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53화 (153/189)

153. 추모 공연(3)

조금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눈에 익은 건물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같은 건물 안이라 모두가 똑같은 구조를 가진 복도와 사무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사장 마이클 본의 눈에는 분명 다르게 보이는 복도였다.

그렇게 친숙한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건장한 체격의 보안 요원들이 서서 외부인의 통제를 막고 있는 아티스트 작업관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여러 아티스트가 다양한 음악 작업을 하는 곳으로 사실 마이클 본의 목적지가 바로 여기였다.

보안 요원 중 한 명이 출입 통제 구역인 작업관 안으로 들어가려는 마이클 본을 제지하려고 할 때, 그들 중 마이클 본 사장의 출현을 알아챈 보안 팀장이 황급히 자기 부하 직원의 행동을 제지하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이곳에 오셨네요. 어서 오십시오, 마이클 사장님.”

마이클 본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보안 팀장에게 웃는 얼굴로 답례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톰. 최근 양키즈가 계속 연승 중이던데… 축배는 들었나요, 톰?”

이곳의 보안 팀장인 톰 히킨스가 양키즈의 광적인 팬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건넬 수 있는 인사말이었다.

보안 팀장 톰은 그런 마이클 본의 인사말에 웃는 얼굴로 그를 안내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 출근하는 날인데 아무리 기뻐도 절제할 줄도 알아야죠. 대신 월드 시리즈 우승 때는 축배를 위해 휴가를 쓸 테니 그 점은 미리 양해를 부탁드려야 할 거 같네요.”

“하하, 그건 당연하죠.”

오랜만에 본 반가운 얼굴의 안내 덕분에 녹음실 안으로 향하는 마이클 본 사장은 진심으로 편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최근 사장실 안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미소였다.

그렇게 작업실 안으로 들어선 마이클 본 사장.

그는 잠시 후 애슐리 브룩과 이서준, 그리고 엔지니어 존이 햄버거를 먹고 있는 녹음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점심으로 햄버거 먹는 거야?”

마이클 본의 물음에 그제야 그의 모습을 발견한 세 사람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를 반겼다.

그리고 애슐리 브룩이 대표로 갑자기 나타난 마이클 본에게 물었다.

“오, 마이클, 녹음실에는 어쩐 일이야?”

마이클 본은 그녀의 물음에 자신이 이곳을 찾은 진짜 이유를 서슴없이 밝혔다.

“회의가 끝나고 너무 머리가 아파서 나도 모르게 내 발길이 옛 일터인 이곳으로 향했어. 본능적으로 이곳이 내가 가장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발이 저절로 움직인 거 같아. 근데, 남는 햄버거는 없어? 먹는 거 보니까 나도 모르게 식욕이 돋네.”

애슐리는 햄버거를 찾는 그의 행동에 크게 웃으며 자신의 몫으로 남겨 두었던 햄버거를 건넸다.

“하하하, 이거 먹어. 안 그래도 나는 햄버거의 반만 먹을 생각이었어. 안 그러면 내 개인 트레이너가 늘어난 체중 때문에 나를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거든. 하하하.”

“오케이, 잘되었네. 남은 햄버거를 먹어 치워서 너를 살려 줄 테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애슐리.”

그렇게 햄버거가 메인 음식인 점심 식사에 중도 합류한 마이클 본은, 남은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의 음식을 세 사람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다 먹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네 사람.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녹음 엔지니어 존은, 오랜만에 만난 마이클을 향해 노래 듣기를 권했다.

“우리 사장님이 오랜만에 이곳에 오셨는데… 일단 애슐리가 방금 녹음을 끝낸 따끈따끈한 신곡부터 들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장님이 되시기 전에는 우리 회사 최고 프로듀서셨으니 방금 녹음이 끝난 노래가 사장님 귀에는 어떻게 들리는지 소감을 들어 보고 싶네요.”

내심 역대급 노래를 들은 마이클 본의 깜짝 놀라는 얼굴을 보고 싶은 존의 제안이었다.

마이클 본은 그의 제안을 듣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생생한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에 왔으니까,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조금도 없어.”

“오케이, 그럼 바로 틉니다.”

엔지니어 존의 제의로 갑자기 시작된 음악 감상 시간.

마이클 본은 조금 전과 다르게 매우 진지한 얼굴로 애슐리 브룩의 신곡을 기다렸다.

이윽고 녹음실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그녀의 노래.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듣고 있던 마이클 본의 표정은 점점 놀라움으로 물들어 갔다.

“오……”

마치 말을 잃은 사람처럼 그저 ‘오’라는 감탄사만 연신 내뱉는 마이클 본.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애슐리의 신곡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놀란 표정으로 노래를 듣다 보니 어느새 약 4분간의 노래는 끝을 맺었고, 현재 사장이자 과거 프로듀서였던 마이클 본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한 채 애슐리 브룩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상을 쏟아 냈다.

