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51화 (151/189)

151. 추모 공연(1)

대규모 인원의 이동이었다.

일본에서 이번에 뉴욕에 온 가수들만 5명이었고, 그들을 수행하는 스태프까지 합치면 거의 20명에 달하는 대인원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에서 그들을 맞아 준 인원까지 합하면 정말 대인원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행은 소규모 인원으로 나누어져 차량에 탑승했고, 일행들을 실은 차 중 가장 앞장서서 달리는 고급 리무진 승용차에는 슈나이저 부사장과 제니스의 사장인 쿠로시노 야쓰오가 타고 있었다.

슈나이저 부사장은 리무진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고급 와인을 잔에 따라 쿠로시노 야쓰오 사장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찡긋 웃어 보이며 이렇게 속삭였다.

“미국에서의 사업 성공을 위해 우리끼리 미리 축배를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쿠로시노 사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의 말을 들은 쿠로시노 사장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축배를 드는 술이 이런 고급 와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역시 귀인이시라 바로 최고급 술을 알아보시는군요. 술을 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나십니다. 하하하.”

슈나이저 사장은 겉으로는 이렇게 호탕하게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 이 노란 원숭이는 미국에서 유학까지 했다면서 영어 발음 수준이 왜 이 모양이야? 무슨 말을 하는지 발음 때문에 헷갈려 미칠 지경이군. 짜증 나는 놈이야.’

일본인 특유의 이상한 영어 발음 때문에 잔뜩 짜증이 난 상태였지만, 돈이 되는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그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은 프로 경영자인 슈나이저 부사장에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술까지 한 모금 마신 덕분인지 쿠로시노 사장의 얼굴에는 흡족함이 가득했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았던 그는 옆에 앉은 슈나이저 부사장에게 나지막하게 앞으로의 청사진에 관해 물었다.

“미국에서의 사업 진행에 큰 문제가 생길 일은 없겠죠? 전 지금 슈나이저 부사장님만 믿고 있습니다. 슈나이저 부사장님의 능력이라면 우리 회사 가수들의 미국 진출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이 말입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사진 중 몇 명은 이미 저에게 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니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회사 임원 회의에서 뉴 아시안 스타 프로젝트는 통과가 될 거고, 그리고 미국 내 최고 가수와 함께 콜라보 공연 같은 것으로 부족한 인지도를 올리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 내 최고 작곡가의 곡까지 받아 낸다면…… 그럼 그냥 우리의 거대 프로젝트는 대성공으로 피날레를 맞게 되겠지요. 우리가 함께 세운 계획대로 일은 착착 진행될 거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저를 서포트해 주시면 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자금에 관해서는 절대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초 계획보다 자금이 더 들어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으니 그냥 투자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해 주십시오. 자금만큼은 제가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이거 너무 든든한 말씀이시군요. 말씀하신 대로 진짜 최선을 다할 테니 우리 미국에서 역사를 한번 만들어 보시죠. 그런 의미에서 건배.”

“건배.”

짠.

고급 와인잔이 부딪치자 청명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와인을 마셨다.

와인을 마시던 슈나이저 부사장은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다.

‘나는 아직까지 사장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어. 어울리지도 않은 사장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는 음악쟁이를 골방 작업실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라도 이 사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해. 반드시….’

그렇게 다짐한 슈나이저 부사장은 잔에 남은 와인을 모두 털어 넣어 버렸다.

* * *

나는 애슐리와의 저녁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고, 이윽고 편한 옷으로 옷까지 갈아입으니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릴 무렵 귀에 익은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딩동.

지금 이 소리가 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스마트폰 알림 소리라는 것을 바로 눈치챈 나는, 곧바로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 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 메시지가 온 것이 맞았고, 발신인은 애슐리 브룩이었다.

‘마이클에게 말했어. 그러니 준비 제대로 해. 수백만 명이 볼지도 모를 추모 공연이니 제대로 된 공연을 준비해서 보여 줘야 할 거 아니야. 흐흐, 그럼 푹 쉬고 내일 작업실에서 만나자.’

회사에 참가하고 싶다고 한 내 의견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를 보게 되니 갑자기 없던 부담감이 ‘확’하고 몰려왔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팝의 황제 마이클 존슨이었기에, 그의 추모 공연이라면 어쩌면 방금 애슐리의 농담 섞인 메시지의 글대로 수백만 명 이상의 사람이 이 공연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연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건 아마 평생 후회할 일이 될 수도 있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고의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어느새 날아가 버린 잠.

