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을잊은사이-116화 (116/127)

#116

사타구니 사이로 손을 뻗었다.

회색의 트레이닝 바지를 뚫고 나올 듯 윤곽이 도드라진 것을 움켜잡았다. 손이 작은 편도 아닌데, 한 손으로는 다 쥘 수도 없었다.

“하아, 선경아.”

옷감 너머로 직접적인 손길이 닿자, 지석은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반듯하던 얼굴이 단숨에 일그러진다.

“…….”

늘 절제되어 있던 사람이 자신 때문에 흥분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짜릿했다. 한지석이 흐트러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입안이 습해질 정도였다. 선경은 저도 모르게 고인 침을 삼켰다.

굵은 허벅지를 타고 슬금슬금 올라간 손이 지석의 티셔츠 안을 불쑥 파고들었다. 군살 없이 단단하고 날렵한 아랫배를 더듬다가 바지 고무줄에 손가락을 걸고 슬쩍 내려 보았다.

속옷도 입지 않은 탓에 기립한 성기가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헉!”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흉흉한 형태에 놀라, 기겁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바짝 위로 올라붙은 성기는 당장 어딘가를 들쑤시고 싶은 듯 혼자 꺼떡댔다. 그 아래 이어지는 두툼한 음낭조차 탱탱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탄력 넘치고 왕성한 기운은 흡사 종마를 보는 것 같았다.

선경은 하얀 손바닥으로 조심스레 기둥을 감아쥐었다. 뜨겁고 묵직한 손맛이 벌써부터 남달랐다.

“와….”

손가락이 좆 기둥을 스칠 때마다 툭툭 튀어나온 핏줄의 굴곡이 선명하게 만져졌다. 알파라서 그런가, 비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제 것과는 너무 달랐다.

“한지석 씨, 당신 이거 흉기야.”

씨근덕대는 숨소리가 이마 위로 쏟아졌다.

양손으로 침대 헤드를 짚고 우선경을 팔 안에 가둬 놨던 한지석의 상체가 점점 아래로 기울고 있었다. 후덥지근한 입김이 뺨에 닿자 덩달아 흥분이 일었다.

“…하아, 선경아. 더 세게 잡아.”

성기를 쥔 하얀 손이 서툴게 움직였다. 손바닥이 기둥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 때마다 선단 끝에선 점성 있는 체액이 질금질금 흘러나왔다. 양이 어찌나 많은지 어느새 감긴 손가락과 성기 밑동까지 온통 미끈거릴 정도였다.

선경은 갈라진 요도 구멍을 엄지로 살짝 비볐다. 투명하고 끈적한 쿠퍼액이 찌걱대는 소리를 내며 손끝에 들러붙었다.

“어제 그렇게 많이 싸 놓고, 양심도 없어.”

“나 진짜 미칠 것 같은데… 이제 좀 결정해 주면 안 될까?”

우선경은 천천히 눈을 치켜들었다. 꾸준히 자신을 직시하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와 키스하고 싶었다. 빨리 맨살을 비비며 뒤엉키고 싶었다. 여유 있는 척했지만 사실은 아까부터 몸이 달아 참을 수가 없었다.

“나 아픈 거 싫어.”

“…….”

“안 아플 거라고 약속할 수 있어?”

으음, 한지석은 눈썹을 찌그러트리며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중간에 멈출 수는 있지?”

“네가 그만하라고 하면 바로 뺄게.”

정말 그게 가능할까, 어딘가 미심쩍은 마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미 우선경도 참을성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어차피 둘 다 한계에 도달했다. 선경은 긴장된 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넣어 보든가.”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한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를 세워 앉았다. 티셔츠 밑단을 잡아 단번에 뒤집어 벗었다. 그의 옷 벗는 속도를 보고, 이제 고작 파자마 단추 하나를 푼 선경이 놀라 입을 벌렸다.

“뭐가 그렇게 빨라.”

“엉덩이 좀 들어 봐.”

재촉하며 선경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리자 그의 손이 파자마 바지와 속옷을 동시에 끌어 내렸다. 두 옷감이 하나로 뒤엉킨 채 침대 바닥 어딘가로 던져졌다.

