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선녀님과 제자 (2)
* * *
“혜인(??)은 도포와 검을 반납하고 집법각으로 들라.”
“...예.”
무당파의 규율을 담당하고 엇나가는 제자들을 계도하는 집법각.
그곳에서 장두식은 무당파를 상징하는 도복을 벗어내고 있었다.
이장로의 정식 제자가 되었을 때 받은 태극 문양의 도포를 곱게 접어 탁자 위에 놓고, 마찬가지로 그때 받은 도검을 도포 위에 내려놓았다.
뒤에서 다른 제자가 하나 쪼르르 달려와 장두식이 벗어놓은 검과 도포를 가져갔다.
장두식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의 스승이 앉아있는 집법각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춥구나.’
안쪽의 공기는 싸늘했다.
증인으로서 참가한 백세령과 무당의 이장로이자 집법각주로서 상석에 앉아있는 스승, 운휘(雲?).
그 둘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한 장두식의 고개가 바닥으로 향했다.
“앞으로 한 달간, 일대 제자 혜인은 무당의 도호를 반납하고 본명인 장두식으로 살아갈 것을 고한다.”
예상했던 벌이었다.
아무리 깜둥이놈에게 했다지만, 자신의 말을 대사저가 들은 이상 그녀의 심기가 상하는 건 분명 제잘못이었다.
다만 화가 나는 점은, 끝까지 대사저가 깜둥이에게 호의적이었다는 거다.
‘망할 깜둥이놈. 계도 기간이 끝나면 두고보자.’
아마 징벌동으로 가서 치가 떨리는 고행을 하거나, 계도동으로 가서 면벽수련을 하게 되겠지.
‘그쯤이야 견뎌주마.’
아직 기회는 있었다. 그 흉악하고 천박한 깜둥이의 본질을 밝힐 기회가.
하지만 스승의 입에서 나온 형벌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또한 계도 기간 동안, 장두식은 봉룡지회를 위한 공사현장에 참가하여,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도우라. 이로써 무당파 일대 제자, 혜인에 대한 집법각의 계도를 마친다.”
“스승님,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장두식.”
“죄, 죄송합니다.”
장두식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되묻는 것 자체가 스승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고 말하는 것이 다름없었다.
하지만 방금 들은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라, 장두식은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사시나무처럼 떠는 그를 보며, 이장로의 입술이 다시금 열렸다.
“집법각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죄, 계도 기간은 두 배로 늘리고...”
“집법각주님, 한 달이면 장 사제도 충분히 깨달을 것입니다.”
“세령아, 너는 너무 마음이 약한 것이 탈이다. 추후 장문인의 자리에 올라설 때를 생각하면...”
“각주님, 제가 따끔히 혼을 내놓겠습니다.”
그런 장두식을 구해준 것은 백세령이었다.
한 달이나 두 달이나, 비슷한 시간이지만 그래서야 봉룡지회에서 장 사제가 실력을 펼칠 때 흠이 될 것이다.
언젠가 자신처럼 봉룡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하던 사제인데, 5년마다 오는 기회를 그렇게 날리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다음은 없어, 장 사제.’
비록 실망하기는 했지만, 아니 많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보아온 사제였다. 일말의 정이 백세령의 마음을 쿡쿡 건드렸다.
장두식은 비참해지는 기분을 안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알겠다. 그래도 다음은 없다, 알겠느냐.”
“...예, 예! 감사합니다, 집법각주님. 그리고 대사저.”
“각을 나가면 호칭부터 바로 하거라.”
“...예.”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집법각을 나와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아...”
한숨에 차마 뱉어내지 못한 욕설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 깜둥이 놈과 일을 하라니. 그것도 한달이나!!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을 우습게 보며 읊조리던 것이 생각나 밤잠을 설쳤다.
‘병신이라고? 병신? 망할 깜둥이 새끼가...!!’
주먹을 피가 나도록 쥐어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망발의 대가를 치러야할 뿐.
그렇게 장두식이 집법각을 내려가려는 데, 안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공사장에 데려다 주겠다고?”
“네, 장로님. 더운 날씨에 힘드실 텐데, 새참이라도 싸갈까해요.”
