 싫은 사람과 심각한 대화를 나눈 덕분인지 애슐리 브룩의 방문이 오늘따라 더욱 반가운 기분이었다.

“뭐 하고 있었어?”

“커피 마시고 있었어.”

“그래? 왜, 또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귀신처럼 단박에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을 던지는 그녀에게 놀란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애슐리 브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하하, 뭐 때문에 놀라? 당신 원래 스트레스 받을 때만 커피 마시잖아. 자기의 그런 습관도 모른 채 지금까지 살아온 거야?”

“…내가 그랬나?”

지금껏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버릇 하나를 그녀 덕분에 발견하게 되었지만, 기쁨보다는 민망함에 멋쩍은 웃음을 짓고 마는 마이클 본 사장이었다.

애슐리 브룩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뒷머리를 끄적거리고 있는 마이클 본 사장에게 곧바로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전달했다.

“서준이가 마이클 존슨 추모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하네. 그러니 그쪽에 오케이 사인을 보내 줘. 서준이도 그런 큰 무대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내심 자신이 가장 존경했던 가수를 추모하는 노래는 꼭 부르고 싶나 봐.”

“그래? 그거 잘된 일이군. 방금과는 다르게 말이야.”

“…근데 진짜 무슨 일인데 그래?”

은연중에 계속 조금 전 불편한 일이 있었음을 거듭 내비치는 그의 모습에, 애슐리 브룩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고 마이클 본 사장은 그런 그녀의 질문에 마치 기다렸던 사람처럼 곧바로 조금 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그녀에게 소상히 밝혔다.

“제이크 슈나이저 부사장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가지고 왔어. ‘뉴 아시안 스타 프로젝트’라는 거야. 근데 이 프로젝트가 진심으로 별로야. 프로젝트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일본 내 큰 기획사와 콜라보로 일본 가수를 미국에 데뷔시키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 근데 그들이 데뷔시키려고 하는 가수들의 실력이 진심으로 엉망이라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지가 너무 고민이야.”

“그래? 도대체 실력이 어떻길래 우리 마이클 본 사장이 이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실까?”

“…직접 볼래?”

“좋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라 마이클 본은 애슐리 브룩에게 직접 그들의 실력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이윽고 그의 책상 위 모니터에서 재생된 한 개의 동영상.

화면 속 영상에는 일본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제니스’의 간판스타 스냅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스냅스라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튼 것이다.

스냅스는 일본의 국민 그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대표 스타 그룹이었는데, 그들은 놀랍게도 이번에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스냅스의 뮤직비디오를 집중해서 감상하던 애슐리 브룩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중간에서 꺼 버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마이클 사장에게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어설픈 팝 흉내 내기 노래에 매력 없는 보컬의 목소리와 엉망진창인 노래 실력, 그리고 이건 춤이야, 율동이야? 설마 이 친구들이 진심으로 미국으로 올 생각을 하고 있는 그룹은 아니겠지?”

“…안타깝게도 맞아.”

“오, 하나님.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실력으로 미국 시장을 노려? 이건 무조건 실패할 프로젝트야. 슈나이저 부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거지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거야?”

마이클 본 사장은 그녀의 물음에 아주 단순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우리 쪽에선 전혀 돈이 들지 않으니까. 일본 쪽 친구들이 제정신이 아닌 모양인지 미국 진출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자신들이 대겠다고 한 모양이야. 그러니 우리 입장에선 실패해도 손해 보는 것은 단 하나도 없게 되는 거지. 그리고 슈나이저 이 친구는 사업가 출신답게 음악도 사업적인 마인드로 판단해. 투자금이 넉넉하니 물량 공세를 펼치면 이런 엉망인 친구들도 이곳에서 성공하지 못할 리가 없다는 쓰레기 같은 마인드지.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내 머리가 이렇게 아픈 상태고.”

“……”

부사장의 말도 안 되는 사업 계획에 애슐리 브룩의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 생겼기에 마이클 본에게 다시 물었다.

“나 진심으로 궁금한 점이 있어. 도대체 일본 애들은 왜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거야? 그냥 자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니 지금처럼 자국에서만 활동하는 게 훨씬 합리적인 판단이잖아.”

“하지만 미국 진출에 관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있는 모양이야. 바로 옆 나라인 한국의 BTC라는 그룹의 대성공이 그들에게 자극제가 된 거지. 그래서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인 음악 시장에서 한국 가수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마이클 본 사장의 설명을 들을수록 애슐리 브록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음악 분야에 왜 국가가 개입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런 식으로 억지 진출하는 것이 도저히 무슨 이득일까 하는 의문도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커피를 찾고 말았다.

