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발정이 온 건 어쩌면 내가 아니라 이 남자일지도 모르겠다.
아일랜드 식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선경은 문득 생각했다.
턱턱, 아래를 쳐대는 힘에 인형처럼 늘어진 몸이 흔들렸다. 같이 동조할 체력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다.
이 와중에도 꼿꼿이 서 있는 아랫도리는 체액이 다 동났는지 이슬 같은 선액 몇 방울만 찔끔찔끔 흘려대고 있었다.
분명히 물을 먹이겠다고 여길 데려오지 않았던가.
앉은 자세로 부둥켜안은 채 삽입을 이어 가던 한지석은 우선경이 어깨 위로 축 늘어지자 그대로 몸을 들고 일어났다.
선경은 혹시라도 떨어질까 무서워 땀이 묻은 어깨에 단단히 매달렸다. 그 와중에도 삽입은 풀지 않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기가 배 속을 쿡쿡 들쑤셨다.
냉장고를 열어 보던 한지석은 너무나 당연스레 물었다.
‘뭐 좀 먹을래?’
‘장난해? …나 지금 배 터질 거 같아.’
짜증이 섞인 호소에 한지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웃을 때마다 연결된 몸이 함께 흔들려 배꼽 밑이 다 간질거렸다.
한지석은 아일랜드 식탁 상판 위에 우선경을 앉혀놓고 물부터 먹였다.
땀과 눈물, 체액으로 온통 수분을 쏟은 탓에 거의 탈수가 오기 직전이었다. 선경이 생수병에 입을 대고 허겁지겁 물을 마시는 사이 그는 식탁 위에 있던 초콜릿 케이스를 열었다. 상온에 놔둔 탓에 초콜릿 코팅은 살짝 녹아 있었다.
그새 물 한 통을 다 비운 우선경의 입 안으로 타원형의 초콜릿이 다가왔다.
한입에 넣기엔 좀 큰 편이라 그것을 부담스럽게 쳐다보자 한지석은 재차 초콜릿을 입가에 들이밀었다. 결국 입술을 벌려 초콜릿을 받아먹었다.
벨기에산 초콜릿은 입 안에서 순식간에 녹아갔다.
진한 단맛이 혀와 입천장, 볼 점막에 흠뻑 배었을 때쯤 마찬가지로 목을 축인 한지석이 다시 입술을 붙였다.
차갑게 식은 혀가 달콤함으로 물든 입 안을 거침없이 파고 들어왔다. 배고팠는지 그는 선경의 입 안에 남아 있는 진한 초콜릿을 모조리 핥아 먹었다.
다시 허릿짓을 시작하자 깊이 찔러오는 자극점에 선경이 쓰러지듯 누웠다. 식탁 위에 있던 틴 케이스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푹푹 들쑤시는 힘에 겨우겨우 버티던 중 다시 침대로 옮겨지고, 자세가 바뀌었던 것 같다. 꿈인지 현실인지 이제는 제대로 분간이 안 갔다. 선경은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알파에게 제 몸을 맡겼다.
몇 번째인지 횟수를 셀 수 없던 관계가 끝났을 때, 우선경은 한지석의 가슴 위로 고꾸라졌다.
배 속에서 뜨거운 파정이 느껴질 때까지 겨우 버티고 앉아 있었다. 이대로 기절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니 실제로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도 같다.
잠깐 깨어났을 땐 입욕제를 푼 욕조에 담가져 있었다.
등 뒤에서 한지석이 향긋한 물을 끼얹으며 땀과 온갖 체액에 더러워진 몸을 정성껏 씻겼다.
그 보살핌이 꽤 기분 좋아 선경은 잠시 눈을 감고 몸을 기댔다.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선경은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어깨를 흔드는 힘에 눈을 떴다.
선경은 젖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또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흘러내린 샤워 가운을 추스르고 거실 소파에 기대 있던 머리를 제대로 곧추세웠다.