“두식이에게 주면 되지 않겠느냐?”
“아뇨, 직접 가져다 드리고 싶어요.”
“그래 뭐, 내가 말릴 이유는 없겠지.”
새참을 싸간다고? 누구에게? 대체 왜? 장두식의 머릿속에서 천불이 올랐다.
고고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대사저가 하는 말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 즐겁다는 듯이 말하시는 겁니까, 대사저?’
고작 노예 새끼들 밥 싸주러 가는 걸 대체 왜!
혹시 그 깜둥이 새끼가 보고 싶은 거냐고, 그렇게 묻고 싶었다.
“아, 장 사... 소협. 잠깐 주방에서 음식을 가져올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네.”
가지 말고, 자신을 혼내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자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백세령의 말투에, 장두식은 입을 열 수 없었다.
*
쿠웅, 쿠웅.
“올려!!”
“박아!!”
뜨거운 태양볕 아래, 그보다도 더 뜨거운 공사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더운지 가슴가리개로 젖탱이만 딱 가리고선, 건강미를 물씬 풍겨오며 공사하는 누님들.
거대한 나무 기둥이 세워지고, 그 위에 다시 나무 판자를 짜맞추고. 뚝딱뚝딱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진짜 대단했다.
‘이 속도로도 세 달이나 걸린다니.’
새삼 얼마나 큰 공사인지 실감이 갔다. 그리고 무당이 얼마나 심력을 쏟는지도.
‘봉룡지회.’
봉룡의 별호를 내리는 대회. 대충 약관부터 이립.
그러니까 팔팔한 20대들에게 내려지는 별호로, 정파 후기지수들의 미래 옥석을 가리는 대회다.
무림맹주는 물론이고 어디어디 세가의 가주, 어디어디 문파의 문주.
이름 좀 날리는 강한 년들은 전부 다 와서, 참가자들을 평가한다.
이 참가자들에는 당연히 히로인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연검을 쓰는 년도 있고, 독을 쓰는 사천당가의 악랄한 년도 있었다.
‘전부 오겠지.’
한 번 별호를 얻었다고 끝이 아니다.
5년마다 여뤄지는 대회에 다시 참가해서, 여전히 그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패배하면 뺏기고, 새로운 봉룡이 등장하는 것이다.
“나도 참가해볼까...”
“쮸우웁, 츕... 우웅?”
“아니야, 계속 빨아.”
“츄릅... 쪼옥, 쫍...”
육봉이룡. 여기에 내 이름을 넣으면 어떨까.
이미 봉룡의 칭호를 달고 있는 히로인들을 따먹기에도 그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곤륜노로 있을 수는 없지.
물론 노예가 봉황을 따먹는 것도 꼴리지만, 나는 노예로 남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별호는 간지나게... 흑룡 정도가 좋을까.’
지금 내 자지를 빨고 있는 국이에게 물어본 바, 육봉이룡 중 이룡의 신상명세는 이렇다.
해남파의 남해룡 오도결과 남궁세가의 북창룡 남궁악. 상당히 기합에 찬 이름들이다.
‘얼마나 강하려나.’
개인적으로 육봉이룡이라는 분배를 바꾸긴 싫으니, 남자놈 둘 중 하나를 탈락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도 장문인의 제자가 되든가 하는 게 좋겠지?’
내 기억에 주인공 놈은, 산길에서 산적들에게 겁탈당하려다가 장문인에게 구해진다.
그때 주인공 놈의 재능, 그러니까 자지 크기를 알아본 장문인이 녀석을 제자로 받아들인다.
아마 나보다는 작을 텐데, 이 세계의 평균보다는 상당히 클 테니.
“언니, 이제 와야될 것 같아!”
그때 밖에서 국을 부르는 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지금 소위 작업반장실에 앉아서 국에게 펠라치오를 받고 있었던 중이었다.
“가봐. 나도 곧 나갈테니까.”
“츄르릅... 하아, 하아... 다른 애들한테 정액 주면 안돼, 알았지?”
“죽이가 더 빨리오면 어쩔 수 없지.”
“이익... 죽이보다 내가 더 보지 잘 쪼인다구.”
