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56화 (156/189)

156. 빌보드 도전(2)

연일 언론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 언론들의 찬사.

그의 무대를 본 외국인들 여기 일제히 한목소리로 이서준의 무대를 칭찬하고 있었다.

‘솔직히 너무 잘하긴 했어. 잘해도 정도껏 잘해야지… 거의 애슐리 브룩과 함께 추모 공연 주인공처럼 공연했으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팝의 황제라는 마이클 존슨의 추모 공연에서 이서준은 거의 주인공과 같이 나왔다.

사실상 추모 공연의 주인공은 이서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재까지 공연 영상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영상이 바로 이서준이 부른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였고, 그다음으로 애슐리 브룩의 신곡인 ‘happiness’, 3등은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영원한 사랑’이었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이서준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지금 높아질 때로 높아진 상태였고, 그로 인해 다양한 호평이 뒤따르고 있었다.

자신이 봐도 정말 환상적인 무대였기에 친한 동생으로서, 아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작곡한 애슐리 브룩의 신곡이 지금 현재 엄청나게 히트 중인 상황인 걸 감안하면 정말 ‘이서준이란 남자는 절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내 연락을 모조리 씹고 계시겠지.’

이서준에 관한 혼자만의 상념이 연락이 오지 않는 현실에 대한 푸념으로 이어질 때쯤 갑자기 함께 식사 중이던 김진영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어, 잠깐만.”

식사 중인 쓰리 타임즈에게 양해를 구한 김진영은, 열심히 울리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어… 어… 그래?”

통화 중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 김진영.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쓰리 타임즈 멤버들의 머릿속에는 순간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내 통화를 끝내고 전화기를 내려놓은 김진영.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금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그의 안색이 나빠지는 것을 본 나영은, 걱정하는 마음에 곧바로 김진영을 향해 물었다.

“무슨 안 좋은 연락이 온 거예요?”

자신을 걱정하는 나영의 물음에 김진영은, 표정 관리를 잘못했음을 깨닫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서둘러 해명했다.

“하하, 내 표정이 좀 이상했지? 내 표정이 이상해 너희가 오해한 모양인데, 방금 전화는 절대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화가 아니었어. 오히려 좋은 소식을 전해 주는 전화라고 할 수 있는 통화였어. 내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 이유는, 다음 주 일정이 좀 빡빡했는데, 갑자기 미국에 가야 하는 사정이 생겨서 일정 조정을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을 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나 그의 설명을 듣고도 궁금증은 남아 있었다.

“미국요? 갑자기 미국에는 왜 가세요?”

지호의 물음에 김진영이 대답했다.

“서준이 때문에 가야 할 거 같아.”

“서준 오빠요? 서준 오빠 때문에 왜요?”

생각하지 못한 이서준이란 이름이 언급되자 지호 옆에 앉아 있던 나영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김진영 역시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 대답했다.

“계약과 관련해서 협상 때문에. 아직 공식적으로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되는데… 지금 서준이랑 일하고 있는 ‘워너즈 뮤직’에서 우리 서준이가 미국 시장에 정식으로 데뷔하길 바라는 모양이야. 그리고 서준이도 정식 데뷔할 생각이 있고. 아무튼, 그런 중요한 일에 관해 논의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내가 직접 미국으로 가야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겠지.”

갑작스러운 이서준의 미국 데뷔라는 폭탄선언과 같은 말에 함께 식사 중인 모든 사람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중 쓰리 타임즈 멤버 정현 역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신처럼 놀란 다른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와, 대박. 서준 오빠가 정말 대단하긴 하나 보다. 워너즈 뮤직이라면 정말 세계 최고의 음반 제작 회사잖아. 그런 회사에서 데뷔하자고 권유가 올 정도라니… 정말 너무 대단하지 않냐?”

그녀의 말에 다영 역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

“언니 말이 맞아.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 이번에 만든 애슐리 브룩의 노래도 지금 빌보드 1위 행진 중이잖아. 그리고 추모 공연 때 무대는 또 얼마나 좋았어? 이러다 서준 오빠 진짜로 월드 클래스가 되는 거 아닌지 몰라.”

다영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그 무렵, 구석에 앉은 나영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고민이 생긴 상태였다.

‘뭐야? 그럼 서준 오빠 한국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이거 잘못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한국에 들어오지 못해 얼굴도 못 보게 되는 건 아니겠지?’

이서준의 얼굴이 그리웠던 그녀였기에 같은 가수 동료로서의 성공을 기뻐하기보다는 앞으로 만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더욱 앞섰다.

* * *

“나영아, 일어나. 뉴욕에 도착했어.”

김진영이 깨우는 소리에 잠이 들어 있던 나영은 황급히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서둘러 작은 창을 통해 밖을 확인한 그녀.

눈에 보이는 풍경을 확인하니 지금 자신이 머나먼 목적지인 미국 땅에 드디어 도착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실감났다.

‘뉴욕에 도착했네…….’

반나절이라는 긴 시간을 날아 진짜 진짜 미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린 그녀는, 그와 동시에 어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이틀 전 숙소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 탓이었다.

김진영과의 저녁 식사가 끝난 저녁.

식사를 마친 멤버들은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침대의 누워 무언가를 고민하던 나영.

