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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38화 (38/230)

〈 38화 〉 무당(??)에서 독식(??) (3)

* * *

“가장 먼저 가르쳐줄 것은, 경신법(???)이다.”

경신법. 말 그대로 몸을 가볍게 하고, 무협지 속 고수들이 하늘과 땅을 미친 듯이 질주하게 만드는 기술.

저번에 백세령이 나무 위로 슉슉 날아댕기던 것도 다 경신법의 일종이다.

“그중에서도 제운종(?雲?)을 가르쳐주도록 하마.”

구름 사다리를 타는 듯 가벼이 날아다니는 무당의 경공술.

잘 보라며 가볍게 웃은 담소율이, 치마를 살짝 들춰올렸다.

‘맨발... 대꼴...’

담소율의 꼼지락거리는 새하얀 발가락들이 땅을 딛더니, 어느 순간 눈앞에서 사라졌다.

“...응?”

“스승님...”

백세령조차도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는지, 나와 함께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디를 보는 게냐. 이쪽이다.”

휙, 하고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번번히 허탕을 칠 뿐이었다.

그렇게 잠깐 우리를 갖고 놀고선 다시 앞으로 돌아온 그녀.

분명 엄청난 속도로 몸을 움직였을 텐데도...

숨소리, 옷자락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단정했다.

“흠흠, 오랜만에 제자들의 벙찐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구나.”

“정진하겠습니다, 스승님.”

“...헌데, 무진이 네놈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게야!”

“아, 죄송합니다, 태사부.”

그 속도에도 놀라긴 했지만, 자꾸 새하얀 맨발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꼼질꼼질거리는 발가락에 진한 정액을 덕지덕지 묻히고 싶었다.

‘오늘은 발로 대딸 쳐달라해야지.’

아직 담소율과는 못해본 것이 많았다.

나는 호통치는 그녀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에 입술을 깨물며 언성을 더욱 높이는 담소율.

“아주 혹독하게 가르쳐주마, 백무진. 그때도 그리 웃을 수 있나 보자꾸나!”

그 뒤로 아까 낮에 혜원각에서 집요하게 괴롭혔던 것을 복수라도 하려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얄쌍한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와 내 앞에 선 담소율.

그런데 그것을 본 백세령의 반응이 이상했다.

무서운 듯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기겁하는 그녀.

“...애, 애무(??)!”

“...애무?”

내가 아는 그 애무? 저 나뭇가지가 애무라고?

“저 나뭇가지가 애무라는 겁니까, 사저?”

“...네. 정말... 정말아파요. 그리고 그냥 나뭇가지가 아니라... 회초리에요...”

오... 살짝 공포에 떠는 백세령의 눈동자를 보자 아랫도리에 조금 피가 쏠렸다.

설마 어릴 적부터 SM 플레이를 즐기던 것이었나?

“조용.”

후웅! 후웅!

담소율이 그것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로 휘두르더니, 이내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말거라, 세령아. 너를 혼낼 계획은 없으니.”

“휴...”

“무진이 놈 몸이 남아날지 모르겠구나.”

그녀가 남의 고통에 안도를 하는 것은 처음 봤다.

‘그렇게 아픈가.’

곧 담소율이 하나하나 직접 보법의 경로와 몸의 움직임, 기의 흐름 등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나는 엉거주춤하면서도 그녀의 가르침을 몸에 새겨넣었다.

찰싹!

“악!”

“조금 더 가볍게!”

이 몸뚱아리를 도대체 어떻게 가볍게 하라는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찰싹!

“흐악!”

“구름이 흘러가듯 부드럽게!”

이건 그래도 좀 쉬웠다.

발을 움직이면서, 태극권을 흉내 내듯 흐름을 찾아 움직였다.

백세령의 말이 맞았다.

태극권은 모든 무당의 무공의 근원.

구름을 밟는 것이니, 구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이었다.

“후우...”

나는 심호흡과 함께, 다시 한 번 발을 내딛었다.

어느 순간부터 담소율의 회초리질도 멈추고, 옆에서 따라 몸을 움직이던 백세령조차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산처럼 커다란 사내가, 마치 구름을 타고 노니는 용처럼 부드럽게 연무장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솜뭉치를 밟는 듯 아무런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백 사제.”

“흠... 어이가 없을 정도로구나.”

둘의 허탈함에 가까운 감탄이 무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어느새 무아지경에 빠져, 연무장을 제집 드나들 듯 제운종을 사용해 자유롭게 누비고 있었다.

‘재밌다. 즐거워.’

역시 이 몸뚱아리는 비정상적이었다.

아니, 이곳의 표현에 따르면 무예를 타고난 거지.

현실의 나라면 몇 발자국 내딛고 발이 엉켜 넘어질 것을.

백무진인 나는 몇 번의 시행착오와 함께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온전히 내 뜻대로 움직이는 육체는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었다.

“후...”

이러다간 하루종일 발만 놀릴 것 같아 적당히 멈춰서니.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담소율과,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백세령이 눈에 들어왔다.

“...”

찰싹!

“아잇! 왜 때리십니까!”

“왜 하루만에 배우고 지랄이냐!”

“...대단해요, 백 사제. 제운종을 하루만에 이정도로...”

“그리 대단한 겁니까?”

나도 안다. 대단한 거.

그런데 입을 떡 벌린 백세령을 보면 귀여워서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싶었다.

그렇게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백세령이, 돌연 눈을 크게 뜨며 주먹을 쥐었다.

“...역시, 백 사제는 제게 좋은 자극이 되네요.”