“어여 가봐.”
자지에서 입술이 떨어지질 않는 국을 힘껏 바깥으로 내보냈다.
아쉽게도 보지는 죽이 더 쪼인다. 매 누님을 제외한 난, 국, 죽을 쉬지 않고 따먹으며 평가한 거니 정확할 거다.
‘매 누님 보지도 궁금한데.’
이제껏 나한테 안 온 이유는 진즉에 알아냈다. 바로 그녀의 왼손 약지에 껴져있던 옥반지.
저 먹음직스러운 육체에 이미 임자가 있었다니, 너무나 아쉬웠다. 하지만 딱히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사는 기니까 말이지.”
적어도 3달은 공사를 할테니, 그동안 기회가 없을 리가 없다.
흑자지로 유부녀 보지를 먹는 건 당연한 일이니,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뿐.
나는 여전히 꽉 끼는 삼베 바지에 자지를 끼우고선 반장실을 나섰다.
‘까슬까슬해서 시원하단 말이지.’
덤으로 시선을 즐길 때도 삼베 바지만한 게 없었다.
까슬까슬한 삼베에 귀두가 비벼지면 그 쾌감이 엄청났다.
그 맛을 참지 못해 일부러 또 삼베 바지를 구해입었다.
그렇게 대충 웃옷도 걸쳐입고 걸어가는데, 자지가 껄떡대며 지혼자 흥분한 것이 느껴졌다.
아마 먹음직스러운 보지를 느낀 것일터, 나는 기대를 안고 국이 보이는 곳으로 뛰어갔다.
“이것 참... 도사분을, 인부로 쓰라니요... 선녀님.”
“한 달간, 도호를 반납하고 양민의 신분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괘념치 마세요.”
“그래도, 하아...”
건물에 가려진 그늘로 가니, 우리 장가놈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이 더운 날씨에도 땀 한 방울 없이 뽀송뽀송한 피부를 자랑하는 백세령이 보였다.
‘존나 빨고싶다.’
저 하얀 볼따구에 입을 맞추고, 혀로 훑어내면 복숭아처럼 달달한 맛이 나겠지.
“아이고, 선녀님!!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삼베바지에 착 달라붙은 자지를 덜렁거리며 백세령에게로 뛰어갔다.
그녀의 시선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아, 백 소협... 바, 반가워요.”
“저도 반갑습니다, 선녀님!”
살짝 차가웠던 인상 위로, 붉은 입술이 말려올라가며 화사한 미소가 드러났다.
나는 바지를 쭈욱 잡아올리며 물었다.
삼베 바지속에서 꿈틀대는 자지에 사군자의 시선이 내 고간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바쁘신 분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아, 그게... 여기, 장 소협. 알고 계시죠?”
“아이고, 이거 장 도사님 아니십니까?”
올때부터 알아챘지만, 이제야 본다는 투로 말했다.
장가놈의 귓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지금은 도호를 반납했으니, 장 소협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그리고 당분간, 이쪽에서 공사일을 도울 거예요.”
“아, 도사님이 왜... 무슨 잘못이라도 하신 겁니까? 그때의 일은 제가 다 잘못했다고 했는데...”
“백 소협의 넓은 마음씨에는 감사드리지만, 무당의 제자로서는 반드시 벌을 받아야하는 일이었어요.”
“그렇군요...”
나는 안타까운 얼굴로 장가를 쳐다봤다.
백세령은 내 마음을 알아챈 듯, 슬며시 단단한 팔뚝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랫사람으로 여기고, 확실하게 일을 시켜주세요. 내기도 다룰 줄 아는 아이니, 힘 쓰는 일에도 적합할 거에요.”
“아이고, 우리 장 도사님이 어쩌다가...”
장가놈이 쥔 주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남자 노예 새끼 밑으로 나가떨어졌으니, 그 분노가 어찌나 클지.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장가놈의 어깨를 두드렸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장 도사님. 아니, 장가야.”
“이익... 이놈이...!!”
“장 소협.”
백세령의 한 마디에 고개를 숙이는 놈.
나는 무료한 공사판에 색다른 즐거움이 생긴 것 같아 히죽히죽 웃음을 흘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