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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41화 (41/230)

〈 41화 〉 무당(??)에서 독식(??) (6)

* * *

내 방에 두었던 색마의 도구함을 가져와 열었다.

색금태양공의 비급을 보며 필요한 것들을 따로 빼내었다.

“붓으로 그리는 형태인가 봅니다.”

“흠...”

아주 곱디 고운 털이 달려있는 붉은색의 붓.

반쯤 누워서 숨을 고르고 있는 담소율의 발을 붓으로 간지럽히니 화들짝 놀라는 것이 보였다.

“히약! 뭐, 뭐하는 짓이더냐!”

“전부터 생각했는데, 발이 참 고우십니다.”

“...또 무슨 변태적인 망상을 하는 게야.”

나한테 하도 시달리더니 금세 패턴을 파악한 담소율.

지금은 문신을 새기고 싶은 마음이 먼저라 잠시 풋잡은 미루기로 했다.

대신 비급을 펼쳐 문신술에 대한 것을 읽어냈다.

“도료를 먹에 갈아 붓을 적시고, 진기를 흘려내며 피부에 그림을 그린다라...”

“...손재주에는 자신이 있더냐?”

“제 손기술에 그리 허리를 튕기셨으면서.”

“그, 그것과는 다르지 않느냐!”

나는 백세령에게 주었던 노리개를 내가 만든 것이라 하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것과 똑같은 문양을 새길 거라는 것도 말했다.

“...가족이 된다는, 의미였느냐? 그리 들었던 것 같은데.”

“네. 정확하게는... 이 제자의 소유가 된다는 의미지요.”

담소율의 매끈한 종아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입술을 깨물며 발로 나를 쿡쿡 찌르는 그녀.

“사람이 아니라 아귀구나, 아귀. 이 욕심쟁이놈.”

나는 그녀의 다리를 살짝 들어 앙증맞은 발가락에 입을 맞췄다.

“읏...”

“그러다 진짜로 저한테 잡아먹히십니다, 태사부.”

“...건방진 놈.”

그녀를 매만지며 착실하게 문신술을 준비했다.

색깔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차피 나는 밤처럼 짙은 흑색만을 원해서 그대로 먹에 도료를 갈았다.

드르륵, 드르륵.

“꿀꺽...”

“긴장되십니까?”

“...헛소리. 본녀가 긴장할 게 무어가 있느냐.”

기념비적인 첫 스페이드 문신.

막연히 생각만 해왔던 것을 실제로 하게 되니, 흥분에 찬 자지가 껄떡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슬쩍 그녀를 잡아당겨 새하얀 발을 자지 위에 얹었다.

“흐으...”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천천히 발가락으로 자지를 애무하는 담소율.

서늘한 발바닥에 기분 좋은 자극이 들었다.

“이제 정하시지요. 어디에 새기실 겁니까?”

이어진 물음에 슬쩍 허리를 들더니.

이내 몸을 뒤집는 담소율.

대충 걸친 도포를 살며시 들어올려 새하얀 엉덩이를 내밀었다.

점이나, 잔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 뽀얀 살결.

새빨개지도록 내리치고 싶은 달덩이에 곧 음란하고 변태적인 문신이 들어찬다니.

절로 입맛이 다셔졌다.

“...정확한 곳은 네, 네가 정하거라.”

“흠...”

부끄러움이 가득한 말투. 차마 자세하게 찝어서 말은 못하겠다는 건가.

나는 먹음직스러운 담소율의 하반신을 매만지며 신중하게 부위를 골랐다.

‘아마 상체나 앞쪽은 눈에 잘 띌 수 있으니 꺼려지는 거겠지.’

자궁 앞쪽이나 젖가슴에 새겼으면 했는데, 첫 타자인만큼 그정도 아량은 베풀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 고민하던 나는 적당한 곳을 택했다.

“여기로 하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엉덩이와 골반 즈음에 걸친, 뒤로 박을 때 딱 손잡이가 되는 부분.

나중에 백세령은 왼쪽에 새겨서 담소율과 대칭이 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설설 아랫배를 문지르며 속삭였다.

“제자는 여기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십니까.”

“...아, 앞쪽은 안되느니라.”

“알겠습니다.”

깔끔하게 미련을 접었다.

자궁 쪽은 꼭 해보고 싶은데, 사실 문신을 너무 많이 새기면 오히려 별로일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문신을 새길 부위를 토닥이며 담소율의 긴장을 풀어냈다.

“조금 아프답니다.”

