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선녀와 나무꾼 (2)
* * *
“무진... 모르겠지...?”
저잣거리로 나온 세령.
그녀는 지금 두근대는 마음을 감추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무얼할지 다 알고 있는 듯한 그의 말에 철렁 내려앉았던 가슴.
그래도 선물이라는 말에 살짝 안도하기는 했지만.
워낙 야하고 변태적인 그가 혹시나 자신이 하려는 짓을 알고있다면 어쩌려나.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아무튼 소유랑 대련을 한다니, 잘됐어.’
다행스럽게도 그는 자신이 이 책을 가져온 것을 모를 것이다.
‘색금태양공방중술편.’
화끈. 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삽화와 천박한 단어들.
지난 며칠간 몰래몰래 봐오며 깨달은 바로는, 남녀간의 정사는 정말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 너무 야해...’
기분 좋은 곳을 상대에게 말해주고, 상대가 기분 좋은 곳을 물어보고.
온갖 부끄러운 곳을 콕 짚어 박아달라거나, 빨아달라거나...
‘후우... 들키진 않았겠지?’
면사로 가렸음에도 얼굴이 빨개진 것을 들킬까 주변을 둘러보는 세령.
주변은 이미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은 이들의 시선이 가득했다.
‘아으...! 다 나만 보고 있잖아...!!’
다급히 서책을 품에 안고 달려가는 그녀.
“죄, 죄송해요! 지나갈게요오...!”
그렇게 그녀가 도착한 곳은 섬서의 한 포목점.
색마의 비급에 적힌 바로는, 이곳에 성인전용 물품을 취급하는 곳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대체 왜 적혀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솔직해지라 했으니, 어쨌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머어머, 어디 양갓집 규수께서 오셨구만. 찾는 물건이 있으신감?”
“그... 여기에, 그러니까... 구름과 비가 즐겁게 뛰노는 곳이 있다고 하던데요...”
“아하.”
자신의 말에 입꼬리가 잔뜩 휘어지는 포목점 주인.
“남편분께서 좋으시겠소. 그럼 어떻게, 등급은?”
“나, 남편은 아닌데요. 나중은 몰라도, 헤헤... 아니, 아무튼. 그... 저, 적(赤)등급으로...”
“아이고.”
이번엔 웃음보다는 살짝 놀란 듯한 주인의 표정.
고개를 갸우뚱한 그녀가 자신을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어째 꽤나 깊숙이 들어가 슬슬 긴장되려는 찰나.
주인이 새빨갛게 칠해진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젊을 때 즐겨야한다는 말은 내 백번 공감한다만은. 우리 어여쁜 아씨께서 벌써부터 이런 걸 하는 건...”
이, 이상한가? 이런 야한 일에 진심을 다해본 적은 처음이라.
세령의 머릿속이 당황으로 딱딱하게 굳어갔다.
분명 적등급으로 가면 남자와 여자 모두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 가득하다 했는데.
부끄러워서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괘, 괜찮으니까. 빨리 좀... 부탁드려요...”
“허이고... 알겠소.”
그래서 얼른 해치우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만이 세령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주인이 손짓했다.
“들어가서 원하는 걸 골라보시오.”
“네, 네엣...”
호다닥. 안으로 들어서자, 홍등가의 불빛처럼 야릇한 적광이 방안에 가득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방안을 채운, 입이 떡 벌어지는 물건들.
“미, 미친...”
세령이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질끈 눈을 감았다.
‘이, 이게 무슨...’
이곳은 욕망의 집합체와도 같았다.
무진... 아니, 마치 색욕이란 것을 형상화 시켜놓은 것 같은 장소.
하지만 욕망이란 것은, 위험한 것을 알고 있어도 볼 수밖에 없는 것.
조심스레 뜨여진 그녀의 눈동자가 구석에서부터 물건들을 하나하나 훑어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도대체 여기 왜 있는지 모를...
“그건 말채찍이오. 아랫등급의 것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소가죽으로 만든 진짜배기 채찍이지. 주로 외공을 익히신 분들이 즐겨 사용하오.”
“아...”
이, 이런 설명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시선이 가는데로, 친절하게 설명해오는 주인장.
“그리고 그 옆에 것은 후장에 넣는 다섯 구짜리 목구(??)고.”
“후, 후장이요?”
“아씨가 큰 거 볼 때 쓰는 그곳 말이오.”
“저, 저도 알아욧!!”
세령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도대체 이런 게 다 뭐란 말인가.
강호의 운우지락(雲雨之)이란 이런 것이었나.
신세계의 지평이 그녀의 오감을 넓히고 있었다.
