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깨비 덕분에 슈퍼스타-186화 (186/189)

186. 그로부터 2년 후 (1)

“올해의 여자 그룹상은 쓰리 타임즈입니다. 축하합니다.”

와아아아―!

모두가 예측하지 못했던 MAMMA 뮤직어워드 여자 그룹상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호명을 받고 무대 위로 걸어가는 쓰리 타임즈 멤버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인지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던 그녀들이었지만, 이번의 상은 그 어느 때 받았던 상보다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올해의 전반기의 주인공은 같은 회사 동생 그룹인 워너비 걸즈였다.

그녀들은 일렉트로닉 기반의 곡인 ‘카운트 다운’을 통해서 전반기 가요계를 독주하다시피 하는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올해는 워너지 걸즈의 한 해가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컴백한 쓰리 타임즈.

많은 어려움 속에서 컴백한 쓰리 타임즈는 ‘사랑의 맛이란’ 시티팝 장르의 곡으로 예상을 뛰어난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 내었다.

그런 두 팀의 경쟁 속에서 과연 어떤 팀이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었는데, MAMMA에서는 쓰리 타임즈의 손을 들어 준 셈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두 그룹 모두 국내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의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승패를 가리기 힘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해외에서 인지도 높은 쓰리 타임즈의 곡이 국외에서는 더욱 인기몰이에 성공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도 있었다.

거기다가 컴백을 둘러싼 드라마적 요소까지 있었으니 그녀들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은 쓰리 타임즈.

리더 지호가 대표로 나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수상 소감을 말하였다.

“저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고 함께해 주시는 회사 식구들에게 먼저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만약 회사 식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희가 연말에 이렇게 큰 상을 받는 장면은 볼 수 없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늘 부족한 말이기도 합니다. 언니, 오빠들,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자신들의 팀 식구들에게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한 그녀는, 이윽고 뒤에서 울고 있는 맏언니 나영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특히 컴백할 때까지… 흑흑, 우리 나영 언니가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잘 이겨 내 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네요. 언니, 사랑해요. 흑흑.”

눈물 때문에 수상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지호 대신, 옆에 있던 정연이 얼른 마이크를 이어 잡았다.

“모두 너무 심하게 울고 있어서 제일 눈물이 메마른 제가 수상 소감을 대신 마무리해야 할 거 같네요. 정말 고마운 분들이 많지만… 이분 이야기를 뺄 수가 없을 거 같아요, 만약 이분이 저희에게 이 멋진 곡을 주고 녹음까지 함께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저희가 들고 있는 트로피는 다른 가수분의 몫이었을 거 같습니다.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그리고 저희의 영원한 오빠, 서준 오빠. 정말 감사하다는 말과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함께 전하고 싶네요. 서준 오빠, 사랑해요.”

“사랑해요.”

쓰리 타임즈의 모든 멤버들은 마이크에 입을 모아 이서준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그리고 방송국의 카메라는 그런 그녀들 옆에서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계속 울고 있는 나영을 비추었다.

그녀가 바로 이서준과 연인 사이인 것을 모든 국민이 다 알기 때문에 납득이 가는 카메라 포커싱이었다.

사실 약 1년 전 두 사람은 열애 중인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서준이 나영과 떳떳하게 사귀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회사에서도 그의 의견을 존중한 결과였다.

그러나 일부 이서준의 팬들과 쓰리 타임즈의 팬들은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영은 지속적으로 일부의 몰상식한 팬들에게 시달려야 했고, 이서준은 그런 나영을 보며 괴로워해야만 했다.

그러한 상황이 길게 이어지자, 연예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 금방 끝이 날 거라는 예상도 나왔다.

많은 스타 커플이 그러했듯이 두 사람 모두 팬들의 사랑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연예인이었기에 과도한 관심과 괴롭힘은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것이 분명하다고 본 견해였다.

그러나 이서준은 회사 공식 SNS를 통해 절대 외적인 문제를 통해 두 사람이 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것을 본 두 사람의 악성 팬들은 작심한 듯 괴롭힘을 강도를 높였지만, 두 사람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예쁜 사랑을 이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응원하는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악성 팬들의 활동에 일침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여론은 역전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대표적인 선남선녀 커플이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식 활동은 그런 여론의 변화와 상관없이 점점 줄어들어 갔다.

이서준을 뒤따르는 안 좋은 사건들이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서준은 세계적인 스타답게 사건 사고도 국경을 넘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중 이서준을 가장 괴롭힌 것은 세 가지였다.

먼저, 일본은 민감한 독도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서준을 공식적으로 비난하는 악랄한 행태를 선보였다.

과거 인터뷰까지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자국 여론을 이서준에게서 등 돌리게 만들려는 얄팍한 술수였다.