“...살살 해주거라.”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살짝 입을 맞춰주고, 붓을 들었다.

붓털이 바짝 세워지도록 미세하게 내기를 불어넣고, 도료를 간 먹을 듬뿍 묻혔다.

“시작하겠습니다.”

“후우... 꺗!”

콕 찌르지마자 곧바로 반응이 오는 담소율.

이내 입을 틀어막고는 내가 붓을 휘젓는대로 움찔대면서 귀여운 비명을 삼켜냈다.

“흐잇! 힛! 꺄응!”

“조용히 좀 하십쇼, 집중이 안되잖습니까.”

“으으...”

고개를 돌려 나를 죽일 듯 째려보더니, 결국 허공섭물로 베개를 가지고와 얼굴을 파묻는 그녀.

‘다 그리면 바로 따먹어야지.’

조용해진 담소율을 본 나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후...”

“아읏...”

흔들릴까봐 한 손으로 붓을 쥔 손까지 잡고, 관자놀이 쪽으로 흐르는 땀방울까지 느껴졌다.

아주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

유려하게 떨어지는 곡선을 그려내고, 하나뿐인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최선을 다했다.

화려한 것보다는 정석적인 모양에 담백한 그림체를 그려냈다.

그렇게 완성된 Queen Of Spade.

“shit.”

“...무슨 소리더냐. 잘 안됐느냐?”

“너무 잘 되서 나는 소립니다.”

내가 생각해도 존나 잘 그렸다.

밥 로스 형님이 와도 그 풍성한 아프로 헤어를 휘날리며 고개를 끄덕이실 거다.

나는 대신 레게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작품을 감상했다.

‘존나 야해 보여.’

새하얀 첫눈같은 피부에 새겨진, 짙고 유려한 검은색의 스페이드 문신.

잡티 하나 없는 살결에 각인된 음란한 표식.

내 것. 내 보지. 내 암컷.

“거울을 가져올까요?”

“...그래.”

탁상에서 거울을 하나 가져와 엉덩이를 비춰주니, 담소율이 입가를 씰룩이는 것이 보였다.

“...네 것이라는, 의미라고...?”

“네.”

슬쩍 손을 뻗어 문신을 매만지는 그녀.

아직 아릿한지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음...”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담소율은 오히려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누군가의 소유라는 것이, 불쾌하기보다는 행복하다니.

고작 사내 하나 때문에 이런 결정까지 내린 것이 새삼 놀라웠다.

밖에서의 자신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절대 고수이자, 무림맹주의 죽마고우이자, 정파 무림의 두 기둥이라 불리는 여인인데.

‘네 앞에서는 한낱 계집이구나.’

아랫도리가 그에 반응하듯 촉촉하게 물을 흘려냈다.

“괜찮으십니까?”

“...흐흥, 크흠. 그래, 썩 괜찮구나.”

노리개보다야 이편이 확실하지 않은가.

가슴속에서부터 이상야릇한 만족감이 채워져 나갔다.

이제 그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면, 오늘 하루는 정말 완벽한 날이 될 것이다.

“이제 슬슬 침소에 들자꾸나, 무지...낫?”

“흐, 못 참겠습니다. 태사부. 아니, 소율아.”

“자, 잠깐만...!”

묵직하게 비부를 뭉개오는 그의 늠름한 양물.

숨이 턱 막히도록 짓눌러오는 단단한 육체.

순식간에 깔려버린 몸뚱아리가 긴장으로 빳빳하게 굳었다.

“오, 오늘은 그만 하는 것 아니었으냐... 아응...!”

“이렇게 쉽게 박히는데, 그만 하기는.”

단숨에 육벽을 비집고 들어온 자지. 기다렸다는 듯 쏘아진 애액이 살결을 적셨다.

“박아도 박아도 맛있네, 우리 소율이 보지는.”

“아읏... 흣, 아앙...”

찌컥, 찌컥, 찌컥.

금방이라도 보내버릴 듯 무서운 목소리와는 달리, 느긋하게 보짓속을 후비는 양물.

잡을 것이 없어 애타게 바닥을 긁으니, 그의 손이 양손을 단단히 결박해왔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오므린 다리까지, 튼실한 하체로 벌려버리고는.

기다렸다는 듯 무자비하게 자신을 내리찍는 무진.

“아큿! 앗! 하으, 아아앙!!”

잔뜩 튀긴 체액들이 달라붙어 천박한 물소리를 흘리고, 짓눌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와 정신이 멍해져만 갔다.

