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을잊은사이-117화 (117/127)

#117

준비를 끝낸 지석이 한 손으로 성기를 훑으며 하체를 붙여왔다. 그 역시 이제는 한계가 왔는지 조급해 보였다. 선경의 무릎을 넓게 젖히고, 볼깃살을 세게 움켜쥐었다. 당기는 힘에 흐무러진 구멍이 붉은 속살을 내보이며 빠끔 벌어졌다.

“으응.”

“하아, 선경아.”

갈급한 목소리가 선경의 이름을 불렀다. 입술이 자석처럼 들러붙고 혓바닥이 진하게 얽혔다. 그와 동시에 아래로는 두툼한 좆 머리가 구멍을 비집고 들어왔다.

“허억!”

푹, 단번에 절반을 찔러 넣자 선경은 작살에 꿰인 것 같은 신음을 질렀다. 상상도 못 한 압박감에 입술까지 벌벌 떨렸다.

“아, 아… 파, 흐으.”

엄살을 부리려는 게 아니라 저절로 아프다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손가락과는 애초부터 비교도 할 수 없는 굵기였다. 내가 이걸 정말 받을 수 있을까, 식은땀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워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괜찮아? 천천히 할게.”

지석이 고개를 숙여 땀이 밴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오랜만의 삽입이라 그런지 꽤 오래 풀어 줬는데도 뻑뻑했다. 이렇게 좁았었나, 그 역시 아득바득 조이는 내벽에 성기가 쥐어짜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선경이 느끼는 곳이 어디인지, 어디를 쑤시고 눌러 주면 금세 노곤하게 풀어지는지는 눈감고도 찾을 수 있었다. 지석은 바들거리는 종아리를 익숙하게 제 허리 뒤로 걸치며 더 깊게 하체를 붙였다.

“아프면 말해.”

“하윽!”

몸이 기억하는 자세는 안정적이었다. 허리를 잠깐 뺐다 찔렀을 뿐인데, 애액으로 흥건해진 내벽 안으로 성기가 쑥 빨려 들어갔다. 비좁은 공간은 마치 지석의 좆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씹어 물었다.

탁, 탁, 살을 쳐대는 추삽질에 선경의 하체가 덩달아 흔들렸다. 뱃속을 가득 채운 압박감에 숨이 막히다가도 전립선을 직격으로 때려버리는 충격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하악, 나, 거기, 흐으, 흐읏!”

“응, 너 여기 잘 느끼는 거 알아.”

지석이 애처롭게 흔들거리는 성기를 쥐었다. 음모도 없이 보들보들한 좆은 한 손에 쥐기 편했다. 당장이라도 사정할 듯 딴딴해진 선경의 것은 흥분으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빠끔빠끔 체액을 흘려대는 구멍을 엄지로 틀어막았다.

“아! 하, 지 마, 하읏! 흐, 응!”

사정이 코앞인데 성기를 틀어쥐자 선경이 지레 놀라 손을 뻗었다. 버둥거리며 지석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는데 가당치도 않았다. 밀리기는커녕 긁는 수준조차 되지 못했다.

“놔아, 흐읏, 응!”

“안 돼, 너, 싸면 금방 하아, 지쳐서.”

“흐으, 하지, 마아.”

기어코 눈물이 터졌다. 딴딴한 좆머리가 제가 느끼는 곳만을 사정없이 들이박는 것만으로도 당장 쌀 것 같은데, 유일한 분출구를 틀어막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몸을 뒤틀며 한지석의 손을 밀쳐 보았지만 돌덩이 같은 알파는 미동도 없이 허리만 쳐올릴 뿐이다. 결국엔 그의 팔뚝을 붙잡고 하라는 대로 따라야 했다.

“하아, 한, 한지석 씨. 흐읏, 나 진짜, 학, 쌀 것 같아.”

가슴을 헐떡이던 선경이 다급하게 지석의 팔을 긁었다. 어찌나 급한지 침도 삼키지 못해 말하면서도 꼴깍이기까지 했다.

“으응, 어쩌지. 난 아직인데.”