그러나 일본 내 이서준의 인기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생방송에서 사전 약속을 깨고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이 불편한 질문이었지만, 한국인이었던 이서준은 당당하게 독도는 한국 땅이란 말을 했고, 이것을 본 일본 내 우익 세력은 공개적으로 이서준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일본 내 팬덤과 일본 우익 세력이 충돌하는 일이 여러 번 발생하면서 사람이 다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결국, 자신 때문에 다치는 사람까지 나왔기에 이서준은 마음을 크게 다친 상태로 일본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공식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서준의 과거 인터뷰 내용을 꼬투리 잡아 중국 정부가 이서준을 공식 비난하고 나선 것이었다.

중국 내 이서준 팬덤에서 그런 정부의 작태를 비난하려고 하였지만, 이서준은 자필 메시지를 통해 그런 그들을 만류하며 큰 사고를 막았다.

마지막은 유럽에서 일어난 인종 차별이었다.

백인 우월자가 이서준의 팬에게 테러를 가한 사건이었다.

사이코패스였던 그는 백인의 긍지를 잃고 아시아인을 좋아하는 백인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로 흉기를 통한 테러를 시도하였는데,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 쌓이면서 이서준의 마음에 큰 상처를 만들었다.

결국, 이런 일들이 겹쳐 이서준은 영화 촬영 외에는 공식 활동을 거의 안 하다시피 하였고, 그의 팬들은 그 점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 * *

회사로 돌아온 쓰리 타임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워너비 걸즈와 함께 연말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축하할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회사 식당에는 이미 많은 음식들이 차려진 상태였다.

두 팀 모두 공식 활동은 오늘까지였기 때문에 그동안 활동한다고 먹지 못했던 치킨이나 피자 같은 금지 음식들도 예쁘게 세팅이 된 상황이었다.

“자, 다 왔어? 시작할까?”

김진영의 물음에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이 한 명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서준 오빠가 없어요.”

누가 빠졌는지를 대표로 외치는 다영의 귀여운 모습에 모두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를 쳐다보는 사람들.

사람들의 시선은 당연하게도 이서준의 연인인 나영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졸지에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한 그녀는, 약간 멋쩍어 하는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그냥 시작하세요. 오빠가 자기 기다리는 거 알면 더 부담스러워해요.”

그녀의 말 또한 일리가 있었기에 김진영은 대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우리는 시작할게. 나영이가 서준이한테 가 볼 거야?”

“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 안 와도 되니까 마음 편하게 하라고 하고. 알겠지?”

“네.”

모두가 모인 식당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향하는 나영.

지금 그녀가 향하는 곳은 이서준의 오래된 작업실이었다.

이서준은 가끔 어디론가 불쑥 떠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이곳에 있었다.

이서준의 작업실 근처에 있던 경호원은 나영을 발견하고는 빙그레 웃으며 문을 열어 주었다.

경호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작업실로 들어온 그녀는 이서준이 있음을 알려 주는 피아노 소리를 곧바로 들을 수 있었다.

♩♪♩♪♪♩♪♩♪♪

♩♪♩♪♪♩♪♩♪♪

구슬픈 피아노 소리.

듣고 있으면 금방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슬픈 피아노 소리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저 소리는 바로 이서준의 마음의 소리였다.

나영은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피아노를 치고 있는 이서준에게로 다가갔다.

스으윽.

아무런 말없이 뒤에서 이서준을 안는 그녀.

슬퍼하는 그를 위해 작은 온기라도 전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담긴 행동이었다.

이서준의 손이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는, 자신을 안은 사람이 예상대로 나영임을 확인하고는 활짝 웃었다.

“언제 왔어?”

“지금.”

“미안해.”

“뭐가?”

“너가 상 받는데 내가 축하하러 가 주지도 못했잖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는 그를 잘 알기에 나영은 섭섭한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지금 해 줘.”

“뭘?”

“축하. 뺨에 뽀뽀하는 걸로 퉁쳐 줄게.”

나영의 귀여운 애교에 이서준은 다시 한번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조금 어두운 편인 작업실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은 편한 모습으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파티하고 있어.”

“파티?”

“응. 워너비 걸즈 애들하고 우리 팀 모두 오늘이 공식 활동 마지막 날이잖아. 그래서 오늘 연말 파티 겸 활동 쫑파티 겸 해서 파티를 하고 있어. 식당에 음식하고 술까지 준비해서.”

이서준은 그제야 나영이 자신의 작업실을 찾은 표면적 이유를 깨달았다.

“나 데리러 온 거야?”

“뭐, 일단은… 근데 내키지 않으면 안 가도 돼. 내가 미리 이야기했어. 그리고 진영 오빠도 그러라고 했고.”

“그래?”

나영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무척 고마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용기가 생겼다.

“그럼 가자. 나도 오랜만에 사람들 보고 싶어.”

“…무리하지 마. 다 이해하고 있어.”

“아냐, 진심이야. 오랜만에 맥주라도 한잔할 거야.”

나영은 이서준의 표정을 찬찬히 살폈다.

그리고는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의 말대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함께 약식 파티장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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