‘머릿속이, 엉망... 아윽!’

아무런 말도 속삭이지 않고 짐승처럼 몸을 섞는 무진.

흥분한 그가 잠잠해질 때까지, 수십 번을 절정해가며 교성을 내질렀다.

*

깨끗한 도복을 차려입은 여인이 혜원각을 올랐다.

벌써 회의에는 한참 늦은 시간.

무당에 없어서는 안될 이를 부르기 위해 여인은 서둘러 발을 놀렸다.

‘몸이라도 편찮으신겐가...’

지금 찾으러가는 이가 아프다는 게 상상이 안 갔지만, 그녀도 일단은 사람이니.

그렇게 도착한 어느 방문 앞.

여인은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야릇한 향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장문인.”

“음...?”

밖에서 시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담소율은 멍한 눈을 깜빡이며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창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걸로 보아 벌써 정오에 가까울 시간.

‘...본녀가 늦잠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장로회가 있는 날이었다.

주에 한 번씩 꼭 여는 회의. 무당의 대소사를 처리하기 위한 일인데...

“장로들께서 기다리십니다, 장문인.”

“아... 흡.”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대답하려는 순간.

두터운 손바닥이 입을 틀어막았다.

“가지 마십쇼.”

“...정례 회의니라. 저번에도 빠졌는데...”

“어차피 상투적인 이야기나 할 거 아닙니까.”

소곤거리며 귓가를 간질이는 무진.

침상 위에 이불과 함께 둘둘 말린 그의 팔다리가 온몸을 꼬옥 끌어안는 것이 느껴졌다.

맞닿아 스쳐지는 살결과, 따뜻하게 감겨오는 체온.

지난번에도 무진의 손에 잡혀 가지 못했는데, 담소율이 마음을 굳게 먹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가봐야...”

“사랑하는 여인이랑 아침나절도 함께 못 즐깁니까.”

“...”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며 속삭이는 무진의 말에, 결국 담소율이 꼬리를 내렸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구나. 회의 결과만 따로 전해듣겠다 일러라.”

“...예, 장문인.”

바깥의 인기척이 사라지고, 담소율이 몸을 휙 돌려 무진과 마주했다.

“그리도 본녀가 좋느냐?”

“예.”

“읏...”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오히려 담소율의 뺨만 붉게 달아올랐다.

가슴이 콩콩거리며 두근거림을 전신으로 퍼트려냈다.

“못된 놈... 거짓을 말하면 혼내줄 것이다.”

“어제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해드렸는데, 부족하십니까?”

“...흥.”

괜히 심술이 돋아 다시 몸을 돌리니, 무진이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소곤거렸다.

“오늘은 냐옹 안 해주십니까?”

“...닥치거라.”

“냐옹.”

“하지 마래두!”

투닥거리며 무진을 괴롭히니, 세상 행복한 담소율이었다.

한편 무진과 담소율이 침상 위에서 야릇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새벽부터 수련에 나와있던 백세령은 혜원각을 빠져나가는 시종을 발견했다.

“오늘은 장로회가 있는 날 아니었나요?”

“아, 혜령 도사님. 맞습니다.”

“헌데 이곳엔 왜...? 스승님께서 안 내려가셨나요?”

“몸이 안 좋다고 하시더군요. 저번 정례 회의도 불참하셨는데, 보약이라도 지어드려야겠습니다.”

“아...”

그녀의 시선이 혜원각의 꼭대기에 닿았다가, 입술을 깨물며 다시 내려왔다.

‘...기막이 펼쳐져 있어?’

어젯밤 무진과 입을 맞추고, 기쁨에 침상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다 깜빡 잠이 들었었다.

그를 보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스승께서 기다리시니, 가보라고.

‘술상대를 하라는 뜻이었는데...’

그는 스승의 방에 가서 무엇을 했을까.

소리와 냄새 등을 차단하는 기막이 왜 펼쳐져 있을까.

스승님은 왜, 내려오시지 않았을까.

‘아니야, 스승님께서 설마 무진과...’

아무리 외설적인 말을 툭툭 뱉으시는 스승님이지만, 부뚜막의 생선을 훔쳐가는 암코양이는 아니었다.

백세령은 허리춤의 흑색 노리개를 매만지며 마음을 다스렸다.

하도 만져서 반질반질한 부분에 널뛰던 감정이 잔잔히 가라앉았다.

“제가 가도록 할게요, 장로회.”

“...알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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