지석은 일부러 다리를 바싹 당겨오며 배를 깊이 맞췄다. 선경의 절정에 맞춰서 잘게 허리를 쳐댔다. 퍽퍽 소리가 나도록, 안쪽 깊숙한 곳까지 때려 박자 선경이 고개를 꺾으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기어코 사정없이 절정에 다다랐다. 벼락을 맞은 듯 눈앞이 하얗게 번지고, 짜릿한 자극이 척추를 따라 목덜미까지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그 아찔한 쾌감에 좆을 물고 있던 내벽이 꽈악 조여졌다.

지석은 순간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쥐고 있던 성기를 놓았다.

선경의 것은 여전히 바들거릴 뿐 사정을 하지 못했다. 그 주인은 침대에 늘어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전신을 타고 흐른 쾌감에 여전히 허덕이는 중이었다.

맥없이 누워 있던 선경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당신이랑 다시는 안 해.”

“왜, 나 못했어?”

“사람을 이렇게 억지로, 싸지도 못하게 하고.”

생각할수록 서러웠는지 입술이 삐쭉거렸다. 지석은 허리를 숙여 불룩 튀어나온 입술을 살짝 입을 맞췄다. 선경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고 그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삽입된 채 끌어안은 자세가 됐다.

선경은 꼬챙이에 꿰인 것처럼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눈썹을 찡그렸다.

“흐으, 이거… 너무 깊어.”

“괜찮아, 나를 좀 믿어 봐.”

지석이 매끈한 등허리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가 입술을 겹치며 페로몬을 진하게 풀었다.

뜨뜻한 점막을 타고 넘어오는 우성 알파의 페로몬에 긴장이 싹 가시고, 피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선경은 저도 모르게 팔을 지석의 목에 걸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도저히 본능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아, 더, 더 해 줘.”

다급하게 호흡을 내뱉으며 지석을 불렀다. 그의 얼굴을 부여잡고 허겁지겁 입을 맞췄다. 턱턱 살을 치대는 힘에 몸이 쪼개질 것 같았지만 아프기는커녕 그저 황홀해 발끝이 저릿해져 왔다.

“선경아. 하아, 선경아.”

지석 또한 절박한 신음을 터트리며 마른 몸을 끌어안았다. 너무나 소중하고, 귀했다. 이 마음을 다시는 잊고 싶지 않았다.

***

요즘 들어 한지석은 매일같이 갤러리를 찾아왔다.

저녁 여섯 시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알파 때문에 시렌치움 직원들은 다섯 시부터 설레어 했다.

덕분에 우선경은 늦게까지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아직 배우고 파악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지만 한지석이 도착하면 그 즉시 하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퇴근을 해야 했다.

둘 사이에 다시 연애, 그 비슷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면서부터 한지석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바로 일보다 상대를 더 우선순위로 두자는 거였다. 집으로는 회사 일을 가져오지 않으며, 주말은 무조건 서로를 위해 시간을 비워 두기로 했다.

선경은 어차피 일에 매여 사는 건 자신이 아니라 한지석이니 크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여 흔쾌히 요청을 수락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매일 찾아올 줄은 몰랐다. 덕분에 미뤄 둔 일이 자꾸만 쌓여 가고 있었다.

오늘도 시간 맞춰 칼같이 찾아온 남자를 보며 선경은 골치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약속대로 보고 있던 서류들은 바로 책상 위에 내려놓긴 했다. 다만 아쉬워서 손을 떼진 못했다.

“한지석 씨 요즘 한가해?”

“왜?”

“여기 매일 출근 도장 찍잖아. 왜, 아예 자리 하나 만들어 줄까?”

“뭐 시켜 줄 건데.”

“내 고문 변호사 뭐 그런 거 해.”

“자격도 없는데?”

“누가 뭐라 한다고, 어차피 내가 쓴다는데.”

제안이 나쁘지 않았는지 한지석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선경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근사한 수트 차림을 한 남자는 나긋한 목소리로 공격을 시작했다.

“퇴근하자.”

“아, 정말…. 당신 때문에 일을 못 하겠어.”

