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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59화 (59/230)

〈 59화 〉 두더지 잡기 (9)

* * *

“소 소저, 세령! 사람들을 지켜요!”

“알겠어요 무진!”

“읏... 꼭 설명하라는 것이에요, 허접!”

달려가며 외치는 내 목소리에 둘이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 활검문주의 모습을 보고선 눈치챘겠지.

“바, 박 사제...?! 끄아악!”

“이게, 뭐... 아, 안돼... 흐아아악!”

서스럼없이 방금까지 함께 있던 사제들을 찌르는 혈교의 쓰레기들.

‘둘이 잘해주기를 바래야지.’

나는 말없이 시선을 돌려 주먹을 내질렀다.

검과 주먹. 선혈과 칠흑이 맞붙었다.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게다.”

“퍽이나.”

까득. 한껏 비웃는 목소리에 진서연의 이빨이 갈렸다.

내기를 한껏 때려박아 짙어진 선홍빛 장검을 남자의 몸에 그어냈다.

뱀이 먹잇감을 사냥하듯, 한 번 한 번 깊은 살의를 담아.

카각, 카가가각!!

“흐...”

하지만 저 뭔지도 모를 새카만 강기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는 자신의 검.

오히려 검을 쥔 자신의 손이 저릿하게 떨려왔다.

‘갑자기 어디서 이런 고수가 튀어나왔단 말이냐!’

거기에 아까 일부러 버텨냈던 공격이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반탄력을 지닌 사내의 공격.

공격을 상쇄하고, 받아내는 것 자체로도 몸에 큰 무리가 갔다.

“쿨럭...”

검과 주먹이 맞부딪힐 때마다 내장이 진탕된 듯 죽은 피가 올라왔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흐아압!”

하지만 정체를 드러낸 이상,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사내를 죽여야했다.

진서연의 눈이 빠르게 전장을 훑었다.

느릿하게 대원들을 찍어누르는 파도와, 모든 공격을 되받아치며 제압하는 태극.

면사 때문에 확신하지는 못했었지만.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유녀봉과 선녀봉! 두 계집년들이 대체 왜!!’

한참도 전에 활검문도들을 죽였어야할 대원들이 저 두 년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있었다.

대체 봉룡 둘을 데리고 다니는 이 망할 깜둥이는 누구란 말인가.

“크하악!!”

“자꾸 한 눈을 파네.”

잠깐의 상념의 틈새를 파고든 사내의 주먹.

왼팔뚝이 완전히 뭉개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더는 버텨낼 수 없었다.

‘죄송하옵니다, 교주님.’

진서연이 남은 한 손으로 검을 고쳐쥐며 뇌까렸다.

“이곳의 모든 인간들, 전부 길동무로 데려갈 것이다.”

“뭐가 더 있나보군. 해봐.”

그녀가 콰득, 하고 혀를 깨물었다.

찝찌름한 피맛과 강렬한 고통에 고양되는 정신.

여기서 유망한 후기지수 둘과, 장차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한 깜둥이를 죽이고 간다면.

‘이 비루한 목숨으로 만들어낼 최상의 결과지.’

혈기를 끌어올린 진서연의 단전과 기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

선혈빛 강기로 뒤덮여가는 그녀의 전신.

폭발적인 내기를 느낀 소소유와 백세령이 다급히 무진을 불렀다.

“허접 대장! 조심하라는 것이에요!”

“무진!!”

나도 안다. 딱 봐도 존나 위험해 보이니까.

‘폭혈강기였나.’

혈교도들 중 좀 치는 놈들이 쓰는 기술.

말 그대로 혈기를 폭발시켜 일시적으로 강해지는, 뻔하지만 확실한 기술.

“흐...”

어젯밤 혈동자들을 상대할 때처럼 짜릿한 흥분이 전신을 감돌았다.

줄기줄기 뿜어나오는 핏빛 강기를 보면서도, 한 치의 두려움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쳐부수고 싶을 뿐.

나는 끓어오르는 흥분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와라!!!”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달려드는 활검문주.

거대한 핏빛 뱀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나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그래봤자 뱀은 뱀이지.’

용이 될 수 없는. 바닥을 기는 파충류.

“여기서 죽거라아아!!!”

“후우...”

비틀린 주먹에 주변의 공기가 소용돌이쳤다.

바람에 색을 입히듯 덧씌워지는 칠흑강기.

한층 더 자연스러워진 폭풍이 주먹을 휘감는다.

“흐읍!”

다가오는 뱀을 향해, 강건한 다리가 땅을 파고들어 깊은 족적을 남긴다.

실금이 퍼져나가는 대지를 박차고.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뱀의 이빨에 내질러지는 일권.

콰직, 콰드득!

“끄륵...”

“후...”

챙그랑. 활검문주의 팔이 힘을 잃고 부러진 검을 떨어트렸다.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입술을 달싹거리는 그녀.

“혈, 세... 혈...”

털썩.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 그녀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녀의 상반신이 반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큭...!”

“혈세!! 혈세!! 혈혈세... 쿨럭!”

그와 동시에 활검문에 있던 혈교의 무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갔다.

소소유나 세령조차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망설임 없는 자진.

“...무진, 혈교도들이 전부...”

“이, 이제 어쩔 건가요...?”

“아직 두 곳 더 남았습니다. 세령, 소 소저. 활검문도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주세요. 저는 잠깐 할 일이 있습니다.”

아무런 말 없이 내 명령에 따라주는 둘.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나활검문의 안쪽으로 향했다.

사람이 없는 공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와.”

눈앞에 나타난 혈동자 셋.

겉보기엔 평범한 장원처럼 보이는 곳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이곳에 분명 혈교라는 증거가 있을 거다. 찾아서 내가 있는 곳으로 가져오도록.”

