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두더지 잡기 (3)
* * *
“소, 소유야...?”
내심 자기도 안아주기를 바랬는지, 팔을 벌리고 있다가 그대로 굳은 소서화.
소소유가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나를 삿대질하며 선언했다.
“한심한 사내 따위에게는 아무것도 믿고 맡길 수 없는 것이에요!”
“소유야!”
슬슬 언성이 높아지는 소서화.
하지만 그에 지지 않고 나를 노려보며 앙칼진 눈빛을 빛내는 소소유.
“흥, 뭐라고 말 좀 해보는 것이에요 새까만 허접!”
“...”
“이것이 오냐오냐했더니, 아주 막나가는구나!”
소서화가 화를 내며 일어서자, 소소유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팔짱 낀 손 위로 한가득 젖탱이가 부풀어 올라온 것이 보였다.
“소녀가 뭘 보고 저 허접한 사내를 믿어야하는 것이에요, 할머님?”
“그건 당연히...”
“무려 혈교의 잔당인 것이에요! 할머님과 천극혜검께서도 누누이 그 위험성을 알려주시지 않았나요? 덩치만 큰 허접한 사내에게 소녀의 등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에요.”
조곤조곤 따져드는 손녀딸의 말에 소서화가 잠깐 화를 누그러트렸다.
‘흠... 소유의 말도 일리가 있긴한데.’
담소율의 제자.
이것 하나만으로는 저 발칙하고 오만한 손녀의 성격이 굽히질 않을 것이다.
아침에 본 것은 소율과 자신만이 알아야할 종류의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그럼, 확인해보면 함께 하겠느냐?”
“확인... 말이신가요, 할머님?”
“그래. 그리도 성을 내니, 네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소서화의 물음에 홱하고 나를 노려보는 소소유.
살살 말려올라간 입꼬리가 너무 얄미워 보였다.
“어쩔 건가요, 허접? 무서우면, 후우... 그냥 그 쪼그만 꼬리를 말고 도망가도 된다는 것이에요.”
“흐...”
“지금 비웃는 것이에요?!”
지금 이 상황에도 그녀의 뒷구멍에는 커다란 각좆이 박혀 꿈틀대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말 중간중간 새어나오는 신음과.
불편한 듯 앉은 자세를 자꾸 뒤바꾸는 소소유.
진한 차향에 묻혀 다들 모르는가 싶은데.
색공을 익힌 내게는 소소유의 달큰한 애액 냄새가 아주 선명하게 맡아졌다.
“대련 좋습니다. 하지요.”
“흥, 허접한 사내 주제에 광오한 것이에요!”
“대신.”
“대신...?”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기면, 공개적으로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읏... 사과는 무슨...”
“저를 모욕하셨으니, 그것은 제 태사부이신 담 장문인을 욕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읏... 그건, 확대해석인 것이에요!”
“그럼 제가 소 소저의 사문을 욕한다면, 그냥 넘어가실 겁니까?”
이건 너도 할 말이 없겠지.
중원에서 가족, 문파, 스승, 이런 것들은 전부 자신과 혼연일체다.
그런 걸 욕한다?
칼밥 좀 먹었다는 정파의 인간들은 절대로 못 넘어간다.
“...아뇨.”
제 잘못은 아는지 목소리가 작아진 소소유.
자꾸만 자지에 피가 쏠리게 하는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사과하시겠습니까?”
“큿...”
그녀의 시선이 다시 자리에 앉은 소서화를 향했지만.
맹주로서도, 가족으로서도 소서화는 이번 일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된통 혼나보거라, 소유야.’
관건은 무진이라는 사내가 소유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아침의 그것을 보아선 꽤나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어젯밤부터 손녀가 조금 아픈 것 같기도 하니.
그녀는 손녀의 갱생을 위해 약간의 부정을 눈감았다.
“진다면 본인이 직접 시키도록 하겠네, 백 소협.”
“으읏, 그럼 소녀가 이기면...”
“백 소협은 조사대에서 빠질 게다.”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소소유.
나 또한 흔쾌히 그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지금 바로 하는 것이에요, 허접!”