몸은 끈적이는 곳 하나 없이 개운했지만, 약 기운이 아직 남아 있는지 몽롱함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마찬가지로 사워 가운을 두른 한지석이 컵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담아와 건넸다. 물을 보니 그제야 목이 마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까지 붙든 채 정신없이 물을 받아마셨다. 꼴깍대는 소리와 함께 목울대가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어찌나 급했는지 미처 삼키지 못한 물이 옆으로 줄줄 흘렀다.
소파 뒤에 서 있던 한지석이 허리를 숙였다. 선경의 턱을 붙잡고 입가에 흐른 물을 핥아 마셨다.
쪽쪽, 짧게 입 맞추며 빨아 마시는 게 애들 장난처럼 하찮았다. 선경은 그의 목덜미를 끌어당기며 깊게 입술을 맞붙였다. 물을 마셔 촉촉해진 혀를 집어넣으며 그의 입 안을 농탕질 쳤다. 한지석이 으음, 길게 소리 내며 곤란한 듯 웃었다.
“잠깐만 정신 좀 차려 봐. 사람 왔어.”
“누구?”
뒤에서 크흠, 목청을 가다듬는 소리가 났다. 현관 근처에서 가방을 들고 서 있는 김 박사가 보였다.
노골적인 애정 행각에 눈 돌릴 곳을 찾고 있던 김 박사는 우선경과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부리나케 거실로 다가왔다.
“…….”
“채혈만 하고 갈 겁니다.”
말없이 쳐다보는 눈길에 김 박사는 이곳에 온 목적을 짧게 설명했다. 그리고 가방을 내려놓고 챙겨온 것들을 테이블 위에 척척 깔아놓기 시작한다. 우선경은 귀찮아하면서도 순순히 왼팔을 내놨다.
피를 뽑는 동안 김 박사는 눈동자를 굴려 우선경의 상태를 살폈다. 살짝 벌어진 가운 깃 사이로 보이는 몸은 온통 울긋불긋하게 빨린 자국이 가득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멀쩡하겠어요? 저 큰 게 들어와서 한참을 쑤셔 댔는데, 아직도 뒤에 뭐가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우선경은 부끄러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가운 뒤로 손을 가져다 대고 엉덩이도 주물럭댔다.
한지석이 그 손을 잡아 내려놓았다. 짐짓 평온한 어조로 대신 설명했다.
“아직 약에 좀 취해 있는 것 같습니다.”
“네에…. 그런 것 같네요.”
김 박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채혈을 마무리한 뒤 빠르게 정리를 시작하며 말했다.
“원하신다면 중화제를 처방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좀 독한 편이긴 하지만요.”
“그렇다면 안 먹이는 게 좋겠네요.”
약이 독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석은 단번에 고개를 내저었다.
한지석은 마치 우선경의 보호자처럼 굴었다. 김 박사가 이곳으로 온 것 역시 그의 요청 때문이었다.
“일단 검사는 해 보겠습니다.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채혈한 것이 아니라서 증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법적 효력이 없다 해도 적어도 저 집 사람들에겐 확실하게 설명되지 않겠습니까.”
김 박사도 그 의견엔 동의했다.
지금 이미 우선경이 호텔에서 겪은 일로 우씨 집안은 발칵 뒤집어진 상태다.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수습하는 것과 동시에 장 대표에게 철퇴를 가하기 위해 물밑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할 일을 끝낸 김 박사가 오피스텔을 떠났다. 배웅을 마치고 돌아온 한지석이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여전히 늘어져 있던 우선경은 그의 기척을 느끼고 게으른 몸을 추슬러 앉았다.
“갔어?”
“응.”
선경의 눈꺼풀이 느릿느릿 떴다 감겼다.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멍덩한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려 보려고도 했다.
“당신이 보기에도 나 아직 이상해?”
“어떤 거 같아?”
“잘 모르겠어.”
우선경은 등받이 뒤로 머리를 풀썩 기댔다. 무방비한 몸짓에 샤워가운이 다시 헐겁게 벌어졌다. 그조차 개의치 않은 듯 선경은 다리를 벌리고 늘어졌다.