“아, 머리야. 마이클 나도 커피 한잔 마셔야겠어. 네 이야기 들으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

“후후, 내가 직접 챙겨 주지. 잠깐만 기다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커피 타임.

마이클 사장은 말없이 커피를 마시는 애슐리에게 조용히 물었다.

“컴백 앨범 작업은 잘 되어 가?”

애슐리는 그의 물음에 빙긋 웃는 얼굴로 답했다.

“아주 좋아. 이 정도로 열심히 작업해 본 적은 정말 오랜만이야.”

그녀의 대답을 들은 마이클 본 사장은 짓궂은 농담을 섞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흐흐, 그래? 그럼 이번에도 열심히 싸우고 있겠군. 아닌가? 이서준은 얌전해서 너 같은 싸움닭이랑 싸움이 성립 안 될 텐데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걘 나보다 더해.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너랑 작업할 때보다 요즘 더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거 같아. 그런 싸움 덕분에 당연히 좋은 결과물들이 만들어지는 중이고.”

과거 프로듀서로서 그녀와 함께 음반 작업을 여러 번 했던 마이클 본 사장이었기에, 그녀의 설명만 들어도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이어서 물었다.

“근데 타이틀 곡은 나왔어?”

마이클 본의 질문에 애슐리는 약간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타이틀 곡은 아직이야. 진짜 중요한 컴백이라 다른 어떤 때보다 힘을 제대로 준 곡으로 컴백하고 싶은데… 아직 그 정도로 좋게 느껴지는 곡이 없어.”

창작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마이클 본 사장이었기에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다독이는 말을 건넸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는 말아. 초조할 필요 절대 없어. 너도 알잖아, 타이틀 곡이 나오려면 단 5분 만에 그냥 ‘쓱’ 하면서 만들어질 때도 많다는 사실을 말이야.”

“흐흐,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렇게 편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주고받던 두 사람.

웃는 얼굴로 커피를 마시던 애슐리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탁’하고 세게 치며 마이클 본에게 말했다.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우리 서준이를 미국에 정식으로 데뷔시키는 건 어때? 아까 같은 이상한 일본 가수 대신에 말이야.”

“뭐?”

갑작스러운 애슐리의 제안에 마이클 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애슐리는 그런 그를 향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를 그에게 계속 설명했다.

“너도 프로듀서였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거 아니야. 서준이는 분명 미국에서도 먹혀. 요즘 세계적으로 ‘핫’한 한국에서 탑을 먹은 녀석이니 실력은 확실하게 입증이 된 거나 다를 바가 없고… 너랑 나도 그 녀석의 음악성에 반해 미국으로까지 불러들여 프로듀서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바로 이서준이야. 그러니 이번에 일본 애들 대신에 이서준을 데뷔시켜. 그게 회사를 위해서는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

애슐리 브룩의 설명을 들은 마이클 본 사장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이유는 방금 들은 그녀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와 정반대로 정말로 괜찮은 생각이란 판단이 들어 말을 아끼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과 표정에 담긴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애슐리 브룩이었기에, 그녀는 본인의 생각을 모두 설명한 후 고민하는 마이클 본을 내버려 둔 채 커피만 마셨다.

잔에 남은 커피를 모두 마셔 버린 그녀는 아직도 고민 중인 마이클 본을 바라보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커피 맛있네, 마이클….’

* * *

뉴욕의 국제공항.

지금 이 공항에는 일본에서 뉴욕으로 날아온 일본발 뉴욕행 비행기가 착륙했다.

그리고 잠시 후 뉴욕 국제공항에는 방금 착륙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넘어온 일본의 인기 그룹 스냅스의 4인 멤버 모두가 공항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스냅스 멤버들 뒤로는 떠오르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무키야노 스즈끼의 모습도 보였다.

뉴욕에 도착한 일본의 슈퍼스타 두 팀을 맞으러 공항에 나온 인물은 일본 제니스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쿠로시노 야쓰오였고, 그와 함께 동행한 인물은 놀랍게도 미국의 워너즈 뮤직의 부사장 제이크 슈나이저였다.

슈나이저 부사장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일본 손님들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뉴욕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직접 공항까지 마중하러 와 주시다니… 당신의 환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인답게 제이크 슈나이저 부사장을 향해 예를 갖춰 인사하는 일본 제니스의 대표 가수 두 팀이었다.

“자, 그럼 호텔로 갈까요?”

기분 좋은 미소로 일본 손님들을 준비된 호텔로 모시는 제이크 슈나이저 부사장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