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선녀님과 제자 (9)
* * *
짹s, 짹s, 짹s.
아침. 무당산에 터를 잡은 참새들의 지저귐이 귓가에 울린다.
어제 새벽까지 죽을 따먹고 잠깐 잠을 청한 뒤 일어났지만, 정신과 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후우...”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양손으로 원을 그린다.
더 이상 내 머릿속에 노친네들의 허우적거리는 태극권은 없었다.
부드럽지만 절도있고, 유연하지만 강직한.
진짜 무술다운 태극권이 내 몸에서 펼쳐졌다.
청명한 아침 햇살 아래, 내 육신에선 은은한 묵빛 내기가 맴돌았다.
아직 스쳐가는 바람을 붙잡지는 못하지만, 잠시 손 안에 가둬두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휘이잉.
내 손을 떠나 나풀거리는 바람이 레게 머리를 간질였다.
‘존나 신기하네 진짜...’
무협지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실제 내 몸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굉장히 즐거웠다.
이대로만 나아간다면 나도 바위를 부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쌉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두어 차례 정도 태극권을 마친 나는 숙소로 복귀했다.
“아, 무진아! 어디 갔었어!”
“무진!!”
밤새 내게 시달려서 아직도 못 일어나고 있는 죽과, 득달같이 달려드는 란과 국.
그리고 슬쩍 내 시선을 피하는 매.
‘오늘도 하지 말까. 아니면 오늘 박아줄까.’
뭐, 그건 그녀가 하기에 달렸다.
내가 오늘 새벽 슬며시 뱉은 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흑자지가 발정난 유부녀 보지를 찾아가 줄지도 모르지.
“매 언니, 죽이 깨워서 데려와!”
“아... 응, 알겠어.”
그렇게 란과 국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공사 현장으로 도착하자, 널따란 부지에 3층 정도 올라간 전각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아직 뼈대만 세워져있는 관중석과, 바닥에 깔려는 듯 높이 쌓여져 있는 판석들이 보였다.
“여기가 결투장인가?”
“정확히는 승천대(???)라고 하지.”
“봉룡이 되어 올라가는 자리니까. 그리고 저 전각은 봉룡각.”
“아하.”
승천대라. 꽤나 잘 지은 듯한 이름이다.
사실 2주 정도의 공사 기간동안 한 거라곤 떡치고 태극권 수련한 것밖에 몰라서, 이 광경은 처음 본다.
특히 3층 짜리 봉룡각은 벌써 반쯤 완성되어서 꽤나 고풍스러운 자태를 풍기고 있었다.
“둘 다 능력 좋네.”
“그치?”
“우리가 중원 최고라구.”
무언가를 원하는 듯 양쪽에서 젖가슴을 비벼오며 달라붙는 둘.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둘의 보지를 더듬었다.
“응... 만지지만 말구...”
“기다려봐, 여긴 너무 탁 트였는데...”
아무리 나라도 주변 몇십미터가 휑한 곳에서 하기에는 조금 부담이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한 곳. 나는 봉룡각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야, 저기 계단 있냐?”
“응, 당연... 왜, 저기서 하게?”
“아핫, 나는 좋은데?”
“따라와.”
그렇게 올라온 봉룡각. 3층짜리 건물이라 그런지, 위에서 내려다보는 산의 풍경이 꽤나 괜찮았다.
그 아래에 쭉 내밀어져 있는 엉덩이 두 짝도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나는 국의 엉덩이를 후려치며 말했다.
“아흑...”
“두 년 다 엉덩이만 들이밀면 어쩌라는 거야. 한 년은 뒤로 와.”
여기 와서 느낀 건데, 생각보다 뒤를 빨아주는게 자극이 괜찮았다.
내 엉덩이에 얼굴을 처박은 모습을 보면 완전히 내 보지가 됐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움도 들었고.
결국 나이가 어린 국이 먼저 기어와서 내 뒤에 얼굴을 묻었다.
“츄릅... 쮸우웁...”
“란이 넌 자지좀 빨고.”
“어차피 다 젖어서 그냥 넣어줘도 되는데...”
“빨라고.”
“칫, 하움... 쪼옥...”
그렇게 슬슬 흥분을 끌어올리고 있자니, 멀리 인부 누님들이 산을 타는 것이 보였다.
모두 흑천묵지신공의 운공을 도와준 고마운 보지들이다.
