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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50화 (50/230)

〈 50화 〉 빈집털이 (7)

* * *

“인원 보고.”

“하나!”

“둘!”

“셋!”

“야!”

이 새끼가?

왠지 꿀밤을 마렵게하는 빡빡머리 녀석의 뒤로, 8명의 혈동자가 인원보고를 마쳤다.

“두식이는 없네요, 무진.”

“양광과 함께 있나 봅니다, 아무래도.”

다행이랄까, 아니랄까.

장두식은 없었다.

“일단 이들에게 물어보죠.”

혈동자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우연찮게 마을에서 발견된 재능있는 고아도 있었고, 어딘가에서 경쟁에 밀린 차남도 있었고.

애진 누님과 다닐 때 만났던 박씨 아저씨처럼, 단전이 박살난 자도 있었다.

공통점은 전부 아이같은 몸집에, 붉은 눈동자를 지녔다는 것.

그리고 왠지 모르게 다들 기묘한 여성스러움을 풍기고 있었다.

“양광은 어디 있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신입과 함께 나가신 이후로, 소식이 없으십니다.”

“신입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잘은 모릅니다. 무당에서 데려왔다는 것밖에는.”

“아...”

역시, 장두식은 양광을 따라간 것이 맞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백세령의 손을 꼬옥 잡아주고,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밖에 동자궁이란 건 뭐지. 혈교에서 창관이라도 하는 건가?”

“맞습니다. 수많은 무림의 고수들과, 무림맹에도 저희의 손님이 계십니다. 물론 이곳이 혈교가 관리하는 곳이란 것은 모르겠지만요.”

“...명단은?”

없을 리가 없다.

뒤가 구린 놈들이 장부를 더 꼼꼼하고 확실하게 작성하는 법이니까.

“여깄습니다.”

두툼한 서책 한 권을 내미는 혈동자.

나는 책을 백세령에게 넘기고 다시 물었다.

“관리는 누가 하지? 양광이 주인인가?”

“보름 정도에 한 번씩, 위쪽의 양가장에 사람들이 와서 관리합니다. 양광님은 자주 오시진 않습니다.”

“그들은 혈교의 사람들인가?”

“네.”

아마도 다음 방문은 없을 거라고 생각됐다.

양광이 들킨 이상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겠지.

“양광에게 따로 연락받은 것은 없나?”

“네. 며칠간은 저희끼리 이곳을 통제했습니다.”

역시나. 양광은 이미 혈교로 갔거나, 다른 곳에 숨어있는 듯 했다.

‘그럼 이제 뒤처리를 해야겠는데...’

맹주가 섬서를 털다보면 이곳은 무조건 나오게 되어있었다.

안 나오면 내가 미끼를 던져서 들통나게 할 거고.

그 전에 챙길 것들을 챙겨야 했다.

“여기에 혈혈동자공의 비급이나, 단약같은 것이 있나? 대법을 시행하는 장소라던가.”

“따라오십시오.”

혈동자를 따라 간 곳은, 한층 더 깊은 곳에 있는 어떤 제단.

그곳엔 피로 쓰여진 글씨가 있었다.

­혈마재림 만마앙복(血??? ????)

분위기 제대로구만.

중앙엔 사람이 누울 수 있을 듯한 관이 하나 있었고.

짙은 피냄새가 제단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무진.”

“왜요, 세령?”

“여기... 이 옷...”

제단의 옆에서 백세령이 들고온 것은 해진 무복이었다.

무당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하얗던 무복.

“...”

옷 소매 쪽에는 혜인이라는 글자가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가져왔습니다.”

잠깐의 침묵 사이로 혈동자가 무언가를 들고왔다.

비급 하나와, 역한 피냄새를 풍기는 함.

“...심법에 관련된 것은 없군.”

“대법을 시행하면 자연스럽게 알게될 거라고 양광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흠...”

여자라도 있으면 몰래 따먹어서 심법을 배워보겠는데.

동자공이라고 자랑하는지 죄다 남자놈들 뿐이었다.

아무튼 이어서 함을 열어 보니, 짙은 핏빛의 단약 여러 개가 들어있었다.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역함.

구토가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이건... 뭐지?”

“실패자들로 만든 혈단(血?)입니다.”

“씹...”

이걸 먹으면 사람 하나를 먹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내공 늘리는 게 좋아도 이건 아니었다.

