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74화 (174/189)

174. 금의환향(3)

이서준이 한국에 도착한 그 날 밤 저녁 뉴스.

뉴스 앵커는 오늘도 이서준의 소식을 첫 뉴스로 소개하고 있었다.

“여러분, 국위 선양이란 말 아시죠? 최근 우리나라의 가수이자 배우이기도 한 이분이 미국에서 빌보드 차트 1위, 그리고 세계적인 영화 제작 스튜디오인 ‘마벌 스튜디오’ 차기작에 출연하기로 예정되었다고 합니다. 즉 앞서 말씀드린 국위 선양에 매우 크게 힘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요… 지금 제가 누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지 이미 다 알고 계시죠? 네, 맞습니다. 방금 제가 말한 사람은 여러분의 예상대로 이서준 씨가 맞습니다. 이 국위 선양에 힘쓰던 이서준 씨가 서울에서 열리는 콘서트 때문에 전격 귀국했습니다. 이서준 씨가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었는데요. 공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근 몇 년 동안 최대 인파가 몰린 날이었다고 합니다. 이서준 씨가 공항에 도착했던 날 인천공항의 그 뜨거운 열기를 이재준 기자가 직접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준 기자?”

앵커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면은 이서준이 공항 출입구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이서준의 귀국 장면은 각종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었다.

한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던 그였기에 그의 국내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잠시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상태였는데, 이날 공항에 모인 인파의 물결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이서준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스타인지 곧바로 알게 해 주는 일화였다.

귀국 다음 날 열린 기자회견장에도 예상했던 인원 이상의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기자회견의 진행이 힘들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기존에 마련되었던 기자회견장에서는 도저히 이 인원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스태프가 서둘러 확보한 임시 기자회견장에서도 이서준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빽빽이 들어선 모습을 만들어 내며 그의 인기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귀국한 이서준으로 인해 들썩거리고 있을 무렵, 화제의 주인공인 이서준은 빠듯한 일정 때문에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곧장 콘서트장으로 달려가 최종 리허설에 몰두하고 있었다.

콘서트에서 부를 노래를 불러 본 이서준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음향 스태프에게 재빨리 전달했다.

“마이크 에코 좀 줄여 주세요. 그리고 하울링 현상 있으니 없애 주시고요.”

이서준은 내일 공연장을 찾을 관객들을 위해 음향과 마이크 조절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무대 밑에서는 다른 사람이 땀을 뻘뻘 흘려 가면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야, 정신 똑바로 차려. 댄스팀 1조가 들어가고 나서 2조는 정확히 5초 뒤에 들어가는 거야, 알겠어?”

“네!”

댄스팀 동선을 지적하고 조정하는 사람은 세계적인 스타 이서준이 소속된 회사의 대표인 김진영이었다.

고사리손도 거들어 주길 바라는 상황이었기에 회사 대표이자 선배 가수인 김진영까지 리허설장에 달려와 이서준의 콘서트 준비를 도와야 했다.

어떻게 보면 JYK 회사 내 전 스태프가 투입되었다고도 볼 수 있었는데, 그 많은 인원이 내일 있을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열린 콘서트 중 최다 인원이 참여하는 콘서트가 바로 내일 열릴 이서준의 콘서트였다.

엄청난 숫자의 콘서트 티켓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예매 시작 후 단 1분 만에 모두 매진이 되는 신기록을 만들어 낸 콘서트가 바로 내일 열릴 이서준의 콘서트였다.

그러나 이서준이 국내에서 콘서트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미국에서 콘서트 진행 스태프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오랫동안 콘서트 준비를 했다고 말할 수는 있었지만, 실제 만나서 함께 합을 맞춰 보는 시간은 단 이틀에 불과한 것도 분명 사실이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스케줄 진행이었지만,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 영화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이서준의 스케줄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리허설 현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무척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만약 실수나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을 수정 보완할 시간 자체가 없었기에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며 리허설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자, 갑시다. 레츠 고!”

무대에서 큰 소리로 연주의 시작을 외치는 이서준.

이서준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콘서트장의 설치된 수십 대의 스피커에서는 엄청난 사운드가 터지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실제 콘서트 현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열정적인 연주.

그런 이서준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덕분인지 다른 세션들도 모든 것을 쏟아 낼 작정인지 열정적인 모습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서준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김진영의 얼굴에는 대견스러움과 함께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짜식… 이제 프로네. 언제 저렇게 컸지? 잠깐 못 본 사이에 커도 너무 커 버렸어….”

