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81화 (181/189)

181. 세계의 중심에 서다(2)

임원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케븐 파이스의 말에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이작 서머터는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개봉 전까지 흥행 성적에 관한 세간의 우려가 컸지만, 그런 부정적 예상과는 다르게 다시 한번 마벌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성공하였다.

임원 중 리더 격에 속하는 도노반 설렌드는 그런 그를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케븐, 고생했어요. 그럼 다음 작품 제작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케븐 파이스는 마침 기다리던 질문이기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음 일정에 관해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이어서 제작할 영화들도 쟁쟁한 영화들이 많았기에 임원분들께 꼭 소개하고 싶었거든요. 일단 저희가 가장 먼저 제작하고 싶은 영화는, 이번 ‘새로운 응징자들’로 수많은 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엘른’의 단독 시리즈입니다. 그리고 엘른의 개봉에 이어서 ‘거미 인간’의 4번째 이야기를 후속 작품으로 제작할 생각입니다.”

케븐 파이스의 대답을 들은 임원은, 마음에 드는 답변인지라 아주 활짝 웃으며 그를 칭찬했다.

“아, 역시 케븐 파이스군요. 저도 지금 가장 먼저 세상에 내보낼 다음 작품은 ‘엘른’이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이 좋겠다고 추천하려 했습니다. 지금 팬들 사이에서 보이는 엘른의 인기는 과거 ‘강철 인간’이 세상에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냈을 때보다 더욱 뜨거운 거 같거든요.”

“하하, 역시 도노반 이사님의 식견은 무시할 수가 없는 거 같습니다. 뛰어나시군요. 저희가 향후 일정을 그렇게 짠 이유를 단번에 추론해 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아직 저의 감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네요. 그럼 다음 작품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임원 회의는 최근 훌륭한 성과를 보였기에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되었다.

물론, 한 남자는 여전히 인상을 쓰며 앉아 있었다.

* * *

헐리우드에서는 신예 배우라 할 수 있는 이서준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응징자들’의 흥행 성적은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려 버렸다.

지난날의 영광을 모두 잊고, 새롭게 출발하는 시리즈 첫 편답게 ‘새로운 응징자들’에 대한 흥행 기대치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실제 마벌 스튜디오에서도 영화의 흥행보다 다른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새로운 시리즈에 관한 팬들의 기대감이 생기는 것이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이야기도 무척 궁금해지는데?’

‘새로운 캐릭터도 재밌네. 단독 시리즈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기대감이 서린 반응이 어느 정도만 나와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그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물론, 나쁜 의미에서 예상이 빗나갔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좋은 방향으로 예상이 빗나간 것이기에 결과를 확인한 마벌 스튜디오 관계자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흥행 추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예상보다 팬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으니, 그 사실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전 세계 매스컴에서는 연일 ‘새로운 응징자들’의 흥행 신기록에 관해 앞다투어 보도했다.

개봉 첫 주부터 심상치 않은 흥행 성적을 보이더니, 개봉 3주가 넘어가면서부터 기존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응징자들’의 흥행 행진 덕분에 가장 바쁜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그건 당연코 이서준이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최고 인기 스타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인기 덕분에 마벌 스튜디오에서는 이서준에게 전세기를 전담 배치하는 파격 대우까지 해 주게 되었다.

결국, 이서준은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이서준의 전세기.

이서준과 스태프는 전용기를 이용하는 덕분에 매우 쾌적한 분위기에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서준의 스케줄에 동행 중인 조상구는 기타를 연주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는 이서준에게 컵 하나를 내밀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컵에 놀란 이서준은, 눈에 궁금증이 가득 담은 채 조상구에게 물었다.

“사장님, 이게 뭐예요?”

이서준의 물음에 조상구는 짓궂은 미소로 대답했다.

“내가 싫어하는 장어즙.”

“에엑! 장어즙이요? 이걸 왜 주세요?”

“너 먹이려고. 네 어머니가 특별히 이번에 합류하는 스태프 편으로 보냈거든. 너 꼭 먹이래. 비위가 약해서 안 먹으려고 할 테니, 강제로 입을 벌려서라도 먹이라는 엄명도 함께 전하셨다.”

엄마가 보냈다는 말에 이서준은 진심으로 싫었지만, 컵을 받아 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생각하면 만들었을 엄마의 정성이 담긴 건강식품이기에 먹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단숨에 장어즙을 마셔 버리는 이서준의 모습에, 조상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입 안을 씻어 내기 위해 오렌지 주스도 챙겨 주었다.

“몸은 어때? 피곤하지 않아?”

조상구의 물음에 이서준은 괜찮다는 몸짓을 하며 대답했다.

“컨디션이 너무 좋은데요. 왜 슈퍼스타들이 전용기를 타는지 그 이유를 알 거 같아요.”