“뒤가 얼얼해.”
“엎드려 봐, 봐 줄게.”
우선경은 고분고분 말을 따랐다. 소파에 두 무릎을 꿇은 채 뒤돌아 몸을 납작 웅크렸다.
한지석이 그의 가운을 허리까지 들췄다. 하얀 엉덩이는 물기가 보송하게 말라 있었다.
말랑한 볼깃살을 움켜잡고 양쪽으로 벌렸다. 구멍은 한눈에 봐도 퉁퉁 부어 있었다. 아주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주름 가까이에 엄지를 대고 잡아당기자 불그스름한 안쪽 살이 드러났다. 아까도 확인했지만, 상처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괜찮아 보이는데, 약 발라 줘?”
“약 바르면 괜찮아져?”
“나야 모르지.”
“모르면서 막 말하지 마.”
걱정됐는지 우선경은 손을 뒤로 뻗어 엉덩이 사이를 더듬었다. 뜨끈뜨끈한 구멍 주변을 스스로 훑었다. 아프다는 말이 사실인 듯 차마 넣지는 못하고 그 주위만 더듬었다.
“여기?”
한지석의 혀가 그의 손가락이 닿는 부분을 핥았다. 하윽! 갑작스러운 애무에 선경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리를 꺾었다.
“하… 하지 마!”
“손가락 넣은 건 괜찮고 혀 넣는 건 안 돼?”
“안 돼. 더러워서 싫어.”
“웃기지 마, 너 내가 씻겼어. 안쪽까지 전부 다.”
우선경의 거부 사유를 가볍게 비웃고 다시 엉덩이를 힘껏 벌렸다. 활짝 드러난 구멍 위로 혀를 대고 진득하게 문질렀다. 귀엽게도 아래는 질색하는 주인과 달리 지석의 혀를 반가워하며 뻐끔 벌어졌다.
“하으, 아! 흐응. 아… 안 돼.”
선경은 앓는 소리를 내며 손을 뒤로 뻗었다. 허우적거리는 왼손이 지석의 혀와 가당치도 않은 힘겨루기를 벌였다.
구멍을 필사적으로 가리는 손가락이 어찌나 거슬리는지.
경고의 의미로 엉덩이를 찰싹 내리쳤다. 더 이상 칭얼거리는 건 봐주지 않겠다며 지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 치워.”
“아파서, 더는 못 해….”
“더 안 할 거야, 약 발라 줄 테니까 잘 벌리고 있어.”
그제야 우선경은 포기한 듯 손을 치웠다. 대신 한지석이 했던 것처럼 제 엉덩이를 대신 잡고 벌렸다.
아프다는 말은 사실인 듯, 혀에 닿는 구멍의 온도는 유독 뜨끈뜨끈했다. 부어올라 조금 팽팽해진 입구를 혀로 진득하게 핥았다. 넓게 편 살덩이가 주름을 세심하게 훑자 선경의 무릎이 휘청 꺾였다. 꽉 다물려 있던 입구가 숨 쉬듯 벌름거렸다.
“하앗, 흐, 아읏.”
선경은 이마를 소파에 처박고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수치심은 어느새 안중에도 없었고, 머릿속엔 뇌리를 강타하는 쾌감만 가득했다.
선경은 침에 젖어 미끌거리는 제 엉덩이를 겨우 움켜쥐고 양쪽으로 벌렸다. 그 사이로 한지석의 우뚝한 콧대와 입술, 따뜻한 혀가 뭉그러지듯 파고들었다.
얼굴을 묻고 질척하게 살을 빨아대는 소리가 귓가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뾰족하게 세운 혀끝으로 구멍을 지그시 누를 때마다 푹신한 안쪽 살이 혀를 조여 물었다.
혀가 쭉쭉 빨리는 기분에 덩달아 한지석도 호흡이 가빠졌다. 어느새 흥분한 성기는 가운 자락을 들추며 묵직한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