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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44화 (44/230)

〈 44화 〉 빈집털이 (1)

* * *

‘아주 알콩달콩이구나...!’

한편, 백세령과 무진이 서로를 물고빠는 동안.

담소율은 의각 바깥에서 애꿎은 땅바닥을 치대며 투덜거렸다.

“본녀는 네놈 걱정에 하루종일 좌불안석이었거늘...”

하루 반나절을 이어진 회의.

반은 장두식의 처분과 향후의 대책이었고.

반은 무진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이장로에게 사람을 붙여 저희도 추격에 힘을 보태지요, 장문인.

­애꿎은 피해자만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간다면, 무당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오!

바로 그 체면 때문에 소서화가 기밀로 취급해 삼장로에게만 소식을 전했겠지만...

무림이란 비정한 곳이다.

이미 소문은 암암리에 퍼져있을 터.

오히려 자신이 소서화의 친우가 아니고, 단 둘만 존재하는 절대 고수가 아니었다면.

‘공적으로 몰렸을 수도 있을 일.’

무진의 포옹으로 간신히 정신을 차렸던 담소율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본녀가 직접 무림맹으로 가도록 하마.

­장문인께서요?

­그럼 오히려 저희의 잘못이란 걸 인정하는 꼴입니다!

답답한 것들.

그 잔혹한 혈사 앞에서 누구의 잘잘못이란 없는데.

한 마디 하려는 찰나, 옆에서 자신을 거드는 운연의 다그침이 들려왔다.

­그만들 하세요! 혈마와 혈혈동자의 일은 온 무림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장문인께서도 직접 나서겠다 하시는 거구요.

다행히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운연.

담소율도 진중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

­그래. 혈사에 관한 일이라면 소서화와 본녀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맞겠지. 장로들은 그리 알고 계시게나.

­...알겠습니다.

­내일 바로 무림맹으로 출발할 것이네. 그럼 본녀는 이만...

­잠깐만요, 장문인.

아이씨... 또 누가 딴지를 건단 말인가.

얼른 다친 무진이를 보러가야 하는데.

내일 바로 출발할 것이니, 몸이 성한지만 보고 떠날 준비를 해야했다.

‘죽지만 말거라, 무진아...’

깊은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흐르던 모습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질 않았다.

익숙하디 익숙한 피냄새가 그에게서 풍기자...

순간 머리가 멍해지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지혈도, 옷을 찢어낼 게 아니라 혈도를 짚으면 될 것을...

바보같은 짓이 후회됐다.

­아까 그 곤륜노... 분명 장두식과 대련했던 자이지요?

­...그래.

­왜 그자가 장문인의 ‘침소’에서 그러고 있던 겝니까?

­치, 침소라니!

당황해 소리치듯 터져나온 말.

서둘러 신색을 가다듬고 변명을 이어나갔다.

­그때의 대련을 보고 그... 제자로 거둔 아이일세.

­제자요?

­어디서 굴러먹은 지도 모를 시정잡배를 말입니까?

­당장 내치셔야 합니다! 또 사내놈이 무당에 망신을 주기 전에요!

망할 년들이 무진이 욕은 왜 한단 말인가.

그 어려운 제운종도 하루 만에 터득한 천고의 기재거늘.

콩깍지도 콩깍지지만, 무진의 재능은 진짜였다.

당당히 자신의 사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갈(?)! 본녀가 제자를 들이는데에 무얼 그리 잡소리가 많은 게야! 혹, 본녀가 잘못된 선택이라도 했단 말인 게야?!

­아, 아니 장문인... 그것이 아니오라...

­커흠... 그, 왜 성을 내시고 그러십니까...

그래서 담소율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의기상인의 경지에 오른 공력으로 장로들을 꾹꾹 눌러가며 압박했다.

그동안 무진에게 종일 개처럼 박히고, 깔리고, 매도당해서 잠깐 까먹었었는데.

자신은 이렇게 구박당할 깜냥이 아니었다.