하체가 시원하다 못해 허전했다. 순식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반라의 상태가 되었다.

“다리 벌리고 앉아.”

수치심을 느낄 새도 없이 다음 지시가 내려졌다. 다정하던 남자는 어디로 가버리고 약간 눈이 돌아간 알파만 남았다.

“…….”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선경은 마저 단추를 풀며 시키는 대로 다리를 활짝 열었다. 세운 무릎 사이로 한지석이 개처럼 기어들어 오고 있었다. 벌써부터 긴장이 돼 벌어진 허벅지가 벌벌거렸다.

정수리가 내려앉는 게 보였다. 뜨거운 입김이 맨살에 닿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스쳤다.

침대에 엎드리다시피 누운 남자는 선경의 골반을 붙잡고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뜨겁고 축축한 살덩어리가 다리 안쪽과 매끈한 사타구니 주변을 오갔다. 그의 혀가 지나갈 때마다 허리가 멋대로 들썩였다.

“으읏, 좀.”

오묘하게 중요 부위만 지나치는 탓에 감질난 성기가 심지를 빳빳이 세웠다. 너무 딱딱해져 아릿한 통증마저 느껴졌다.

“제대로 빨아 달라고?”

선경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차마 보진 못하겠는지 아예 손등으로 눈가를 덮었다.

지석은 소리 내지 않고 웃었다. 만져 달라고 안달을 내는 성기를 눌러 억지로 배꼽 밑에 붙였다. 그는 통통하게 살이 찬 음낭을 먼저 한 입 머금었다.

“흐읏!”

부드럽다 못해 말랑한 표피와 그 안에 갇힌 탱글탱글한 심알이 입안에서 굴러다녔다. 흠뻑 침을 묻혀 쭉쭉 빨아대는 소리가 흡사 식사하는 것 같았다. 만족스러울 때까지 양쪽을 번갈아 맛보던 한지석은 대뜸 성기를 삼켰다.

“하앗.”

탄성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선경은 급하게 입술을 말아 물었다. 눈이 아니라 입을 막았어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했다.

당장이라도 사정할 듯한 자극에 진땀이 흘렀다.

대체 이 남자는 왜 이렇게 능숙한가, 어제도 느꼈지만 마치 자신이 느끼는 부위를 통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입을 대는 곳곳이 성감대였고, 자극적인 열감에 허리가 제멋대로 비틀렸다.

혼이 빨리는 것 같은 애무에 뽀얀 발가락이 연신 움찔거린다. 끙끙거리며 침대 시트를 발로 밀치자 지석이 오금을 붙잡아 제 어깨에 걸었다. 한층 더 밀착되는 자세에 침대에 기대 있던 몸이 반쯤 끌려 내려왔다.

놀라서 머리를 치켜드는데 아래에 있던 남자와 문득 시선이 마주쳤다. 선경은 잠시 동안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맞닿은 맨살과 후끈한 체온, 함께 누워있는 어둑한 침대 위. 어쩐지 진짜 몸을 섞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참을 수 없는 기분에 선경은 손을 내려 지석의 얼굴을 붙잡고 제게로 끌어당겼다. 순순히 딸려오는 남자와 그대로 진하게 입술을 겹쳤다. 비벼지는 혀에선 찝찔하고 야한 맛이 났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혀와 입술이 질척하게 뒤섞일 동안 지석의 손이 둥그스름한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꽉 다물어진 구멍을 확인하듯 그의 길쭉한 손가락이 비좁은 틈새를 오갔다.

은밀한 곳에 남의 손이 닿자 구멍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풀어 줘도 모자를 마당에 경계하듯 힘을 꽉 조이는 모습에 지석이 웃음을 흘렸다.

“들어가게 좀 해 주세요.”

“거길, 갑자기 만지니…, 흐악!”

틈새를 비비던 손가락이 불쑥 구멍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삽입에 선경은 눈앞에 보이는 어깨를 움켜잡았다. 바짝 깎인 손톱이 맨살에 박혔다.

“괜찮아?”

