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한지석은 작품을 감상하는 눈으로 우선경의 얼굴을 지켜보다 그의 뺨을 붙잡고 윗입술을 길게 빨았다. 정말이지 환장하게 예뻤다. 자신만을 원하고 애타게 갈구하는 모습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다시 입술이 맞물리고, 입맞춤의 농도가 진해졌다.
분위기가 깨진 것은 조금도 문제가 안 됐다. 한계까지 눌러 왔던 욕심이 터져나가자 한지석은 욕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몇 개의 단추로 겨우 여며져 있던 셔츠를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납작한 배를 입술로 크게 베어 물며 아래로 이동했다.
귀엽게 파인 우물은 바싹 말라 있었다. 혀가 들락거리며 배꼽을 침으로 적시자 선경은 등을 구부리며 짧게 탄성을 질렀다.
왜 이런 곳까지 물고 빠는지, 땀이 밴 허리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들썩거렸다. 한지석은 그의 속옷 밴드에 손가락을 걸고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끌어 내렸다.
벗겨진 하체에서 페로몬으로 범벅된 야한 냄새가 훅 끼쳐 올랐다.
지석은 선경의 사타구니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냄새만 맡고 있어도 성기가 발딱 설 만큼 자극적이었다.
당장 다리를 벌리고 하얀 몸 깊숙이 쑤셔 박고 싶은 욕구를 참아가며 천천히 허리를 세웠다. 좁디좁은 바닥으로 내려가 우선경의 무릎을 넓게 벌렸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국부가 훤히 드러났다.
선경은 허전한 아랫도리 대신 기대와 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을 손등으로 가렸다. 오른손에 감긴 짙푸른 넥타이의 끄트머리가 리본처럼 길게 내려와 그의 눈가를 가렸다.
그래, 차라리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본인 몸이 이렇게 야하다는 걸 알면 저 까탈스러운 성격에 분명 못 견뎌 했을 것이다.
한지석은 매끈한 사타구니를 손끝으로 가볍게 눌렀다. 체액으로 젖어 살갗이 온통 번들거렸다. 탄력 넘치는 피부는 터럭 하나 없이 깨끗했다.
까끌거리는 음모 대신 젖은 솜털이 누워 있는 걸 보며 지석은 소리 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대로 고개를 숙여 성기를 입 안에 삼켰다.
“하아, 흐응, 잠깐… 만, 읏!”
목구멍 깊숙이까지 좆을 머금자 선경은 자지러지듯 신음을 토해냈다.
한지석의 입 안은 온통 뜨겁고 미끄러웠다. 그리고 흡착되듯 들러붙었다.
말캉한 혀가 귀두와 기둥을 살살 훑다가도 힘주어 좆 뿌리까지 빨아 댔다. 옥죄이는 힘에 선경은 엉덩이를 추켜들었다. 예상을 벗어나는 자극에 허리가 벌벌 떨리고 발가락이 곱아든다.
선경은 다급하게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손가락에 온통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감겼다. 참지 못하고 입 안에 싸 버릴 것 같았다.
“하앗, 아, 안 돼, 나, 그만, 으흥!”
무릎을 당겨 그를 치워내려고도 해 봤지만, 한지석은 되레 방해되는 다리를 밀며 멀찍이 공간을 벌렸다.
츄웁, 츕. 젖은 소리를 내가며 그의 머리가 몇 번 더 왕복했다. 성기를 물어 툭 튀어나왔던 볼이 폭 패일 정도로 홀쭉해진다.
입술과 점막이 여린 곳을 사정없이 빨아 당겼다. 선경은 열 오른 얼굴을 뒤로 젖히며 뒷좌석 시트를 긁었다. 아으, 터트리는 신음에 페로몬이 눅진하게 묻어나왔다. 사정감이 무섭게 치밀어 올랐다.