‘무진이는 본녀의 사내다, 이년들!’

대놓고 정인이라 말은 못하니 자신의 것이라는 도장이라도 쾅 박아놔야 했다.

혹시나 이 발랑까진 것들이 무진의 자지를 보고 달려들면 안되니까.

­무당의 장문인인 본녀가 직접 택한 아이일세. 불만이 있으면 검으로 말하도록 하시게나.

허리춤에 매달린 무당의 신물.

송문고검(??古?)을 매만지자, 장로들이 결국 찍소리 못하고 입을 다무는 것이 보였다.

­흠... 알겠습니다, 장문인. ‘우선’은 그렇게 알아두도록 하지요.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운연만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훑었지만...

여기서 우선이란 말에 꼬투리를 잡으면 오히려 불리해진다.

담소율은 그대로 휙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지금.

­하아... 무진...

­세령.

담소율은 발을 돌리려다 말고 다시 의각의 안으로 향했다.

제자에겐 미안하지만, 무진의 얼굴을 보지 않고 출발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

“하아, 하아...”

“좀 진정되셨습니까.”

그와 입을 맞출 때마다,술을 마신 것처럼 정신이 몽롱하게 달아올랐고.

몸은 나른하게 풀려갔다.

무진의 타액과 체향이 달콤한 당과처럼만 느껴졌다.

“무진.”

“네.”

“...아니에요.”

그래서 차마 묻지 못했다.

그것을 입밖으로 꺼내면, 이 달콤한 시간이 꿈결처럼 사라질까봐.

“뭡니까, 싱겁게.”

“그냥 불러봤어요. 좋아서.”

대신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게, 낯간지러운 말을 뱉으며 시선을 돌렸다.

달아오른 비부가 간질거렸지만, 그는 지금 환자니까.

‘또 하고싶어...’

달짝지근한 입맞춤 정도는 괜찮을 거다.

홀린 것처럼 다시금 그의 입술에 박치기하듯 입술을 들이밀었다.

“츕, 쪼옥... 후으...”

어미새가 모이를 주듯 콕콕 찍는 담백한 입맞춤.

그에게서 배운 것이 다인 백세령은 그저 도톰한 입술을 짓누르는 것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왜인지 채워지지 않는 갈증.

“혀를 내밀어보세요, 세령.”

“혀, 혀요?”

“네. 훨씬 기분 좋을 겁니다.”

천천히 허리를 타고 골반을 덮는 무진의 커다란 손.

열꽃이 핀 것처럼 찌릿찌릿하고 타오르는 느낌에 무심코 입을 벌려냈다.

빼꼼하고 내밀어진 분홍빛 혀.

“움, 츄릅... 츕...”

“흐읏...”

무진의 입술이 말캉한 혀를 덮어 빨아내자 전신에 찌릿한 감각이 몰아쳤다.

뒤이어 천천히 달라붙어 오는 그의 입술.

“아움, 흣... 츄르릅...”

달콤한 과일을 먹은 듯 흐르는 침을 서로에게 넘기고, 과실주라도 되는 듯 정신없이 빨아댔다.

난생 처음 겪어본 사내와의 농밀한 입맞춤.

비부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야릇한 고동이 퍼져나갔다.

“푸하아... 하으, 꿀꺽...”

“어떻습니까.”

“좋아, 기분 좋아요... 무진...”

혀뿌리까지 휘감는 질척한 입맞춤에 정신을 못차리는 백세령.

슬그머니 손을 내려 사타구니 쪽을 쓰다듬자, 달뜬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하으읏... 무, 무진...”

말없이 비부 주변을 꾹꾹 눌러가며 그녀의 흥분을 더했다.

조금씩 질척하게 젖어오는 사타구니.

“가만히 내 손가락에 집중해요, 세령.”

“네, 네엣... 아읏, 하...”

몽롱하게 풀린 눈동자가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을 쾌락을 대변했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몸과 마음을 적셔오는 열락.