“좋은 자극이라...”

“스승님, 제자 잠시 홀로 있겠습니다.”

“그래, 그리 하거라.”

담소율의 허락에 잠시 연무장을 벗어난 그녀.

밤하늘빛 눈동자에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보였다.

“흠, 생각보다 어렵군요.”

“...참으로 신기하구나. 무에 대한 이해는 일반인 수준에서 조금 벗어났는데... 배우는 속도만큼은 하늘이 내렸다해도 믿겠구나.”

“다 태사부가 가르쳐주신 덕입니다.”

“입에 발린 소리는 말거라. 한 대 더 맞고 싶느냐?”

“...아뇨.”

솔직히 꽤 아팠다.

어릴 적 어머니의 지갑에 손을 댔다가 뒤지게 맞은 기억 때문에 더 아팠던 거 같다.

‘어머니, 잘 계시죠.’

전 여기서 며느릿감을 팍팍 늘리고 있습니다.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며느리도 있을 것 같은데, 액면가로는 훨씬 어리니까 괜찮을 거에요.

그렇게 간단한 안부 인사를 보내고, 담소율과의 수련을 이어갔다.

따끔따끔한 회초리 애무와 함께하는 즐거운 수련 시간.

새카만 피부 위로도 울긋불긋 달아오른 것이 보일 정도로 꽤 빡센 수련이었다.

"그만."

“후우...”

“그런데로 봐줄만 하구나.”

땅바닥에 대자로 누운 내게 다가오는 담소율.

수련 내내 살짝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했는데,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회초리를 들기 바빴다.

‘오히려 잘된 건가 뭐...’

내가 떨어진 이곳은 강호무림.

협객이라는 말로 포장한 조폭들이 드글드글한 곳이다.

섹스도 좋지만, 내 본신의 힘이 강해야 뭐라도 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봉룡지회 전까지, 초절정 수준은 무조건 넘어야 돼.’

육봉이룡 중 최강은 초절정의 초입을 넘어선 무림맹주의 손녀, 소소유다.

이미 5년 전에 넘어섰으니, 이번엔 더 강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봉룡지회에서는 다른 히로인들도 전부 초절정에 도달한 상태로 임하겠지.

‘고추 새끼들은... 뭐, 내가 무조건 이길 거고.’

금마들은 절정 끝자락에서 맴돌다 주인공에 줘터지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본격적으로 주인공이 중원에 출도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봉룡지회니까.

다행히 든든한 뒷배도 얻었고, 강해질 기회와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게 좀 더 숨을 고르려는데, 눈에 이채를 띤 담소율이 다가왔다.

“일어나거라. 서둘러 세령이에게 가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백세령이 홀로 사라진지 벌써 몇시간 째였다.

정오의 태양은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가는 시간.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나는 담소율을 따라 산 깊숙한 곳으로 뛰어갔다.

“태사부, 백 사저의 기운이...”

“그래.”

2주간 배운 기의 활용.

흑천묵지신공의 내기를 한 올 한 올 풀어내, 주변을 뒤덮었다.

‘오오...’

탁 트인 연무장의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백세령이 느껴졌다.

맑고 청아한 태극신공의 내기가 그녀의 전신을 휘몰아치듯 감싸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백세령은 지금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쉬이. 여기 있거라.”

연무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 담소율이 나를 멈춰세웠다.

곧 그녀는 문자 그대로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허공을 딛은 채 주위를 살폈다.

“와씨...”

허공답보나 천상제 등으로 불리는 경공술의 극치.

다 놀라기도 전에 다시 하늘을 걸어내려온 담소율이 나를 이끌었다.

“되었다. 가자꾸나. 경사로다, 경사야.”

“태사부, 설마...”

“그래, 드디어 세령이가 벽을 넘어섰다.”

맨날 백세령에게 음담패설을 하는 것치고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하는 담소율.

하긴, 직전제자가 쓰라린 패배를 딛고 스스로 나아갔는데, 기뻐하지 않을 스승이 어딨겠냐만은.

“조용히 따라오거라.”

“네.”

잠시 걸어가니, 연무장 한가운데에 떠있는 백세령이 보였다.

긴 흑단빛 머리칼은 바람에 나풀거리듯 연신 휘날리고 있었고, 주위로는 푸른 내기가 연신 그녀의 몸을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아...”

마침내, 백세령이 입가에서 푸르른 숨을 뱉어내더니.

주위에 떠돌던 내기를 전부 흡수하고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눈을 뜬 그녀의 눈동자에서 정광(?光)이 뿜어져 나왔다.

이내 기운을 갈무리하고는, 우리를 바라보는 백세령.

“스승님.”

“축하한다, 세령아. 길었구나.”

“...감사해요, 스승님. 그리고...”

“백 사저,축하합니다. 이렇게 나아가시면 이 사제는 어찌 따라가라고 그러십니까.”

“백 사제!”

포옥. 그녀가 한달음에 달려나와 나를 껴안았다.

옆에서 미리 팔을 벌리고 있던 담소율이 아니라.

“세령아...?”

“백 사저.”

“하아, 하아... 저 드디어, 뛰어넘었어요...!”

백세령은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찬 가슴을 터질 듯 억눌렀다.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주체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무진...’

깨달음은 언제나 갑작스레 찾아오는 법.

내심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무진을 만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지긋지긋하게 따라붙던 파도를 마침내 떨쳐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좀 더 세게 끌어안아줘요, 무진.”

“아, 음. 예.”

담소율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나는 백세령을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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