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색마(色?)의 스승 (10)
* * *
나는 살짝 당황한 감을 숨기며 방원을 쳐다봤다.
목 깊숙이 처박은 여섯 번째 사정과 함께 담소율의 눈이 뒤집히는 게 보여서 자지를 빼냈는데...
‘갑자기 지가 졌다고?’
의심되기는 했지만 방금 전 놈의 얼굴에선 허탈함과 진한 패배감이 엿보였다.
조금 익숙한 게, 어디의 장가놈이 저런 얼굴을 자주 했었다.
“진짜로? 그럼 뒤돌아서 엎드려봐.”
“...알겠소.”
순순히 내 말에 따르는 녀석. 자세 때문에 놈의 덜렁거리는 불알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아무런 저항이 없는 색마.
“...내가 널 죽이면 어쩌려고 갑자기 그러는 거지?”
“겸허히 받아들이겠소. 그전에 존함을 알려줄 수 있겠소? 날 죽일 대협의 존함 정도는 알고 싶군.”
“...”
죽이려고 마음 먹기는 했는데, 막상 또 죽이라고 들이미니 주먹이 안 나갔다.
그는 계집은 그저 암컷이라고 여기는 바람직한 사상을 가진 사내였다.
“쿨럭, 무, 무진아...”
“너 잠깐 그러고 있어.”
“크흠, 많이 부끄럽소만...”
“태사부!!”
얼른 뛰쳐나가 바닥에 널부러진 담소율을 안아들었다.
미혼술에 당한 탓인지 힘없이 축 늘어진 그녀.
‘어우...’
코랑 입가에 내가 싸지른 정액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보였다. 입술 끝에는 자지털까지 붙어있는 게 영락없는 암캐였다.
“하으... 어, 어떻게 된 것이냐...”
“정신이 좀 드십니까, 태사부. 저놈이 갑자기 자기가 졌다면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뭐라...?”
힘겹게 고개를 돌리는 담소율.
방원은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였다.
“불알을 으깨버리려고 저리 한 게냐? 암, 살생은 좋지 않지. 대신 무공을 폐하려는 하는 것이로구나.”
“대, 대협!”
“태사부, 일단은 좀 씻읍시다.”
“...뭐?”
“...입에서 정액 비린내가 너무 심하게 나요.”
담담히 내뱉는 말에 황급히 입을 틀어막는 그녀.
입속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듯 오물오물 뽀얀 볼따구가 움직이더니, 이내 눈동자가 화등잔만하게 커지는 것이 보였다.
“꺼윽.”
“...잘 먹었다는표현도 참 귀엽게도 하십니다, 우리 태사부.”
“으으...”
울상이 된 얼굴과 함께 커다란 소매로 얼굴을 가린 담소율.
나는 그대로 번쩍 안아들고는 방원에게로 갔다.
“일어나지. 씻을 곳이 좀 있나?”
“따라오시오, 대협.”
“백무진이라고 한다.”
“방원이오.”
짧은 통성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지하수로 보이는 물웅덩이가 보였다.
옆에는 간단한 조리 기구와 침상 등이 있었고,나는 담소율을 안아든 채로 물가로 다가갔다.
“태사부, 얼굴 좀 봐요. 닦아줄 테니까.”
“보, 본녀가 스스로 하겠느니라... 그러니...”
“거참, 빨리요.”
하도 말을 안 들어서 휑하니 드러난 보지에 찬물을 튀겨주니, 그제야 얼굴을 보이는 담소율. 잔뜩 울상인 얼굴이 나이에 안 맞게 꽤나 귀여웠다.
“이, 이놈이...! 어푸, 커흡...”
두툼한 손으로 뽀얀 얼굴에 덕지덕지 묻은 정액을 씻겨냈다.
결국은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그녀. 말랑말랑해서 씻기는 맛이 있었다.
“자, 아하고 가글 합시다.”
“...그, 그게 무어냐?”
“아... 보세요, 이렇게. 어그르르르르.”
“보, 본녀의 체면이 있지... 격식없게...”
“남아날 체면이 더 있습니까, 태사부?”
“...”
울려고 하는 걸 겨우 달래서 가글까지 시키고, 내 윗도리로 하반신을 가려줬다.
그리고 그동안 얌전히 침상에 앉아 있던 방원.
나는 내 품에 꼬옥 안긴 담소율과 함께 그에게로 걸어갔다.
“일은 다 하셨소?”
“...그래.”
“백 대협.”
“응, 어... 왜?”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방원.
침상 옆의 커다란 목함을 들고오더니, 내 앞에 턱하고 내려놓는다.
