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60화 (160/189)

160. 할리우드 영화 촬영(1)

드디어 시작된 촬영.

영화 ‘상춘’의 주연 배우 리쉬 웨이는 최근 시작된 촬영으로 인해 매일 흥분된 마음으로 촬영장에 출근하고 있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세계적인 배우가 되기 위해 야심 차게 할리우드에 발을 내디딘 그.

그런 마음으로 할리우드 영화판에 뛰어든 지가 언 10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할리우드 영화판의 현실은 그가 상상하던 세계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도전하다 보면 언젠간 돈과 명예가 자신에게 성큼 다가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 그가 당면한 현실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년에 수백 번이 넘는 오디션에 도전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만은 그 누구보다 활활 불태웠지만, 정작 자신에게 맡겨지는 배역은 무게감 자체가 없는 아시아인 조연 역할에 불과했다.

그런 비중 낮은 조연 역할조차 따내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진짜 현실이었고, 그런 현실의 차가움을 진정으로 깨달아 갈 때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영화 시장을 장악하다시피하고 있는 ‘마벌 스튜디오’의 새 영화 ‘상춘’의 주인공 역에 놀랍게도 캐스팅된 것이다.

그는 기적처럼 다가온 기회를 놓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준비했다.

이번 영화의 감독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주인공 역에 적합한 몸으로 만들기 위해 몸무게 감량에도 힘썼으며 격투 마스터 역할에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트레이닝도 빼먹지 않았다.

그리고 액션 스쿨도 매일 출근해서 다가올 촬영에 필요한 액션을 맹연습하며 촬영 준비에 매진했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던 실제 영화 촬영이 드디어 시작되었으니 그로선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촬영 스튜디오에 들어선 감독은 가장 먼저 주연 배우의 상태부터 체크했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리쉬 웨이는 감독 스미스의 물음에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어젠 몸이 좀 이상하게 피곤했었는데… 배려해 주신 덕분에 컨디션이 다시 좋아졌습니다.”

“하하하, 그거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군. 자네 컨디션이 좋다고 하니 오늘은 어려운 신들을 많이 촬영할 수 있겠어.”

어제는 연이은 액션 촬영으로 인한 피로 누적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었다.

그래서 약간 지친 모습을 보였더니 스미스 감독은 곧바로 촬영 계획을 전면 수정하면서까지 그의 컨디션 배려를 위한 촬영 종료를 선언했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 푹 쉬라는 뜻이었다.

역시 할리우드에서도 주연과 조연의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조연으로 출연할 때는 당장 쓰러질 듯 아픈 상태에서도 촬영 스케줄에 지장이 오지 않게 촬영장에서 죽을 각오로 촬영에 임했었는데, 주연 배우가 되니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아도 감독이나 스태프가 알아서 자신의 컨디션을 챙겨 주었다.

감독과 주연 배우의 인사가 담긴 이야기가 끝난 후 스튜디오에서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촬영 전 마지막으로 카메라 위치를 점검하러 가려던 스미스 감독은, 이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이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전했다.

“아, 그리고 오늘 네게 소개해 줄 사람이 한 명 올 거야. 우리 영화에 출연하는 ‘엘른’을 맡은 배우가 오늘 첫 신을 찍으러 올 거거든. 너랑 같은 아시아인 배우야.”

“…네.”

리쉬 웨이는 지금 감독이 말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영화 ‘상춘’ 속의 ‘엘른’이라는 배역이 이야기 전개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배역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과연 누가 이 역할을 맡게 될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

‘엘른’ 역은 의외로 한국인 배우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도 뼛속에서부터 중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화교였기 때문에 중요한 ‘엘른’ 역할은 내심 중국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전해지는 여러 가지 부수적 정보들.

한국인 배우는 한국에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출연 편수가 고작 3편밖에 되지 않는 초보 배우고, 연기 외에 가수로서도 활동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런 정보들을 알게 되자 리쉬 웨이의 머릿속에는 이런 추측이 만들어졌다.

‘아마도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벌이 한국 내 인기몰이를 위해 캐스팅한 얼굴마담인 모양이군….’

그런 추측이 만들어졌으니 ‘엘른’ 역을 맡은 배우가 왠지 못마땅해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감독의 말이 끝나고 잠시 뒤에 등장한 한 남자.

등장부터가 남다른 남자였다.

눈이 부실 정도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외모 덕분에 그의 주위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외모를 확인한 리쉬 웨이의 머릿속에는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던 거부감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스스로 평범한 외모의 배우였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지 못한 뛰어난 외모에 대한 본능적인 거리감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서준입니다.”

“…반갑습니다.”

첫 만남에 오가는 인사라 매우 어색한 분위기에서 인사했다.

그리고 두 사람 간에는 더 이상 대화가 없었다.

촬영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 이번 촬영 신이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 신인지 모두 잘 알지? 우선 다치는 사람 없도록 조심하고, 대신에 NG 없이 단번에 가 보자고.”

“네.”

스미스 감독은 촬영장에 모인 배우들에게 당부의 말부터 던졌다.

