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76화 (176/189)

176. 코믹콘 축제(1)

코믹콘 축제는 만화책(코믹북)에서 파생된 박람회 겸 축제를 통칭하는 말이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월터 디자니에서 이러한 축제를 매년 열어 왔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응징자들’의 거대한 성공에 힘입은 ‘마벌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새롭게 코믹콘 축제가 기획되어 성대하게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코스프레 복장으로 축제에 참여한 관객들은 드넓은 축제 현장을 걸으며 즐거움을 만끽했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축제 현장을 찾은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도 현장에 가득했다.

그런 코믹콘 축제 첫날 저녁, 엄청난 수의 인파가 콘서트장에 모여 있었다.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축제 기간 내내 열리는 코믹콘 콘서트 때문이었다.

첫날 콘서트 1부는 월터 디자니와 마벌 스튜디오 영화의 유명 OST 공연이었다.

동심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유명 OST 곡을 따라 부르며 행복해했다.

그러나 이날 콘서트의 핵심은 2부였다.

왜냐하면, 새로운 마벌 스튜디오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 가장 먼저 무대 위로 나타난 사람은 바로 이 사람이었다.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마벌 스튜디오의 수장, 케븐 파이스입니다.”

와아아아.

자신을 환대하는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와 박수 소리를 들으며 무대 위로 올라오는 이 남자.

그는 지금의 마벌 시대를 만든 케븐 파이스였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사회자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그는, 자신에게 환호성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케븐 파이스입니다.”

와아아아.

자신의 인사에 커다란 환호성으로 답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케븐 파이스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를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저를 열렬히 환대해 주시다니… 오늘 코믹콘 축제에 함께하게 되어서 너무나 영광이란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인사를 하게 되어 더욱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와아아아.

케븐 파이스는 축제에 걸맞은 관객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능숙한 모습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마벌 스튜디오는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러분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우리의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케븐 파이스는 자신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는 수만 명의 관객들을 향해 마벌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던 ‘강철 사나이’ 시리즈부터 최근 만들어진 ‘응징자들 마지막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밌는 입담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오늘의 마벌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생생한 이야기에 빠져 영화의 세계에 흠뻑 취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영화 제작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낸 그는, 곧이어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무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제가 코믹콘 축제를 사랑하는 이유는 저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저기 관객석에서 많은 분들이 코스프레하고 계시는 영웅들이 등장하는 만화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워 나갔었죠. 그때 전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이 만화책 속에 등장하는 멋진 주인공들을 내 눈앞에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만들겠다는 아주 허무맹랑한 내용의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저는 어른이 되어 그 꿈을 이루어 냈습니다. 바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영웅들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 준 것이죠.”

객석에서 케븐 파이스의 이야기를 듣는 수많은 관객은 마치 그의 이야기에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케븐 파이스처럼 너무 많이 읽어 허름해진 만화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그런 순수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 그러한 꿈속에서 매일 밤 뛰어놀며 지금의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가 대단한 이유는 과거의 추억만 우리에게 떠오르게 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드릴 생각입니다. 바로 이 영화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면서요.”

케븐 파이스의 말이 끝나자 곧 무대 위에 자리한 대형 스크린에서는 앞으로 마벌 스튜디오가 제작할 영화들의 소개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려 10여 편이 넘는 영화들은 짧게는 3년, 길면 5년에 걸쳐 사람들에게 소개될 영화들이었다.

케븐 파이스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며 마이크를 다시 들었다.

“저희 마벌 스튜디오에서는 지금의 영광을 만들어 준 기존의 시리즈에 뒤처지지 않는 새로운 전설을 써 내려갈 영화들을 여러분께 다시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약속은 저 혼자만 하게 되면 여러분들이 제 말을 믿기 어려우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마벌의 역사를 장식할 주인공들을 직접 이곳에 모셔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케븐 파이스의 말이 끝나자 그것이 신호인 듯 무대에 마련되어 있던 커튼이 걷히면서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곤 다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무대에 등장한 사람들의 정체는 바로 앞으로 개봉될 마벌 스튜디오 영화의 출연진들이었다.

“아악, 탐!”

새로운 ‘거미 인간’으로 크게 사랑받고 있던 탐 허버트의 등장을 확인한 팬들은 그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새로운 시리즈에 합류하기로 결정된 섹시스타 알리샤 무크니의 등장도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들 중 가장 큰 환호의 주인공은 바로 새로운 시리즈의 주역으로 알려진 이서준이었다.