색을 모르는 여자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맛이 각별했다.

슬슬 때가 됐다 싶어 백세령의 치마를 끌어올리는데, 문지방 너머로 그림자가 비췄다.

“흠흠, 본녀니라.”

“...스승님?”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키는 백세령.

오늘 자지 정도는 빨게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냐옹이의 질투심이 조금 더 앞선 듯 했다.

"들어가마."

곧 뻔뻔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담소율.

그새 옷매무새를 정리한 백세령이 그녀를 맞이했다.

“스승님.”

“그래, 세령아. 무진이는 좀 어떻느냐.”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히도.”

“너에게도 미안하구나. 추태를 보였어.오래 전의 일이 아직도 본녀를 괴롭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닙니다, 스승님.”

잠깐 서로를 보며 미소 지은 둘.

담소율이 내게로 다가와 상처를 짚었다.

“...많이 아팠겠구나.”

“괜찮습니다.”

“그래도... 흉이 크게 지겠어...”

걱정 가득한 얼굴을 보니 괜시리 나도 미안했다.

“크... 누르지 마십쇼.”

“그냥 쓰다듬는 것이다.”

그나저나 흉터라. 꽤 크게 날 것 같긴 하다.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상흔.

그러고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그림 하나씩 그려준 셈 아닌가.

문신 하나에 이런 상처 하나면 오래 못 살겠는데.

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뭐... 사내가 이런 흉 하나쯤은 있어야 어디 가서 꿀리지 않지요.”

“개소리를 잘도 하는 걸 보니 그새 다 나았구나.”

그렇게 잠시 나와 백세령을 앉히고 회의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담소율.

마지막에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본녀가 무림맹에 좀 가야할 것 같구나.”

“오...”

“맹주님을 뵈러 가시는군요.”

“그래. 정말로 혈옥마교가 부활하려는 것이면 반드시 제지해야 하니까.”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그녀에게 부탁할 셈이었는데.

“저도 가겠습니다, 태사부.”

“뭐? 안된다.”

“그럼 저두요, 스승님.”

“아니, 이것들이... 절대로 안되느니라!”

가뜩이나 몸도 다쳐서 극구 반대하는 담소율.

나는 차분히 그녀를 설득했다.

“따지고 보면 제탓 아닙니까. 끝까지 책임지고 싶습니다.”

“제가 장 소협을 더 잘 보살피지 못한 탓이에요, 스승님. 허락해주세요.”

하지만 정색까지 하며 고개를 젓는 그녀.

“혈혈동자의 이름값이 장난으로 들리더냐.”

여기서가 중요했다. 그녀를 설득해야 되는데...

다짜고짜 내가 양가장이 양광의 본거지고, 혈동자들이 키워지고 있고 하면 안 믿을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살짝 방향을 바꿔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내야지.

나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침울하게 입을 열었다.

“그자에게 당한 것이... 저와 같은 곤륜인이라 들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더구나.”

“제... 가족일지도 모릅니다, 태사부.”

“지나친 비약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허락은...”

“태사부. 동행만 하겠습니다. 그가 누구인지만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손까지 마주잡고 장화 신은 고양이마냥 두 눈을 애잔하게 치켜떴다.

“스승님, 정말로 무진과 같은 곤륜인이라면... 그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동향이란 것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잖아요.”

옆에서 백세령까지 나를 거들었다.

둘 모두 나의 비극적인 고향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까.

결국 담소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동행만이다. 알겠느냐. 특히 무진이 넌 상처가 중하니 혹여나 나설 생각일랑 절대 말거라.”

“예. 그 곤륜인만 확인하고 조용히 있겠습니다.”

“...세령이 네가 무진이를 감시하거라. 알겠느냐?”

“네, 스승님!”

다음날, 붕대를 전신에 둘둘 감싼 나와 그런 나를 부축하는 백세령.

그리고 담소율까지 마차에 타 섬서의 무림맹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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