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무당(??)에서 독식(??) (1)
* * *
“이것으로, 일대 제자 혜인의 파문(?門)을 정식으로 선고한다!!”
무당의 집법각. 집법각주 운휘의 엄중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귀에 꽂혔다.
뿌드득. 무릎을 꿇은 장두식의 주먹이 으스러지도록 쥐어졌다.
“큭...”
흉터진 가슴의 상처가 폐부를 찌르는 듯 했다.
이미 다 나았다고 진단받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의 상처, 모멸, 고통, 증오, 분노.
그것들은 여전히 잔류해 가슴속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가져가겠소, 사형... 아니, 장 소협.”
목소리로 미루어보아 우진이였다.
녀석이 자신의 도포와 검을 챙기고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가지 말라고, 제발 그것만은 뺏어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지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저 앞쪽의 상석에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
자신의 스승인 집법각주, 이장로 운휘와. 무당의 장문인, 운령자 담소율.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았던 대사저 백세령.
그리고.
‘...백무진.’
가슴뼈가 움푹 내려앉고 나서야, 장두식은 침상에 누워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멍청하게 상대해서는 안됐었다.
치밀하고, 확실한 함정으로 놈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치기 어린 감정들이 자신을 좀먹었었다.
‘되돌아가고 싶구나.’
그러나 이미 선고는 내려졌다.
자존심과도 같았던 검과 태극 도포는 빼앗겼고,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온 무공은 일절 사용이 금해졌다.
그것이 파문 제자가 받는 벌.
다른 무공을 익히고 싶어도...
기혈마저 뒤틀렸으니, 자신에게 남은 것은 추락뿐이었다.
“...장 소협.”
“신경 끄시오.”
더럽고 천박한 놈에게 넘어간 계집의 위로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장두식은 그대로 일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무당의 현판(??)을 지나, 해검지(???)를 지나. 산의 초입.
“...잘 가시오, 장 사형.”
“그리 부르지 말거라. 아니, 마시오.”
“...정 뭣하면, 저희 객잔에서라도...”
“그만.”
이 이상 추해지라고? 차라리 목을 매달고 말지.
그 객잔에서 일하면 자신의 손바닥살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지금도 깊게 파고든 손톱 때문에 걸레짝이 되었는데.
“그간 내 아집과 투정을 받아줘서 고맙소. 그럼.”
“...장 사형.”
그 길로 장두식은 호북을 빠져나와, 고향으로 향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부르튼 발을 주무르려 잠시 바위에 앉았는데, 스산한 기척이 주변을 감돌았다.
고개를 빼들어 주위를 둘러보려는 순간.
“반갑군. 장두식.”
“...누구시오.”
분명 계속해서 앞을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듯 갑작스레 서있었다.
새빨간 장포의, 하얀 가면을 쓴 누군가.
붉은 장포엔 백색의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엄청난 고수...!’
자신은 감히 범접조차 할 수 없는 까마득한 경지의 고수였다.
천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장포인의 날카로운 기세에 장두식은 딱딱하게 굳었다.
“오랫동안 자네같은 인재를 찾아왔네.”
얇고, 가냘픈... 마치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의 사내.
“무슨, 소리요... 나를?”
“그래. 자네처럼 끝없는 분노와 증오, 그리고 원한을 가진 사내를.”
“나는...”
사내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장두식의 주위를 돌며 속삭였다.
“백무진이었나? 자네의 대사저를 빼앗고, 침을 묻혀놓은 녀석이?”
“뭣...”
“아마 머지않아 그 고고한 무당선녀께서는 걸레 같은 표정을 지으며 녀석의 하초를 빨겠지. 응?”
“닥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흉터진 폐부를 깊숙이 찌르고 들어왔다. 일그러진 얼굴이 분노로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몸뚱아리 위로, 장포인의 이야기가 거미처럼 기어들어오고 있었다.
“본좌가 놈의 하초를 보았는데. 길이가 한 척에, 두께는 또 무슨 곤봉인줄 알았지. 우리 선녀께서는 그 흉물에 박혀 아주 죽을 소리를 내시지 않겠는가?”
“그만! 그만하라고 이 개새끼야!!”
“으하하하! 후엔 그 시꺼먼 놈의 애를 배고! 사랑스럽다는 듯 젖을 물리겠지!!”
“으아아아아!!!”
장두식이 손에 푸른 내기를 일렁이며 흑의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곧 끔찍한 비명이 터트리며 쓰러지는 장두식.