“아아악, 서준!”

“사랑해요, 서준!”

“여길 보고 손 흔들어 주세요, 제발요!”

엄청난 관객들의 반응.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가 등장한 것이었기에 팬들의 반응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연신 자신에게 환호성을 보내는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이서준.

이런 자리가 처음인 만큼 많이 긴장한 상태였는데, 팬들의 환호성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었다.

케븐 파이스 역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등장한 배우들과 차례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것 이상의 영화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거미 인간’ 역의 탐 허버트와 새롭게 출연하는 영웅인 파이라 역을 맡을 알리샤 무크니와의 인터뷰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이서준이었다.

꺄아아악.

마이크를 든 케븐 파이스가 이서준에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런 팬들의 반응에 케븐 파이스는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추고 관객석을 바라봤다.

이런 자리를 여러 번 출연했던 그조차도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소리였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조금 가라앉을 무렵, 그는 다시 인터뷰를 이어 갔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보게 되어 매우 기쁘군요.”

“저도 당신과 같은 마음입니다.”

꺄아아악.

이서준의 목소리를 듣고는 다시 환호하는 팬들.

뜨거운 그들의 반응에 케븐 파이스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인터뷰가 무서울 정도의 환호성이군요. 오늘 여러분의 이러한 반응을 보니 제가 서준을 캐스팅한 건 정말 잘한 일 같네요. 사실 이 친구를 캐스팅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영화에는 별로 필요가 없는 노래를 쓸데없이 너무 잘하는 관계로 음악계와 엄청나게 싸우며 데려온 친구입니다.”

하하하하.

케븐 파이스의 농담에 관객들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콘서트장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서준. ‘응징자들’의 새로운 시리즈에 출연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이서준은 케븐 파이스의 질문에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응징자들’ 시리즈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네요. 실제 촬영에 들어가야 조금 실감이 날 것 같아요.”

이서준은 긴장한 눈빛으로 관객들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마벌 스튜디오 영화를 영화관에서 처음 봤을 때가 어느덧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네요. 영화를 보면서 제가 놀랐던 이유는 너무 실감 나게 봤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어서 이런 꿈을 꾸었죠. 마치 어린 시절의 아이가 된 것처럼 영화에서 본 영웅들과 함께 만나는 꿈이었어요.”

케븐 파이스는 이서준을 이야기를 듣고 싱긋 웃으며 다시 농담을 던졌다.

“그들을 만나려면 내게 부탁하면 됩니다. 10년 전에는 그런 간단한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군요.”

이서준 역시 그런 케븐 파이스의 농담에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네요. 케븐 파이스는 그 사람들을 스크린에 등장시킨 사람이니 당신에게 부탁하면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었네요. 근데 그때는 당신의 전화번호를 몰랐어요. 지금은 알고 있지만요.”

관객들은 이서준의 농담 섞인 대답에 다시 웃음이 가득한 시선으로 이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 들어 볼까요?”

이서준은 케븐 파이스의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 각오는 간단합니다. 10년 전에 내가 받은 충격 이상을 여러분께 드리는 겁니다. 빡빡하고 삭막한 현실을 잠시 잊고 다시 한번 어릴 때처럼 상상의 날개를 펼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열심히 촬영할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 * *

축제를 찾아 준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끝으로 첫날 공식 행사는 모두 끝나게 되었다.

그러나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스태프들의 밤은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과 같았다.

왜냐하면, 뒤풀이 파티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파티는 앞으로 같이 작업할 사람들끼리 서로의 얼굴을 익히며 친목을 다지는 자리였기 때문에 이서준 역시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었다.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저 마이클 존슨 추모 공연에서 노래하는 걸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이서준은 자신의 노래를 칭찬하는 탐 허버트의 말에 쑥스러운 미소를 답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른 거잖아요. 그리고 저도 탐이 출연한 거미 인간 시리즈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그렇게 따지면 우린 서로를 보고 많이 놀란 사이네요.”

탐 허버트는 그런 이서준의 말에 격하게 손을 흔들며 부인했다.

“아니요, 그건 완전히 다르죠. 전 노래를 못하지만, 서준은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까지 잘하잖아요. 와, 그렇게 보니 서준은 정말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네요.”

실제로 만난 탐 허버트는 매우 유쾌한 남자였다.

그리고 매우 겸손하기까지 해서 호감이 가는 사람이기도 했다.

단, 말이 너무 많고 빠르다는 단점은 존재했지만, 그런 점들이 무색할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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