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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54화 (54/230)

〈 54화 〉 두더지 잡기 (4)

* * *

“...자네 제자가 이겼구만.”

“...그러게.”

소서화의 말에 안타까움이 깃들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끼던 손녀.

패배해 주저앉은 모습에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배워나가는 것이다, 소유야.’

중간에 조금... 석연찮은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패배는 패배.

옆에 선 소율을 쳐다보니, 기쁨을 숨길 수 없는지 입꼬리가 씰룩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기쁨에 찬 표정을 여과없이 내보이고 있는 백세령.

“스승님, 무진이 이겼어요!”

“그래. 이제 네 차례겠구나.”

“네, 저두 꼭... 소유를 이기고 말겠어요.”

“후후. 내 앞에서 내 손녀를 이기겠다 하는 게냐, 세령아.”

“아, 맹주님...”

말끝을 흐리긴 해도, 승부욕으로 똘망똘망하게 빛나는 눈빛이 참으로 귀여웠다.

소유의 그, 발칙한 매도에 세령이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던가.

‘모두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구나.’

이제 슬슬 대련을 끝내야 할 때였다.

“일어나시죠, 소 소저.”

“읏... 다음 번엔, 반드시 소녀가 이길 것이에요.”

유녀봉 소소유, 그녀의 마음속에 첫 패배가 각인됐다.

밤처럼 새카만 사내가 안겨준 첫 경험.

억겁의 세월처럼 상대를 짓누르는 파둔이...

태극에 휘말려 갈가리 찢겨졌다.

“크읏...”

눈시울이 붉어졌다.

애초에 상대라고 부를 수도 없는 소서화와 담소율을 제외하고.

일생 처음 겪어보는 진한 패배감.

예쁘게 틀어올렸던 머리도 다 풀려선 치렁하게 내려앉은 것이 느껴졌다.

‘고작... 고작 허접한 사내 따위가!’

물론 몸 상태가 살짝 멜랑꼴리하긴 했지만.

‘그래도어찌 소녀가 사내 따위에게 진 것인가요...!’

꾸욱하고 작은 주먹을 쥐는 그녀.

육봉이룡의 이룡조차도 파둔의 삼초(三?)면 충분하거늘.

단 일초(一?)에, 그의 일권(一?)에 패배했다.

“...왜 울고 그러십니까.”

“울지... 않았어요! 훌쩍.”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새카만 허접, 무진.

‘...엄청, 크네요.’

이리 올려다보니 상상이상으로 커다란 사내였다.

그는 지금껏 보아온 그 어느 사내와도 달랐다.

소소유는 이상한 기분에 재빨리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흐잇?!”

하지만 이미 지나친 절정과 충격적인 패배로 인해 힘이 풀려버린 몸.

일어나는 대신 상체가 앞으로 쏠려 넘어졌다.

“어이쿠.”

“우읍...!”

엉겁결에 그런 자신을 받아준 사내.

뭔가 말캉하면서도 단단한 것이 콧가에 닿았다.

그리고 느껴지는 진한 땀내와, 왠지 모르게 익숙한 비릿한 내음.

“흐읏...!?”

아랫배가 징하게 울리는 느낌에 그녀가 다급히 무진을 밀어냈다.

아니, 밀어냈다고 생각했다.

“읏차, 제가 의실까지 옮겨드리겠습니다.”

실상은 힘이 다 풀려 끙끙대기만 했고.

결국 사내의 품에 안겨 번쩍 들어올려진 몸.

부끄러운 곳을 가리려 다급히 치맛단을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다.

“내, 내려놓으라는 것이에요!”

“저랑 같이 의실에 가서 진맥을 받아보시죠. 어차피 지금 다리에 힘도 풀리셨잖습니까.”

“그, 그런 것은 나중에 혼자 가도 되는 것이에요...!”

“아니, 같이 갔다오거라 소유야.”

“하, 할머님?”

소소유를 낚아채서 가려는 내 앞에 소서화와 담소율, 그리고 백세령이 다가왔다.

차분히 손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말하는 소서화.

“대련의 승패는 말 안 해도 알겠지.”

“...”

“소유야.”

“...소녀의, 패배인 것이에요.”

“그래.”