가뜩이나 오랫동안 발기해 있었던 선경은 더 자극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제대로 닿아 본 적도 없는데 하물며 입으로 빨아 주는 쾌감에는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다. 한계가 임박했다.
“흐읏! 읏!”
결국 한지석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허리를 들썩거렸다. 아랫배를 조이며 왈칵 사정해 버렸다. 한지석은 끝끝내 입을 떼지 않고 정액을 받아냈다.
툭 튀어나온 목울대가 연신 꿀렁거렸다. 끊임없이 나오는 하얀 체액은 반은 목구멍 뒤로 넘어가고 반은 입 안에 고였다. 자포자기한 선경이 허리를 떨며 남은 정액을 모두 털어 낼 때까지, 그는 말랑해진 성기를 입에 담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우선경이 탈력감에 젖은 숨을 몰아 내쉴 동안 그는 일어나 앞좌석 콘솔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서 휴지를 뽑아 들어 입 안에 든 것을 뱉어 냈다.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미간에 설핏 주름이 잡힌다. 비릿한 향이 올라오는 게 맛이 좋을 리는 없었다.
뒤처리까지 끝낸 한지석은 우선경을 추슬러 옷을 입혔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속옷과 바지를 다시 입히고, 셔츠 단추도 채웠다.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는 한지석의 바지는 아직도 흉흉하게 솟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 당장에라도 집에 보낼 것 같은 태도는 뭐란 말인가. 늘어져 있던 선경은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옷은 왜 입혀, 우리 안 해?”
“여기선 안 해, 밖에서 얼마나 잘 보이는 줄 알아? 동네방네 소문낼 생각 추호도 없다고.”
한지석은 안전벨트까지 꼼꼼히 채운 뒤에야 뒷좌석 문을 열고 나왔다. 순식간에 운전석으로 옮겨 타더니 그 역시 벨트를 채우고 급하게 시동을 걸었다.
운전대를 잡은 한지석은 목을 조이는 셔츠 첫 단추를 풀었다. 사실 제일 답답한 건 하체 쪽이었지만 그쪽은 지금 손도 대기 힘들었다. 슬쩍 룸미러를 올려다보며 뒤에 앉아 있는 우선경의 상태를 확인했다.
거울 속의 우선경은 여전히 약 기운에 취해 반쯤 몸이 기울어져 있었다. 이 와중에 미심쩍은 눈으로 한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거울을 통해 시선이 덜컥 마주쳤다.
한지석은 거울에다 대고 말했다.
“기다려, 이따가는 네가 힘들다고 울고 빌어도 안 봐줄 테니까.”
***
삐리릭.
오피스텔 도어 록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선경의 머리를 덮고 있던 재킷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구둣발에 옷이 채였지만 그걸 주울 여유도 없었다.
한지석은 우선경을 벽에 밀어붙인 상태로 격렬하게 입을 맞췄다. 더는 욕심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신발을 채 벗지도 못하고 현관 앞에서 뒤엉켰다. 맞닿은 몸이 데일 듯 뜨거웠다.
허겁지겁 입술을 삼키던 선경은 손을 내려 지석의 벨트를 더듬었다. 보지 않고 하는 거라 버클을 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사이 지석 또한 선경의 옷을 풀어 헤쳤다. 단추를 여는 손이 성급했다.
아까까지 쉽게 되던 것이 지금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자꾸 헛돈다. 한지석은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물었다.
“옷 아끼는 거야?”
“아니.”
“그래, 그럼.”
한지석은 셔츠를 잡고 양쪽으로 우악스럽게 벌렸다. 투명한 단추가 바닥으로 후드득 튕겨 나갔다.
선경이 놀란 눈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순식간에 기능을 상실한 셔츠는 여며진 곳 하나 없이 훤히 가슴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로 사 줄게.”
한지석은 무심하게 사과하며, 아래로 떨어진 선경의 얼굴을 붙잡고 자신에게로 방향을 맞췄다.
