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83화 (183/189)

183. 그레미 어워드 (1)

미국에 도착한 이서준.

그가 미국에 도착한 후 가장 향한 곳은, 그의 미국 활동 전반을 책임지는 워너즈 뮤직 본사였다.

이곳은 이미 이서준에겐 제 2의 JYK 같은 곳이었기에, 그리운 가족 같은 회사 직원들을 보기 위해 그는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워너즈 뮤직 직원들에겐 이서준이 같은 의미의 동료였다.

“오, 서준. 정말 오랜만이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어머나, 세상에! 서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너무 기쁘네요. 정말 많이 보고 싶었거든요.”

이서준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살갑게 그를 맞아 주었다.

이처럼 이서준은 워너즈 뮤직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소속 아티스트 겸 배우가 된 지 오래였다.

동료들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는 이서준의 얼굴 역시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제법 긴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다 미국으로 넘어온 것이기에 그 역시 미국 스태프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서준이 회사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뛰어온 사람은, 다름 아니라 워너즈 뮤직의 사장 마이클 본이었다.

그에게 이서준은 다른 가수들과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아티스트였다.

“어서 오게, 서준. 자네가 너무 보고 내가 한국으로 넘어가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먼 길 떠나지 않게, 제때 알아서 돌아와 주어 너무나 기쁘다네.”

“하하, 그러셨어요. 그럼 이번에는 아니더라도 다음에는 저랑 같이 한국으로 가요. 제가 맛있는 음식과 볼만한 구경거리를 많이 소개해 드릴게요.”

“하하하, 그것 역시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

친근한 포옹과 함께 애틋한 인사까지 나눈 두 사람은, 그동안 만나지 못해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서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까지 따라 준 마이클 본은, 커피를 마시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가능하다면 좀 더 휴식을 취하게 내버려 두고 싶었네만… 돌아가는 상황이 여의치 못해 부득불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네. 그런 나를 이해해 주게나.”

때마침 마이클 본 사장의 입에서 돌아가는 상황이란 말이 먼저 나왔기에, 이서준은 한국에서부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질문들을 바로 물어볼 수 있었다.

“제가 듣기론 ‘그레미 어워드’ 시상식 때문에 저에게 급히 연락을 취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이번에 제가 수상이라도 하게 되나요?”

마이클 본은 이서준의 물음에 자신도 그것까지는 모른다는 듯이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안타깝지만, 그건 나도 모르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후보자 선정 중인 내부 심사 위원들조차도 정확히는 모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군. 지금은 아마 대략적인 후보만 추리고 있는 과정일 거야. 그러니 지금은 누가 그레미상을 들어 올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야.”

“아, 아직 최종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알 수가 없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그리고 후보자에 선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그레미상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 수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NARAS 회원들 중 과반수가 자네에게 투표해야 하는 거니까.”

이어진 마이클 본의 설명에 따르면, 그레미상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걸쳐 수상자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보를 선정한 후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까지는 그레미 어워드 내부에서 진행이 되고, 최종 후보자 중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NARAS 즉, 미국 음반 사업 종사자 연합회의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는 말이었다.

이서준은 마이클 본의 설명을 통해 이토록 많은 단계를 거쳐 수상자가 선정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총 100개가 넘는 수상 부분 중 별로 비중이 크지 않는 부분의 수상자는 미리 통보를 받는 것이 보통이네만, 자네가 후보에 오를 것 같은 주요 부분 상 같은 경우에는 시상식장에서 직접 수상자 봉투를 열기 이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네. 그만큼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이 바로 그레미 어워드 시상식이거든”

결국, 이서준 자신이 그레미상을 수상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봐야 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도 유력 수상 후보 정도는 관계자나 언론의 입을 통해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 자네의 수상 여부는 아직 모르지. 다만 자네가 이번 시상식에서 아주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한 명이란 사실은 분명하지. 그래서 내가 그런 이유 때문에 급히 자네를 미국으로 부를 수밖에 없었다네.”

아마 그레미 어워드와 관련된 여러 활동이 필요하기에 자신을 급히 불렀다는 사실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론, 미국에서 진행되는 그레미 어워드와 자신이 연결이 된다는 사실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뮤지션들이 상을 수상하고 기뻐했던 시상식이 바로 그레미 어워드라는 시상식이었다.

그런 대단한 시상식에 자신이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수상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었으니 듣고 흥분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마이클 본은 그런 이서준의 마음이 느껴지는지 미소 띤 얼굴로 그에게 다시 말하였다.

“조금 흥분되는 모양이군. 자네가 ‘수상자가 될 수도 있다.’라는 사실이 크게 와닿는 모양이군.”