그녀는 한참 고민하다 어떤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누워 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거실에서 청소 중이던 정현에게로 성큼 걸어가 자신의 결심부터 털어놓았다.

“정현아, 나 결심했어. 이번 휴가 때 미국에 있는 이모 보러 가야겠어.”

청소 중이던 정현은 나영의 뜬금없는 미국행 선언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미국? 갑자기 미국에는 왜 가?”

그녀의 물음에 나영은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해야 했다.

“뉴욕에 있는 이모 보러 간다고. 우리 일주일 정도 휴가 생겼잖아. 오랜만에 시간 난 김에 다녀오려고.”

정현은 나영의 답변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뉴욕으로 간다는 말은 알겠어. 근데 정말 오랜만에 쉬는데 그 먼 미국에 갔다 온다고? 오고 가는 비행기 안에서만 적어도 이틀은 보내야 할 텐데… 정말 괜찮겠어?”

그녀의 이런 걱정이 담긴 물음에 대신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꺼내 오던 막내 채연이었다.

“흐흐, 쉴 때 보고 싶던 님을 만나야 충전이 되지. 그게 바로 진짜 힐링이 아니겠어? 히히히.”

정현은 짓궂은 표정으로 웃으며 설명하는 채연의 말을 듣고서야 나영이 진짜 미국으로 가려는 숨은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전과 다르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언니의 용기를 칭찬했다.

“오, 좋아. 우리 언니 의외로 용감하네. 그렇지, 쉴 때는 미국만큼 좋은 곳이 없어. 언니 잘 다녀오도록 해. 아, 기왕이면 대표님하고 같이 가. 그래야 표도 구하기 쉬울 거야. 언니 매니저 언니가 안 도와주면 비행기 좌석 예매하고 하는 것들 잘 못 하잖아. 아니다, 내가 대신 말해 줄게. 잠깐 기다려 봐.”

호들갑을 떨며 매니저 언니에게 바로 전화를 거는 정현 때문에 숙소 안 멤버 모두가 나영의 미국행 선언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녀들은 솔직하게 나영이 이서준을 짝사랑하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 용기 넘치는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와, 우리 언니, 파이팅. 이번에는 좋은 소식 좀 들고 와. 미국까지 갔는데 기왕이면 솔로 탈출까지 해내야지.”

“언니, 내 옷 빌려 줄게. 이번에 산 옷인데… 서준 오빠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의상이야. 전에 오빠한테 재미 삼아 물어보니까 긴 치마 입은 여자가 왠지 매력적으로 보인대.”

동생들이 만들어 내는 이런 말들의 홍수 속에서 맏언니 나영은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볼이 붉어졌었다.

“자, 가자.”

혼자만의 상념을 깨뜨려버리는 김진영의 말에 정신이 든 나영은 황급히 그를 따라 공항 밖으로 움직여야 했다.

미리 준비한 차로 이동하던 도중 김진영은 나영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이모 만나러 바로 가지 않아도 되겠어? 굳이 나 따라 움직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어차피 나는 일하러 가는 거잖아.”

그런 김진영의 말에 나영은 표정 관리에 힘쓰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고생하는 서준 오빠한테 안부는 전하고 이모 집으로 가야죠. 오빠도 낯선 미국 땅에 있느라 아는 사람이 찾아오면 무척 반가울 거 아니겠어요.”

“그래? 오케이, 알겠어. 나중에 이모 집으로 갈 때는 우리 회사 직원한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네, 감사해요, 대표님.”

나영의 감사 인사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김진영.

그러나 그는, 나영이 자신을 보지 않을 때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소속사 대표이기에 앞서 연예계 대선배이기도 한 김진영이었기 때문에, 지금 나영이 왜 미국으로 건너온 건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좋을 때다… 그리고 기왕 연애할 거면 같은 회사 사람하고 연애하는 게 낫지.’

김진영은 속으로 두 사람이 사귀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서준은 물론이고 나영 역시 회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였다.

그런 두 사람이 지금 한참 연애할 나이이기도 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연애하려면 같은 회사 사람과 사귀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었기에 두 사람의 사이를 막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나영이 미국에 동행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움직이는 게 스캔들을 막기에 더 용이하다는 판단이었다.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곧바로 이서준이 일하고 있을 미국의 ‘워너즈 뮤직’ 본사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워너즈 뮤직’ 본사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사전 약속을 잡고 온 것이기 때문에 김진영 일행은 곧장 사장 마이클 본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마이클.”

“환영합니다, JYK.”

김진영과 인사를 나눈 마이클 본은 그의 옆에 서 있는 나영의 모습을 보고 순간 멈칫하며 말했다.

“옆에 계신 레이디는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데… 혹시 우리가 구면인가요?”

그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그 이유가 짐작이 간 김진영이 나영을 대신해 대답했다.

“여기 이 숙녀는 우리 회사 대표 아티스티인 쓰리 타임즈의 멤버입니다. 혹시 그래서 낯이 익은 게 아닐까요?”

김진영의 말을 듣고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마이클 본이 말했다.

“아, 그렇군요. 제가 쓰리 타임즈의 뮤직 비디오를 봤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서준이 만든 노래를 부른 가수였으니까요. 그때 본 게 지금 기억에 남았나 보네요. 반갑습니다, 레이디.”

웃으며 손을 내미는 마이클 본과 악수를 하는 나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