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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52화 (52/230)

〈 52화 〉 두더지 잡기 (2)

* * *

담소율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단천파둔신공.’

오랜 친우이자, 같은 절대지경의 고수인 소서화의 독문무공.

일인전승의 무공으로, 중원에 혜성같이 나타난 소서화에게파천검선이란 별호를 내려준 희대의 무공이다.

그래, 일인전승.

소서화가 무림맹주가 된 뒷배경에는 물론 절대 고수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혼자라는 것이 컸겠지.’

더럽고 질척한 정치 싸움을 할 세력 자체가 그녀에겐 없었으니.

오대세가와 구파일방 모두 입을 모아 그녀를 첫 무림맹주로 내세웠었다.

그렇게 그녀와 자신, 그리고 모든 무림인의 처절한 노력으로 혈교를 물리치고.

평화의 시기에 혼인을 했던 소서화.

‘서화의 남편이 죽은 지 올해로 20년째던가.’

이어 그녀의 딸 또한 혼인을 올리고, 모두의 축복 속에 태어난 것이 소소유.

평범했던 딸과는 달리 하늘이 내린 무재라 불리며 두각을 나타냈던 소소화의 손녀.

‘용의자는 이 둘 뿐이다.’

바로 옆에서 무진의 수련을 보며 연신 감탄을 터트리는 친우와.

발 아래의 전각 어디선가 곤히 자고있을 소소유.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

“응? 아, 아니다.”

상념에서 깨어나보니 어느새 무진은 들어가고 없었다.

가슴의 상처가 터졌던데, 직접 의실로 데려갔어야 했나 싶었다.

“소율아.”

그래서 급히 무진을 찾으려가는 찰나, 자신을 붙잡는 소서화.

“왜?”

“내가 한 번 만나봐도 되겠지, 네 제자?”

“...아직 안 만나 봤느냐?”

네 년이 아니었느냐?

자신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서화.

“그럴 시간이 어딨었겠느냐. 비밀 조사단 일로 어제는 하루종일 원로들과 씨름했다.”

하긴, 그랬었지.

그리고 밤에는 자신과 술판을 벌였고.

소서화는 물리적으로 무진과 관계를 맺을 시간이 없었다.

‘무진이 놈이 한 번 싸고 그만 둘 리도 없고.’

기본 대여섯번의 진득한 사정으로 비부 속을 채우는 짐승 같은 놈 아니던가.

서화를 안았다면 몇 시간이고 끈질기게 범했을 것이다.

‘헌데 그럼...’

소서화가 아니라면, 벌써 손녀인 소소유와 교접을 했다는 뜻이란 말인가?

‘이... 이 미친 색마놈!!’

고작 하루다. 무림맹에 온 지.

그 하루만에 무림맹주의 금지옥엽을 눕혀?

당황에 살짝 머릿속이 마비된 담소율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혹시, 소유에게 정인이 있느냐?”

“흠, 왜? 네 제자놈과 이어주기라도 하고 싶더냐. 뭐, 마음에 든다만... 그것은 우리 소유가 결정지을 일이지.”

“그, 그렇지.”

“그래도 뭐... 한 번 붙여주고는 싶구나. 저런 사내를 어디서 구하겠어.”

담소율은 친우를 말리고 싶었다.

그러다 네 손녀가 교접 밖에 모르는 바보가 될 거라고.

지금도 살짝 푼수끼가 보이는데, 진짜 위험해진다고.

“...붙이다니, 무슨 소리냐.”

“조사단 말이다, 소율아. 세령이랑 소유, 그리고 저 녀석. 함께 동행시키면 괜찮지 않겠느냐.”

그 마음도 모르고, 소서화는 손녀를 색욕의 구렁텅이로 들이밀고 있었다.

‘좋은 경험들이 될 테지.’

소서화는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를 재어봤다.

소율의 제자, 백무진.

