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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14화 (14/230)

〈 14화 〉 선녀님과 제자 (3)

* * *

“저 백 소협, 여기...”

“이게 뭡니까, 선녀님.”

장가놈이 매난국죽을 따라가고, 그 뒤를 따라가려는 나를 백세령이 붙잡았다.

그러고선 대뜸 건네는 바구니 하나. 감칠맛 나는 향기가 올라오는 걸 보니, 새참이라도 가져왔나 싶었다.

“뙤약볕에서 힘쓰시는데, 원기회복하시라고 가져왔어요.”

“괜찮습니다, 어찌 이런 걸 제가...”

“장 사제를 부탁드리는 의미이기도 해요. 받아주세요.”

나는 마지못해 하며 그것을 받았다.

슬쩍 열어보니, 갖가지 것이 들어간 닭 한 마리가 새끈한 살결을 드러낸 채 국물 속에 수줍게 잠겨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이고, 이렇게 귀한 걸... 가져가서 누님들이랑 함께 먹겠습니다.”

“아뇨!”

뒤로 돌아가려는 나를 붙잡는 백세령.

밤하늘빛 눈동자에 감히 이걸 왜 남한테 주냐, 그런 뉘앙스가 담겨있었다.

“꼭 혼자 드세요, 백 소협.”

“...알겠습니다.”

반장실에서 펠라받으면서 먹으면 딱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진짜로 가려는데, 백세령이 다시금 나를 불렀다.

“백 소협, 혹시 그... 맞는 옷이 없으신 건가요?”

“아, 옷 말입니까.”

“네, 그... 너무 훤히 드러나있나... 싶어서요.”

살짝 볼을 붉히며, 그럼에도 고간에 슬쩍슬쩍 눈을 돌리는 그녀.

다른 년들과는 다르게 득달같이 달려들지 않는 점이 상당히 꼴렸다.

‘체면이 있겠지, 그래도 도사님인데.’

주위에서 선녀님, 선녀님하는데 자지 보고 개처럼 달려들기에는 조금 마음에 찔릴 것이다.

“삼베옷이 까슬까슬한게 아주 시원해서요. 그리고 어차피 날마다 땀에 푹 젖어서, 빨래하기도 편합니다.”

“,,,그, 그렇군요.”

“한 번 만져보시겠습니까?”

“네, 네에!?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만져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백세령.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이거 삼베옷을 만져보라는 거였는데... 왜 그리 화를 내십니까.”

“아, 아아... 죄송해요...”

“...뭘 만지려고 하셨던 겁니까?”

“네? 뭘 만지, 다뇨...?”

당황에 찬 그녀의 얼굴. 나는 툭 불거진 고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혹시...”

“아뇨, 백 소협의 하초를 만지려는 생각은 추호도, 아니... 그, 만져보고는 싶었는데. 그, 그게 아니라... 죄송해요, 백 소협!”

그대로 쌩하니 달려나가는 백세령.

자지 앞에서 말이 많아지는 게, 딱 발정난 암캐같아서 보기 좋았다.

그렇게 멀리 사라져가는 그녀를 뒤로 하고 반장실로 돌아오자, 국과 장가놈이 안쪽에 있었다.

“그러니까 장 소협은 나무 나르고, 땅 좀 고르고. 여인부들이랑 같이 일하시면 될 거 같아요.”

“내가, 그딴 일을...”

“그딴 일이라뇨, 소협. 다 무당파를 위해서 하는 건데... 아.”

발소리가 들리자 내게로 고개를 돌리는 국.

쪼르르 달려와선 손에 든 것을 받으려 하길래, 내쪽으로 당기며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있어. 그보다 꼴려서 혼났네.”

“뭐가 꼴리는데?”

나는 장가놈을 슬쩍 쳐다봤다가, 국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답했다.

“...우리 국이 보지 생각나서.”

“히히, 저 싸가지 내보내고 얼른 박아줘.”

내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이는 국.

아무리 그래도 장가놈이 내기를 가져서 감각이 좋을 텐데, 그 짧은 사이에 뭐라고 씨부렸길래 벌써부터 사이가 안 좋을까.

나는 국의 손에 자지를 쥐어주고, 탁상 위에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제야 장가놈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놈의 눈동자는 분노와 증오,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깜둥이, 네놈 손에 그건 뭐지?”

“보면 몰라? 선녀님이 주고 가신 음식이잖아.”