아마 내가 저 사이에 껴있을 장가놈의 대가리를 무심코 후려친데도, 그녀들은 오히려 내 손이 괜찮냐며 물어오겠지.
“이제 보지 벌려.”
“츄웁, 응, 응!”
전각의 난간에 손을 얹고 요염하게 엉덩이를 뒤로 빼는 란.
굵다란 흑자지를 보드랍게 삼키는 보지에 절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후... 각별하네.”
“아으... 내 보지가?”
“아니, 경치가.”
그렇게 열심히 박고 있자니, 평소 보던 인부 누님들이 아닌 웬 남정네들이 숙소로 가는 것이 보였다.
내기를 눈에 집중하자, 망원경이라도 쓴 것 마냥 그들의 모습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바리바리 무언가를 싸들고 힘겹게 산을 타는 남자들.
그 앞에는 뒷짐을 진 염소수염의 사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미소 띤 얼굴로 걷고 있었다.
“야, 란아.”
“하응, 읏... 왜, 왜?”
“오늘 너희들 숙소에 누구 온다고 했냐?”
“오, 오늘?”
“응.”
대답은 박히느라 정신이 없는 란 대신 국에게서 들려왔다.
“후으, 아마 형부일 거야. 한 번 들린다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일찍 오셨네.”
“염소수염?”
“응. 다정하신 분이지.”
“하으읏...!!”
이런. 매의 남편이라는 얘기에 어젯밤에 스스로 보지를 벌리던 매가 생각나 무심코 깊게 박아버렸다.
가뜩이나 자궁구로 가버리도록 며칠째 개발시켜놔서 민감할 텐데.
갑작스레 약점을 건드린 탓인지 란이 다리를 후들거리며 잔뜩 가버리고 있었다.
“흐읏...! 응...!”
란이 내지른 교성에 인부 누님들이 일제히 봉룡각에 있던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란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누님들은 자지를 빠는 시늉을 내며 눈웃음을 지었다.
“가, 갑자기잇...”
“니가 제대로 안 쪼인 거야.”
“흐으, 나쁜 놈... 아응...!”
그나저나, 형부라. 오늘밤 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너무나 기대가 됐다.
“아, 국아.”
“응?”
“혹시 형부가 깊게 잠드시나?”
“원체 상단 일이 바쁘셔서, 항상 피곤해하셔.”
“그렇구만.”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란과 국의 보지에 듬뿍 정액을 싸질렀다.
*
“후욱, 후욱...”
“여어 도사님! 와서 새참 먹어!!”
정오. 한 남자가 비오듯 땀을 흘리며 어깨에 매었던 나무를 내려놓았다.
그의 이름은 장두식. 무당의 도사였던 남자였다.
그가 형형한 안광을 흘리며 새참을 먹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무조건 이긴다.’
이기든 지든, 아마 큰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계도 기간에 발생한 사건인 탓에 가중처벌까지 내려지겠지.
그렇다면 이기는 것이 옳았다.
‘아마... 진정으로 도호를 반납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여기서 끝장을 봐야한다.
이기고, 이기고 나서 놈을 무당에서 추방시키고.
갑작스레 홀로 나동그라진 깜둥이 놈을 몰래 자신의 검으로 벤다.
그것으로 복수는 완성되고, 백세령은 다시 원래의 그녀로 돌아갈 것이다.
“쩝쩝, 꿀꺽, 꿀꺽...”
“어이구, 참일꾼이 다 되셨소, 도사님.”
“꿀꺽, 크...”
“이젠 대답도 안 해주시는 구만.”
장두식은 인부의 말을 무시하며 꾸역꾸역 새참을 입에 집어넣었다.
가혹한 육체 노동은 그만큼 그의 육신을 단련시켰고, 복수로 무장한 정신은 천천히 고양되어 갔다.
다만 그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줄 이가 없어서, 장두식의 눈빛에는 이제 현기가 아닌 살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무시혀, 일꾼이 일만 잘하믄 됐제.”
“허이구, 저것이 도사의 눈빛이여? 완전 미친놈이구만.”
“조용히 해, 이년아!”
천한 일꾼년들이 작게 씨부리는 것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어차피 자신의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자들.
그렇게 새참을 다 먹어갈때쯤,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자, 장 사형.”
“후우... 우진이냐.”
“...예.”