잠에서 깬 나는 소파에 앉아 공연 때 부를 곡부터 고민했다.

워낙 명곡을 많이 가지고 있는 레전드 가수였기 때문에 오히려 공연에서 부를 곡을 선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노트북을 꺼내 와 마이클 존슨의 노래들을 순서 없이 생각나는 대로 다시 들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어느 순간 그의 일대기가 궁금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이야기지만, 분명 나는 그 어떤 사람보다 그의 노래를 많이 들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잘 몰랐던 그의 인생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서 그의 삶에 관한 내용이 담긴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이내 적당해 보이는 영상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마이클 존슨의 삶과 음악이라….”

이 영상을 만든 사람 역시 아마 자신처럼 마이클 존슨의 팬이 분명할 것이라는 추측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해당 영상의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무려 1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생된 영상.

영상은 마이클 존슨이 처음 무대에 오른 8살 때부터 죽음에 이르렀을 때까지의 삶에 관해 나름 소상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는 이 영상을 보고 난 후 제법 큰 충격에 빠졌다.

왜냐하면, 마이클 존슨의 인생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불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의 상습적 구타에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올랐던 어린 마이클 존슨.

많은 이들은 어린 마이클 존슨의 천재적인 음악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그저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지 않고 온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며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솔로 가수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였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들은 더욱 나빠져 갔다.

가족 간의 불화와 반목.

그리고 사기와 협박 등 온통 불행으로 점철된 그의 삶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사실은, 자신의 삶은 불행했지만 정작 그런 그가 만든 노래에 많은 이들은 행복을 느끼고 살았다는 사실이었다.

영상을 다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 존슨은 행복했을까? 과연 행복했다면 그에게 행복이란 어떤 의미의 행복이었을까?’

그런 의문은 곧바로 나에게 옆에 세워 둔 기타를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과 답을 기타 소리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

어느새 내 주위를 감싸는 수많은 음표.

난 그 녀석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연주를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약 5분 정도의 연주가 끝났을 때 나는 제법 마음에 드는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피아노로 편곡해서 다시 연주해 봐야겠어.”

음악적 욕구가 남았던 나는 곧바로 피아노로 뛰어가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처음의 기타 연주 때와는 많이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제대로 녹음하면서 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의 날것과 같은 부분은 두 번째 연주부터는 잘 가다듬으면서 연주했고, 나는 처음 연주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거다!’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긴 나는 곧바로 애슐리 브룩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이, 서준. 이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하는 거야?]

나는 늦은 시각 걸려 온 전화에 놀란 그녀를 향해 곧바로 방금 녹음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오, 하나님! 이게 도대체 뭐야?]

나는 곡을 듣고 많이 놀라는 애슐리 브룩에게 지금 이 곡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설명이 끝날 무렵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애슐리도 마이클 존슨과 친분이 있었죠?”

내 물음에 애슐리는 당연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많이 친했어. 그와 난 정말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소울메이트의 관계였거든. 그래서 그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참 동안 힘들어하기도 했었어.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 거야?]

“그를 잘 아는 사람에게 이 노래의 가사를 부탁하고 싶었거든요. 잘되었네요. 혹시 생각 있으시면 애슐리가 이 노래의 가사를 만들어 주세요. 그에게 행복이란 무슨 의미였는지 애슐리라면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오, 오케이, 알았어. 가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근데… 이 곡은 누구한테 줄 거야?]

애슐리가 왜 이런 질문을 내게 하는지 바로 느껴지는 바가 있었기에 나는 웃으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하하, 사실 아직까지 누구에게 이 곡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혹시 애슐리가 불러 볼 의향은 있어요?”

애슐리는 내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이렇게 대답했다.

[오, 당연하지. 내가 진짜 최선을 다해서 부를게. 그럼 약속한 거야. 이 곡 꼭 나한테 주는 것으로, 알겠지?]

“하하, 알겠어요. 이 곡이 제대로 나오면 이번 컴백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하자고요.”

[나도 그럴 생각으로 물어본 거야. 이 곡이라면 이번에 제대로 힘줘서 컴백 할 수 있겠어. 완전 느낌이 왔거든.]

전화상으로 엄청난 자신감을 내비치는 애슐리 브룩.

나 역시 그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그녀의 말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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