그의 턱주가리로 검게 죽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끄하학...! 크흑... 그딴, 그딴 소리를 왜 내게 하는 것이오... 대체 왜!!”
“본좌를 따라와라, 장두식. 복수, 그것을 할 기회를 주겠다.”
“복, 수...?”
“그래. 너에게 힘을 주마.”
벼랑 끝까지 몰려있던 장두식에게는, 그것이 마치 원시천존의 부름처럼 들려왔다.
장두식은 끝없이 나락으로 빠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이빨을 뿌득 갈며 물었다.
“흐으, 그래... 당신은, 누구시오.”
흙바닥에 쓰러진 그에게, 장포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붉은 소매가 바닥에 닿고, 그 사이로 장포인의 손이 드러났다.
“오래전 세상 사람들은 본좌를.”
그의 손은, 마치 아이처럼 보드랍고 하얬다.
“혈혈동자(血血?子)라 불렀지.”
*
“괜찮습니까, 백 사저?”
“...아, 백 사제. 네, 괜찮아요.”
색마를 아미파로 보내고 이주.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장두식에게 파문 선고가 내려졌다.
마지막에 미쳐가지고 날뛰진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그래도 조용히 사라졌던 녀석.
“하아...”
백세령은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이내 내게 사과를 해왔다.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미안해요, 백 사제.”
“저한테 미안할게 뭐 있습니까, 사저가.”
나는 슬며시 백세령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대로 내게 머리를 기대오는 그녀.
색마의 춘약에서 구해주고 난 뒤, 부쩍 그녀와 가까워졌다.
허리와 엉덩이, 그 애매한 구간을 살살 쓰다듬어도 옅은 신음만 내뱉을 뿐.
위에서 내려다보면 발이 안 보일 정도로 커다란 젖탱이를 당장이라도 주무르고 싶었다.
“휴, 올라가서 또 대련이나 할까요?”
“그러죠. 우울한 건 몸을 움직여야 좀 나아지니까.”
“후후, 그렇죠.”
춘약에 당한 뒤, 한동안 몸조리를 했던 백세령은 요며칠 계속해서 나와 대련중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나와 함께 할 때면 보인다고 한다.
‘얼른 강해지면 나야 좋지.’
지난 이주간 나 또한 정식으로 담소율에게 무공을 사사받고 있다.
그래봤자 지금은 제대로된 운기조식이랑, 기감을 다루는 법, 그리고 기본적인 무공 상식 등을 배우고 있는 처지지만.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가고 있는데, 돌연 백세령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 근데... 백 사제?”
“왜요?”
“혹시... 그, 요새 스승님께서 자주 밖으로 나가시던데... 아는 것이 있나요?”
“언제 말입니까?”
“...야밤에요.”
야밤이라. 좋은 시간이었다.
백세령이 왜 내게 묻는지도 알겠고.
“흠, 저는 그 시간엔 무남각에서 자고 있을 시간일 듯 한데요.”
“...그렇죠?”
“네.”
사실 거기서 안 잔다.
내가 미쳤다고 고추밭에서 잠을 청하겠는가.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뭔가 고민하실 것이나, 깨달음이라도 얻으신 것 아닐까요?”
“그런가요... 그러면 좋겠지만...”
“왜 그러십니까?”
심각한 얼굴을 한 그녀를 잡아세우곤 다시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머뭇거리면서도 입을 여는 백세령.
“스승님께서... 밤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들어오셔서요.”
“...태사부께서요?”
“네... 항상 의복을 정갈히 입으시는 분인데, 어디서 싸우고라도 오신 것처럼...”
“걱정될만 하군요.”
“그렇죠? ...물어보면 스승님께서 곤란해 하실까봐 아직 묻지도 못했어요.”
흐트러질 만하다.
밤마다 나랑 같이 짐승처럼 바닥을 뒹구는데 옷이 안 흐트러지는 게 이상하지.
나는 실실 웃음이 나오는 걸 참으며 백세령을 달랬다.
“사저께서 정 걱정된다면, 오늘 가서 같이 물어봅시다.”
“...그래도 될까요? 멍하니 생각에 잠기시는 날이 많아서... 뭔가 큰 고민이 있으신 것 같기도 해요.”
고민이라.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잠깐 새어나오는 웃음을 조용히 흘려보냈다.
‘보지에 춘약을 바르고, 우둘투둘한 각좆이 하루종일 박혀있는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지.’
처음 그걸 집어넣고 지내라하자, 당황하면서도 순순히 받아들이던 담소율을 생각하면 지금도 발기가 멈추질 않는다.