“네, 그렇네요. 제가 그레미 어워드 후보 중 한 명이라니… 제게 그레미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상을 받고 감동할 정도의 대단한 시상식이었거든요.”

이클 본은 이서준의 말에 공감이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갔다.

“하하하, 그렇겠군. 그레미가 최고의 상인 것은 분명하니까. 하하하.”

마이클은 여전히 순진해 보이는 이서준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 세계적인 슈퍼 스타라고 해도 될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여전히 순진하고 소탈한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흐뭇한 미소와 함께 당부할 이야기들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대로 자각하도록 해.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서준이 어떤 위치에 있는 남자인지 말이야. 지금 자네는 세계에서도 최고 스타인 사람이야. 그러니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위치에 합당한 자세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줬으면 좋겠어.”

“…네.”

이서준은 마이클 본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스타라는 사실을 일부러 외면하며 지냈었다.

왠지 사람들이 사랑이 자신을 안 좋은 쪽으로 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욱 겸손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 마이클 본 사장의 말은 그동안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길 바라고 있었다.

앞으로 그레미 어워드 수상자를 선정하게 될 동안, 사람들에게 올해는 내가 최고였단 사실을 어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뜻이라고 판단되었다.

일종의 언론 플레이나 여론 조성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의 모습을 당당한 모습으로 바꿀 결심을 한 이서준은, 조금 전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으로 마이클 본 사장에게 물어 보았다.

“마이클, 앞으로 제가 어떤 활동들을 하게 되나요?”

마이클 본은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 주는 이서준의 모습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앞으로 그레미 어워드가 끝날 때까지 자네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될 것이네. 그러니 그레미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공식 활동을 나서면 되네. 자네가 올해에는 진정 최고였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응하면 된다는 뜻이지. 잘할 수 있겠지?”

“네, 잘할 수 있어요.”

“하하, 그럼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달려 보자고. 물론, 그레미상 수상을 위해서.”

“네. 그레미상 수상을 위해서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미국에서 의기투합하여 활발하게 활동할 것을 다짐하였다.

* * *

그레미 어워드 최종 후보자 선정 회의.

지금은 마지막 후보 선정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의 최종 후보자 선정 회의라면, 오늘 회의에 앞서 후보 선별 작업을 대략 마친 상황이었으므로 별다른 논쟁 없이 빠르게 마무리가 지어지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늘 회의는 한 명의 가수 때문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도대체 그게 말이 됩니까? 올해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16주 동안 1위를 한 가수를 빼자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의견입니까?”

“왜 가능하지 않습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회의가 시작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양쪽 의견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논쟁의 중심인 가수는 바로 이서준이었다.

세계 음악의 중심은 미국, 나아가 백인 중심의 팝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보수 성향의 심사 위원들은 최종 후보자 선정 시 수상이 유력한 이서준을 이번 단계에서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엔 역사와 전통의 그레미상을 아시아인이 수상하는 것은 엄청난 굴욕이었다.

그래서 그런 참담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최종 후보에서 제외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통의 심사 위원은 올해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아티스트가 후보자에 올라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서준은 절대 제외가 되어서는 안 되는 후보였다.

몇 시간 동안 합의점이 나오지 않자, 심사 위원 중 가장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게릭 미치몬드가 앞에 나와 모든 심사 위원에게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오늘은 물론이고 몇 날 며칠을 싸워도 의견 조율은 힘들 거 같습니다. 그러니 아예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이서준의 후보 선정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자는 뜻이었다.

심사 위원들 역시 열띤 논쟁으로 피곤한 상황이었기에 결국, 이서준에 관한 논쟁의 끝은 투표로 귀결되었다.

그 시각 마이클 본 사장은 한국에서 넘어온 김진영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함께 행사에 나섰던 관계로 오랜만에 함께 식사할 기회가 생긴 참이었다.

“이 레스토랑 정말 와 보고 싶었던 곳인데… 마이클 덕분에 제가 이곳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네요.”

“하하, 여기서 함께 밥 먹는 것이 그렇게 영광이라면 제가 자주 모셔야 하겠군요. 그래서 저를 잘 봐 주실 테니까요.”

이서준 때문에 자주 만나다 보니 많이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식사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무리한 김진영은, 차를 마시는 마이클 본을 향해 정말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마이클은 우리 서준이가 그레이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얼마 정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의 질문을 들은 마이클은, 오히려 반문했다.

“제가 답하기에 앞서, JYK의 생각이 궁금하군요. 당신은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이 먼저 답을 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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