우는소리를 하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번졌다. 분명히 곤란한 상황인데 이상하게 즐거웠다. 그사이 한지석은 서류를 움켜쥐고 있는 우선경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억지로 펴냈다. 비어 버린 손에 종이 대신 제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이러니 별수 있나. 오늘도 속절없이 넘어가 줘야 했다.

길거리를 걷는 모습은 여느 커플들과 다를 게 없었다. 손을 마주 잡고, 온기 가득한 어깨를 부딪쳐 가며 함께 걸었다.

가끔은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걸어서 움직이는 편이 더 좋았다. 길거리를 구경하고, 같은 것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 같았다.

잡은 손을 조물거리던 우선경이 대뜸 물었다.

“그런데 반지 말이야.”

“어?”

“당신이 늘 끼고 다니는 거 있잖아. 그거 우리 결혼반지 맞지? 내 건 어디 있어?”

한지석은 쉽게 대답을 뱉지 못했다. 할 말을 정리하듯 가만히 약지를 더듬었다. 손가락 끝에 각진 다이아 반지가 걸렸다.

“나 혹시 잃어버렸어?”

“아니, 내가 가지고 있어.”

“다행이네. 나중에 다시 돌려줘.”

그래, 담담한 대답과 달리 한지석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 듯 왼손을 꿈지럭거렸다.

그리고 그날 밤.

잠자리에 들려고 누워 있을 때, 한지석은 대뜸 손바닥에 무언가를 쥐여 주었다.

“그냥 별 의미는 없어. 네 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우선경이 그토록 찾았던 결혼반지였다. 멋대가리 없는 한지석의 말은 무시하며 손가락에 끼워 봤다. 반지는 헐겁거나 뻑뻑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내 허전했던 곳이 온전하게 채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선경은 제자리를 찾은 반지를 이리저리 돌려 봤다.

“의미 없는 거면 팔아도 되나?”

“…….”

“그런 표정 지을 거면 애초부터 말을 제대로 했어야지. 정말 의미 없는 거 맞아?”

“아니. 네가 끼고 있어 줘.”

한지석은 침대 위로 몸을 무너트렸다. 앉아 있는 우선경을 바짝 끌어안고 그의 배에 강아지처럼 얼굴을 파묻었다.

“선경아.”

“응.”

“계속 내 옆에 있어 줄 거지?”

우선경은 대답 대신 한지석의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손길은 아이를 어루만지듯 부드럽고 살가웠다.

“평생 같이 살자고?”

“응.”

하핫, 바람결이 묻은 것 같은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행복한 기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오메가 페로몬이 포근하게 내려앉았다.

한참을 웃던 선경이 허리를 푹 수그렸다.

“그런데 형은 나 안 사랑하잖아.”

여상한 목소리에 엎드려 있던 지석은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사근사근하던 손길은 어느새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나랑 사는 게 숨 막힌다며. 이제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나 버렸잖아.”

“…….”

“반지도 네가 먼저 빼 버렸잖아.”

한지석은 겨우 얼굴을 들었다.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얼굴의 우선경과 눈이 마주쳤다. 질식할 것 같은 자신과 달리 새까만 동공은 흔들림이 없었다.

“왜, 내가 끝까지 기억 못 할 줄 알았어?”

“…나는.”

혀가 굳어 잘 움직이질 않았다. 지석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방 안이 춥지도 않은데 위아래 어금니가 딱딱 부딪혀댔다.

“선,경아. 나는….”

“데리고 노니까 재밌었어?”

“…….”

공허한 눈이 지석을 바라봤다. 그에게는 분노는커녕 감정의 찌꺼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왜 받아 줘. 어차피 살다가 질리면 또 버릴 거잖아.”

“아니야…. 아니야. 제발, 내가, 잘못, 했….”

한지석은 헐떡이는 숨을 겨우 목구멍 뒤로 삼켰다. 애타게 우선경을 잡고 그의 손에 매달렸다. 빌려고도 해봤지만, 숨통이 틀어막혀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끔찍할 만큼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았다.

“…….”

“선경아, 내, 흐으, 내가, 잘, 못….”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손으로 긁었다. 입고 있던 티셔츠가 손끝에 걸려 넝마처럼 늘어났다.

이 속을 온전히 보여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가슴을 갈라서라도 진심을 드러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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