어느새 거물이 되어 나타난 이서준의 모습에서 세월이 엄청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JYK 본사 건물.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 많은 연습실의 불빛들은 꺼질 줄을 몰랐다.

내일의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연습생은 물론이고, 이미 데뷔한 프로 가수들도 다음의 멋진 무대를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비 오듯 흘려 가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런 땀내로 가득한 회사 내 수많은 연습실.

그중 가장 안쪽 연습실에도 맹연습으로 인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쓰리타임즈’였다.

“앤 쓰리, 포, 파이브, 돌아!”

안무 선생님의 호령에 맞춰 멋진 군무를 선보이는 그녀들.

얼마 뒤에 열리는 특별 무대를 위해 새로운 안무를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좋았어! 조금 쉬고 마무리 연습 갑시다!”

안무 선생님의 외침을 들은 멤버들은 그대로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에 준비하는 무대의 안무가 자신들이 추는 평소 안무보다 더 역동적인 동작들이 많았기에 무려 5시간이 넘도록 연습한 지금은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어 아예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운 사람도 있었고, 물을 마시기 위해 좀비처럼 물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쓰리타임즈’ 멤버들이 모두 함께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맏언니 나영이었다.

물을 마신 다영은 쉬고 있는 나영을 흘끔거리며 팀의 막내 채연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나영 언니 지금 기분 어떤 거 같아?”

채연은 다영의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좋지 않아. 여전히 다운된 거 같아.”

“그래?”

풀이 죽은 모습으로 쉬고 있는 맏언니의 모습에 두 사람 역시 기분이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영이 이서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팀 내에 없었다.

그녀가 이서준에게 반한 이후로 많은 티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맏언니인 나영과 이서준이 매우 친한 사이였기에 계기만 생기면 충분히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들려온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소식.

그것은 이서준과 세계적인 스타인 캐서린 파크가 열애 중이라는 엄청난 소식이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스캔들 뉴스에 항상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즐겁게 만드는 나영 특유의 웃음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나영은 눈에 띄게 힘들어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계 최고 미녀라고 일컬어지는 캐서린 파크라니….

이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계급 차이였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저 멀리 미국에서 함께 있었고, 자신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답답한 마음을 풀 방법조차 없었다.

그렇게 혼자 마음 앓이를 하던 와중 그녀를 아프게 만든 이서준이 콘서트 때문에 귀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장이라도 만나면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이는 나영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를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거의 살인적인 일정으로 국내 콘서트를 연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콘서트 준비에 조금의 차질이라도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 연습하는 내내 멤버들은 나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모두가 우려했던 바대로 나영은 지금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도, 함께한 세월이 오래된 멤버들의 눈은 절대 속일 수가 없었다.

“저녁은 먹고들 연습하시나요?”

갑자기 들려오는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

깜짝 놀라 일제히 고개를 돌리는 그녀들의 눈에 미소 띤 얼굴로 양손에 피자를 잔뜩 들고 있는 이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서준 오빠!”

이서준은 자신을 보고 놀라는 동생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귀신 봤어? 왜 그렇게 놀래?”

그의 말에 정현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지금 여기에 오빠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지금 콘서트 리허설 때문에 밤잠을 포기하며 준비에 매진해야 할 텐데… 지금 이곳에 피자 들고 나타나는 게 말이 되냐고요.”

이서준은 정현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그건 너희처럼 아직 아마추어 같은 미숙한 모습이 남아 있는 사람들 이야기고… 난 리허설 완벽하게 끝냈어. 콘서트 준비는 완료되었으니까 너희가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근데 피자 안 먹을 거야? 그냥 들고 갈까?”

“헉! 아니 그건 아니죠, 오빠.”

들고 온 피자를 지고 돌아가려고 하는 동작을 취하는 이서준을 보고 리더인 지호가 화들짝 놀라며 잡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한밤중의 피자 타임.

모두 다 고된 연습을 마친 터라 너무나 맛있게 피자를 먹었다.

하지만, 게걸스럽게 피자를 입에 넣고 있으면서도 눈은 연신 나영과 이서준을 흘깃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이서준과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나영은, 속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보고 싶어도 한동안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짠 하고 등장한 셈이었다.

그래서 지금 피자를 씹어 먹는지 삼키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많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이서준은 예전에 보던 그 모습 그대로 쓰리타임즈 멤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면서 피자를 먹고 있었다.

리더 지호는 그런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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