목우객잔의 둘째, 목우진은 살벌한 장두식의 면상에 고개를 조아렸다.
잠시 도호를 반납해 양민이나 다름없는 그였지만, 목우진은 그가 여전히 무서웠다.
“무슨 일이냐.”
“그, 그것이... 공정한 대결을 위해, 내일은 하루 쉬면서 몸을 다스리라고 하십니다...”
“누가.”
“대, 대사저께서요...”
“...그래.”
아직 자신에게 볼 장이 남아있었나.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부질없었다.
그날밤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뺨이 얼얼했으니까.
“더 할 말이 있느냐?”
“어, 없습니다...”
“그럼 돌아가보거라.”
“예...”
도망치듯 떠나가는 목우진의 등을 바라보며, 장두식은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어쩌다 이 꼴이 났는지, 더 이상 떠올리기 싫었다.
*
“와하핫, 백 소협께서는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그 무당선녀님께 수련을 받으신다니요!”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강 대협.”
“대협이라뇨!! 저같은 장사치 나부랭이에게 그런 말은 과분합니다!”
얼큰하게 들어간 술.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진수성찬.
매의 남편인 강일이 가져온 먹거리들로 숙소가 복작거렸다.
나는 그의 반대편에 앉아, 내 옆에 앉은 죽의 보지와 엉덩이를 연신 주물러가며 잔을 부딪혔다.
“거참, 이렇게 예쁜 처제들이 셋이나 있는데 어찌 매 누님과 만나게 되셨습니까?”
“배, 백 소협. 그런 것은...”
“하핫, 그거야 이 강일이 용기를 내어 고백을 했지요! 제 상단의 건물을 지어주는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옆에서 매가 말리는 것도 모르고, 강일은 연신 술을 받아먹으며 크게 웃음을 흘렸다.
잔을 부딪히는 그의 왼손에는 매와 같은 모양의 옥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럼, 매 누님은 강 대협의 무엇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그, 그건...”
“말해보시오, 부인! 이 강일의 무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빈약한 가슴을 탕탕 쳐가며 호기롭게 말하는 강일.
나는 뚫어지도록 매를 쳐다보며 답을 기다렸다.
결국 내게서 슬며시 고개를 돌리며 답하는 매.
“사, 상단일에... 열심인 것이 보기 좋아서요...”
“와하하핫!! 이거 이거 오늘, 내가 가져온 복분자주도 따야겠구려!!”
“여, 여보...”
“이봐, 이혁!!”
“예, 나리.”
“가서 내 복분자주 좀 가져오게나!”
곧 몇 가지 안주와 함께 숙소로 들어온 요염한 붉은빛을 흘리는 복분자주.
절로 군침이 넘어갔다.
“자, 백 소협! 이 강모가 주는 잔을 받아주시겠소!”
“아이고, 영광입니다, 강 대협!”
콸콸콸.
취하긴 취했는지, 대접에 술이 출렁거리도록 따라주는 강일.
나 또한 그에게서 병을 받아, 그의 잔에 한가득 부어주었다.
강일이 곧 벌떡 일어나 잔을 들더니, 기세 좋게 외쳤다.
“자! 우리 사군자의 성공을 기원하며! 발전을 기원하며!!”
“성기! 발기!!”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술판이 이어졌고, 이내 까무룩 잠든 강일과 다른 여자들.
옆에서 남편을 노심초사 바라보던 매와 복분자주를 병째 들이켜도 멀쩡한 나만이 깨어있었다.
“후... 자려면 정리부터 해야겠습니다.”
“내, 내가 해도 되니까... 백 소협은 가서 먼저 자요.”
“몇 명이 먹었는데 그걸 혼자 치웁니까. 사양하지 마세요.”
식기들을 정리하는 그녀의 뒤에 붙어서, 엉덩이에 자지를 비벼대며 정리를 시작했다.
뭐라 말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나와 거리를 벌리는 매.
환하게 켜진 등불 아래에 아직 남편의 얼굴이 보여서일까, 그녀는 무표정을 가장한 얼굴로 나를 피했다.
곧, 종이 울리며 수련 시간을 알렸다.
“아이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누님.”
“...그, 그래요.”
천천히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
“오늘도...”
“네?”
“...밤에, 오나요?”
“네, 늦은 밤에. 올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매는 고개를 숙이고 정리를 이어갔다.
푹 숙여진 그녀의 볼이,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