이어 소서화의 뒤로 다가오는 둘.

“수고했다, 무진아.”

“정말 멋졌어요, 무진.”

“둘 다 고맙습니다.”

담담히 나눈 눈빛에 서로가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만 담소율은 좀 더 진득했고, 세령은 애틋했다.

“흥.”

그리고 아래로 시선을 내리니, 뾰로통한 입술과 함께 나를 올려다 보고있는 소소유.

눈이 마주친 걸 깨닫고 다시 눈동자가 돌아가더니.

“치잇...”

이내 볼 곳이 없는지 결국 눈을 감아버린다.

‘품에 쏙 들어오니 안기는 편하네.’

포동포동한 살집 덕분에 안는 맛이 있는 몸뚱아리였다.

하긴, 저번에 뒤로 박을 때도 떡감이 좋았었지.

“세령이랑 같이 의실에 가있거라. 서화랑 본녀는 조금 뒤에 가마.”

“예.”

“어서 가요, 무진. 그리고 소유도, 다친 곳은 없지?”

“...소녀는 괜찮은 것이에요, 허접 언니.”

“후훗, 그래.”

이젠 소소유의 헛소리도 웃으며 받아주는 백세령.

그녀는 무진의 승리가 자신의 승리인 것처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반나절만에 또 오셨네요, 대협?”

“그렇게 됐소이다.”

의실에 소소유와 백세령을 데리고 오자마자 득달같이 나온 의원 둘.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는 걸 보니 실없는 웃음이 지어졌다.

“아쉽지만, 지금은 치료만 해주시오. 이따 쓸 곳이 있어서.”

“아앗... 너무하세요, 대협.”

“맞아요. 이미 저희는 대협의 것이 되었는데...”

보지를 내 자지 평수로 늘려주기는 했지만.

딱히 몸을 받기로 한 적은 없다.

“것보다, 소 소저의 상태는 어떠하오?”

“괜찮으세요. 몸이... 많이 민감하신 걸 빼고는.”

“민감하다니?”

모르는 척 물어보자 눈빛이 가늘어지는 의원 하나.

주위를 스윽 살피더니, 이내 가까이 다가와 속삭인다.

“동료가 말해주었는데, 글쎄... 유녀봉께서, 항문에 팔뚝만한 각좆을 꼽고 있으시더래요...!”

“어머어머, 미친... 아니. 상당한 취향이시네...”

이것 참, 미안하게 됐다.

이래서야 하루만에 소소유가 팔뚝만한 각좆을 꼽고 다니는 개십변태치녀로 낙인찍힐 것이 아닌가.

“그 사실을 누가 알고있소?”

“저랑 얘랑, 저쪽에 있는 둘 정도요?”

그래도 뒷수습은 해줘야지.

내 보지가 동네방네 치녀라고 소문나는 건 별로였다.

“적당한 때에 그 둘과 함께 나를 찾아오시오. 그 각좆만한 자지로 실신할 때까지 쑤셔줄 테니.”

“...정말인가요, 대협?”

“잠깐, 혹시...”

“거기까지. 혹여나 소 소저의 일이 바깥으로 새어나가거나, 그런 소문이 여러분 말고 다른 이들에게서 들려온다면. 내 직접 맹주께 말을 올리겠소.”

단호하게 의원의 말을 잘라냈다.

미리 제압해두지 않으면 소문이 어떻게 변질돼서 퍼질지 모르니까.

“선택하시오. 입을 잘못 놀려 쥐도 새도 모르게 매장 당하거나. 아니면, 여기 이 극태 자지로 열락을 맛볼 것인가.”

“여러 번 가도 되나요?”

득달같이 물어오는 그녀.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함구할게요, 대협.”

“그 두 년도 지금 당장 말을 해둘게요.”

“어서 가시오.”

다급히 방을 떠난 의원 둘을 뒤로하고, 붕대에 매인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순간 맞붙던 소소유의 검과 내 주먹을 떠올렸다.

‘봐준다고 힘 뺐으면 내 주먹이 잘렸겠는데.’

꽤나 깊게 패인 상처.

단천파둔검법 역시 신공(??)이라 불릴만큼 고강한 무공이었다.