“이것은 유두와 공알을 집는 집게. 아, 삼각목마도 있소. 비부를 비비며 걸어갈 수 있는 특수 처리된 밧줄도 있고.”
아무리 봐도 저런 건 아니었다.
그냥, 그냥 무진과의 정사를 도와줄 수 있는 자그마한 도구를 바랬을 뿐인데.
그녀는 울고 싶어졌다.
“이, 이, 이런 것들 말고. 그, 속곳이나... 나, 남자한테 쓰는 건...”
“아, 평범한 취향쪽이셨구려. 여리여리하게 생겨서 당하는 쪽일줄 알았는데. 이해 해주시오, 적등급 손님은 워낙 괴짜가 많아서.”
옆은 더 가관이었다.
“이게 바로 그, 정조대라는 것이오. 크기 별로 구비해뒀지. 그리고 이 말총은 고환을 묶는 데 사용하오. 남자놈들 30초면 싸는 것을, 몇 분이나 늘려주지.”
“아... 그, 이런 것들 말고.”
“아니, 적등급이라 하지 않으셨소? 거칠게 즐기는 양반께서 왜 이리 겁을 내시오.”
적등급이 그런 것일줄 몰랐으니까!
적청녹백. 색마의 비급은 분명 적을 선택해야 좋은 것들을 볼 수 있다고 적혔있었...
‘아...! 색마의... 기준이었구나.’
그제야 생각다운 생각을 떠올린 세령.
색마의 기준엔 당연히 이런 것들이 좋았겠지.
그녀는 자신이 사실은 개변태년이었나 하는 의심에서 벗어나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잘못 말한 것 같아요. 배, 백(白)등급으로... 가주세요.”
“역시 내 그럴줄 알았소.”
보라. 주인마저도 그리 보고 있지 않았나.
그리고 다행히, 백등급의 물건들은 세령의 눈에도 비교적 정상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조심스레 몇 가지 물건을 고른 그녀.
“호, 꽤나 대담한 속곳이구려. 거기에 속박용 천과 교접액까지. 춘약은 필요 없으시오?”
“...네.”
“뒤로 하려면 하나쯤 있는 게 좋을 텐데?”
“뒤, 뒤라니요!”
거기는 나오는 곳이지,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대체 이 주인은 왜 아까부터 자꾸...!
“그럼 교접액은 왜 사셨소?”
“...”
아, 아플까봐요... 무진의 것은 엄청 크니까.
제품 설명에 양물을 넣을 때 부드럽게 해준다해서 샀는데...!!
“허어, 처녀 흉내라도 내시나. 뭐 알겠소.”
졸지에 처녀마저도 의심받는 세령이었지만.
그녀는 꿋꿋이 마지막 단계까지 건너왔다.
“자, 총 다해서, 은자 일곱냥이오.”
“아, 그... 계산은 이 패를...”
“...아?”
색마의 함에 같이 있던 붉은색 목패.
비급에선 이 패를 사용하라고 적혀있었다.
색(色)자가 적혀있어서 조금 낯부끄럽긴 했지만...
“반갑소! 참으로 반갑소이다, 색마님!”
갑자기 포권을 하며 반갑게 웃는 주인.
“아, 저... 네?”
“어차피 다 들통날 것을 왜 연기를 하셨소! 아하핳! 우리 색마님께는 모두 공짜이오니, 마음껏 가져가시오!”
“저, 저는 색마가...”
“아, 그런 연기셨소. 이 박모년이 또 실수를.”
자기 머리를 내려치며 알아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
세령은 갖가지 물품을 더 얹어주는 주인의 손길에 두 손이 금세 가득 차버렸다.
“자주 좀 오시오. 거 올 때마다 얼굴이 바뀌니 통 알아볼 수가 있어야지.”
“...네, 네에...”
더는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 서둘러 고개를 끄덕인 세령.
그녀는 가게 주인이 내어준 봇짐에 다급히 짐을 싸고 호다닥 포목점을 벗어났다.
*
“하압!”
느릿하게 짓쳐들어오는 소소유의 검.
이미 주변을 감싼 파둔의 기파가 내 움직임을 억제했다.
‘이게 진짜 소소유의 실력인가?’
저번엔 뒷구멍에 각좆이 박혀있어 제 실력의 반도 못 내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흐...”
거미줄에 걸린 벌레가 발버둥치면 오히려 더 달라붙는다고 하지 않던가.
둔검이 딱 그러했다.
느리고, 둔중해보이는 검의 궤적과 속도.
당연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이리저리 쳐내고 피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내가 도망갈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한 번 벗어나 보라는 것이에요!”
이미 주변을 점거하고, 내 퇴로를 막은 뒤 곧게 찔러들어오는 소소유.