단단한 한철 같은 신체도, 선이 굵은 얼굴도, 저 대단한 재능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여인네를 끌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

저 담소율마저 계집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진의 무언가가.

그리고 그것이 발칙한 손녀를 제지해줄 회초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아끼고 아끼는 손녀의 정인이 될 사내라면.

마땅히 저 정도는 되는 사내여야 하지 않겠는가.

‘곤륜인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만...’

뭐, 그것은 인간 대 인간으로 가까워지면 괜찮을 것이다.

자신 또한 평범한 이를 만나 혼인했었으니.

“...별로 좋지는 않아보인다만, 서화. 아이들만 동행했다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

그러나 담소율은 입에 문 생선을 빼앗기기 싫은지 거부의 뜻을 보여왔다.

제자들에 대한 걱정과 사내에 대한 연정이 섞여 나온 말이겠지.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혈교의 잔당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 이상 지금처럼 평화롭지는 않겠지.”

“...”

“더 늦기 전에, 검을 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때지 않겠느냐, 소율.”

말로써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라면 오래도록 해왔었다.

이 무림맹은 작은 중원이나 다름없었으니.

“하... 진정 그 셋을 엮어야겠느냐.”

“같은 후기지수기도 하고, 너와 내 제자들이 가까워지는 게 어때서.”

“...그래, 알았다.”

담소율로서는 더 거절할 명분도, 말도 없었다.

어린 시절 기저귀를 갈아주던 소유가...

무진이 놈에게 앙앙거리며 박히는 것이 잘 상상은 안 됐지만.

‘미안하구나, 소유야...’

부디 소유가 무진의 손아귀에서 잘 버텨주기를.

먼저 그의 것이 된 담소율이 마음속으로 조심스레 합장했다.

*

“후, 감사하오.”

“우붑... 움, 츄르릅...”

“크으... 빠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오, 의원님들.”

“후후, 감사해요 대협.”

무림맹의 의실은 상당히 수준 높은 곳이었다.

터진 상처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치료해내었고.

‘내 자지에서도 무자비하게 정액을 빨아가는군.’

두 의원이 돌아가며 상처를 매만지고 자지를 빨기를 한 시간.

나는 개운한 얼굴로 바지춤을 들어올렸다.

“또 다치시면, 꼭! 의실로 와주세요, 백 대협.”

“대협 같은 분이 다치는 것만큼, 중원에 슬픈 일은 없을 거에요.”

내 팔뚝에 앵기는 두 의원의 엉덩이를 느긋하게 주무르며 답했다.

어딜 가도 무림인들이라, 일정 수준 이상의 먹음직스러운 몸매들을 자랑했다.

‘이게 떡협지지.’

시발 주인공 이 고자 새끼.

그러고 보니 녀석이 담소율에게 거둬지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때를 봐서 놈이 존재하는지 정도는, 확인해 봐야겠지.

“알겠소. 내 다치면 꼭, 이리로 오지.”

아무튼 흑천묵지신공의 새로운 능력 개발과 더불어.

새 좆집까지 생겼으니 만족스러운 아침이었다.

“그럼 가보겠소.”

“네, 다음에 또 봐요 대협!”

풀어헤쳐뒀던 레게 머리를 묶고, 밖으로 나가니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무복, 그리고 오른쪽 가슴팍에 노란 실로 주작이 새겨져 있는 여인.

“갈 부단주님.”

“찾고 있었습니다, 백 소협.”

“어인 일로?”

혹시 안에서 하는 걸 듣고 몰래 밀실로 가자던가?

“맹주께서 찾으십니다.”

“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의원들의 무공은 생각보다 별 볼 일 없었기에, 갈 부단주님은 어떤가 싶었는데.

그렇게 그녀를 따라가니 이번에도 맹주실이었다.

“들어가시지요.”

“네.”

안쪽엔 맹주와 담소율, 그리고 백세령과 소소유가 있었다.

“맹주님, 백무진입니다.”

“그래, 어서 오게. 다 모였구만.”