한지석은 진지해진 얼굴로 우선경의 반응을 살폈다. 기민해진 눈동자가 선경의 표정, 숨소리, 작은 떨림까지도 세심하게 지켜봤다.

“응? 선경아. 아파?”

길쭉한 중지가 꽉 다물린 내벽 안을 천천히 들쑤셨다. 손가락으로도 느껴지는 쫀쫀하고 탄력적인 조임에 지석 역시 한숨을 쉬었다. 기다림을 참을 수 없어 좆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아, 니. 괜…, 괜찮….”

선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손가락이 아래를 헤집는 느낌은 어딘가 낯설면서 묘했다.

이물감과 희미한 둔통이 뒤섞인 게 불편한 감은 있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조금 적응되니 생경한 느낌은 사라지고 오히려 아래가 근질거렸다. 그때부터였을까. 묘하게 젖은 소리가 들려왔다.

손가락 개수가 늘어나면서부터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디가 굵고 긴 손가락이 긴장으로 수축된 내벽과 힘겨루기를 벌였다. 가위질하듯 벌려대는 능숙한 손길에 어느새 구멍은 노긋하게 풀려 갔다.

삽입에 조금 익숙해져 갈 때쯤 선경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별로인 거 같아.”

“뭐가.”

“아래에 넣는 거 말이야. 그다지 별 느낌이 없어. 나 혹시 뒤로 잘 못 느끼나? 원래 이거 넣는 쪽만 좋은 거야?”

“…….”

천천히 왕복하던 손이 멈췄다. 한지석은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순식간에 웃음이 가신 얼굴로 우선경을 내려다봤다. 푹, 예고도 없이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긴 손가락이 다 들어온 걸로도 모자라 손등 뼈가 회음에 닿을 정도로 깊이 박혔다.

“아… 느낌이 없었어?”

굵은 손목이 반 바퀴 빙글 돌았다. 한지석은 익숙한 위치에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렸다. 손끝에 힘을 주고 오밀조밀한 점막 안쪽을 강하게 짓이겼다.

“하앗!”

기대 누워 있던 선경이 발작하듯 튀어 올랐다. 어느새 상체는 침대로 완전히 흘러 내려왔다.

“그거야 네가 이렇게 자지러지니까, 여태 안 닿도록 조심하던 거잖아.”

내가 얼마나 신경 썼는데, 한지석은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한번 제대로 건드리자, 조금 솟아 있던 부위가 점차 도톰하게 부풀어 올랐다.

“선경아, 네가 뒤로 얼마나 잘 가는데 그런 소리를 해. 섭섭하게.”

“으응, 으, 그, 그만해. 거기 이상…!”

“이것 봐. 조금만 눌러 줘도 벌써 이렇게 젖어서.”

지석의 손가락이 안을 쑤셔댈 때마다 찰팍거리며 애액이 튀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난잡한 소리에 선경은 눈을 가리고 도리질을 쳐댔다.

허리가 벌벌 떨릴 정도의 감도와 축축이 젖는 아래까지 모두 낯설고 견디기 힘든 자극이었다. 제 몸이 이상하리만큼 야하고 음란했다.

몇 번 전립선을 짓누르며 선경이 잊고 있었던 쾌감을 알려 주던 지석은 돌연 손장난을 멈추고 손가락을 빼냈다. 손이 온통 흥건했다. 그는 상체를 세운 뒤 나른하게 목을 꺾었다.

“아직도 별 느낌이 없어?”

“…….”

“그런 것치곤 많이 아쉬워 보이는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선경은 입술을 깨물며 아득바득 신음을 참았다. 아직도 몸에는 털어내지 못한 쾌감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참지 못하고 등허리가 바르르 떨려왔다.

어느새 한지석은 콘돔을 집어 들고 있었다. 얇은 필름을 찢고 둘둘 말린 고무를 꺼냈다. 곧게 뻗은 기둥을 따라 투명한 고무막이 늘어나고 밑동을 조였다.

선경은 그의 정제된 동작과 우람한 성기를 보며 침을 삼켰다. 허전해진 밑구멍이 제멋대로 벌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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