“그러니까!! 그걸 왜 네놈이 들고 있느냔 말이야!!”

장가놈이 피를 토하듯 침을 튀기며 고함을 내질렀다.

국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고, 나는 그런 국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네놈에게 주신 건 아니겠지. 응? 여기, 공사 인부들 먹으라고 주신 걸 게야. 그렇지? 얼른 내놓아라!!”

알면서도 묻고 있는 거였다. 내가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듯, 그런 감정이 말투에서 느껴졌다.

나는 바구니에 뻗어지는 장가의 손을 탁 쳐내고, 그 감정을 철저히 짓밟으며 대답했다.

“선녀님이 너 좀 잘 부탁한다고 하시더라. 모질이 새끼야. 아, 그리고 꼭 ‘백 소협’만 드시라고 말씀하셨으니까, 혹시라도 넘볼 생각하지마라.”

“뿌드득...”

아주 그냥 이빨갈이 납셨다. 오만상을 찡그린 놈의 얼굴이 더욱 못생겨 보였다.

나는 혹시라도 놈이 야마가 돌아 공격해올 걸 대비해서, 천천히 흑천묵지신공을 운기했다.

“아웅... 자지 진짜 딱딱하잖아... 맞아, 나는?”

“이거 먹고 원기 충전해서 너한테 싸지르면, 너도 먹는 거지.”

“그거 좋네, 후후... 후움... 쪽.”

삼베 바지 위로 자지를 물고는 꿉꿉한 냄새를 한껏 들이키며 물어오는 국의 입술.

슬슬 흥분이 차는 걸 느끼며 바구니를 풀어냈다.

“이야, 죽이네.”

“와... 산삼 아니야, 이거?”

“비싼 건 다 때려박았네.”

코끝을 타고 올라오는 진한 약향.

척봐도 몸에 좋은 것만 때려박은 듯한 삼계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응? 너도 먹고 싶냐?”

“...닥쳐라, 깜둥이. 한 마디만 더 말 걸면 죽여버리겠다.”

“그럼 나가서 일이나 해, 새끼야.”

씨발놈이 어디서 일도 안하고 안에서 꿀빨려고 그래.

장가놈은 딱히 대꾸할 말이 없는 건지, 더 이상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건지,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 말과 함께.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깜둥이!”

전형적인 말투에 웃음을 터트리자, 자지를 쪽쪽 빨고 있던 국이도 웃음을 흘렸다.

“푸하핫, 우리 도사님 불쌍해서 어떡해.”

“불쌍하긴, 다 지 업보지.”

이래서 사람이 입을 조심해야 한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거든.

나는 백세령이 가져다준 삼계탕을 거칠게 뜯으며, 국의 입과 보지에 수도 없이 사정했다.

*

“내 반드시 죽여버릴 것이다... 반드시...!”

“얘는 뭐냐? 야, 너 뭐야!”

“야? 어떤 년이!!”

“저리 비켜 씨발롬아!! 무거워 뒤지겠는데 길을 처막아!”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언가에 몸을 피하니, 두꺼운 통나무가 섬뜩한 바람소리와 함께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병신아! 저리 좀 가있어라!”

“이익... 난 도, 도와주러 온 것이란 말이다!”

“비리비리한 사내 새끼가 어디 뭘 도와줘! 가서 애미 젖이나 더 빨아라!”

“으헉!!”

한 번 더 주변을 훑고 지나가는 통나무에, 장두식의 자세가 무너지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모습을 본 여인부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장두식의 귓가를 괴롭혔다.

“하하하하!!”

“저 꼬라지 보소, 엉덩이는 통통한게 이따 밤에 와서 자지나 대줘라!!”

“으으... 이런 제기랄!!”

서럽고 화가 났다. 바닥을 긁는 손가락에 모래가 한 움큼 쥐어졌다.

그것을 그대로 눈앞으로 가져오니, 모래는 속절없이 땅바닥을 향해 흘러내렸다.

‘내 꼴이 마치 모래와도 같구나.’

무당의 도포와, 검을 벗겨내니 드러난 자신은 초라했다.

평소엔 고개도 못들 인부년들 마저 자신을 깔보고 있지 않은가.

“이게 다... 그 망할 깜둥이 새끼 때문이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담아오던 분노와 증오가 전부 한 놈을 가리켰다.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놈. 육시럴 놈. 삼대가 처망할 놈!!

