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장 대표의 페로몬이 폐쇄된 엘리베이터를 가득 메웠다. 물에 빠진 것처럼 숨통이 꽉 막혀왔다. 선경이 입을 벌려 헉헉, 숨을 헐떡거리자 장건주가 험악하게 눈을 빛냈다.
벌려진 입술 사이로 보이는 촉촉하게 젖은 혓바닥과 시뻘건 점막이 러트가 임박한 알파를 유혹했다.
장건주의 두꺼운 손이 허리선 아래로 슬그머니 내려왔다. 셔츠를 들추고 맨살을 더듬어대는 손길에 선경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당신 이런… 짓, 하고 무사할 것, 하아, 같아?”
“아아, 무서운 우 회장님 생각해서라도 참아야 된다 이거지? 그런데 선경아, 그거 알아? 나도 네 남편 후보 중 하나야. 미리 몸 좀 맞춰 본 거로 뭐라 하시지는 않을 거야. 혹시 알아? 애라도 배면 더 좋아하실지.”
“미쳤어… 아, 좀 저리 가라고!”
“미리 예고하는데 오늘 네 배 속에 잔뜩 싸지를 거야. 그래야 나도 살아남을 수 있거든.”
장건주가 고개를 기울였다. 입술이 닿기 전 그 사이에 간신히 오른손을 끼워 넣었다. 손바닥에 닿은 장건주의 입술이 키들거렸다. 그는 보란 듯이 혀를 내밀어 선경의 손바닥을 넓게 핥았다.
이어 뾰족하게 세운 혓바닥이 손금을 따라 그림을 그리듯이 움직였다.
머리는 징그럽다 생각하는데,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에 손끝이 바르르 떨려 왔다. 비참하게도 원치 않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손바닥을 게걸스레 핥아대던 장건주는 입맛을 다시며 잠시 물러났다.
“아무리 급해도 귀하신 분을 엘리베이터에서 벗겨 먹을 순 없지.”
층수를 누르려는 듯 몸을 돌리던 순간이었다. 그가 손가락을 뻗는 것과 동시에 닫혀 있던 승강이 문이 도로 열렸다.
쩍 벌어진 입구 너머로 VIP 카드를 손에 거머쥔 한지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선뜩한 눈빛이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우선경에게로 꽂혔다.
한지석은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막은 채 말했다.
“내려.”
“당신 뭐야, 여기 사람 타고 있는 거 안 보여?!”
당황한 장건주가 발끈하며 소리쳤지만, 한지석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완전한 투명 인간 취급이었다.
“우선경, 억지로 끌어내기 전에 네 발로 내려.”
“…발이 안 움직여.”
선경은 억울하다는 듯 울먹거렸다. 몸이 제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데 어쩌란 말인가. 이제 와서 나타나 준 한지석이 원망스러웠고, 무섭게 다그치는 것도 서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지석은 기가 막힌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재킷을 벗고는 앞으로 두 걸음 내디뎠다. 벌벌 떠는 우선경 머리 위에 제 옷을 뒤집어씌웠다.
“너 진짜 혼날 줄 알아.”
질책하는 목소리와 함께 선경의 엉덩이 밑으로 양팔이 감겼다. 놀랄 겨를도 없이 몸이 번쩍 들렸다.
쌀가마니를 져 나르듯 한지석은 어깨에 우선경을 얹었다.
떨리는 두 손이 한지석의 셔츠를 바짝 움켜잡았다. 울고 있는 건지 등 쪽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그렇게 우선경을 챙기고 엘리베이터를 나가려 할 때였다.
“자… 잠깐!”
구석에서 음습하게 눈치를 살피던 장건주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한지석을 붙잡았다.
지석은 그의 팔을 쳐내고 이를 갈았다. 죽기 직전까지 패고 싶은 걸 겨우 참는 중이었다.
“어딜 만져, 성추행범 새끼가.”
“뭐라고?”
“아직도 사리 분별 안 돼? 대가리가 장식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장건주는 황당한 낯을 들었다.
“우선경은 너 같은 새끼 페로몬에 흥분 안 해. 히트 사이클 주기도 아닌데 이렇게 될 정도면 그쪽이 뭔가 손을 쓴 거겠지. 호텔 측에 부탁해서 CCTV 확보해 뒀고, 지금 병원 데려가서 검사할 거니까 얘 몸에서 약물 반응 하나라도 나왔다간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경찰에 신고도 했으니까 곧 연락 갈 거야. 빨리 변호사나 선임해 두든가. 아, 태광은 안 돼. 그쪽은 벌써 내가 맡겼거든.”
“너 대체 누구야! 뭐 하는 새끼인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누구긴요, 우리 의뢰인이지.”
최문영이 타이밍 좋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문을 대신 막고 서 준 덕분에 뒤에 서 있던 태광 변호사들까지 모두 이 대화를 엿들었다.
장건주의 안색이 시멘트를 덧칠한 것처럼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아니… 최 변호사님, 이거 다 오해예요. 이 자식 이거 완전 또라이입니다. 지금 혼자 상상하고 애먼 사람 잡는 거예요. 나 누군지 몰라요?! 지금 나 건드리고 무사할 거 같아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관심 없고요, 전 제 의뢰인 말만 믿습니다. 한지석 씨, 부탁한 대로 다 처리했어. 나머지 더 해 줄 건 없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온 한지석은 여태 손에 쥐고 있던 VIP 카드를 최문영에게 넘겼다. 급히 빌린 것치곤 요긴하게 사용했다.