“알겠습니다.”
잠시 뒤, 맹주실에 있던 인원 그대로 연무장에 다시 모였다.
소소유는 소서화에게, 나는 담소율에게로 갔다.
“세령아, 잠시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아... 네, 스승님.”
담소율의 말에 혼자 멀찍이 떨어져 서있는 백세령.
슬쩍 손을 흔들어주고 담소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 미친놈!”
“아니, 다짜고짜 욕을 하시면...”
“그새 소유랑 잤느냐!”
“...아.”
봤구나, 아침에.
어쩐지 묘하게 누군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답했다.
“예... 뭐, 어쩌다 보니.”
“...하. 파둔신공에 관한 것은, 우선 본녀가 알려줬다고 했느니라.”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으론 좀 은밀한 곳에서 해야할 듯 싶었다.
자칫하면 남의 무공을 훔쳤다는 누명을 얻게 될 수도 있으니.
“죄송합니다, 태사부.”
“죄송하면, 이기고... 오늘 밤은, 본녀의 침소로 오거라.”
흠. 오늘도 세령한테 자궁 마사지 해주려고 했는데.
귀를 붉히는 담소율을 보니 오늘은 그녀에게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귀여운 사부를 안 따먹고는 못 배기지.
“그리도 제자가 고프셨습니까.”
“...흥.”
겨우 3일 내비뒀다고 삐지는 꼴이라니.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은 걸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침소에서 나체로 기다리십시오.”
“그... 이, 이 녀석이...”
“알았지, 소율?”
나긋하게 귓가에 속삭여주니, 화들짝 놀라며 떨어지는 그녀.
“...알겠, 느니라.”
둘만 있었더라면 게걸스럽게 입술이라도 빨아줬을텐데.
아쉬움을 감추고 중앙의 연무장으로 발을 옮겼다.
“늦는 것이에요, 허접! 천극혜검께서 단천파둔검법의 파훼법이라도 알려주신 건가요? 역시 여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허접한 사내다워요.”
올라서자마자 가차 없이 나를 매도하는 소소유.
그녀의 허리춤에는 못 보던 검이 매달려있었다.
“대련은 누군가 항복을 외치면 그만하는 것으로 한다. 또한 살초는 금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부상은, 허용하도록 하지.”
생각보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진짜 위험한 일이 일어난다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겠지.
“흥, 할머님께서 단단히 이를 가셨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소 소저.”
나는 그녀를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하며 포권했다.
“오호홋♡ 질 것 같으니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군요. 그래도 소녀는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에요.”
야발련이 진짜.
화가 치미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자세를 잡았다.
마찬가지로 검을 뽑아들어 기수식을 취하는 소소유.
‘자세가 어정쩡한데.’
역시나 뒷구멍에 박힌 각좆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지.
치맛단 아래가 드러나지 않게 자세를 잡은 그녀.
그럼에도 꽤나 살벌한 기세가 전신을 찔러오는 것이 느껴졌다.
‘검도 평범한 장검과는 다르네.’
둔검의 효용을 제대로 살리기 위함인지, 일반적인 장검보다는 길고 두꺼운 검.
나는 차분히 흑천묵지신공을 끌어올렸다.
“그럼, 시작!”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잠깐 소소유를 관찰했다.
느긋하게 아래로 늘어트린 장검.
리듬을 타듯 살랑살랑 검끝이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먼저 들어오는 것이에요. 무림의 선배로서, 열 초를 양보하도록 하죠.”
“그럼 기꺼이.”
준다는 데 안 받을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도 내가 후배 아닌가.
천천히 보법을 밟으며 소소유의 주변을 돌았다.
한 걸음씩, 주춤거리며 나와의 정면을 유지하는 그녀.
‘역시, 격하게 움직이면 잔뜩 느낄 걸 알고 있구만.’
빼라는 명령이 없었으니, 춘약이 덕지덕지 발린 각좆을 넣고 적어도 하루는 있었다는 소리다.
중간중간 혼자 있을 땐 그걸로 열심히 쑤셨을 거고.