장두식의 머릿속이 불길로 가득해졌다. 핏발이 선 눈으로 놈이 있던 오두막을 쳐다보았다.

­아앙! 하악!! 안에, 안에...!!

­크흐...!!

“이런... 짐승같은 새끼...!”

아까 보았던 그 여자와 교접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주 천박하고 음탕한 놈. 원시천존께서 놈의 목을 분질러주시면 좋으련만.

이대로 달려가서 그 시꺼먼 피부에 칼침을 놓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장두식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우선 기회를 보자.’

이대로 바닥에 누워있으면, 그것조차도 스승님께 보고가 들어갈 것이다.

이 중요한 공사에 감시 인원이 없을 리가 없으니. 장두식은 여인부들 중 꽤나 짬이 있어보이는 자에게 다가갔다.

“저, 내가 할 일이 없겠소?”

“아이씨... 바쁜데 뭐요.”

“거기, 매 언니가 우리 도와주러 온 도사래! 뭐 좀 시켜!!”

“도사님이셨소?”

“...그렇소.”

늙은 여인부의 눈길에 비참한 기분이 전신을 적셨다.

도사님이라 묻는 질문에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래도 도사님이면 무공을 좀 하시겠구먼. 저기 저, 통나무를 좀 날라주시오.”

“...알겠소.”

그렇게 며칠, 장두식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인부들의 공사를 도왔다.

하나 받은 무복이 땀과 흙먼지로 걸레짝이 되고, 나무가시가 손바닥에 박히는 고통을 참아가며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울화통만 터졌다.

조금 쉴라치면, 어느샌가 깜둥이가 다가와 자신을 불렀다.

“여어, 장가야. 국 누님이 부르신다.”

“...방금 휴식을...”

“책임자가 부르잖아, 장가야. 너 일하러 온 거 아니었냐?”

“...알겠다.”

한 번은 또.

“장가야, 선녀님이 좋아하시는 거 뭐 없냐?”

“입 닥쳐라, 깜둥이.”

“내가 그때 주신 닭이 고마워서 선물을 좀 하려는데, 좀 알려줘봐라.”

“닥치라니까!!”

“쯧쯧, 밴댕이 소갈딱지같은 새끼.”

자신이 어째서 저 놈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하루하루 분노가 쌓여가던 어느 날.

장두식은 인부들과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반장실을 쳐다보았다. 불이 꺼져있음에도 천박한 교성이 들리는 듯했다.

“저기 저, 곤륜노 녀석은 왜 일을 안 하는 것이오...”

“아, 무진이.”

“우리 무진이, 어젯밤에는 끝내줬지.”

“나는 아직도 보지가 벌름거려. 하씨...”

그리 말하는 여인부들의 목소리에 찐득한 욕망이 가득 한 것이 느껴졌다.

그동안 거친 욕설과 쉰 목소리밖에 내지 않던 그녀들이 내는 목소리라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우리 도사님은 내공인가 뭐시긴가 때문에 힘도 별로 안 들어갈 텐데, 왜 남자놈들 일 안 한다고 꼽을 주는 거요.”

“아니, 그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들은 물도 나르고, 새참도 나르고 하는데... 저 곤륜노놈은 항상 저 안에서, 그, 그...!!”

“떡친다고?”

“...그렇소! 말도 못할 천박한 짓거리만 하는데! 그것이 어찌 일이란 말이오!”

그 말에, 인부들 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여자가 답했다.

“밤마다 돌아가면서 우리 애들한테 수고해주는데, 굳이 낮에도 일을 시켜야겠소?”

“...뭐요?”

장두식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밤마다 수고를 해준다고? 밤마다 교접을 한단 소리인가?

‘저놈은 정말로 짐승인가?’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 말에, 여자가 웃으며 답했다.

“뭐, 도사님도 우리 보지에 봉사해준다면야 말리지 않겠는데, 어찌 가능하시겠소?”

“도사님 자지 먹으면 나도 등선하나?”

“애미, 또라이년아, 그것이 되겠냐!”

천박한 인부들의 음담패설에, 장두식은 더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갑갑한 마음에, 산길을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 탁 트인 들판에 두 인영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괜찮아요, 백 소협. 선물이라니...”

“받아주십쇼, 선녀님. 제가 직접 조각한 겁니다.”

달빛에도 시꺼먼 놈과, 그와 반대로 백옥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한 사람.

‘대사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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