“존명!”

녀석들을 보내고, 다시 소소유와 세령에게로 돌아갔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기다리고 있던 둘.

“서둘러 철혈방으로 가죠. 지금 일망타진해야 후환이 없을 겁니다.”

이어 활검문의 제자들에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가만히 있어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철혈방으로 향했다.

*

“방주님! 갑자기 미친 놈들이...!!”

“제기랄...! 뭣들 하느냐! 어서 막아!!”

이번엔 나와 세령, 소소유까지 합심해 대놓고 깽판을 쳤다.

“오호홋♡ 허접들! 소녀의 검을 받아보라는 것이에요!”

“소유야, 적당히 좀...!”

젖탱이를 출렁이며 소소유가 열심히 깽판을 치면.

세령이 마지막으로 혈도를 제압해 쓰러트리는 것이 보였다.

“반갑소, 철혈방주.”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알고나 있는 것이냐!!”

“알다마다. 혈교의 개들을 쓸어버리는 중이지.”

“...뭐, 뭐라?”

“발뺌할 생각은 하지마시오. 활검문주는 이미 죽었으니.”

마지막 말에 곧바로 얼굴을 굳히고는, 살기등등하게 달려드는 철혈방주.

활검문주보다는 확실히 급수가 딸리는지 손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이렇게 된 이상... 커윽!”

“어딜.”

바닥에 깔린 채 내게 혈도를 짚인 철혈방주.

뒤로 박아달라는 듯 엉덩이를 내민 채 굳어버린 모습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혈교의 무공이라.’

아쉽게도 활검문주는 죽었지만.

철혈방주나 왕가장주도 분명 혈교의 무공을 익혔을 터.

나는 입맛을 다시며 색마 비전의 포박술로 그녀를 꽁꽁 묶어두었다.

“혈교의 계집들은 어떻게 울어댈지 궁금하군.”

“미, 미친 놈!”

“금방 돌아올테니, 잠깐만 감시를 부탁해요 세령.”

“알겠어요, 무진.”

이번엔 세령에게 부탁해 그녀를 이곳에 남기고, 소소유만을

데리고 왕가장으로 향했다.

나가는 도중 내게 물어오는 소소유.

“맹에 알려야하지 않냐는 것이에요, 허접 대장.”

“...맹에 알리면, 장 사제에 대해 물어볼 수가 없지 않습니까.”

슬픈 얼굴을 하며 미리 준비해둔 변명을 꺼냈다.

따먹고 심법 좀 훔치려고 가둬놓는다고 하면 미친놈으로 볼 테니 어쩔 수 없었다.

“...오늘만 봐주겠다는 것이에요.”

“고맙습니다, 소 소저.”

“...흥, 소녀에게 빚진 것이에요!”

소소유는 슬픈 얼굴의 무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허접 주제에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냐는 것이에요.’

같은 사내라서 더더욱 그런 것일까.

무진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아련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에 반해, 떠나가는 무진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쥐는 한 여인.

‘...또 야한 짓을 하려는 거군요, 무진.’

백세령은 이미 무진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본 상태였다.

그래서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 철혈방주와 왕가장주.

그 둘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더 이상은 못 참을 것 같아요, 무진.’

왜, 나는 항상... 뒷전인가요.

매일매일 그의 손에 절정 직전까지 느끼는 아랫배도.

매일매일 그와의 입맞춤에 점점 더 음란하게 변해가는 혀와 입술도.

더는 한계였다.

저릿저릿한 비부에 그의 것을 담고 싶었다.

‘스승님처럼 저도, 범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되어버릴 지도 몰라요.

그녀의 손가락이 품속에 고이 모셔둔 약병 하나를 쓰다듬었다.

*

“꺄아악...!!”

“가만히 있어.”

왕가장주는 철혈방주나 활검문주보단 어려보였다.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붙잡힌 그녀.

물론 물증을 위해서 혈교의 무공을 쓸 때까지는 내버려둔 후 제압했다.

“또... 이렇게 포박하는 것이에요?”

“이게 확실합니다, 소 소저.”

마치 거북이의 등딱지를 닮은 모습에 귀갑묶기라는 이름이 붙은 색마의 포박술.

슬쩍 시선을 돌려 소소유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흠, 얘로도 한 번 해봐야지.’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저 커다란 젖탱이를 안 묶어본다는 건, 색마의 비전에 대한 모독이었다.

“어, 어딜 쳐다보는 것이에요 이 변태 허접!!”

초절정 고수답게 단박에 내 시선을 알아채는 소소유.

나는 다급히 궁색한 변명을 꺼냈다.

“소 소저가 워낙 아름다워서 무심코 쳐다보았습니다.”

다행히 피식피식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며 답하는 그녀.

“읏... 허, 허접 주제에 보는 눈은 있는 것이에요!”

“그럼 더 봐도 되겠습니까? 이리 아름다운 빨통을 그냥 두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요.”

“...지, 지금 뭐라고...?”

세령도 없겠다, 소소유의 윗가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몰래 손으로 자지를 비볐다.

“으, 으읏...”

대놓고 노골적으로 바라보자 갑자기 빨갛게 달아오르는 소소유의 볼.

결국 입술이 요상하게 말려들어가던 그녀의 손이 윗가슴을 꾸욱 짓눌렀다.

“그, 그만 보라는 것이에요!”

“알겠습니다.”

“이잇... 할머님께 말씀드릴 것이에요!”

“그러면 저도 공개 사과로 다시 받겠습니다.”

“으으으...!!”

앙증맞은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는 부들대는 소소유.

만두 머리가 딸랑딸랑 흔들리는 게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치 자지 빠는 걸 안 했지?'

완전히 구속된 왕가장주를 다른 방에 두고, 소소유와 잠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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