지난 이주간 담소율은 나의 몸을, 나는 담소율의 보지를 집중탐구했다.
색마 사건 이후로 더욱 가까워진 백세령처럼, 그때 못 볼 꼴 다 보여준 담소율은 조금씩 나와 함께 선을 넘고 있다.
아주 음란하고 외설스러운 쪽으로.
“그렇다면 더더욱 제자된 도리로써, 응당 물어봐야지요.”
“...함께 물어봐주실래요, 백 사제?”
“알겠습니다.”
당황할 담소율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꼬리가 하늘을 찔렀다.
*
“스승님, 제자 왔습니다.”
“안으로 들어오거라.”
항상 담소율이 지내는 혜원각의 꼭대기.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평소처럼 열심히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그녀가 보였다.
장문인도 할 짓이 못되어 보였다.
처리할 서류가 저리 많다니.
“음...”
“저도 왔습니다, 태사부.”
“우리 못된 깜둥이도 왔구나.”
백세령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제나 청아한 차향이 나던 스승의 방에서, 새콤하면서도 묘하게 비릿한 향내가 났기 때문이었다.
‘언제 맡아봤더라...?’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냄새.
기억을 되짚던 백세령에게 담소율이 물었다.
“그래, 평소처럼 연무장으로 가지 않고 어인 일이더냐? 곧 갈텐데 기다리고 있지 않고서.”
“그것이, 스승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태사부.”
“...뭐?”
무진의 말에 용기를 낸 백세령이 결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
“밤마다... 어딜 그리 가시는 겁니까, 스승님?”
“...응?”
“제자 요새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밤마다 어딜 그리 다녀오시길래, 지친 얼굴로 돌아오시는 거예요?”
걱정이 가득 담긴 제자의 말투.
담소율은 무진과 세령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헛기침을 내뱉으며 답했다.
“크흠... 꼬, 꼭 알아야겠느냐?”
“네. 제자가 돕고 싶습니다.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요.”
“...그래, 마음은 고맙구나.”
담소율은 자리가 불편한 듯 연신 몸을 꿈틀대며 무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령의 뒤에 앉아 실실 웃는 그를 보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지금 망할 제자놈은 일부러 자신을 놀리기 위해 세령이를 데려온 것이었다.
“스승님. 말씀해주세요.”
“어서 말씀해주시지요, 태사부. 그까짓 것이 뭐 그리 숨길 일이라고 그러십니까?”
“...”
그까짓 것? 어떻게 개파 조사와 그 아래의 조사님들을 모셔둔 신당에서 교접을 하는 것이 그까짓 것이란 말인가!
담소율은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망할 녀석. 본녀를 놀리는데 재미를 붙여가지고선...’
담소율은 그저 들뜬 숨과 함께 무진을 노려보았다.
무진이 바라고, 무진이 원하는 데로 맞춰주며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깨닫고 있었다.
녀석이 자신의 가르침을 습득하는 속도만큼, 처음 남자를 알게 된 육체도 빠르게 쾌락에 젖어들고 있었다.
이젠 그가 없으면 밤이 외로울 정도로.
그녀는 아직 무진을 독점하고 싶었다.
“이, 그, 그것이 말이다... 후...”
“...스승님?”
담소율은 보지 속에서 선명히 느껴지는 우둘투둘한 각좆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꼼꼼히 펴발라둔 춘약에 몸이 달아오른 것은 물론이요, 감각이 적나라할 정도로 선명해져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태사부.”
“흐음... 그러니까, 비밀이다.”
“...비밀이요?”
“그래. 스승이 홀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위험한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이다. 세상에 이 사부를 위험하게 할 것이 무어가 있겠느냐.”
그리 말하는 담소율의 시선이 무진의 고간을 스쳤다.
무복 위로도 선명하게 보이는 그의 양물.
그것을 쏙 빼닮은 각좆이 지금 자신의 비부에서 연신 찔꺽대는 것이 느껴졌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참느라 진이 다 빠졌다.
“이만 가서 명상이나 하고 있거라. 금방 가마.”
“네, 스승님. 가요, 백 사제.”
“아, 전 태사부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먼저 가 계세요, 백 사저.”
백세령의 가슴 속에 작은 의문이 피어올랐다.
같이 들으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스승님께서도 먼저 가라고 턱짓을 하시니,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 알겠어요. 먼저 가있을게요.”
“네.”
백세령은 천천히 문을 닫고, 홀로 혜원각을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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