‘이걸 먹느니 당장 돌아가서 담소율을 따먹지.’

함과 혈단은 나중에 불태워버리라 명령하고, 혈동자들을 한군데로 모았다.

“앞으론 혈교가 아니라 나를 주인으로 모신다. 알겠나. 세령 또한 너희들의 주인이다.”

“알겠습니다, 주군.”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하는 혈동자들.

각자의 경지가 백세령의 기세와 비슷했다.

이곳의 남자들은 절정 수준이 거의 무인으로서의 끝인 걸 생각하면, 미친 수준이었다.

‘미색령과 공화춘이라는 편법이 없었다면...’

도리어 나와 세령이 당했을 거다.

언제까지 이런 편법으로 적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

“무진? 이들을 어찌 하려구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들이에요. 미색령으로 잘 통제해서, 혈교에 간자로 심는 겁니다, 세령.”

내 설득에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럼 이곳은 어떻게 할 건가요?”

“맹주님께 알려드려야죠. 적당한 시기에.”

몰래 나온 것이니 대놓고 알려줄 수는 없고.

맹주가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면 넌지시 혈동자들을 통해 이곳을 드러내야지.

‘혹시 양광이 그 사이에 올 수도 있으니, 대비를 해놔야겠어.’

혈동자들에게 미리 명령을 내려두고, 우리는 지하를 빠져나왔다.

“후, 하아...”

착 달라붙는 암행복 위로 커다란 볼륨감을 드러내는 백세령의 젖가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으며 다정스레 물었다.

“갑갑했죠, 세령.”

“...네. 상상이상으로... 혈교는 역겨운 존재들이네요.”

동자궁이나 혈단이나.

줄글이 아닌 현실의 혈교는 그녀의 말대로 상상이상으로 불길하고 역겨웠다.

새삼 내가 살던 현대가 얼마나 인간다웠는지도 깨달았다.

‘역시 강해지는 게 필수야.’

내공 증진은 떡치는 걸로 충분하니, 앞으론 무공에 할애하는 시간을 늘려야할 듯 했다.

“정말... 화가 나요, 무진.”

미약하게 떨리는 세령의 목소리.

분노와 함께 은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저두요, 세령. 아주 혼쭐을 내주고 싶어요.”

나는 세령을 끌어안고, 천천히 등을 토닥였다.

그녀 또한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 가만히 숨을 골랐다.

*

“...이놈은 어딜 간 게야?”

소서화를 닦달해서 좋은 술 한 병 얻어냈더니.

같이 마시고 싶은 두 녀석이 사라져 있었다.

‘쯧... 세령이나 잔뜩 먹이려 했거늘.’

벌써 이틀이나 무진과 잠자리를 하지 못했다.

무진이 불을 지핀 여인의 쾌락은, 무진이 해소해주지 않으면 한없이 타올랐다.

“흠... 등불도 차갑고. 나간 지 오래였구나.”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려니, 희미하게 제자의 냄새가 났다.

항상 품에 안으면 아이처럼 풋풋한 살냄새를 내던 세령이가.

어느새 커서는 성숙한 여인의 향을 뿌리고 있었다.

자신처럼 무진과 사랑에 빠져, 달콤한 애정을 흘리고 다녔다.

“둘이... 어디 밤마실이라도 나간 겐가...”

마차에서 부쩍 둘이 가깝지 않았던가.

스승이 있는데도 서스럼없이 입까지 맞추고.

그것도 아주 찐하게.

“괘씸한 놈. 못된 놈.”

그래도 주책맞게 찾으러 나가는 건 스승으로서도, 부모로서도, 여자로서도 안될 짓이었다.

그렇다고 소서화에게 돌아가기도 뭣했다.

‘한참을 붙들고 있다 나왔으니.’

막역한 사이임에도, 무진과의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었다.

그만큼 그와의 날들은 격렬하고, 또 욕정적이었으니까.

밤마다 무진을 안지 못하면 안달이 날 정도로.

“방에서 혼자 걸쳐야겠구나.”

적적한 밤에, 적적한 기분이었다.

*

“부르... 셨던 것이에요, 할머님?”

“그래. 세령이랑은 별탈 없었지?”

“네에, 후... 그냥 이야기만 조금 나눈 것이에요.”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소서화는 손녀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령이가 손녀의 망령에서 벗어나 경지에 올랐기에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담소율과 세령을 볼 면목이 없었다.

