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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협지 속 곤륜노가 되었다-61화 (61/230)

〈 61화 〉 두더지 잡기 (11)

* * *

왕가장주, 왕희연의 보지를 잔뜩 씹창내준 뒤 철혈방으로 향했다.

단단히 포박당한 채로 얌전히 내게 끌려오는 그녀.

팔이며 다리, 목까지 쭉 이어진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흐읏...”

짐승과도 같은 취급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순종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서 가시어요, 백 대협.”

“오냐.”

“...도대체 무슨 술수를 부린 것이에요?”

당연히 그 사이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소유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굳이 그녀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때가 되면 자지로 직접 알려줄 거니까.

“무인이 어찌 자기 패를 모두 까겠습니까, 소 소저.”

“칫... 허접다운 변명인 것이에요.”

“푸훗...”

“너! 웃지 말라는 것이에요!”

구속을 하긴 했지만, 이미 완벽히 내 자지에 빠져버린 왕희연은 조용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녀로서는 암퇘지마냥 무진에게 따먹히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성을 내는 소소유가 우습게만 보였다.

‘대협께서 열심히 네 뒷구멍을 즐기시는 것도 모르고, 멍청한 것.’

무진의 자지를 받아들였던 시간은 온 생애를 통틀어 가장 짜릿하고 황홀한 순간이었다.

“하아...”

사람 죽이는 일만 시키던 교의 나날들은.

무진의 깊고 거친 박음질 한 번마다 잊혀져갔다.

‘여전히 배가 꽉 차있는 듯한 느낌...’

교에서 만났던 그 어느 사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수컷.

그가 자신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얼른 가도록 하죠, 소 소저.”

“...알겠다는 것이에요.”

소소유는 의뭉스러움을 묻어두고 무진의 뒤를 따랐다.

살짝 불편한 걸음걸이로, 조금 거리를 두면서.

‘저번처럼 또... 간질간질하고 아릿한 것이에요...’

무진의 곁에 서면, 이상하게 가슴이 뛰고 아랫배가 꾸욱 조여왔다.

바람결을 타고 그의 땀내 섞인 체취가 풍겨올 때면, 그것이 더욱 심해졌다.

‘하으... 저번에 패배한 뒤로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 것이에요.’

평생 사내 따위에게 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더더욱 크게 다가왔던 그때의 감정.

그것 때문에 자꾸만 무진의 곁에 서면 몸이 이상반응을 내보이는 것이리라.

“읏...”

그녀가 몰래 사타구니 사이를 손가락으로 훑어냈다.

끈적하고 투명한 실이 손가락 사이에서 길게 늘어졌다.

‘... 정말 미친 것이에요!?’

자신을 패배시킨 사내를 떠올렸을 뿐인데.

소소유는 연신 도리질을 치며, 어느새 멀리 떨어진 무진의 뒤를 쫓았다.

“같이 가는 것이에요!”

*

“오셨습니까.”

“그래, 상황은?”

“활검문 쪽은 정리를 마쳤고, 철혈방도 전부 수습했습니다.”

“수고했어.”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혈동자 일호.

대충 붙인 거긴 하지만, 녀석은 일호라는 이름에 걸맞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일 전부 정리해서 무림맹으로 갈 거다. 푹 쉬어둬.”

“존명.”

떠나가는 일호를 보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의심을 받겠지?’

활검문, 철혈방, 왕가장.

하루 만에 혈교의 세력을 하나도 아니고 셋씩이나 전부 뿌리를 뽑아버렸다.

내로라하는 무림맹의 조사단과, 절대 고수인 소서화마저 속이고 있던 놈들을.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지녔다면 어느 정도 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앙드레 이름을 또 팔아야지, 어쩌겠어.’

정보의 출처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앙드레의 일기로 하는 게 제일 나았다.

세령도 처음에 그렇게 의심을 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을 테니까.

일기로 양가장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곳에 있던 혈동자들을 제압하고 정보를 얻어냈다.

이런 식으로 연막을 쳐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처음부터 안 알려줬냐 물으면...’

장두식을 구하고 싶어서.

궁색한 변명이지만 이만한 변명이 또 없었다.

나와 장두식의 관계를 알고 있을 소율은 믿지 않겠지만.

‘담소율은 이미 내 보지니까.’

약을 쓰지 않고 그녀와 관계를 나누었던 날.

실신한 소율이 애타게 나를 부르는 것을 들으며 확실히 깨달았다.

담소율은 이제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고.

원작의 주인공보다 훨씬 깊고 진득한 관계를 이루었다.

사부와 제자가 아닌, 남자와 여자.

수컷과 암컷.

‘무당으로 돌아가면, 슬슬 내 입맛대로 바꿔야지.’

그녀는 내가 무엇을 하든 내 편이 되어줄 것이다.

‘우선은 옷이나 하나 선물해줄까.’

꽁꽁 싸매고 다니면 이 여름에 얼마나 덥겠는가.

그렇게 그녀에게 선물할 옷을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진.”

“아, 세령.”

언제부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령.

어둑한 달빛 아래로 언뜻 차가운 듯한 표정이 보였다.