“하아, 나 거친 거 좋아하나 봐.”
선경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한지석의 목에 팔을 걸었다.
선경은 맞붙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작은 혀를 집어넣어 점막을 느릿하게 핥는다. 몇 번 해 봤다고 그새 키스 실력이 늘었다. 딱 한지석이 하던 방식과 같았다. 축축이 젖은 입술을 그의 입가에 붙이며 속삭였다.
“벌써부터 흥분돼. 막 다뤄 줬으면 좋겠어.”
“감당 안 될 텐데.”
지석이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와 달리 눈빛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남자를 발라 먹을 것처럼 정염으로 엉클어져 있었다.
허벅지 밑에 손을 끼우고 우선경을 안아 올렸다.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고 익숙한 오피스텔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섰다. 입고 있던 옷들이 허물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복도를 지나 침실까지 가는 거리가 이토록 멀 수 있을까 싶었다.
몇십 번이고 이 집에 와 봤지만, 침실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구경해 본 적은 있지만 이 침대에 누울 날이 오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누워 있는 우선경 역시 마찬가지인 듯 표정이 묘했다. 알몸인 채로 침대 시트에 누워 있는 게 어색하면서도 기대가 돼 가슴이 뛰었다.
어쩌면 장소가 이 오피스텔이라 더 흥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뭔가 하면 안 되는 짓을 몰래 저지르는 배덕한 기분이 들었다.
침대를 앞에 두고 선 한지석은 누워 있는 우선경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었다. 맨살을 덮고 있던 하얀 드레스 셔츠가 벗겨지자 섬세한 근육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무지 공부만 해 온 사람답지 않게 놀랍도록 단단해 보이는 몸이었다. 넓은 어깨와 두툼한 흉곽은 누가 봐도 여실한 우성 알파의 몸이었다.
벨트를 마저 풀고, 바지 지퍼까지 내린 한지석은 잠시 손을 멈추고 우선경의 팔을 끌어왔다.
“벗겨 줘.”
선경은 허리를 세워 앉았다. 움찔대는 하얀 손을 뻗어 반쯤 풀린 정장 바지를 내렸다. 하체를 탄력 있게 감싼 검은 드로즈가 보였다. 눈으로만 봐도 묵직한 양감이 느껴졌다. 이미 한번 손으로 만져 본 터라 그 형태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선경은 조심스럽게 밴드를 끌어 내렸다. 단단하게 솟구친 성기가 귀두부터 뿌리까지 존재감을 드러냈다. 순간 손에 뜨거운 열기가 확 끼쳤다.
짐승인가.
이만한 크기를 직접 본 일이 없던 선경은 헛숨을 들이켜고, 그저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
한지석은 한쪽 무릎을 침대에 걸친 채 아무렇지도 않게 기둥을 잡고 훑었다. 귀두 끝에서 흘러나온 미끈거리는 체액이 손바닥에 그득 묻어났다.
그걸 우선경의 가슴과 배에 펴 발랐다. 흡사 영역 표시라도 해 놓는 모양새였다. 우선경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살을 찡그리면서도 얌전히 몸을 맡겼다.
한지석은 왼쪽에 보이는 협탁 서랍을 열어 콘돔을 꺼냈다. 한 움큼 쥔 손안에 콘돔이 6개나 딸려 나왔다.
대수롭지 않게 시트 위에 던져놓고, 그중 하나를 집었다. 콘돔을 잇새에 끼우고 껍질을 찢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선경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
“거기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어?”
“강 비서님이 알려 주던데.”
오피스텔로 출발하기 전, 한지석은 강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강 사정을 설명한 뒤, 지금 자신이 우선경과 함께 있으며 오피스텔로 갈 것을 알렸다.
상황을 눈치챈 강 비서는 밑도 끝도 없이 침실 안 협탁에 콘돔이 구비되어 있다는 정보를 말해 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피임은 꼭 신경 써 달라는 무언의 부탁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