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1장. 공(?)부터 시작하는 곤륜노의 삶 (6)
* * *
“미친...”
“나와. 오늘 저녁은 저 새끼다.”
내 추파에 눈빛이 싹 변한 동생과 함께 나오는 여자.
길을 막는 객잔의 손님들을 이리저리 밀치면서 나오는 꼬라지가, 아무래도 제대로 고른 듯했다.
“아니, 밀치지마. 어떤 년이...”
“어떤 년?”
“힉...”
가만히 앉아서 내 몸을 구경하던 다른 여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파래졌다.
이내 객잔 안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객잔의 중앙으로 나온 둘.
멧돼지 두 마리가 애진 누님과 나를 향해 포권했다.
“반가워요, 우리는 호북쌍객이라고 해요.”
“호북쌍객...!”
“아, 그 호북썅ㄴ... 쌍객.”
주변에서 둘을 알아본 듯 살짝 웅성거렸다.
하기야 저 두툼한 몸매를 못 알아보는게 이상하지. 호북돈객이 맞지 않나 싶다.
‘다른 년으로 할걸.’
발기한 좆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멀리서 볼 땐 얼굴이 통통한 수준이었는데, 몸은 그냥 살덩어리가 굴러다니는 듯했다.
흑자지에게 미안했다.
“...반갑습니다. 이렇다 할 별호는 없고, 애진이라 합니다.”
하지만 정중하게 마주 포권하는 애진 누님.
잠시 이어진 침묵 속에서, 언니 멧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 상행이라도 오신 겝니까. 일행이... 많으시군요.”
추잡한 눈길이 내 몸을 훑었다. 소름이 돋는 느낌.
백세령을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며 내 눈의 안녕을 기원했다.
“무당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 무당으로요.”
애진 누님이 처음부터 강수를 뒀다. 이곳 호북은 무당파가 주름 잡고 있는 곳.
여기저기 다 있는 이런 객잔에서의 싸움을 일일이 관여하는 건 아니겠지만, 무당으로 와야할 것이 오지 않는다면 무조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날 것이다.
심지어 장문인의 직전제자가 있다는 객잔에서 칼부림이라도 터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을 인지한 돼지의 얼굴에 당혹이 서렸다.
돼지도 알고 있는 거다. 함부로 나서면 좆된다는 걸.
‘안되지, 안돼.’
나는 지금 칼부림이 일어나는 쪽을 선호했다.
애진 누님의 뒤편에서 살짝 옆으로 발을 옮겨 자지에 힘을 줬다.
다행히 주인의 뜻을 알아먹고 삼베 바지를 찢어버릴 듯 발기하는 녀석.
“꿀꺽...”
두 돼지의 눈동자가 음욕으로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더 할 말이 없으시다면, 이만...”
“아뇨. 그, 안에 자리가 없어 보이는데... 저희 자리로 오시죠.”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밖에서 먹어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안에서 편안하게 드시지요.”
결국 내 자지에 넘어가 슬슬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는 두 멧돼지.
나만한 성노리개를 구한다면 호북쌍객이라는 별호 따위는 집어치우겠다는 더러운 심보가 보였다.
심지어 작은 돼지는 애진 누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손목을 붙들었다.
“같이 드시죠, 애진 언니. 저희 자매가 한턱 쏘겠습니다.”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사양마시죠.”
언제봤다고 친한 척인지. 애진 누님이 힘을 줘 떨쳐내려 했지만, 작은 돼지가 그때마다 신묘한 손놀림으로 다시금 애진 누님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무래도 애진 누님보다 한두 수 정도는 위인 느낌.
‘저게 금나순가.’
돼지 주제에 꽤나 날렵하다. 손은 햄최몇하게 생겼는데. 보면 볼수록 무공이란 건 대단했다.
“거기 까만 놈, 너도 우리랑 같이 먹지.”
큰 돼지가 이젠 내게로 걸어왔다. 걸을 때마다 객잔이 쿵쿵 울리는 느낌이다.
‘니들은 천근추가 패시브구나, 씨발.’
아마 큰돼지가 작은 돼지보단 실력이 더 위일터. 여기서 내가 잡혀버리면 힘들었다.
급한 대로 흑천묵지신공의 내기라도 움직일까 하던 찰나, 차가운 금속성이 울렸다.
스릉.
“괜찮다고 했잖아.”
“도연아!”
큰돼지의 두툼한 목덜미에 도연 누님의 칼이 닿았다. 역시 섹스할 때처럼 화끈한 누님이다.
덕분에 객잔 내의 공기가 팽팽하게 달아올랐다.
“지금 뭐하는 거지?”
“내, 아니. 우리 노예한테서 손 떼라, 돼지년아.”
돼지라는 말에 큰돼지의 이마에 힘줄이 팍 솟았다.
아마 터지기 일보직전인 거 같은데, 어떻게든 자기쪽에 명분을 만들려고 대가리를 굴리는 게 보였다.
“나와 동생은 그저 그쪽에 호의를 베풀려했을 뿐인데, 예의라는 게 없군.”
“예의는 니들 몸뚱아리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냐? 눈 다 버리겠다. 뚱돼지년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하지만 도연 누님의 마지막 한 마디가 선을 넘겼다.
그 순간 애진 누님이 작은 돼지의 손을 뿌리치며 검을 잡았고, 큰돼지 또한 허리춤에서 두꺼운 장도를 꺼내들었다.
“그 아가리를 찢어주마, 썅년아!!”
“도연아 피해!!”
당연히 이류 수준인 도연 누님은 돼지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다.
큰돼지보다 살짝 부족한 애진 누님의 검도 늦었다.