“최대한 조용하게 처리해 주셔야 합니다. 이야기 새어 나가지 않게 입단속도 철저히 시켜 주시고요.”
“지시하는 폼이 아주 제대로네. 알겠어요. 바로 병원으로 갈 건가요? 서화 쪽에는 어떻게 얘기할 건데.”
최문영이 지석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오메가를 슬쩍 올려다봤다.
재킷을 뒤집어쓴 상태지만 쌕쌕 내쉬는 숨소리가 그녀의 귀에도 다 들릴 지경이었다. 베타라서 정확한 상태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우선우 씨 개인 회선으로 연락해 주세요. 그쪽이 제일 탈 없을 겁니다.”
“오케이. 선임 계약서는 나중에 씁시다. 비용에 대해 컴플레인하기 없어요. 일단 빨리 가 봐요.”
그녀는 센스 있게 다른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있었다.
한지석은 작게 묵례한 뒤 우선경을 짊어 맨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고민도 하지 않고 지하 2층을 눌렀다.
***
묵직한 승강기는 지하까지 빠르게 내려갔다.
고요한 적막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지석은 내내 빠르게 뒤바뀌는 숫자만 바라봤다. 어깨에 매달려 있던 몸이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들썩거렸다.
“가만히 있어.”
“아!”
엉덩이를 세게 내리치자 선경이 탄성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흥분을 참지 못하고 벌어진 입가로 침이 줄줄 새어 나왔다.
어느새 단단해진 성기가 한지석의 왼쪽 가슴을 쿡쿡 찔러 댔는데 창피하기는커녕 계속 비비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악, 하, 거친 숨소리가 줄지어 흘러나온다. 지석은 인내심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며 엘리베이터 층수만 노려보았다.
초록색 방수 페인트로 코팅된 주차장 바닥에 저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끗삐끗 스치는 구둣발 소리는 당사자가 얼마나 급하게 걷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었다.
한지석은 제 차 뒷좌석을 열고 그 안에 짐짝처럼 메고 있던 우선경을 집어넣었다.
늘어진 몸을 시트에 눕혀 놓고 나오려는데, 우선경은 엄마한테서 강제로 분리되는 어린애라도 된 듯이 지석의 옷을 붙들었다.
허겁지겁 어깨에 매달리는 게 술 취한 사람처럼 힘이 셌다. 한지석은 양손을 의자 시트에 붙이고 끌려가지 않도록 간신히 버텨야 했다.
“이것 놔.”
“가지 마, 잘못했어, 내가, 흐으, 잘못, 했어.”
“너 놓고 가는 거 아니니까 놓으라고.”
“잘못했어, 키스해 줘. 응? 나 좀 안아 줘.”
“너 내가 누군지는 알아?”
목 놓아 울고 비는 선경의 손을 뜯어냈다. 턱을 잡아 고정하고 눈을 마주 보게 했다.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누구한테 하는 것인지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했다.
한지석의 차가운 반응이 섭섭하고 야속했던 우선경은 가쁜 숨을 헐떡대면서도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큰 눈엔 눈물이 그득했다.
“이 나쁜, 새끼야, 너는 내가, 하아! 사람 구별도 못 하고 매달리는 걸로 보여?!”
“완전히 맛이 간 건 아니네.”
그의 말처럼 우선경은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다. 러트 촉진제가 성호르몬을 자극해 억지로 발정을 일으켰을 뿐 실제로 히트 사이클이 온 것은 아니었다.
물론 반쯤은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우선경은 그저 누구보다 충실히 본능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풀어지지 않는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으로 변했다.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 선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스스로 바지를 풀어 헤쳤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아랫배에 고인 열기를 당장 배출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바지를 열고 밑단을 양쪽으로 젖히자, 답답하게 갇혀 있던 성기가 속옷에 막힌 채 불쑥 튀어 올랐다. 얼마나 참았는지 회색의 드로즈는 앞부분이 흠뻑 젖어 있었다.
우선경이 오른손으로 제 성기를 쥐었다. 꼿꼿하게 부푼 기둥이 속옷에 둘러싸인 채 손바닥 안에 감겼다. 그는 한지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잘난 얼굴을 반찬 삼아 오랫동안 참은 흥분을 해소하려 애썼다.
잔뜩 풀린 시선과 고집스럽게 노려보는 시선이 중간에서 얽혔다.
“아… 흐읏, 으!”
이 와중에 하얀 손은 속옷과 부피가 커진 성기를 함께 쥐고 성실하게 흔든다. 습한 마찰음과 자극적인 신음,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페로몬이 사방에 퍼졌다.
꽉 막힌 차 안은 온통 야한 냄새로 범벅이었다.
“씨발.”
어디까지 하나 보자 지켜보던 한지석은 입술을 깨물며 욕설을 뱉었다.
외설적인 광경은 둘째치고, 짙게 깔린 우선경의 페로몬으로 오히려 제가 이성을 유지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삼켜 눌렀던 본성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도 짓씹어서 볼 안쪽이 너덜거렸다. 어금니 자국이 깊게 팬 볼 점막에선 찝찔한 피 맛이 배어 나왔다.
“하아, 하자. 한 번만, 나중에 뭐라 안 할게. 그냥 넣기만 해. 응?”
우선경이 왼손을 뻗어 한지석의 허벅지를 쓸었다. 좌측으로 쏠려 있던 몽둥이에 하얀 손이 스치는 순간 지석은 몸을 흠칫 떨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성기가 비좁은 바지 안쪽에서 꺼떡 움직인다. 그 반응을 칭찬하듯 선경이 굵은 윤곽을 따라 손을 오므렸다.
아, 우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