인사를 올리며 묘하게 달뜬 소소유의 얼굴을 살펴보니.

명령대로 착실하게 뒷구멍에 각좆을 박아둔 모양.

‘젖탱이 존나 크네 진짜.’

나는 스페이드 문신을 소소유의 어디에 새길지 고민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꺼내는 소서화.

“본인이 자네와 세령이, 그리고 소유를 부른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아앗, 할머님! 설마 허접한 사내 따위에게, 흐읏... 후, 소녀와 같은 조사단원을 맡기시려는 것이에요?”

소서화의 말을 자르고 들어오는 소소유.

맹주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백 소협, 손녀딸이 본인이 해줄 말을 대신 해줬군.”

역시, 그때 방에서의 기억은 지워뒀던 터라 예절 주입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안 지웠으면 이미 무림맹 지하감옥에 갇혀있겠지.

‘이따 방에서 보자.’

훈육은 이렇게 반항을 해야 제맛이니까.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당연히 응해야지요. 심지어, 가해자가 무당의 일원이었던 자라 의심되는 상황이니까요.”

“시원시원해서 좋군, 백 소협.”

“과찬이십니다.”

간단하게 포권을 올리는데, 담소율이 입을 여는 것이 보였다.

“그,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 무진아, 세령아.”

“괜찮아요, 스승님. 저 역시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예, 태사부. 걱정하지 마십쇼.”

뭐가 마음에 걸리는지 거절의 뜻을 물어보는 담소율.

서방님을 걱정해주는게 기특하기는 했지만, 이번엔 나도 참가할 생각이었다.

‘새로 배운 것도 써봐야 하고. 무엇보다 실전이 필요해.’

솔직히 제대로 싸운 적도 얼마 없지 않은가.

전부 편법과 사술을 썼었지.

따라서 지금의 내가 어느 정도인지, 평범한 대련이 아니라 실전으로 테스트를 해봐야 했다.

‘그리고 하나 더.’

혈동자들이 분명 섬서에 숨은 혈교의 잔당들을 알고 있을 터.

동자궁과 그 지하의 제단은 결코 그놈들만으로는 세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놈들의 정보로 쥐새끼들을 찾아서 털고, 조지고.’

당연히 내 이름값은 올라갈 거고. 실력 또한 늘어날 거라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적들도 나를 알게 되겠지만...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었다.

“세령이와 자네, 그리고 소유가 하나의 조사대가 되어서 단독으로 조사해 주시게.”

“저희 셋이서만... 직접이요?”

의외였다. 조사단에 편입을 시킬 줄 알았는데, 셋이서만 단독행동이라.

아마 맹주의 사람이 몰래 뒤에 붙을 듯 싶었다.

“그래, 세령아. 이는 너희가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하기도 하고.”

“또, 너희들이 진정으로 강해졌으면 하기에 믿고 맡기는 것이다.”

“맹주님, 스승님...”

담소율과 소서화의 말에 놀라는 백세령.

그녀가 벌떡 일어서더니, 담소율에게로 가 안기는 것이 보였다.

무림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두 절대 고수의 인정에.

백세령이 가슴이 벅차올랐다.

“감사해요, 스승님! 저 꼭, 혈교의 잔당들을 찾아내 토벌하겠습니다!”

“네 경지가 오르지 않았다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믿어주세요, 스승님. 제자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래, 기대하마.”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담소율을 격하게 끌어안는 세령.

내 여자 둘이 사이좋게 부비는 것을 보니, 자지에 뻐근하게 피가 쏠려왔다.

‘조금만 참자.’

돌아가면 방에서 몰래 소소유의 쫀득한 뒷보지를 맛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소소유에게로 고개를 돌리니.

가슴만큼이나 빵빵하게 부푼 볼따구가 보였다.

앞에 있는 탁자를 탁, 하고 치며 앙칼지게 외치는 그녀.

“소녀는 절!대!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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