함을 열자 서책 몇 권과 조그마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
“본인의목숨을 취하는 것에 저항하지는 않겠소만. 내한 가지 청이 있소.”
“말해봐.”
차분히 서책을 꺼내며 말을 잇는 방원.
“대협께서 색금태양공과 내 색혼미령술을 이어가주셨으면 하오.”
“...내가?”
“그렇소. 대협만큼이나... 색마(色?)의 자질이 돋보이는 이는 없었소. 아마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도 대협을 보면 냉큼 이것을 쥐어주셨겠지.”
어머니라.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분명 어제 정보를 흘리고, 오늘 몰래 찾아왔는데 어떻게 그리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을까.
그것을 묻자, 방원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잠깐 헛된 희망을 가졌었지만, 금세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어머니는 나를 몽룡이라 부르셨소, 방원이 아니라. 어릴 적의 애칭이었지.”
놈의 말에 고개가 살짝 꺾였다.
모자간의 이름 매치가 상당히...
“설마...”
“자고로 색공은 실전이 최고요, 백 대협.”
미친 새끼. 담소율도 나도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 새끼 색마가 될 자질이 충분했구나.
나는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색혼미령술은 뭐지? 색마가 어떻게...”
“어머니의 육노예들 중에는 다양한 이들이 있었소. 섭혼술(???)을 배운 자도 있었지. 어머니가 끌려간 후, 나는 복수를 위해 절치부심으로 단련했소.”
“...네가 만들어낸 술법이란 건가?”
“몇 가지 변화를 준 것뿐이오.”
색마 방원도 이 험난한 세계에서 희귀한 남자 재능충이었다.
척봐도 색공이랑 섭혼술을 섞는게 쉬워보이진 않으니까.
“대단한... 재능이구나. 색마.”
“새삼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소, 담소율.”
“색마. 우리가 네놈의 어미를 끌고간 것은...”
“입 다물고 계세요, 태사부. 아직도 정액 비린내가... 꺄흑!”
옆구리를 쥐어뜯는 손길에 새된 비명이 터져나왔다.
“진정 죽고 싶은 게냐?”
“미안해요, 미안해!”
“막돼먹은 놈... 크흥...”
민감한 젖꼭지에 담소율의 눈물이 닿자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대협께서 진전을 이어주시기만 한다면, 어떤 처분이든 달게 받아들이겠소이다.”
“흠...”
색마가 내 말을 뭐든 따른다니.
아까도 그랬지만, 죽이기 아쉬웠다.
그전에 일단은 할 일부터 하기로 했다.
“맞아, 그 공화춘 말이야.”
“말하시오.”
“해독제가 있나?”
“있소, 불계(不?)라 하는 약이지. 필요하오?”
고개를 끄덕이자, 방원이 다시금 목함을 하나 더 들고왔다.
“깜빡할 뻔 했군. 공화춘과 각종 춘약, 마비약. 그리고 해독제가 들어있는 함이오. 또한 제조법은 색금태양공의 비급에 적혀있소. 약의 사용과 쓰임새도.”
“오...”
색마 방원. 정말로 아낌없이 퍼주는 사내 중의 사내였다.
머리칼도 금색인 걸 보니 전생에 황금 고블린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방 아우!”
“...무슨 소리요.”
“내 아우를 죽일 수는 없지. 그렇지 않습니까, 태사부?”
“...네 좆대로 하거라. 태사부를 시장통 썩은 생선 취급하는 놈에게 본녀가 뭘...”
“아니, 그. 삐지지 좀 말아요. 진짜 따먹어 버리고 싶게.”
“이, 이... 짐승 같은 놈이...”
자꾸 툴툴대는 걸 보니, 이따가보지에 자지를 박아줘야 좀 나아질 듯 했다.
“진정한 색마요, 백 대협은.”
“형이라고 불러 임마.”
“...살려주시는 거요?”
살려주고는 싶은데, 놈이 내 여자를 눈독 들이면 그때는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색마짓은 계속하면서, 눈독 못 들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 생각났다. 남자들만 있는 곳에 보내면 되지 않겠는가?
딱 알맞은 곳이 생각났다.
“대신 아우가 해줄 일이 있어. 혹시... 남색(男色) 좋아하나?”
“제자들이 내 상대기도 했소.”
“와씨...”
이 새낀 진짜다. 나보다 더한 새끼였다.
근친에 남색이라니. 진정한 색마는 이놈이 맞았다.
“헌데 그것은 왜...?”
“아미파로 가. 그 절간을 네 좆집으로 만들어라.”
“그곳의 사태들이 가만 두지 않을 거요.”