소소유도 푼수끼가 보이긴 하지만, 그 상태로 내게 이정도의 상처를 남겼으니.

‘그래도... 성공적이다.’

초절정 고수의 일초(一?)를, 당당히 받아낸 것이다.

짜릿한 쾌감이 등골을 훑었다.

더욱 더, 강해지고 싶은 열망이 샘솟았다.

“헉, 헉... 대협, 전부 말하고 왔어요.”

“네엣... 다른 년들에게 말하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어요.”

다행이구만. 나는 두 의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엉덩이를 주물러주고.

잠깐 내 방에 들렀다가 소소유와 백세령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 왔어요 무진?”

대답 대신 다가오자마자 가볍게 입술을 훑고, 혀를 휘감아 입맞춤을 나눴다.

“움, 하아...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무진.”

“고마워요, 세령.”

열띤 얼굴로 속삭이는 그녀.

쪽쪽거리며 버드 키스를 해준다음, 뒤쪽의 소소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흐잇!”

깨있었는지 홱하고 고개를 돌리는 소소유.

세령의 허리를 감싸안고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흐, 흥! 딱히 당신같은 허접이 걱정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에요!”

“그럼 다행이구요.”

그리고 잠시 이어진 침묵.

소소유의 눈동자가 내게 기댄 세령을 향했다가.

다시 나를 향했다가.

어지럽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내 궁금증을 참지 못했는지 벌어지는 조그만 입술.

“호, 혹시 둘이...”

“맞아, 소유야.”

“...뭐, 뭐가 말인가요, 언니?”

백세령의 손이 무진의 볼을 붙잡고, 그대로 끌어당겼다.

“웁, 우움... 츕...”

그동안 무진에게 배웠던 것 그대로, 입술을 열고 혀를 그의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하나하나 맛보려는 듯 입술과 치열, 혓바닥, 말랑한 볼안쪽까지 전부 훑어내는 진득한 입맞춤.

순식간에 서로의 타액으로 범벅이 된 입가가 번들거렸다.

“츄릅, 쯉... 쪼옥..”

“후으, 세령.”

“봤지, 소유야? 하아... 츄릅, 무진은 내 남자야.”

그의 입가에 흐른 침까지 살뜰하게 혀로 핥아먹고선.

당당히 선언하는 백세령.

소소유가 홍시처럼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아, 그... 허, 허접끼리 잘 만난 것이에요...!”

“맞아, 무진은 허접하니까. 소유는 절대로 가질 생각하지마.”

“세령.”

“조용히 해요, 무진.”

그래. 스승님까지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다.

평생 홀로 살아오신 분이니, 무진 같은 듬직한 사내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이 이상은 안 된다.

더군다나 자신보다도 커다란 유방을 지닌 소유라니!

“누, 누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인가요!”

“나야 모르지, 아무튼.”

“하! 소녀와 같은 경지에 올랐다고 아주 기고만장한 것이에요 허접 선녀!”

“...시끄러워, 소유.”

백세령은 부끄럽지만 뿌듯한 심정으로 무진에게 안겼다.

잘했다는 듯 우악스럽게 엉덩이를 주무르는 커다란 손과.

몸이 폭 파고드는 듬직한 품.

‘거기도... 만져줬으면 좋겠는데...’

그의 손이 몸을 더듬을 때마다,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저속한 욕망.

아랫속곳이 촉촉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세령, 잠깐 소 소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같이 나누면 안돼요?”

“사과를 받을 거라.”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조건을 달았었지.

무진이 미안하다는 듯 이마에 입술을 맞춰주었다.

“소 소저께서도 공개 사과보다는, 제게 따로 해주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맹주께는 제가 말씀드리죠.”

“칫... 알겠다는 것이에요.”

“미안해요, 세령.”

“아니에요. 금방 나와야 해요?”

“네.”

달칵.

그렇게 세령을 내보내고, 나는 바지춤을 끌르면서 뒤로 돌았다.

허벅지 아래로 덜렁거리는 흑자지를 보자마자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그녀.

“조금 강한 허접 주제에, 소녀가 이런다고 고마워할...꺄읍!”

단숨에 입을 틀어막고, 누워있는 소소유에게 천천히 자지를 들이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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