즉, 그녀의 뒷보지는 지금 내가 하루종일 개발해둔 조루 보지나 다름이 없다는 소리.
더 볼 필요도 없었다.
“갑니다!”
“얼마나 허접한지 볼... 꺄아앗?!!”
나는 자세를 바짝 낮추고, 구름을 거닐 듯 소소유의 하반신으로 달려들었다.
딜도가 꼽힌 암캐는 아래쪽을 노리는 게 당연하지.
“저, 저 놈이!”
“역시 무진... 종잡을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하네요.”
“저것이 무, 무어야...?”
셋의 당황 섞인 감탄과 함께, 소소유가 황급히 검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무진이 짐승처럼 몸을 낮춘 채 달려들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초식인가요!’
본래라면 보법을 밟아 여유롭게 뒤로 빠졌을 것이나.
‘지금 격하게 다리를 놀리면, 절대로 아니되요!’
엉덩이에 가득 들어차있는 각좆이 이리저리 뒤틀리며 자신을 절정으로 이끌 거고.
그러면 끝장이었다.
전신을 뒤덮는 쾌락의 파도를 이겨낼 자신은 없었다.
“흐으읏...!!”
카앙!
그러나 다급히 내려친 검에는 내공도, 힘도 부족했다.
검게 물든 무진의 팔이 소소유의 검을 가볍게 쳐내었다.
“검이 가벼우십니다.”
“이익... 닥쳐욧!!”
높게 들린 검과 지척까지 다가온 거대한 몸집의 사내.
순간 두려움을 느낀 소소유가 저도 모르게 보법을 밟아 뒤로 몸을 움직였다.
“흣, 호옷, 흐으응...!”
사방팔방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며 무진의 돌격을 막아냈다.
위협적이었는지 돌진을 멈춘 무진.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소소유가 부르르 떨리는 허리를 간신히 붙잡았다.
‘차, 참았어요.’
민둥민둥한 각좆이면 그나마 나을 텐데.
우둘투둘하고 힘줄까지 섬세하게 새겨진 각좆이 민감한 장벽을 박박 긁어대어 절정 바로 직전까지 갔다왔다.
지금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
빠르게 안색을 정리하고 검을 고쳐잡았다.
“겨, 겨우 그정도 인가요, 허접!”
“그럼 다시 가겠습니다.”
“힉...”
다시 온다고? 소소유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어떻게든 오지 못하게, 초식을 펼쳐야 했다.
‘하, 하지만 이제야 겨우 1초식 째인데...!’
고수로서의 자존심이냐, 인간으로서의 체면이냐.
아직 어린 소소유는 둘 다 포기하지 못해 결정이 늦었고.
또다시 무진의 태클이 소소유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오, 오지 말라는 것이에요!”
결국 그녀가 택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체면.
소소유의 자궁에서 맴돌던 파둔신공의 내기가 순식간에 검에 깃들었다.
육중한 둔검이 공간을 점하고, 그대로 무진의 등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양보했음에도 초식을 사용한 이상 이미 소소유의 패배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태극과 파둔을 끌어올리며, 왼손을 위로 쳐올렸다.
“흐읍!”
아무리 고절한 무공이라도 당사자가 정상이 아니어서야 위력은 반감이 되는 법.
회전과 파둔으로 인해 강한 반탄력을 가지게 된 호신강기와 검이 맞붙자.
카아아앙!!
“흐아앗!?”
거친 소리와 함께 소소유의 검이 하늘을 날았다.
경악과 당황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
나는 그대로 달려나가 어깨로 소소유의 아랫배를 들이받았다.
“응오옷...♥”
몰캉한 뱃살이 단단한 어깨 근육에 짓눌리고.
그녀의 후장에서 잠자고 있던 각좆이 강한 충격에 소소유의 장벽을 긁어댔다.
‘간다, 간닷...’
소소유의 비부가 푸슛하며 애액을 내뿜었다.
검도 놓쳐버리고, 배를 들이받히자마자 쌓였던 쾌락이 단번에 밀려오고 있었다.
츄브븝...
그리고 힘이 풀린 애널에서 스르륵 빠져나오는 커다란 각좆.