그리고 나는.
콰직.
“...뭣?”
내 손은 묵빛의 기운에 감싸져 있었고, 도연 누님의 명치 근처에서 멈춘 돼지의 장도에 내 손가락이 박혀있었다.
모래속에 손가락을 파묻은 것처럼 부드럽게 장도의 중앙을 관통했다.
나도, 돼지도, 도연 누님도, 애진 누님도. 전부 벙찐 표정이었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몸이 움직였다. 내 자지에 입을 맞추던 암컷의 위기에, 수컷의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뭐야, 씹...!”
챙그랑!!
내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어내자, 큰돼지의 장도가 박살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모두가 당황해 입을 다물지 못하던 사이, 작은 돼지가 움직였다.
“이 깜둥이 새끼, 무슨 사술을... 꺄아악!!”
“거기까지.”
귓가에 울리는 맑은 옥음. 고개를 돌리자,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오고 있었다.
*
“많이 먹으렴.”
“네, 대사저!!”
“이거도 먹으려무나.”
“감사합니다!!”
귀여운 막내의 웃음에, 방 안의 모두가 웃음꽃을 피웠다.
고작 오리고기 한 점에 저렇게 세상 밝은 미소를 짓는 사매가 참으로 예뻤다.
“여기, 물도 마시렴.”
“넵!!”
고사리손으로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 우리 막내.
백세령은 엷은 미소를 띠며 구석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다른 사제에게로 눈을 돌렸다.
“장 사제, 사제도 많이 먹어. 남자 아이들은 한창 고기가 고플 때인데.”
“네, 대사저. 대사저께서도 어서 드시지요.”
“나는 괜찮아.”
오늘은 막내 소월이의 초경날. 어엿한 여성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다.
도사라는 이름값 때문에 평소에 고기를 잘 먹일 수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먹이고 싶었다.
그 때문에 두식이도 부끄러울텐데 일부러 데려온 것이고.
“항상 다른 사저들이 목향객잔의 오리고기가 그렇게 맛있다고 했는데, 너무 맛있어요!!”
“그래그래.”
아직 젖살이 가득해 통통한 볼살이 오리고기로 부풀어오른 것이 보였다.
어쩜 이리도 기뻐할까. 항상 명경지수를 강조하던 스승님의 말씀도 이때만큼은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무렵, 백세령의 귓가에 거친 쇳소리가 들렸다.
검이 검집에서 뽑혀져 나올 때의 소리. 익숙하디 익숙한 소리에 백세령의 입가가 살짝 굳었다.
“장 사제.”
“네, 대사저.”
“잠깐 밖에 좀 다녀올게.”
“...알겠습니다. 자, 소월아. 우리 오리만두도 하나 먹어볼까?”
“오리만두!!”
다행히 눈치 빠른 두식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소월의 주의를 돌렸다.
백세령은 조용히 귀빈실의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 ㅁ자 모양의 3층 객잔.
난간으로 다가가 내려다보니, 말다툼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지, 저 자는?’
그중에서도 백세령의 눈길을 잡아끄는 이가 있었다.
새까만 피부에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 두꺼운 근육질의 몸과, 신기한 머리 모양.
그리고 적나라하게 튀어나온 삼베 바지가 보였다.
“아...”
저 곤륜인의 바지에 무엇이 들었길래? 백세령이 내공을 끌어올려 안력을 높였다.
선명해지는 시야 속 그 무엇보다도 새까맣게 보이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남근?’
사내의 가랑이 사이에 달려있는 것이니, 분명 남근일 터. 허나 그 모습이 마치 좁은 계곡에 용이 똬리를 튼 듯 보였다.
그러다 묵빛의 사내가 한발 옆으로 움직이더니, 흑룡이 거칠게 꿈틀거렸다.
“어찌...”
도무지 눈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렇게 본능에 이끌리듯 백세령의 가슴이 요동치길 잠깐, 아래쪽의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다.
“그 아가리를 찢어주마, 썅년아!!”
“도연아 피해!!”
백세령은 그제서야 남근에서 눈을 떼고 난간에서 뛰어올랐다.
허리춤에 찬 검이 맑은 검명을 냈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야 자신의 애검, 옥선(??)을 뽑을 일도 없었다.
그녀는 몰래 챙겨온 젓가락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던져 검을 든 여인에게로 향하는 장도를 멈춰 세우려는 찰나.
콰지직.
“...뭣?”
“뭐야?”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남자의 손이 장도를 관통한 것이다.
놀라움도 잠시, 백세령은 빠르게 목표를 바꿔 뒤쪽에서 덮쳐드는 육중한 여인에게 젓가락을 날렸다.
“이 깜둥이 새끼, 무슨 사술을... 꺄아악!!”
“거기까지.”
정확하게 혈도를 짚은 젓가락에 여인이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백세령은 천천히 1층 바닥으로 착지했다.
품이 넓은 백색 장포가 마치 선녀옷의 날개처럼 펄럭거리며 객잔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무당선녀님이다!!”
“와아!! 선녀님께서 오셨어!!”
암암리에 호북제일미라고도 불리는 그녀의 등장에 객잔 안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
백세령은 고요한 얼굴로 사건의 주동자들을 바라보았다.
그 명경지수와도 같은 모습에, 술렁이던 객잔의 사람들도 차츰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선녀님의 입술에서 어떤 옥음이 흘러나올지 모두들 기대감에 찼다.
“흠흠.”
그녀는 차분히 손을 들어, 새까만 피부의 흑인에게로 향하는 방향을 가렸다.
‘어떡해!! 자꾸 눈앞에서 아까 그게 아른거리잖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