“소녀도 지킬 건 지키느읏... 후, 것이에요.”

“그래, 잘하였다. 그리고... 조만간 비밀 조사단이 꾸려질 텐데, 소유 너도 참가했으면 좋겠구나.”

소서화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소소유에게 전했다.

위험하겠지만, 평화의 시기에 미리미리 잔혹함을 겪어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진정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팔이 굳지 않을 테니.

“이야기 들었어요, 할머님. 혈교의 잔당이 발견됐다고... 으응...”

“...잠이 부족한 게냐?”

자꾸만 대화 도중 한숨을 내쉬는 손녀.

얼굴도 살짝 몽롱한 것이, 잠이 부족한가 싶었다.

“아니요, 그냥 조금 더운 것이에요. 후우...”

“흠, 초여름이라 슬슬 더워지긴 한다만. 야밤에 검이라도 휘둘렀느냐.”

“움...”

수련이라.

소소유가 곰곰이 생각했다.

혼자 있을 때 열심히 각좆으로 엉덩이를 쑤시는 것.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리 해야될 것 같아 그리했다.

누군가에게 받은 듯한 냄새나는 손수건에 코를 처박고, 저녁 식사 후 내내 그리했다.

숨이 헐떡여지고, 땀이 막 나고.

아랫도리가 미친 듯이 근질거렸다.

조금 이상하지만, 수련이랑 똑같았다.

소소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수련을 조금 한 것이에요.”

무릎 꿇은 종아리 위로, 톡톡 떨어지는 물방울이 느껴졌다.

소서화의 안색이 밝아졌다.

‘잘됐구나.’

너무 이른 나이에 경지에 올라 점점 수련을 소홀하는 것이 보였는데.

세령이가 뒤쫓아오니 손녀도 더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듯 했다.

“후훗, 세령이를 보더니 마음이 동하는가 보구나. 정진하거라.”

“오호홋♡ 허접선녀가 저를 따라잡으려면 백년은 이른 것이에요.할머님.”

저 은근히 화가 나는 웃음과 손짓만 어떻게 하면 좋을 텐데.

소서화는 아쉬움을 접으며 손녀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음?”

그런데 손녀가 앉았던 방석 위가 살짝 젖어있었다.

"칠칠맞기는."

차라도 조금 흘렸나 싶었다.

*

방으로 돌아온 소소유가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오옷...”

사타구니에서부터 찌릿하게 올라와 정수리를 찌르는 느낌.

이 느낌 때문에 할머님과의 대화에 전혀 집중하질 못했었다.

“후으으...”

이상했다.

자꾸만 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한숨이 쉬어지고.

분명 백세령을 만나러간 방에서, 무진이라는 사내를 만난 이후로 그랬다.

‘허접 까망이가 소녀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것인가요?’

아주아주 새카만 피부의 남자.

몇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그가 익숙했다.

눈을 감으면 그의 냄새와, 체온과,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마치 몸이라도 섞은 것처럼.

‘망측한! 소녀의 순결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에요!’

무림맹주의 하나뿐인 손녀.

약관의 나이에 초절정에 다다른 무재!

그리고 육봉이룡 중 최강!!

모두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널리고 널린 중원의 후기지수 중 자신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저 덩치만 큰, 그런 허접한 사내 따위와는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격차가 있었다.

“허접선녀도 참 보는 눈이 없는 것이에요♡”

소소유가 치마를 들춰올리며 그리 혼잣말을 내뱉었다.

얇디 얇은 천잠사가 찢어져, 비부와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중에서도 검고 두꺼운 각좆을 꼬옥 물고 있는 뒷구멍.

우둘투둘한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와 입술을 짓씹었다.

“후으읏... 수, 수건은 어디 있는 것이에요...?”

혼자 있으니, 수건에 남은 찐득한 냄새를 맡으며 어서 엉덩이를 쑤셔야했다.

“여깄다♡”

얼른 가져와 코에 대고,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쓰웁, 후우움...”

뇌를 마비시키는 듯한 꿉꿉하고 질척한 냄새.

중독될 것만 같은 냄새.

사내의 냄새.

“오홋♥ 흐오옷...♥”

쮸봅쮸봅쮸봅쮸봅!

소소유의 손이 쉴 새 없이 각좆을 쥐고 흔들었다.

찌익찌익 뿜어낸 조수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결국 지쳐 쓰러질 때까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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