“그래? 그럼 진영이 생각대로 해야겠네.”

갑자기 등장한 대표 이름에, 이서준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진영이 형이요? 진영이 형 생각이 뭔데요?”

“진영이가 앞으로 전용기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내게 묻더라.”

다시 화들짝 놀라는 이서준.

그는 놀라 커진 눈으로 조상구에게 다시 물었다.

“네? 지금 전용기 이야기하신 거예요?”

조상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맞아. 전용기 말했어. 근데 왜 그렇게 놀래?”

“아니, 갑자기 전용기가 왜 나와요? 그게 왜 필요하다고요.”

“아니, 너야말로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네가 네 입으로 편하다고 했잖아.”

“그건 맞죠. 근데 우리 회사에서 사는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제가 듣기론 전용기가 엄청 비싸다고 하던데, 그걸 사서 어쩌려는 거예요?”

조상구는 아직도 순진한 이서준에게 현실에 대해 정확히 말해 줄 필요성을 느꼈다.

“서준아.”

“네.”

“너 아직 지금 네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는 거 같아.”

“제가 어떤 존재냐고요? 잘 알고 있는데요.”

“아니, 잘 모르고 있어.”

조상구는 자상한 큰 형의 얼굴로 사랑하는 막내동생 같은 이서준에게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가수는 너 말고도 BTC가 있었으니, 상대적으로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근데 헐리우드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배우는 네가 처음이야. 음반 시장도 대단한 시장은 확실하지만, 영화판은 그 크기부터 다른 세계야. 넌 그 대단한 두 세계를 한꺼번에 잡아 버린 전무후무한 존재고. 그러니 진영이도 전용기를 사려고 하는 거야. 넌 진짜 세계를 무대로 움직일 건데, 그때마다 비행기 표를 예약하면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이잖아. 넌 그 시간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스타인거지.”

“…….”

이서준은 자신이 그런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조금 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제대로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인기가 많은 것은 팬들의 반응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방금 말한 정도의 스타인지는 본인 스스로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스트리아 팬들을 만나고 완전히 깨져 버렸다.

꺄아아악―.

공항에서부터 엄청난 팬들과 취재진이 이서준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유럽에서도 작은 나라에 속하는 오스트리아에서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나올지를 몰랐기에 그것만으로도 이서준은 깜짝 놀라게 되었다.

이서준이 진심으로 크게 놀랐던 것은 ‘새로운 응징자들’ 홍보 행사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금발과 푸른 눈의 팬들이 이서준의 한국 데뷔곡인 ‘sight’를 한목소리로 부르는 장면을 보면서였다.

♪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

♪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냐 ♩

어눌한 발음으로 힘겹게 노래하는 팬들이었지만, 진심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자신이 이 머나먼 곳의 팬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는 가수이자 배우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감동한 이서준은 조상구에게 눈짓했다.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챈 조상구는 항상 들고 다니는 그의 기타를 빠르게 전달했고, 이서준은 감동한 표정으로 기타를 메며 마이크를 잡았다.

“최근 노래도 아니고, 제 데뷔곡을 아시다니 정말 감동이네요. 그것도 한국어로 된 노래인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여러분께 제안하고 싶어요. 제가 여러분께 노래 한 곡 불러 드려도 될까요?”

까아아악―!

이서준의 돌발 제안에 홍보 행사에 모인 수많은 팬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이미 알려진 행사 계획에 따르면, 잠깐 인사하고 스케줄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일정을 알고 있었는데, 이서준이 먼저 파격적인 팬 서비스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서준은 좋아하는 팬들의 모습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제가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이곳에는 공연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어요. 전 여러분만 좋다면 그래도 노래하겠습니다. 노래할 사정이 아닌 걸 감안해서 그냥 너그러이 들어 주세요, 여러분. 제 말 알겠죠?”

꺄아아악, 네.

엄청난 환호 섞인 대답에 이서준은 웃으며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

꺄아악.

팬들은 지금 이서준이 연주하는 곡이, 최근에 빌보드 순위에서 12주 동안 1위를 차지했던 ‘내가 사랑에 빠진 순간’이란 걸 바로 알아차렸다.

이서준은 그래도 가장 최근에 발표한 노래이자 영어로 부른 노래이기에 팬들을 위해 특별히 이 곡을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팬들에게 감동받은 것도 이 곡을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 우연히 만난 너를 보며 ♪

팬들은 어느새 노래하는 이서준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서준은 그런 팬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받은 표정으로 더욱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이 장면은 그대로 SNS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팬들은 이 영상을 통해 이서준이 지금 얼마나 큰 사랑을 받는 가수이자 배우인지 알게 되었다.

특히 국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몇 명의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보고 국위 선양이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외국 사람들이 이서준의 데뷔곡을 외워서 부르고 그의 노래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같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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