드디어 시작된 오늘의 촬영.

오늘 촬영의 첫 신은 액션이 주가 되는 신이었다.

상춘과 그를 따르는 마피아들이 자신들을 막으러 온 한국의 비밀 요원들과 조우한 후 격투를 벌이게 되고, 이어 등장한 ‘엘른’에게 제압당하는 내용이 담긴 신이었다.

“자, 상춘은 여기 서고,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에 서. 그리고 한국 요원들은 이리로 뛰어와서 잠깐 대치 후 전면전을 벌이는 거야. 알겠지?”

“네.”

스미스 감독은 촬영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배우들에게 그들이 움직일 동선을 다시 한번 짚어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는 촬영장에 드디어 촬영 시작을 알리는 감독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레뒤~ 액션!”

살벌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막는 한국 요원들을 노려보는 상춘과 그의 일당들.

그런 그들을 향해 한국 요원들이 쏜살같이 달려들었고, 곧이어 집단 대 집단의 대규모 격투가 벌어졌다.

격투술의 달인 상춘의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한국 요원들.

미리 합을 여러 번 맞춰 본 신이었기에 상춘 역을 맡은 리쉬 웨이는 정말 능숙하게 동작을 이어 가고 있었다.

“컷! 좋아, 아주 좋아.”

감독의 외침에 첫 번째 촬영은 매우 훌륭하게 끝났다.

그래서 감독 및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담긴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보통의 대규모 액션 신은 의외로 NG가 많이 난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많았고 그로 인해 실수도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집단 전투 신 같은 경우 NG 때문에 아주 긴 시간 동안 고생하며 촬영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였는데, 이렇게 단번에 촬영을 마쳤으니 촬영 중인 모두가 기뻐하는 것이 당연했다.

첫 촬영을 끝낸 리쉬 웨이는 만족의 미소를 띤 얼굴로 다음 신 촬영을 위해 대기 중인 한국 배우의 얼굴을 잠깐 쳐다봤다.

입가에 미소까지 띤 그의 얼굴은 마치 ‘잘 봤어? 이게 배우야. 너같이 얼굴과 인기로 영화에 출연한 가짜 배우는 할 수 없는 진짜 배우의 연기가 바로 이거라고. 알겠어?’라는 내용의 말을 하고 있는 듯한 득의양양한 표정의 얼굴이었다.

감독 스미스는 다음 촬영을 위해 대기 중인 한국 배우에게로 다가가 온몸을 사용하여 이번에 찍을 액션 신에 관해 설명했다.

“자, 여기선 이렇게 피하고, 그다음으로 이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라고. 그리고 여기선 CG 컷이야. 그러니 그걸 감안해서 이런 동작을 취해 달라고. 모두 이해했지?”

“네, 감독님.”

“하하, 우리 배우님 대답이 아주 씩씩하네. 촬영 때도 이런 씩씩함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아니 자신감 있게 촬영해야 해. 알겠지?”

“네.”

리쉬 웨이는 지금 스미스 감독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스미스 감독 역시 저 얼굴만 잘생긴 녀석이 얼마나 초보 배우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음 촬영 신에서 NG가 많이 나올 거라 예상했기에 저렇게 자신감을 잃지 않고 촬영에 임하라는 당부를 하고 있었다.

이어질 다음 신은 하필 컴퓨터 CG 장면이 많이 포함된 신이었다.

의외로 베테랑 배우들도 이런 CG 장면 신의 촬영을 더 어려워했다.

왜냐하면, 실제 촬영장에선 볼 수 없는 CG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며 상상력이 동원된 연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베테랑 배우도 힘든 연기를 저런 가짜 연기자가 단번에 해낼 리가 만무했다.

“자, 레뒤~ 액션!”

다시 시작된 촬영.

감독의 신호에 맞춰 상춘과 마피아들의 눈에는 다시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엘른.

엘른은 사람들 사이에 거침없이 파고든 후 손바닥을 펼치며 외쳤다.

“바람아 불어라!”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뒤로 날아가는 악당들.

CG로 바람의 정령을 이용한 공격을 펼치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마치 진짜 무엇이 있는 듯이 연기하는 것은 실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리쉬 웨이는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왜냐하면, 엘른 역의 배우가 너무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었다.

“물의 장벽!”

그리고 또 놀라운 점이 있었으니 그의 움직임이었다.

분명 합류가 늦어 제대로 된 액션 신 연습을 못 하고 촬영에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그는 능숙하게 액션 신을 촬영하고 있었다.

실제 싸우는 것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액션 배우들과 미리 연습한 자신보다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컷! 좋았어! 죽인다, 죽여!”

흥분한 감독의 목소리.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거친 말까지 내뱉으며 감탄한 그였다.

솔직히 스미스 감독은 이번 신 촬영이 매우 오래 걸릴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베테랑 배우도 고생하는 신이었으니 이제 겨우 두세 작품을 촬영한 배우가 단번에 해내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신인 배우 이서준은 그런 자신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 버리며 최근에 본 액션 신 중 최고에 가까울 정도의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