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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27화 (27/230)

〈 27화 〉 색마(色?)의 스승 (2)

* * *

평화로운 호북성의 저녁.

마치 여인네들처럼 분칠을 한 남정네 셋이 저잣거리에 등장했다.

그들은 모두 선이 가늘고 여리여리했고, 머리에선 희미한 금빛이 반짝였다.

가는 곳곳마다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져대던 그들이 도착한 곳은, 목우객잔이라 써있는 3층 전각의 앞이었다.

“아우야, 여기에 그 선녀님이 있다는 게 참이더냐?”

“아, 맞다니까 그러네. 이 아우가 꽃단장을 하고 나온 이유가 뭐겠소.”

“헛소리들 그만하고 집중하거라. 스승님 몰래 나왔으니, 무당선녀를 취하지 못한다면 경을 칠 것이다.”

그들 중 가장 연상의 남자가 성을 내자, 남은 둘이 입을 다물었다.

“들어가지.”

객잔의 문이 열리고, 남자 셋이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화사하게 꾸민 남정네 셋에 잠깐 객잔의 시선이 쏠렸다가, 다시금 원위치로 돌아갔다.

“찾거라.”

“예이. 킁킁, 킁...”

명령을 받은 남자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팍 들어 3층을 바라보았다.

“저기 있소. 여인의 짙은 음향(??)이 나는구려. 이정도라면 적어도 절정 이상의 무인이지.”

“일행은?”

“남정네 하나가 있고만. 공력은 별볼일 없소.”

“가자.”

셋은 거침없이 3층 계단을 올랐고, 놀라서 튀어나온 주인장에게 막혔다.

“아이고... 그, 댁들은 뉘신데 올라가려 하시는지?”

“커흠, 돈은 지불하겠소. 조용한 곳에서 먹고싶구려.”

색마 방원의 제자, 삼색동(三色?) 중 맏이인 일색이 품에서 돈을 꺼내었다.

주인장은 그들의 행색에 이해를 하면서도, 한사코 거절하며 돈을 받지 않았다.

“위쪽은 귀빈께서 전부 대여를 하셨습니다요. 1층에서 드시죠.”

“남들 눈에 띄기가 싫어서 말이오. 구석진 방이라도 좋으니...”

“아, 형님. 뭘 그리 잽니까.”

조용히 처리하려는 일색이 답답했는지, 앞으로 나선 이색.

일색이 그를 막기도 전에, 이색의 손날이 주인장의 목을 쳤다.

“꺽...”

“올라갑시다. 선녀 보지가 눈앞에 있는데, 이딴 놈이 대수요?”

“맞소, 형님. 둘째 형님 말마따나, 선녀님을 데려가면 스승님께서 뭐라 하시겠소?”

막내 삼색까지 나서자, 일색도 결국 인상을 찌푸리며 삼색을 도와 기절한 주인장의 몸을 구석에 숨겼다.

그 또한 선녀의 옥안(?)이 궁금해 흥분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 모두 일류의 수준은 진작에 뛰어넘었으니, 이 춘약과 마비향이면 충분할 것이오.”

둘째 이색이 스승의 창고에서 꺼내온 약들을 보여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스승이 이 약들로 고고한 여고수들을 따먹을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는가.

이젠 그들이 눈과 귀로만 훑던 여고수를 직접 따먹을 날이 온 것이다.

“흐흐, 가자꾸나.”

삼색동은 서둘러 계단을 올라, 3층의 방문 앞에 섰다. 이제 그들이 할 것은 단 하나.

이 춘약과 마비향을 섞은, 스승의 특제 향로를 피워 선녀를 잠들게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조심히 열거라.”

드르륵...

둘째 이색이 3층의 문을 살며시 열고, 셋째 삼색이 향로에 불을 피웠다.

그렇게 방안에 향이 들어차기를 기다린 것이 몇 분. 첫째 일색은 안쪽의 상황을...

콰직!

“커윽...!”

“형님!!”

문을 뚫고 나온 발길질에 일색이 코피를 쏟으며 날아갔다.

*

“유녀봉(???) 소소유. 알고 있나요?”

“...아뇨.”

알지만 모른다고 답했다.

일러스트까지 있는 년인데 모를 리가.

150cm도 안되는 쬐깐한 키에, 가슴은 히로인들 중 가장 크다.

간단히 말해서, 단신에 거유다. 말끝마다 남을 깔보는 성격은 덤이고.

‘그리고 아마 현 시점에서 봉룡들 중 최강.’

그래, 백세령이 주인공에게 빠진 이유가 이거였다.

그녀는 소소유에게 대패한 이후, 일생 처음 겪어본 패배에 마음 속 깊숙이 자괴감에 찌들어있었다.

그리고 그런 백세령을 다독여, 초절정의 벽을 허물도록 도와준 게 주인공이었고.

“꿀꺽, 꿀꺽...”

백세령은 술잔을 쭉 들이키더니, 푸후하고 한숨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가슴이 머리통만해서는... 무공만큼은 고강했었죠.”

“...그렇습니까.”

“서서히 저를 옥죄어오는 그 둔검(??)은, 정말로 무서웠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소유에 대한 정보가 물밀 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유녀봉(???) 소소유. 무림맹주 소서화의 손녀딸이다. 무림맹주의 절학인 단천파둔검법(??????)을 익힌, 초절정의 무인. 고고하고 오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도 옅은 두통과 함께 찾아온 기억. 이럴거면 그냥 화끈하게 주고 말던가.