“하악♥ 호오옷...♥?!”
이어 밀쳐진 몸이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빠져나오던 각좆이 단숨에 소소유의 장벽 깊숙이 파고들었다.
“앗...♥”
찰팍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가 땅바닥에 짓눌린 소소유가 고개를 팍 꺾었다.
침까지 흘리며 절정에 몸을 떠는 소소유.
“소 소저?”
“후읍...♥ 으긋♥”
나는 실시간으로 뒷보지의 맛을 알아가는 그녀를 보며 느긋이 기다렸다.
이 대련은, 항복을 말할 때까진 끝나지 않으니까.
“읏♥ 앗♥ 또, 또 가앗...♥”
그렇게 정적이 흐르는 연무장에서 연신 움찔거리는 소소유.
“...핫?”
한참을 그러다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귀여운 신음과 함께 나를 노려본다.
“소, 소녀는... 아직 지지, 지지 않았어욧...”
“검은 저쪽에 있습니다.”
뒤로 대충 3미터 쯤 날아가 연무장에 박혀있는 그녀의 검.
고개를 돌린 소소유의 허벅지가 움찔움찔대더니, 이내 축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힘이 풀렸구만.’
경험상 저정도로 가버리면 허리고 다리고 안 움직인다.
하나하나가 다 자지를 화나게 하는 소소유의 몸뚱아리.
'끝내긴 아쉬운데.'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검을 뽑았다.
꽤나 무거운 장검.
가운데에 새겨진 파도 무늬가 인상적인 그 검을 소소유에게 돌려줬다.
“여깄습니다, 소 소저.”
“이익...”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분한 표정.
소소유가 검에 기대어 힘이 풀린 다리를 겨우 일으켜세웠다.
엉덩이를 꼬옥 조이며, 헐떡이는 얼굴로 다시 자세를 잡는 그녀.
“흐으, 들어... 오는 것이에요.”
“...소유야, 그만 하거라. 이 이상은...”
“아니요! 소, 소녀는 아직, 흐으읏... 항복을 말하지 않은 것이에요!”
옆에서 들려오는 맹주의 외침에도 투지를 불태우는 소소유.
‘그렇게 지기 싫은가.’
웬만한 여자들이면 그대로 바닥에 누워 암캐처럼 절정의 여운을 즐길 텐데.
미칠듯한 쾌락에도 꽤나 근성을 보여주는 소소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줘야지.
“알겠습니다, 소 소저. 그럼 고향의 기술이 아닌, 제대로 된 초식으로 상대해드리죠.”
“여, 역시! 그딴 허접한, 흐읏, 기술을 쓰니 소녀가 당황했던 것 뿐이에요!”
...적반하장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다리를 벌리고, 주먹을 쥐었다.
“흐읏... 후우, 후우...”
일변한 내 기세에,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는 소소유.
그녀를 보며, 태극과 파둔을 겹치고 쌓아올려 회전시켰다.
찰나의 순간 가속에 가속을 더한 오른팔.
“갑니다.”
“오는 것이에요!”
콰앙!
바닥을 박차자마자 순식간에 가까워진 서로의 거리.
소소유가 택한 것은 아까 전과 동일한 내려베기.
허나 방금 전과는 달리, 묵직한 거력이 담긴 것이 느껴졌다.
‘몸이 무겁다.’
주변의 모든 것을 제압하고, 선고하듯 내려오는 소소유의 검.
이게 진정한 둔검의 위력이겠지.
나는 무거워지는 몸을 강제로 비틀며, 오른팔에 담아뒀던 태극과 파둔을 해방시켰다.
무진류(???)
태극권(太??)
단천파둔검법(??????)
제 일초식(? 一??)
“흐아압!!”
“소녀의 승리인 것이에요!!”
각자의 기합성과 함께 주먹과 검이 맞붙는다.
나선파륜권(????)
단류일섬(??一?)
주변의 공기가 밀려나고, 뒤이어 들려오는 폭음.
두 개의 거대한 기파가 터져나가며 사위를 덮었던 빛무리가 사그라들고.
“흐읏...”
털썩.
소소유가 분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