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1장. 공(?)부터 시작하는 곤륜노의 삶 (5)
* * *
“누님, 얼마나 가야됩니까?”
“...오늘 중으로 도착할 거다.”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듬뿍 담긴 애진의 대답.
나는 창살 밖으로 손을 뻗어 애진 누님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적당한 살집과 근육이 섞인 탄탄한 다리.
애진 누님은 내가 주무르기 쉽도록 창살 가까이 애마를 몰았다.
“가끔 찾아오십쇼. 공사가 뭐 하루이틀만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올 가을에 열리는 용봉... 아니, 봉룡지횐지 뭔지 그때까지 있는 거잖습니까.”
“...그게 내 마음대로 되겠냐. 무당에 넘기면 넌 무당의 소유고, 나같은 노예상 나부랭이가 건드리면 그대로 매장이지.”
아니 씨발, 무당파면 정파 아니야? 분명 원작에서도 그랬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흑화라도 했나했지만, 의외로 답은 가까이 있었다.
“...공사중에 남자 노예는 딸도 못 친다고요?”
“그래. 기가 허해져서 새참도 제대로 못 나르는 한심한 것들이 많아.”
하긴 저번에도 떡 한 번 치면 삼일을 정양한다고 했었지.
‘내가 존나 비정상이구나.’
이 소설에 들어오고 나서 대략 열흘. 어리버리를 탔던 첫날을 제외하고선, 상황을 받아들이고 매일 애진 누님과 떡을 쳤다.
어제와 오늘은 다른 호위 무사 누님도 사냥 같이 간다는 핑계로 섹스했고.
그러다 불현듯 어제 저녁 박씨 아저씨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자네... 또 하고 왔는가?
아, 박씨 아저씨. 네, 그... 도연 누님이 자꾸 밀어붙이셔서...
그 말을 뱉자마자 주변 남자 노예들의 시선이 요상하게 변했다.
뭐랄까, 나를 좀 피하려는 느낌. 박씨 아저씨는 나를 구석으로 이끌며 담담히 말했다.
조심하게, 자네같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를 잃기는 싫으니까 말이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자네 혹, 무림맹 정절(??)단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정절단이라... 그런단체한테 주인공이 쫓기던 파트가 있던 것 같기도 한데.
사실 나는 원작 소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떡협지를 떡치는 거 보려고 보지, 뭐하려고 보겠는가.
아무튼 정절단. 여자의 처녀를 지켜주는 그런 집단일까.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야한 냄새가 풍겼다.
아저씨는 내 순진무구한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강호에는 말일세, 자네처럼 그런... 엄청난 몸을 갖지는 않더라도, 갖가지 비술로 여성을 유혹하는 남자들이 있네.
...그렇겠죠.
개중에는 가끔... 그 비술로 분에 넘치게 여러 여성을 유혹하는 남자들이 있지.
당연한 것 아닌가? 나같아도 무협판 최면술 같은 거 배웠으면 제대로 썼을 텐데.
‘아... 근데 여긴 반대지.’
여자의 처녀가 아니라, 남자의 동정을 지켜주는 집단인가?
그리고 그렇게 함부로 몸을 놀리는 남자 무림인들을 징벌하는 것이 바로 정절단일세. 전원 절정 고수급의 무인들로 이루어져 있는, 아주 강력한 부대지.
아...
그러니, 조심하시게.
...조언 감사합니다, 박씨 아저씨.
남자에게 지조를 강요하는 쓰레기같은 집단이었다. 자기네들 정절은 지키려나.
어째서 박씨 아저씨가 그렇게 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아무튼 함부로 좆을 놀리면 안된다는 거였다.
‘아니지, 근데 주인공 새끼는...’
이 새끼 하렘차리고 다녔었는데? 떡은 안 쳐서 그런 건가?
생각할수록 의문이 커져갔지만, 이내 누군가의 목소리에 상념이 끊겼다.
“봐라, 무진아. 저기가 무당이다.”
“오...”
호북성의 관도를 따라가며 보이는 높은 산골짜기.
휴지도 없고, 수세식 화장실도 없는 거지같은 강호지만,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만은 정말 장관이었다.
‘주인공이 언제쯤 무당으로 오더라.’
생각해보니 히로인도 무당에서 처음으로 얻던 것 같았는데.
‘이름이 뭐였지. 뭔 봉이었는데.’
별호기는 하지만, 잘 기억이 안 났다.
‘아무튼, 지식을 좀 쌓아둘 필요가 있어.’
그동안 누님이나 다른 노예들과 이야기하며 내가 ‘무림일통’이라는 소설에 들어왔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처먹은 기연이나, 데리고 다니던 여자들도 몇몇 떠오르긴 했지만, 당장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오늘은 객잔에서 머물고 내일 무당산을 오를 거다.”
“마지막이네요?”
"...그러게."
헤어짐이 벌써부터 아쉬운지,짧은 말 속에 아쉬움이 깊이 담겨있는 말투.
“...목향객잔으로 간다!!”
나도 그동안 그녀에게 정이 꽤 들었던지라, 앞으로 나아가는 그 뒷모습이 애틋하게 보였다.
‘이따가 존나 박아줄게요, 누님.’
누님은 위보단 아래로 우는 게 어울리니까요.
조금 뒤 목향객잔에 도착한 애진 누님의 상행이 마굿간에 말과 마차를 맡기고 객잔에 들어섰다.
꽤나 큰 객잔이었는데, 아무래도 말이랑 마차가 많아서 큰 곳을 택한 듯 싶었다.
“...언니, 저녁은 밖에서 먹어야겠는데요.”
객잔은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총 3층까지 있는 곳이었는데, 1층은 물론이고 2층까지 전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쎄한데.’