“어차피 내 말에 따른다고 하지 않았어? 이 두 비급은 내가 착실히 익히도록 하지.”
잠시 고민하는 방원.
이내 몸을 일으키더니, 내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하는 것이 보였다.
“받아들이겠소, 백 형. 승려들의 뒷구멍 맛도 궁금하구려.”
“씹... 그래, 마음껏 맛보도록.”
“미친놈들...”
그렇게 봇짐 하나 메고 훌쩍 떠나가는 방원을 배웅하고, 나는 동굴에서 챙길 것들을 모두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공동에서 나뒹굴던 미색령과 내 전용 보지인 담소율도 챙겼다.
“...본녀 스스로 걸어가도 된다.”
“안겨 계십쇼. 아직 힘드시잖습니까.”
미혼술에서 벗어나는 것이 상당히 고달팠는지, 담소율은 잠자코 내 말에 따랐다.
벗겨진 옷 위로 달라붙는 그녀의 살결이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그, 혹시 아직도... 냄새가 나느냐?”
“아깐 장난이었습니다.”
“...못된 놈.”
자그맣게 속삭이며 내 목을 끌어안는 담소율.
곧 새액새액하며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
의각 깊숙한 곳.
“하아, 하아... 백 사제... 무진, 어서 와줘요... 흐읏...”
백세령이 무복 위로 연신 비부를 문지르며 애달픈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애타게 찾던 이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사저. 들어가겠습니다.”
“...백 사제?!”
백세령은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새카만 피부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스읍, 하아... 쓰읍...”
“사저...?”
머릿속을 진탕시키는 것만 같은 무진의 진한 체취.
왠지 모르게 윗도리가 훌훌 벗겨진 채라, 그 향이 더욱 진했다.
‘미칠 것 같아...’
백세령은 무진의 가슴 깊숙이 코를 묻고 숨을 들이켰다.
“백 사저, 해독제를 구해왔으니 이제 안심하세요.”
“흐으, 쓰읍... 우음...”
“세령아.”
“으읏...?”
그때 귓가를 파고드는 청아한 목소리.
그 안에 담긴 정순한 내기가 정신을 바로 잡는 것이 느껴졌다.
백세령은 다급히 꼬옥 껴안은 무진을 밀어냈다.
“읏... 미, 미안해요. 백 사제... 모, 몸이 멋대로...”
“괜찮습니다. 앉아 계세요.”
“...알았어요.”
침상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자니, 무진이 등에 멘 목함들을 내려놓는 것이 보였다.
이내 안쪽의 서책과, 통들을 살펴보다가 새빨간 단약을 하나 꺼내어 들고 오는 무진.
피처럼 붉은 것이, 살짝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해독젭니다, 백 사저.”
“...빨갛네요. 상당히.”
“여기 용법이 적혀있을 테니, 잠시...”
백세령은 서책을 살피는 무진을 보며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주저앉혔다.
또 마음이 달아 춘약에 몸이 휩쓸리게 되면, 그에게 못 볼 꼴을 보일까 그것이 무서웠다.
무진에게는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으음...”
“뭣하느냐, 무진아. 어서 세령이에게 해독제를 주지 않고?”
“태사부, 그것이...”
단약과 함께 꺼내든 서책을 스승에게 보여주는 무진.
그것을 본 스승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왜들 그러시나요?”
“이 단약을... 비부로 직접 넣어야 한다는구나.”
“...그걸요?”
“그래. 네가 당한 색마의 공화춘은 자궁, 즉 단전에 쌓이는 춘약이라... 그쪽으로 집어넣어야 제대로 해독이 된다고 적혀있다.”
“아...”
보기만 해도 매서워 보이는 새빨간 단약.
저것을 비부에 넣는다는 생각에 백세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음, 저는 나가있겠습니다.”
“그래.”
“배, 백 사제.”
“괜찮을 겁니다. 사저.”
무진의 손이 손등을 스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과, 천박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마음이 공존했다.
“정말 고마워요, 백 사제.”
“별 것 아닙니다. 사저. 그동안 받은 것을 생각하면 제가 더 고맙죠.”
그가 나가고, 스승이 단약을 손에 쥔 채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백세령은 울고 싶은 심정으로 옷을 벗었다.
아직 물기가 가시지 않은 연분홍빛 꽃잎이 드러나고, 백세령은 하얀 손으로 그곳을 다소곳이 가렸다.
“흐흐, 벌리거라, 제자야.”
“읏... 스승님, 표정이 너무...”
“남정네를 받아들이는 것보다야 덜 아플 게다.”
“...네? 스승님께서 그걸 어찌... 꺄아아악!!!”
조용하던 새벽의 의각에, 백세령의새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