걸어가는 발걸음이 더 빨라 보일 정도의 속도지만, 기감을 확장한 내게는 달랐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검.’
상하좌우. 그 어디로 몸을 피하든 저 검이 반드시 나를 찌를 것이라는 확신.
담소율이 말하길, 이 파둔은 태극으로도 흘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다.
‘그저 둔(?)하다면 모르겠지만, 여기에 파(?)를 섞어서 더더욱 얽혀든다고 했었지.’
거미줄이 한 겹도 아니고.
세 겹, 다섯 겹, 열 겹이 겹치면 어떻게 방법이 없다.
그냥 먹잇감이 되는 거지.
“후우...”
짧게 숨을 내쉬며, 언제나처럼 주먹을 쥐었다.
두 눈을 부릅 뜨고, 밀려오는 파도의 틈을 찾았다.
‘소율이 상대한 것은 소서화의 검이고.’
내가 상대하고 있는 것은 그보다 한참은 부족한 소소유의 검.
여기서 담소율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잠깐 떠올려봤지만.
‘감히 상상할 수가 없네.’
내가 강해질수록, 담소율과의 격차가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
하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무인인지 깨닫게 되니까.
‘그리고 그렇게 강한 여자가, 내 여자고.’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소소유가 몰고온 파도의 틈새로 주먹을 내질렀다.
“큭...”
“우급... 움, 츄웁...”
거센 사정과 함께 대련의 복기를 마쳤다.
총 전적 3승 1패.
첫 패배의 이유는 아무래도 소소유를 조금 얕본 탓인 듯 했다.
‘꽤 강했지. 확실히.’
그녀가 한 번 이긴 걸로 허접허접거리며 놀리긴 했지만.
다행히 쫌생이 마냥 1승 3패로 멈추기는 싫은지 내일도 대련을 신청해왔다.
“후움, 으읏... 쪼옵...”
소소유의 입보지로 꿀럭꿀럭 쏟아져 들어가는 정액.
그녀가 맛있다는 듯 꼴깍꼴깍 진한 백탁액을 삼킨다.
“후...”
연무장 구석.
그늘진 벽에 기대 소소유에게 자지를 빨리는 기분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땀내나는 자지를 물리고, 눈가에 눈물이 비치도록 쑤셨다.
저 높은 전각에서 누군가 쳐다보지는 않을까.
연무장으로 누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흥분한 탓에 평소보다 배는 나오는 듯한 정액.
“우움... 꿀꺽. 다 머근 것이에요... 베에...”
귀두를 혀로 핥짝이며, 정액을 다 먹었다고 자랑하는 그녀를 잘했다는 듯 쓰다듬었다.
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지에 코를 묻는 소소유.
본능적으로 가장 냄새가 진한 곳에 입술과 콧날을 부비기 시작한다.
“후웃, 읏... 으응...”
찌걱찌걱찌걱.
그녀의 치마 아래에서부터 질척한 물소리가 풍겨왔다.
자지 냄새 맡으면서 엉덩이로 절정하기.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었지만, 그동안의 성과일까.
“으읏, 후우, 자지 냄새앳... 읏, 지독해앳...!”
푸슛, 푸슈슛...
쪼그려 앉은 그녀의 다리 아래로 투명한 물줄기가 한가득 쏟아졌다.
“후우, 흣, 하아...”
절정의 여운을 즐기는 듯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고선 축 늘어진 그녀.
그 와중에도 자지 냄새를 맡으며 자꾸만 가버리는 게 느껴졌다.
‘허리 떠는 거 봐라.’
이제 누가 그녀를 보며 처녀라고 생각할까.
스스로 뒷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미치도록 쑤시는 여자한테.
슬슬 내 자지 냄새도 각인이 된 것 같고, 소소유를 따먹을 때가 온 듯 했다.
미색령에 걸린 상태가 아닌, 멀쩡한 정신의 소소유를.
조금 뒤 정신을 차린 소소유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소 소저.”
“하아... 또 아래가... 읏? 왜, 왜 부르는 것이에요?”
“오늘 밤에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제 방으로 와주실 수 있습니까?”
“...무슨 꿍꿍이인 것이에요! 이 변태 허접!”
곧바로 의심부터 하는 똑똑한 그녀.
나는 거부할 수 없는 미끼를 건넸다.
“오시면, 내일 대련 전에 제 약점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흐응... 정말인 것이에요?”
“물론입니다.”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소소유.
“허튼 수작을 부리면...”
“수작은 패배자들이나 쓰는 거겠죠.”
“이잇... 내일은 꼭 이겨주겠다는 것이에요!”
떠나가는 그녀를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와 씻고 세령을 기다렸다.
* * *