머릿속의 이질감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자, 백세령이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내 얘기만 했죠. 오늘은 사제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린데.”

“신경 쓰지 마세요. 전 백 사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좋습니다.”

“...고마워요.”

백세령이 슬쩍 팔을 뻗어 내 손을 쥐었다.

‘아, 이쪽 손 자지 만지던 손인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의 손을 야릇하게 쓸어내렸다.

“그날의 일때문에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천근처럼 무거웠는데, 백 사제와 지내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다행입니다.”

“그리고... 사제가 보여줬던 그 일격. 그걸 본 이후로 무언가 잡힐 듯 아른거리는 기분이에요.”

역시 천재는 천재였다. 남이 뭘 좀 한 걸 보고선 자기 혼자 깨달음을 얻으려 하다니.

그런데 그게 내 탓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대환영이었다.

“그럼 아까 들판에 가자는 것도...”

“네, 사제가 도와줬으면 해요.”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하으...?”

“...사제?”

백세령은 순간 아랫배가 지잉하고 울리는 느낌에 신음을 내뱉었다.

무진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곧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몸이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제가 만지는 손, 왜 이렇게... 뜨겁지?’

슬며시 쥐었던 무진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을 매만질수록 야릇한 기분이 몰려왔다.

오랜만에 마신 술이 과했던 걸까. 몽롱해지는 느낌에 운공을 하려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사저?”

“...읏.”

무진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순간, 집중이 끊기며 고뿔이라도 걸린 듯 몸이 점점 뜨거워졌다.

“배, 백 사제. 뭔가 이상... 아읏...”

“사저!”

“사, 사제... 마, 만지지 마요. 제 몸이, 이상... 하응...!”

허리에 힘이 풀려 식탁 위에 엎어지려는 것을 무진이 붙잡자, 등골을 타고 찌르르한 전기가 백세령의 뇌리를 휩쓸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성애(??)의 자극.

무진 또한 몸의 이상을 알아차렸다.

겨우 진정시켜 놨던 자지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바지 위로 꼿꼿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잠깐만, 뭔가 냄새가...’

마룻바닥을 보니, 옅은 분홍빛 연기가 가득한 것이 보였다.

그리고 흥분한 듯 야릇한 신음을 흘리는 백세령.

뭔진 몰라도 여자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딱 하나 밖에 없다.

“하아, 아으... 사제, 사제... 뜨거워요, 몸이...”

“사저, 춘약입니다! 정신 차리고 운기조식을 하세요. 어서!”

“아읏...! 소, 소리치지 마요... 사제의 목소리가, 아앙... 흡...”

백세령은 귓가에 울리는 무진의 목소리에 허리를 떨었다.

낮고 굵게 뇌리를 파고드는, 좋아하는 이의 음성.

오랜만에 마신 술까지 겹쳐, 백세령은 도저히 자신의 몸을 뜻대로 다룰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떤 개새끼가...’

감히 내가 점찍은 여자한테 좆같은 짓을 한단 말인가.

‘춘약을 써도 내가 쓰지. 이 씹새끼.’

나는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삭히며, 문으로 걸어갔다.

과연, 조심스레 문앞에 다다르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쯤이면 되었겠지?”

“잠깐, 문앞에 뭐가 있는...”

나는 더 볼 것도 없이 힘차게 싸커킥을 날렸다.

문이 박살나는 호쾌한 소리와 함께, 씹새끼 중 하나의 면상에 내 발이 박혔다.

“커윽...!”

“형님!!”

“씹새끼들이었구나?”

바닥에 놓여진 향로.

퀴어 축제에 온 것 아닌가 싶은 좆같이 차려입은 남자놈 셋.

나는 놈들의 면상을 보자마자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삼색동! 색마의 제자 새끼들이 여기를 왜 와?’

나중에 주인공과 히로인들이 강호에 나와서야 적으로 등장하는 놈들인데?

일단 뭔진 몰라도 놈들부터 제압해야 했다.

떡협지의 춘약이란 여자가 어느 경지의 고수든 전부 암캐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백세령을 지키려면 서둘러야 했다.

“좆같은! 새끼들!!”

놀란 얼굴로 앉아있는 두 퀴어의 면상에 뚝딱 펀치를 갈기는데, 발길질에 맞고 날라간 놈이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뭐냐! 어찌 스승님의 춘약을 맡고서도 사내놈이 멀쩡히 서있는 게야!!”

“이딴 허접한 춘약으론 나를 사정시키지 못한다!!”

“이익... 아우야! 안쪽에 선녀를 데리고 어서 도망가라!!”

“끄륵, 혀, 형님...”

하지만 내 주먹에 이미 반쯤 얼굴이 함몰된 두 놈은 바닥을 기었고, 나는 두 놈의 멱살을 잡은 채 앞으로 달려나갔다.

“머, 멈춰!!”

“뒤져!!!”

“끄악...!!!”

다시 한 번 놈의 명치에 깊게 꽂히는 축구각(??).

녀석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고, 관성을 이기지 못한 나 또한 함께 3층의 난간을 부수며 아래로 떨어졌다.

‘시발?’

갈색 나뭇바닥이 빠르게 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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