“미안해요, 좀 늦었죠.”

“늦을 수도 있죠, 무진은... 항상 나를 두고 바쁘니까.”

쌀쌀맞은 세령의 대답.

대놓고 자기 화났어요, 하는 얼굴을 보니 오히려 웃음만 새어 나왔다.

그래도 진짜 웃을 수는 없으니,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누르며 답했다.

“화났어요?”

“...아뇨. 제가 화날 일이 뭐가 있어요. 혈교의 간자들도 색출했고, 전부 일망타진 했잖아요. 무진도... 다친 곳은 없어보이고요.”

“그런데 왜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조심스레 다가가, 가녀린 팔뚝을 감싸쥐었다.

크게 화난 건 아닌지 내 손길을 피하지는 않는 그녀.

“...몰라요, 나도.”

입술을 깨물곤, 시선을 피한다.

모르겠다면 알려줘야지.

세령을 꽉 끌어안아 자지를 비볐다.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그녀는 놀래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읏... 무, 무진.”

얼굴을 붉히면서도 은근히 더 달라붙는 그녀의 하반신.

아주 조금만 더 무르익으면, 이성을 벗어던진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해져요, 세령.”

“뭐, 뭐에 솔직해지라는 거에요... 흐읏...”

나는 한 번 더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그녀 스스로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자기 마음에요.”

“...”

아랫배를 꾸욱 짓누르는 자지를 느끼며 그저 가만히 입을 다문 백세령.

그녀의 시선이 점점 위로 올라와 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며칠간 구석구석 만져주고, 애달프게 쓰다듬어주었던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그럼... 무진, 나를...”

“허접 언니!”

“읏?”

그때 소소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스하는 것도 보여준 주제에 포옹은 부끄러운지, 다급히 내 품에서 벗어나려는 세령.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휘감아 품에 가두었다.

“아, 으... 그, 허접 대장도 있었던 것이에요...?”

착 달라붙은 우리 둘의 모습에 말을 더듬는 소소유.

나는 자꾸만 벗어나려는 세령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무, 무진... 놔줘요...!”

“무슨 일입니까, 소 소저?”

“아니, 그... 맹에, 보고는 언제 하러 갈 건지 물어보러 온 것이에요...”

“내일 은밀하게 맹주님께만 보고할 예정입니다. 다른 조사단의 일에는 피해가 가지 않게요.”

“아, 알겠다는 것이에요. 그, 그럼 소녀는 이만...!”

붉어진 얼굴로 다급히 자리를 피하는 소소유.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세령을 안고 있던 팔을 풀어냈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그녀.

“방금도 솔직하지 못했잖아요, 세령.”

“...그, 그건.”

백세령이 살짝 실망한 듯한 무진의 목소리에 말을 더듬었다.

그녀로서도 방금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소유에게 보란듯이 진하게 입맞춤까지 나누며.

자신의 사내라고 쾅 도장을 찍어놨는데.

‘부끄러워서...? 아니면, 갑자기 나타난 소유때문에 놀란 걸까...?’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자.

무진이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철혈방주랑 왕가장주를 심문할 테니까. 세령은 먼저 자도록 해요.”

“무, 무진. 나는...”

끝마치지 못한 말을 잇기도 전에.

무진이 그대로 떠나가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덜렁 혼자 남은 공터.

아직까지도 자신을 짓누르던 그의 감각이 선명한데.

‘...무진.’

분명 그를 사랑하고, 원하고.

또 자신을 가져주었으면 했는데, 대체 왜.

얼마나 그렇게 서있었을까.

밤바람에 차갑게 식어가던 머리가 조심스레 답을 내어놓았다.

왜 그를 좋아하면서도, 이렇게 모순적으로 행동하는지.

‘...두려웠던 거야, 나는.’

무진과의 관계 이후 변해버릴 것이 두려웠던 거다.

그에게 안긴 것만으로도 젖어버리는 비부에, 그의 것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 두려웠고.

혹여나 관계를 맺은 뒤, 무진과의 사이가 지금과는 달라질까 두려웠다.

‘지금 이대로도 행복했는데, 변하게 될까 봐 무서웠어...’

처음이라 어색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맞춰주지 못하고.

혹여나 내게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그런 두려움들.

남자라면 대저 능숙하게 이끌어주는 여자에게 끌리는 법 아니던가.

스승님은... 예외로 치자. 연륜이 있으시니까.

“후우... 그래, 무서워하지 말자.”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혼자서 지레짐작하고.

혼자서 부정적인 상상을 그려낸 것에 불과했다.

무진이 겨우 그런 것들에, 자신을 미워하거나 싫어할 리가 없을 텐데.

그래,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먼저 솔직해질게요, 무진.’

그의 말대로,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다.

*

일부러 매정하게 돌린 발걸음.

세령이 크게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왕가장주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흠, 함에 약이 몇 가지 좀 줄어있었지?’

도무지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곳에 쓸 거라 믿고 있다.

잠시 뒤 도착한 작은 창고.

“앗, 으읏... 희, 희연이 이 년앗... 응호옷...!”

“...?”

창고문 바깥으로 음탕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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