“오, 진짜 최고야. 근래 들었던 노래 중에 최고로 좋은 노래인 거 같아. 아, 아니다. 애슐리에게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당신의 예전 최고 히트곡보다도 훨씬 좋은 거 같아. 애슐리, 이 노래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게 된 거야? 얼마 전에 날 볼 때만 해도 타이틀 곡으로 삼을 만한 노래가 아직 없다고 나한테 푸념했었잖아.”

지금 들은 신곡이 당연히 싱어송라이터인 애슐리가 작곡한 노래라고 넘겨짚은 그의 물음에, 애슐리 브룩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옆쪽의 이서준을 가리키며 이렇게 대답했다.

“이번에는 번지수가 완전히 틀렸어. 왜냐하면, 방금 네가 들은 곡은 내가 만든 곡이 아니라 우리 서준이가 만든 노래거든.”

“뭐?”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라는 마이클.

그는 진심으로 이서준의 천재성에 관해 많이 놀라는 중이었다.

물론 그 역시 이서준의 음악에 담긴 매력 때문에 머나먼 나라의 그를 회사 대표 가수인 애슐리 브룩의 프로듀서 겸 편곡자로 일해 달라고 부탁했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한 노래를 만들 만한 천재일 거라는 생각까지는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들은 노래가 정말 이서준이 작곡한 노래가 분명하다면, 자신은 지금까지 진짜 황금을 옆에 두고도 알아채지 못한 바보 멍청이가 분명했다.

생각이 거기에까지 이른 마이클은 자신도 모르게 이서준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혹시 미국에서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은 없어?”

“네?”

마이클 본의 뜬금없는 활동 제의에 이서준의 눈은 당혹스러움에 물들어 갔다.

그러나 마이클 본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묻고 있었다.

오전 회의 때 미국 데뷔를 논했던 일본 가수들과 비교하면 이서준은 진짜 중에 진짜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 * *

드디어 시작된 마이클 존슨의 추모 공연.

전 세계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던 이 공연을, 현장인 콘서트장은 물론이고 TV나 온라인 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함께하고 있었다.

추모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그의 여동생이자 팝의 여제인 제니퍼 존슨이었다.

그녀는 무대 한가운데로 천천히 올라와 손에 든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제 오빠 마이클 존슨. 그는 지금 우리 곁엔 없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우리를 기쁘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 고마운 노래를 남겨 준 그를 위해 오늘은 우리가 그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 날이 될 거 같네요. 우리의 노래를 듣고 우리가 아직 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하늘나라에서 꼭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이 말을 끝으로 그녀를 비추던 거대한 핀포인트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두워진 무대.

어둠이 둘러싸인 무대 위에서 갑자기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기타는 어떤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주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먼저 생겨났다.

왜냐하면, 지금 연주하는 감미로운 곡이 어떠한 곡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의아함이 가득했던 사람들의 표정은 곧 무언가를 알아낸 사람들의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감미로운 어쿠스틱 기타가 어떤 곡을 연주하고 있는지, 미스터리한 곡의 정체를 드디어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꺄아아아악.

갑자기 추모 콘서트장을 뒤흔드는 관객들의 엄청난 함성.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있는 기타 소리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마이클 존슨의 명곡 중 하나인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사실을 드디어 알아낸 것이었다.

하늘나라로 떠난 그의 마지막 빌보드 차트 1위 곡이기도 한 이 곡은, 앨범 발매 첫 주 만에 빌보드 정상에 올라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사연이 담긴 곡이기도 하였다.

마이클 존슨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명곡 중의 명곡이었기에 듣는 사람들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으로 인해 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지나간 후 드디어 어두운 무대 위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또 하루가 지나가도 당신은 여전히 혼자에요.♩

♩어떻게 된 거죠? 이렇게 사랑스러운 당신 곁에 아무도 없다니요.♪

♪외로워하지 말아요. 지금 제가 당신 옆에 있잖아요.♩

전 세계인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명곡.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수는 그저 담담한 어조로 마이클 존슨의 이 명곡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벌써 듣는 사람의 마음속을 파고든 상태였다.

미국의 ABC 방송국은 오늘의 추모 공연을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었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콘서트 영상이란 사실을 방송국 사람들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TV 화면을 통해 송출되는 영상에는 음악 전문가의 해설이 덧붙여지고 있었다.

미국의 팝 전문가인 로날도 도메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이런 소감을 말했다.

“아, 환상적인 목소리네요. 그저 말하는 듯이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가 분명한데도 그 어떤 노래보다 단단합니다. 약간의 허스키함이 담긴 유니크한 목소리는 마치 기계로 만들어 낸 것과 같은 볼륨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네요. 마치 마이클 존슨의 목소리처럼 말이에요.”

이윽고 환하게 밝혀진 무대 위.

그 무대 위에는 담담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서준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미국 사람들은 이서준이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 동양인의 정체는 도대체 뭐지?”

그들은 두 가지 사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첫 번째 이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수가 첫 무대를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으로 알려졌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첫 무대를 이름도 알 수 없는 동양인이 서게 될 줄은 정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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