1층에서 시비가 터지고, 2층에서 고수가 허공답보로 내려오는 것이 객잔의 국룰 아니던가.
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며 안쪽을 살폈다.
“어서옵쇼!”
“흠, 자리가 있는가?”
“보시다시피... 없습니다요. 대신 음식은 주문 가능하십니다요!”
손을 삭삭 비비며 어떻게든 우리에게 한 대접 팔아보려는 점소이가 보였다.
뭐 평소에도 산길에서 그릇만 들고 퍼먹는 일이야 흔했으니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다.
애진 누님도 별다른 기색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리고기 일곱 마리랑, 소면 열 개. 술도 한 병 가져다주고. 밖에 정원에서 먹어도 되겠지?”
“언니, 그렇게 많이?”
“내일 올라가는데 든든하게 먹여야지.”
“...에이, 거짓말.”
“시끄럽다, 도연아.”
애진 누님이 도연 누님의 물음에 눈을 부라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봤자 나를 힐끔거리는 시선과 붉게 달아오른 귀는 숨길 수가 없었다.
“금방 해드리겠습니다요!”
“아, 점소이.”
“예?”
“평소엔 이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아하, 그것이 말이지요...”
사람들이 오는 족족 물어오는지, 그럴 줄 알았다는 눈길로 슬쩍 손을 내미는 점소이.
너무 노골적이라서 헛웃음이 나왔다.
애진 누님도 똑같았는지 피식 웃음을 짓고는, 구릿빛이 도는 동전 두 개를 점소이의 고사리 손에 올려놨다.
“자.”
“헤헤, 그것이 말입니다. 오늘 3층에 무당선녀께서 오셨습니다요!”
“무당선녀가?”
“네!! 평소엔 산 아래에 잘 안 오시는 분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내려오셔서... 그 옥안을 보겠다고 이리도 모여든 것이지요. 어찌나 아름다우시던지.”
무당선녀. 기억났다. 무당파 장문인의 직전제자이자, 주인공의 첫 번째 히로인. 선녀봉 백세령.
앞으로 정파를 이끌어 나갈 뛰어난 후기지수를 뜻하는 육봉이룡이라는, 다분히 의도가 보이는 작명의 육봉 중 한 명.
‘그리고 에필로그에 주인공이랑 드디어 관계를 맺는 유일한 히로인.’
정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삼베 바지가 불룩하고 부풀어 오를 정도로 자지가 딱딱하게 발기했다.
황급히 가려봤지만, 어찌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겠는가. 나는 우선 노예들의 뒤로 자리를 피했다.
“에그머니나!”
“저, 저리로 가세...”
하지만 삼베 바지를 찢을 기세로 발기한 좆에 놀라며 자리를 피하는 남자노예들.
그 탓에, 뒤쪽에 서있던 내 모습이 객잔 안쪽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던 객잔이 순간 침묵으로 물들었다.
‘좆됐다.’
나는 내게로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새로운 상행의 등장에 잠깐 쏠렸던 이목이, 그대로 나를 향했다.
“꿀꺽.”
침묵의 한 가운데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점소이와 대화를 나누던 애진 누님도 이상함을 알아차렸는지, 객잔 안쪽을 살폈다.
“갑자기 뭐... 씹.”
그리고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내 좆을 보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누님.
“갑자기 왜 세우고 지랄이야...!”
“...모릅니다.”
주인공이 히로인을 안는다고 상상하니 저절로 발기가 됐다.
일러스트 속 그 꼴리는 젖탱이와 보지를 따먹는다는 생각에 흥분이 일었다.
왜일까.
나는 내 몸을 보고선 다시금 깨달았다.
‘뺏으라는 거구나.’
이 몸, 이 육체. 어느 곳 하나 단단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흑인의 육체가 속삭이고 있는 거였다.
내 것으로 만들라고. 그런 멍청한 새끼한테 여자를 줄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동감이다.’
그렇다면 이 객잔에서 누군가와 시비가 털려야했다.
점소이의 이야기나, 객잔에 바글바글한 사람들로 봐서 저 위쪽에 선녀봉 백세령이 있는 건 확실했다.
그러면 그녀를 어떻게 불러야할까.
‘차가운 인상의 미녀. 언뜻 무감정해 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생각이 깊고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강한 성격이다.’
마침 머릿속에서 떠오른 기억도 어떻게 해야 백세령을 부를 수 있는 지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여린 몸으로 다급히 자지를 가리려는 애진 누님의 등 뒤에 섰다.
“뒤로 가있어. 여기는 내가 감당 못할 고수도 있... 야!”
“저만 믿으세요, 누님.”
난 발기한 좆대를 애진의 등에 설설 문지르며 먹잇감을 찾았다.
살짝 추파만 던져도 바로 개처럼 튀어나올 발정난 년.
성격도 더럽고 무공도 적당한 년.
백세령과 나를 이어줄 오작교가 어디 있을까.
“동생아, 저기 저 꺼먼 놈 바지에 튀어나온 게 무엇이냐?”
“좆 아닐까요?”
“저게 좆이라고?”
그때 객잔 구석에서 조그만 말소리가 들려왔다.
흑천묵지신공의 내기로 발달된 감각이 그것을 잡아냈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런 거 한 번 따먹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에이, 저렇게 몸 좋은 놈이 우리랑 왜 해요.”
안타까운 외모였다.
“아니야, 지금 나랑 눈 마주쳤어.”
“언니, 지랄마요 좀.”
“아니 썅년아, 저거 봐. 자지, 자지 보라고!”
슬쩍 바지를 내려서 발기한 좆을 그녀들에게 꺼떡였다.
둘중 윗전으로 보이는 여자의 눈깔이 뒤집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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